“좋아, 아주 좋아.”고상훈은 유건의 말을 다 들은 뒤,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 짧은 시간 안에 이런 판단을 내리다니, 이미 충분히 잘했다.이 정도면, 자신이 세상에 없더라도 마음 한편이 놓였다.“그럼...”고상훈은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일어섰다.“우리 둘이 나눠서 움직이자.”“할아버지?”유건이 황급히 일어나 그를 부축했다.“이러지 마세요, 농담하지 마세요.”“농담?”고상훈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지금 농담하는 얼굴로 보이냐? 너 혼자 다 떠맡으면, 결국 쓰러질 거야.”고씨 가문은 부씨 가문처럼 번성한 집안이 아니었다.고씨 가문이라 해 봤자, 지금은 유건 혼자뿐이었다.유건에게는 친구들이 있었지만, 이런 때에 나설 수 있는 사람은 ‘고씨 가문’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유건 곁에 나설 수 있는 이는 고상훈, 그 한 사람뿐이었다.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를 숙였다.‘할아버지 말씀이 다 맞아... 그런데 왜 이렇게 아프지.’“가자.”고상훈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내가 도울 수 있을 때 돕는 게 낫지, 누워서 썩을 순 없잖아.”이미 오래 버티기 힘든 몸이었다.하지만 죽음을 기다리느니, 조금이라도 쓸모 있게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너는 사람들을 모아라. 나는 사직 문제부터 처리하마. 시간이 없어, 더는 미룰 수도 없다.”유건은 대답 대신 주먹을 꼭 쥐었다.손끝이 손바닥을 파고들 만큼 세게.‘지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해. 그래야 모두를 지킬 수 있어.’...그날 밤, 시연은 한숨도 자지 못했다.다음 날, 출근하기 전 시연은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고상훈이 이 일을 아는지 궁금했다.그냥 상황을 확인만 하려던 것이었는데, 시연이가 병실 문을 열자, 고상훈의 자리는 이미 비어 있었다.“어르신은 어젯밤에 나가셨어요.”간호사가 조용히 말했다.“급하게 고 대표님이랑 같이 나가셨거든요.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신 것 같았어요.”“지 선생님도 아시잖아요.”간호사는 덧붙였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