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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의 모든 챕터: 챕터 1301 - 챕터 1310

1676 챕터

제1301화

지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진아를 바라봤다.“너 진짜야? 농담 아니고? 진짜 신경 안 쓰는 거야?”“진짜라니까.”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았다.“가려면 얼른 가. 여기 택시도 잘 안 잡히고, 지금 비까지 이렇게 오는데, 이 시간에 여자 혼자 두는 건 좀 그렇잖아.”진아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말 하나하나가 모두 합리적이었다.‘날 믿는 거겠지? 그래, 넌 나를 믿는 게 분명해.’ 지하는 잠시 망설이다 손을 내밀었다.“좋아. 그럼 너도 일어나.”“응?”진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기색을 보였다.“내가 왜? 당신이 데려다주면 되는 거지, 나도 같이 갈 필요는 없잖아.” “진아?”지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당연히 같이 가야지.”“난 안 가.”진아는 식탁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나 아직 다 안 먹었어. 음식 아깝게 왜 남겨.”“진아...”“됐어.”이번엔 진아의 목소리에 짜증이 살짝 섞였다.“어서 가. 안 그러면 저 여자는 더 불안할 거 아냐.”지하는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난 설아 먼저 바래다주고 올게. 너는 여기서 천천히 먹어. 다 끝나면 다시 데리러 올게.” “그래, 알았어. 빨리 다녀와.”진아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지하는 마지막으로 진아를 깊게 바라보다가 발걸음을 옮겼다.문이 닫히자마자, 진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역시... 나 혼자 남겨두고 가는구나.’진아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세수하고 나와 복도를 걷던 진아는 순간 멈칫했다.‘아까 우리가 있던 방이 어디였더라?’작게 중얼거리며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어깨 위로 툭 하고 손이 얹혔다.“진아.”진아는 고개를 들어 올리고는, 뜻밖의 얼굴에 눈이 동그래졌다.잠시 멈칫하더니,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띠었다.“성빈... 진짜 우연이다.”성빈 역시 놀란 눈빛이었다.“그러게, 여기서 너를 다 보네.”...성빈이 G시에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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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2화

“진아.”성빈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내가 너한테 잘못한 건 맞아. 근데 우리 그렇게 오래 친구였는데, 그냥 보고도 모른 척하고 가라고? 이 밤에?”조용히 이 말을 듣던 진아는, 이상하게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부지하도 친구를 데려다주러 갔는데, 나라고 못 앉아 있을 건 없잖아.’“좋아.”진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진짜 오래 못 봤지? 그럼... 술 한잔하자. 내 약혼식에도 못 왔잖아. 그날 너랑 술 한 잔도 못 했네.”성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어차피 내가 있으면, 진아한테 무슨 일은 없을 테니까.’“여기요!”진아가 직원을 불러 술을 시켰다. 곧 술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자.”진아는 환하게 웃으며 잔을 채웠다. 먼저 자기 잔을 따르고, 성빈 잔에도 가득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잔을 들어 부딪쳤다.잔을 부딪친 뒤, 진아는 고개를 숙여 한 모금이 아닌, 거의 한 잔을 들이켰다.“아...”진아는 웃음기를 더 짙게 띄우며 성빈을 바라봤다.“나한테 뭐 좀 해줄 말 없어?”성빈은 진아에게 되물었다.“뭘 듣고 싶은데?”축하 인사는 이미 선물에 담아 보냈다. 다시 말할 게 없었다. 그러다 불쑥 성빈이 물었다.“진아, 너 진짜 부지하 좋아하냐?”진아는 순간 멈칫했다가,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좋아하지. 안 좋아하는데 어떻게 결혼하겠어.”진아는 일부러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부지하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잘생겼잖아!”말하다가 성빈을 힐끗 보고는 장난스럽게 웃었다.“너랑 같은 타입이야, 미남형.”그리고 다시 이어갔다.“집안도 최고잖아. 부씨 가문의 도련님이지. 줄 서서 결혼하려는 여자들도 많았는데, 그 사람을 내가 잡았어!”“그래?”성빈의 입안이 씁쓸해졌다. 그 씁쓸함이 곧 가슴까지 파고들었다. 성빈은 갑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그럼 다행이네.”하지만 금세, 성빈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진아는 잔을 비우고 또 비웠다. 그러면서도 성빈 잔에 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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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3화

차가 움직이자 성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부지하한테 전화해. 먼저 들어가겠다고.”“응.”진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찾았다.“내 핸드폰 어디 갔지? 왜 안 보여?”성빈은 옆에 놓인 진아의 가방을 힐끗 봤다.“가방 안에 있는 거 아냐?”“아, 맞다. 나 진짜 바보네.”진아가 몸을 숙여 손을 뻗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했다.“야, 조심해!”성빈이 급히 팔을 뻗어 진아를 붙잡았다. 자칫했으면 그대로 바닥에 굴렀을 터였다.“히히, 괜찮아...”‘이게 괜찮아 보이냐...’성빈은 속으로 혀를 찼다.“앉아 있어.”그는 진아를 바로 세워놓고 대신 가방을 열어 핸드폰을 꺼내 건넸다.“자.”“고마워.”진아가 받아 들고 지하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 지하의 목소리는 여전히 침착했다. 웃음기마저 묻어 있었다.[기다리다 지쳤어?]“아니.”진아는 축 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나 지금 집에 가는 길이야. 오지 마.”[뭐라고?]지하가 즉시 목소리를 낮췄다. 핸들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나보고 오라고 해놓고 왜 혼자 가? 누구랑 있어?]“벌써 차 탔어...”진아는 두통에 이마를 짚으며 투덜거렸다.“말이 참 많네. 당신 할 일 해. 난 금방 들어가.”말을 끝내자마자 전화를 끊어버렸다.진아는 아이처럼 성빈 손에 핸드폰을 얹어주며 말했다.“다 했어.”순간 멍해진 성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그래, 잘했어.”그는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어주고 창밖을 내다봤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가을비는 공기를 빠르게 식혔다.차가 마크힐스 입구에 멈췄다.성빈은 먼저 내려 트렁크에서 우산을 꺼내 들고, 진아 쪽으로 돌아왔다.“진아, 다 왔다. 내려.”“으응...”차에서 내린 진아는 이미 한껏 취기가 올라와 있었다. 발걸음을 휘청이더니 성빈 어깨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머리 아파... 너무 어지러워.”‘이 상태로 혼자 두면 큰일 나지.’성빈은 결국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조금만 참아.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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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4화

“저기.”진아가 힘없이 손가락으로 안쪽을 가리켰다.“알았어.”성빈은 조심스레 그녀를 안은 채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에 눕혔다.아까 우산을 받쳐 들었지만, 진아가 제멋대로 움직인 탓에 비를 피할 수 없었다. 성빈은 반쪽 몸이 젖어 있었고, 진아도 머리카락이 흠뻑 젖고, 어깨에 걸친 숄은 축축했다.“진아.”성빈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짚으며 낮게 말했다.“숄 벗자. 젖은 거 계속 두르면 감기 걸랴.”“응...”진아는 흐릿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성빈이 이끄는 대로 몸을 일으켰다.성빈이 숄을 벗기자, 안에 입은 드레스는 얇은 슬립 드레스였다. 매끈한 쇄골과 동그란 어깨가 드러났다.그리고 눈이 부실 만큼 하얀 피부.진아는 흔히 말하는 첫눈에 반할 미인은 아니었다. 늘 시연이나 성빈, 은범 같은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더 눈에 띄지 않았으니까.하지만 그녀의 가장 큰 무기는 피부였다. 껍질 벗긴 달걀처럼 하얗고 맑은 피부가, 단숨에 그녀의 평범한 외모를 아홉 할로 끌어올렸다.‘아... 이건 내가 볼 게 아닌데...’성빈은 순간 목이 바짝 말랐지만, 곧 시선을 거두고 숄을 한쪽에 내려두었다. 그는 욕실에서 수건을 가져와 진아의 머리를 닦기 시작했다.“가만히 있어. 머리 안 말리면 진짜 감기 걸려.”“응.”진아는 얌전히 앉아, 어린아이처럼 가만히 있었다.잠깐의 정적.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훑는 소리만 방 안에 맴돌았다.“성빈.”진아가 불쑥 입을 열었다.“응?”성빈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내가 누군진 알겠어?”“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십몇 년을 봤는데, 너는 재로 변해도 내가 알아보지.”“그래?”성빈은 씁쓸하게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너 진짜 대단하다.”잠시 후, 진아는 코끝을 훌쩍이며 목소리가 떨렸다.“나 그때, 너한테 고백 안 했어야 했는데.”“뭐라고?”성빈은 놀라 손이 멈췄다.다시 내려다보니, 진아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진아?”“성빈.”진아는 눈물이 맺힌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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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5화

성빈은 순간 얼어붙었다.“진아, 너... 지금 무슨 말이야?”‘그게 무슨 뜻이지? 정말 진아가 나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그 반동으로 부지하의 청혼을 받아들인 거야?’성빈은 조급해져서 진아의 팔을 붙잡았다.“아직 대답 안 했잖아. 너 진짜 부지하 좋아해?”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아, 내가 묻잖아.”성빈의 얼굴엔 불안과 초조가 가득했다.“솔직히 말해, 제발. 무슨 명문가 집안 같은 얘기 하지 말고. 내가 널 모르냐? 넌 그런 거 바라보는 애 아니잖아.”어릴 때부터 진아는 돈이 부족했던 적이 없었다. 게다가 진아 스스로도 장래가 충분히 밝은 애였다.‘진아는... 굳이 누군가의 배경에 기대야 할 사람이 아니야.’“진아, 너... 부지하라는 사람을 좋아해?”한참의 정적 끝에, 진아가 눈을 껌벅였다.“나... 졸려. 잘래.”진아는 힘없이 옆으로 쓰러져 침대에 몸을 묻었다. 손으로 이불을 더듬으며 중얼거렸다.“이불... 이불 어디 있어?”“진아...”“아, 귀찮아. 나 잘래...”“진아?”“쳇.”그 순간, 문가에서 낮게 흘러나온 비웃음 소리가 공기를 갈랐다.지하가 긴 다리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앞머리엔 빗방울이 맺혀 있었고, 정장 재킷엔 아직 젖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지하는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려 성빈을 바라보았다.“진 대표님, 감사합니다. 진아 데려다주셔서요.”말투는 예의 바르고 정중했다. 조금 전 들려온 그 비웃음 소리가 착각처럼 느껴질 만큼.성빈은 천천히 일어나며 눈썹을 좁게 찌푸렸다.“별말씀을요.”“아니죠. 진 대표님이 기사님도 아니신데, 이렇게 진아를 데려다주셨잖아요. 당연히 제가 고맙다고 해야죠.”지하는 여전히 부드럽게 웃으며, 조금 더 낮춘 태도로 말했다.“죄송해요. 진아가 애 같아서요. 혹시라도 기분 상하게 하는 말 했다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그럴 리가 있나요.”성빈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지난 십여 년 동안, 늘 진아를 챙기고 지켜온 건 자신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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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6화

성빈은 멀리 대문을 바라보았다. 비에 젖은 탓인지, 온몸이 싸늘하게 식어 내려갔다.늘 진아를 떠올리면, 마음속에 가장 먼저 자리 잡는 건 아쉬움이 아니라 미안함이었다.진아는 그저 소중한 친구라 여겼다. 시연이나 은범과 다르지 않은, 십수 년을 함께한 친구.그렇게 믿어왔다.하지만 조금 전, 지하가 마치 주인처럼 자신을 대하며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건네던 순간...‘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낯설고 깊은 통증이 밀려왔다. 지진이라도 난 듯 심장에 균열이 생기고, 그 틈 사이로 쓸쓸한 기억들이 돌덩이처럼 쏟아져 내렸다.‘아... 나도 아프구나.’진아를 향한 감정이, 은범이나 시연과는 다르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만약 진아의 용서를 받고도 홀가분했다면, 분명 친구로만 여겼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이 참담함은 무엇인가?성빈은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건 거의 들리지 않을 속삭임이었다.“늦었어... 너무 늦었어.”...2층, 안방.성빈이 떠난 직후, 진아는 다시금 침대에 쓰러졌다.“진아.”지하는 속에 맺힌 화를 억누르며 다가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손바닥을 진아의 얼굴에 대니,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술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지하는 인상을 찌푸렸다.“술 마셨네?”오늘 저녁, 둘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가에 물기를 머금은 채 장난스레 웃었다.“성빈이 만났거든. 그래서 조금 마셨어.”하지만 이 상태가 ‘조금’일 리 없었다.“그래?”지하는 가볍게 중얼거렸다.“그렇게 기분이 좋았어?”“응, 좋았어...”진아는 점점 귀찮다는 듯 얼굴을 돌렸다.“당신 말 너무 많아. 나 잘래.”손바닥으로 관자놀이를 짚으며 신음을 흘렸다.“머리 아파... 어지럽다니까...”그러다 지하의 손길을 툭 치며 내뱉었다.“간지러워 죽겠어...”지하는 멍하니 손을 거두었고,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진짜 취해서 짜증이 난 걸까... 아니면, 내가 귀찮은 걸까?’잠시 침묵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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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컥...”지하는 화가 난 나머지, 손에 들어간 힘이 조금 세졌다.진아가 얼굴을 찡그리며 기침을 터뜨렸다.“콜록, 콜록!”그 순간, 지하는 크게 당황해 손발을 어쩔 줄 몰랐다.“진아, 괜찮아? 나... 나 잘못했어...”지하는 조심스레 변명했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당신 오늘 기분 안 좋은 거. 근데 말이야, 그걸 나한테 풀면 좀 없어 보이지 않아?”“뭐라고?”지하의 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미간이 깊이 구겨졌다.“내가 없어 보여? 내가 진짜 그런 사람이었으면, 아까 진성빈 그 자식 바로 내쫓았을 거야!”“성빈을 왜 내쫓아?”진아는 겨우 기침을 멈췄지만, 토해서 기운이 빠진 탓에 숨소리가 거칠었다.“당신이 날 거기 두고 갔잖아. 성빈은 좋은 마음으로 날 데려다준 거라고...”“내 여자는 내가 챙기면 되는데, 왜 진성빈이 그래야 하는데?” 지하는 더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난 이미 거기로 가던 길이었어. 넌 내 여자야. 내가 지켜야 한다고.” 진아는 말없이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말하고 싶지 않아졌다.지하가 화난 건 알겠지만, 왜 그렇게까지 불편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몸은 힘들고 머리도 아픈데, 더는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진아는 팔을 뻗어 몸을 일으키더니 휘청거리며 밖으로 나갔다.그 모습을 본 지하는 긴 팔을 뻗어 진아를 끌어안았다. 결국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려 안았다.“부지하!”그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엉켜, 진아는 아프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이 사람,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진아는 참지 못하고 쏘아붙였다.“본인이 기분 안 좋다고 나까지 괴롭히는 거야? 이제는 벌이라도 주는 거야?”“벌?”지하는 이해 못 한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진아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검은 눈동자가 깊게 그녀를 꿰뚫었다.“내 기분 안 좋은 거 안다고 했지? 그럼 왜 내가 이렇게 불편한지는 알아?”“알지.”진아는 턱을 살짝 치켜들며 대꾸했다.“전 여자친구가 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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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8화

진아는 웃음을 거두고 지하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지금 표정 봐. 완전 화났네? 나 때리고 싶어?”진아는 지하의 손목을 확 잡아 자기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자, 때려봐!”지하는 팔을 움찔 접었다.아무리 화가 나도 여자를 때리는 짓 따윈 절대 하지 않는다.하지만 지금, 지하는 정말로 분노로 몸이 떨리고 있었다.“안 때려?”진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듯 말했다.“그럼 잘 기억해. 나 앞으로도 할 말은 할 거야.”“좋아, 아주 좋아.”지하의 얼굴빛은 푸르다 못해 서서히 하얗게 질렸다. “진성빈 때문에 이렇게까지 나한테 대드는 거야? 솔직히 말해. 아직도 진성빈 못 잊었지?”지하는 최근 진성빈이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아니면 진성빈이 다시 혼자가 됐다고 하니까 마음이 또 흔들린 거야? 그 사람한테 돌아가고 싶어서?”“뭐?”진아는 눈이 동그래졌다.‘성빈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그건 진짜 처음 듣는 얘기였다.시연이나 은범도 말해 준 적이 없었다.진아가 아무 말도 못 하자, 지하는 그걸 곧바로 ‘인정’으로 받아들였다.지하는 갑자기 진아의 어깨를 눌러 침대에 눕혀버렸다.“으...”진아는 아프다는 듯 얼굴을 찌푸리며 지하를 노려봤다.“뭐 하는 거야?”“진아!”지하의 거친 숨소리가 진아의 얼굴에 그대로 닿았다. 불길처럼 뜨거운 기운이 진아를 에워쌌다.“이제 그만해. 우리 이미 약혼했어. 곧 결혼이야. 넌 내 여자야. 평생 내 여자라고!”“읏...”진아가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지하의 입술이 내려왔다.거칠고, 숨 막히게, 마치 진아를 삼켜 버리겠다는 듯한 키스였다.처음엔 진아가 버둥거렸다. 그러나 지하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술기운과 피로가 뒤엉킨 몸은 금세 힘이 빠졌고, 진아는 그저 억눌린 채 낮게 울먹일 뿐이었다.“자기야...”지하는 진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그것은 경고 같기도, 간절한 기도 같기도 했다.“나 떠나지 마. 배신하지도 마. 안 돼. 절대 안 돼. 난 허락 못 해. 알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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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의사를 보내고 난 뒤, 지하는 침대로 돌아와 진아를 반쯤 안아 올렸다.“진아, 일어나. 약 먹어야 해.”열에 시달리던 진아는 온몸이 힘들어 짜증스럽게 지하를 밀쳐냈다.“시끄러워...”“힘들지?”지하는 끝까지 차분하게 진아를 달랬다.“약 먹으면 금방 나아질 거야.”진아는 한참 만에 겨우 눈을 떴다. 눈꺼풀이 무겁고 온몸이 욱신거렸다. 의사라는 본능으로, 스스로 상태가 어떤지 대충 알 수 있었다.‘심하진 않네... 그래도 컨디션은 엉망이야.’“응.”진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 품에 기대었다.지하는 조심스럽게 약을 입에 넣어주고, 다시 물을 조금씩 마시게 했다.“우리 자기 참 착해.”지하는 고개를 숙여 진아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이불을 곱게 덮어준 뒤, 다시 내려가 얼음주머니를 챙겨왔다.의사가 알려준 대로 이마와 겨드랑이 쪽 대동맥에 얼음팩을 대어주고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옆에 누웠다. 눈은 끝내 감지 못한 상태였다.다행히 땀이 나기 시작하자 진아의 호흡은 한결 안정되었다.지하는 손을 뻗어 진아의 이마를 닦았다.“으응...”진아는 여전히 눈은 감은 채, 힘없이 목덜미를 문질렀다. 땀 때문에 불편한 듯했다.“자기야, 잠깐만.”지하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 젖은 수건을 가져왔다. 부드럽게 진아의 얼굴과 목덜미, 팔을 닦아주자, 진아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휴... 이제 좀 괜찮아졌네.’지하는 긴장이 풀리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날이 밝아올 무렵, 진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화장실 좀...”진아가 몸을 움직이자, 지하는 바로 눈을 떴다.“일어났어? 좀 어때? 괜찮아?”열이 내린 덕분에 진아는 확실히 개운했다.“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불을 젖히려 했다.“일어나려는 거야?”지하는 재빨리 손으로 눌러 막았다.“필요한 거 있으면 말만 해. 내가 다 해줄게.”진아는 그를 힐끔 보며 피식 웃었다.“화장실은... 당신이 대신 못 가잖아.”지하는 잠시 멈칫하다가 결국 어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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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0화

지하는 진아의 손을 잡았다.“둘이 평생 같이 사는데, 어떻게 안 싸울 수가 있어? 이랑 혀도 부딪히는데, 우리라고 안 그러겠어?”그는 진아의 얼굴빛을 살피며, 점점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어제는 내가 잘못했어. 괜히 열 올리고, 질투 나서... 진성빈 보니까 그만... 제어가 안 됐어.”성빈은 진아가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그걸 생각하면 지하가 아무렇지 않다는 게 더 이상할 터였다.‘하... 부지하가 성빈이를 질투한다고?’진아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피식 웃었다.정작 진아에 대해서는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던가?전형적인, 자기는 돼도 남은 안 된다는 이중잣대였다.진아는 한발 물러서며 말했다.“나, 집에 가서 며칠 지내고 싶어.”잠시라도 지하와 거리를 두고 싶었다.“그래.”“정말... 허락하는 거야?”진아의 얼굴에 희미한 기쁨이 스쳤다.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근데, 지금은 안 돼.”“뭐라고?”진아는 눈을 크게 떴다.“허락했었잖아. 내가 원할 때 언제든 갈 수 있다고!”“맞아, 그렇게 말했었지.”지하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지금은 아프잖아. 이 꼴로 집에 가면 부모님 걱정만 하시지 않겠어?”순간, 진아는 말을 잃었다.“며칠만 기다려. 몸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데려다줄게.”지하는 진아 앞에 죽 그릇을 내려놓았다.“죽 식었어. 이제 먹어도 돼.”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방 쪽으로 걸어갔다.“옷 챙기고, 물 받아 놓을게. 죽 다 먹고 나서 목욕해.”진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따뜻한 김이 얼굴을 스치며 눈가가 뜨겁게 젖어 들었다.항상 그랬다. 싸움 끝마다, 지하는 더 다정해졌다.외모 출중하고, 돈 많고, 능력까지 있는 남자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챙겨주는데...딱히 흠잡을 데 없는 남자였다.하지만...‘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글쎄.’진아는 눈물이 쏟아질 만큼 슬픈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기쁜 것도 아니었다....고상훈의 두 번째 치료가 끝났다.예정대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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