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에다 마음이 복잡해서, 시연은 밤새 뒤척였다.겨우 새벽 무렵에야 잠이 쏟아졌지만, 부명주의 목소리가 들렸다.“시연아, 일어나.”시연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떴고, 머리가 지끈거렸다.“속 안 좋아?”부명주가 시연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이마를 짚었다.“조금만 버텨. 아침 먹고 점심쯤에 잠깐 자면, 밤에는 좀 나아질 거야.”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부명주는 시연을 일으켜 세웠다.마치 어린아이를 돌보듯, 세수도, 머리 손질도 다 챙겨줬다.시연은 괜히 쑥스러워서 말했다.“저 혼자 할게요.”“괜찮아. 넌 양치만 해.”부명주는 손사래를 치며, 시연이 양치하는 사이에 빗을 들어 머리를 다듬어줬다.짧은 단발을 매만지다 말없이 웃었다.“어릴 땐 긴 머리 되게 좋아했는데, 이젠 안 그래?”‘이걸 뭐라고 말하지... 유건 씨가...’시연은 잠깐 망설이다가, 그냥 웃으며 말했다.“너무 바빠서요. 단발이 관리하기 편하잖아요.”“그렇지.”부명주는 흐뭇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시연, 이제 훌륭한 의사가 됐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머리맡을 가리켰다.“갈아입을 옷 챙겨놨어. 이따 내려와.”“네.”부명주가 나간 뒤, 시연은 옷을 갈아입으며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유건 씨가 무사히 돌아오면... 다시 머리 길러야지.’...계단을 내려가니 다이닝룸에는 부명주 혼자였다.“시연, 와서 앉아.”그녀가 손짓하며 말했다.“케빈은 수영하러 갔고, 레오는 제임스 경무관 만나러 갔어.”‘경무관’이라는 말에 힘을 실었다.시연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부명주는 조용히 그녀의 손을 잡았다.“그래, 네 생각대로야. 경찰도 찾고 있어. 우리보다 먼저 찾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두 방향으로 준비해야지. 그렇지?”“네, 맞아요.”시연은 고개를 숙였다.‘다행이야. 여기에 레오가 있어서...’‘나 혼자였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거야.’‘이 낯선 나라에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었겠어.’‘그냥... 괜히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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