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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531 - Chapter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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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1화

진아는 훌쩍거리며 말했다.“나 집에 말 안 한 거... 오빠가 이럴까 봐 그랬어... 나 더는 부지하랑 못 살아. 부지하랑은 진짜 아무런 인연도 맺기 싫어. 오빠, 제발 부지하한테 찾아가지 마...”솔직히 태권은 그게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도대체 왜 부지하를 그냥 놔둬야 해? 부씨 가문이 돈 있고 힘 있어서? 말이 돼?’“태권 오빠.”옆에서 계속 조용히 듣고만 있던 시연이 조심스레 끼어들었다.“진아 이제 어린애 아니야. 진아가 결정한 데는 이유가 있고,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야. 우리는 진아 가족이니까, 그냥 진아 편만 들어주면 돼.”“시연...”태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어떻게든 돕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다.태권이 알게 된 건 너무 늦었다.진아는 이미 이혼했고, 부부 관계도 끊어졌다.이제 와서 태권이 찾아가서 따지고 들면... 오히려 임씨 집안이 어른스럽지 못한 집안처럼 보일 뿐이었다.“태권 오빠, 그래도... 말해야 할 게 하나 있...”“시연!”시연이 말을 꺼내자마자, 진아가 잔뜩 긴장해서 고개를 저었다.“진아야.”하지만 시연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일, 결국에는 집에서도 알게 될 일이야. 태권 오빠한테라도 먼저 말해. 그래야 오빠도 마음의 준비를 하지. 나중에 집안이 괜히 크게 흔들리면 곤란하잖아.” “뭔데?”둘의 대화를 들으며 태권은 미간을 찡그렸다.‘뭔가... 되게 안 좋은 일 같은데?’‘설마, 이혼보다 더 큰 일이 있어?’“태권 오빠, 사실은...”이번에는 진아도 막지 않았다.시연의 말이 맞다는 걸, 진아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렇게 시연은 진아에게 벌어진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다 듣고 난 태권은 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 쥐고, 손가락을 머리카락 사이에 파묻으며 괴로움과 자책을 동시에 드러냈다.“진아... 오빠가 너한테 미안하다.”“오빠...”진아는 눈가가 금세 붉어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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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2화

그렇지만, 가장 불쌍한 건 결국 진아이기도 했다.진아의 인생은 아직 스물다섯 해도 채우지 못했다.설마, 올해로 끝나버리는 건 아니겠지?‘아니, 절대 그럴 리 없어!’‘내 동생은 두 번째 스물다섯 해도, 세 번째도, 네 번째도 보낼 수 있을 거야!’태권은 속으로 그렇게 굳게 다짐했다....며칠 뒤, 어떤 프로젝트 준공 기념행사에서 지하는 다시 태권과 마주쳤다.이번에는 태권이 지하에게 주먹을 날리거나 하지는 않았다.태권은 예의 바르고 깔끔하게 행동했다.지하를 대하는 태도는 그저 사업장에서 만나는 수많은 협력자 중 한 명인 듯했다. 아주 분명히 예의를 지키는 정도였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거리감이 생겨 있었다.특히 태권의 눈빛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칼날처럼 차갑게 느껴졌다.태권의 그 억눌린 분노와 원망은 티를 내지 않으면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지하는 남이 아니었다.유건도 겨우 어렴풋이 알아챌 만큼은 되었다.“지하야, 임 대표... 눈치챘지?”“응.”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너도 눈치챘어?”“내가 바보냐?”유건이 비웃듯 코웃음 쳤다.“사람을 칼로 베고 싶은 눈빛은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아. 임 대표는 그래도 남자답네. 그리고, 네가 임 대표 여동생한테 잘못했는데, 임 대표가 너한테 친절하게 대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냐?” “아니...”지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반박했다.“내가 진아한테 대체 뭘 잘못했다고 그래?”‘인정 안 해?’유건이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지하의 어깨를 툭툭 쳤다.“그 고집 좀 그만 부려. 애초에 오설아 일에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이 지경까진 안 왔어. 하나만 묻자. 후회는 안 하냐?”‘후회...?’지하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진아가... 우리 애를 지웠어.”‘와, 진짜 세게 갔네.’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진아 씨가 그렇게까지 할 정도면, 네가 오설아 편을 든 게 얼마나 상처였는지 알만하지. 이제 좋겠다. 너희도 이혼했으니까, 마음 편하게 오설아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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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3화

지하가 문을 열자, 오설아가 싱긋 웃으며 서 있었다.“지하.”“설아... 너였어?”지하는 뒤돌아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바로 부엌으로 향했다.어젯밤 숙취 때문인지 목이 바짝 말랐다. 물을 따라 마시면서 설아에게 물었다.“너도 물 마실래?”“아니.”설아는 고개를 저으며 거실 쪽을 흘깃 봤다.소파 위에는 지하의 겉옷이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테이블이며 카펫 위에는 빈 술병들이 흐트러진 채 널려 있었다.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가방을 내려놓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조용히 치우기 시작했다.“설아? 콜록, 콜록...”지하는 물을 마시다 놀라서는 기침했다.간신히 숨을 고르고는 급히 손을 내저었다.“하지 마. 그냥 둬. 이따가 가사도우미 올 거야.”“괜찮아.”설아가 부드럽게 웃었다.“그냥 하는 거야. 금방 끝나.”설아는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물었다.“원래 가사도우미 있었잖아? 왜, 그만뒀어?”“아니.”지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내가 필요 없어서 그만둔 거야. 원래 가사도우미는 진아 챙기려고 둔 사람이었으니까.”그 말을 하자, 지하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진아가 있을 때는... 이 집이 얼마나 따뜻했더라?’ ‘매일 문 열면, 진아가 집 안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는데...’‘진아 없는 집은... 그냥 모델하우스 같아. 차갑고, 텅 비었으니까.’설아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쓰레기봉투를 묶었다.“그만해.”지하가 단호히 손짓했다. “너, 무슨 일 있어서 나 보러 온 거 아니야?” 설아는 순간 멈칫했다. 약간 민망한 표정이었다.“기억 안 나? 오늘 나랑 작업실 보러 가기로 했잖아.”“아...”지하는 몇 초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마를 두드렸다.“맞다!”정말 그런 약속이 있었다.어젯밤 너무 많이 마시는 바람에 깡그리 잊어버린 것이다.“잠깐만. 나 준비 좀 하고 내려올게.”“응, 괜찮아. 천천히 해.”설아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지하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얼마 안 되어 씻고 옷도 깔끔하게 갖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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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4화

“왜 나한테 물어?”설아가 웃음을 터뜨렸다.“고마운 마음에 내가 사는 거잖아. 당연히 네가 먹고 싶은 걸로 골라야지.” “그래.”지하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위층에 스테이크 집 괜찮은 데 있어. 거기 가볼래?”“좋아.”“가자.”두 사람은 가볍게 떠들며 위층 스테이크 집으로 향했다.그런데 예상외로 스테이크 집 자리가 꽉 차 있었다.예약한 게 아니라면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에 사람들이 꽤 줄을 서 있었다.물론 지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여기 잠깐 있어. 스테이크 집 매니저 좀 불러올게.”“응, 그래.”지하는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복도 한쪽에는 대기 손님용 긴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지하는 그쪽을 보지도 않고 안으로 걸어갔다.“저기요!”누군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지하도 처음엔 자신을 부르는 줄 몰랐다.단지, 그 목소리가 익숙한 느낌이라 무심결에 뒤를 돌아본 것뿐이었다.비록 이혼했지만, 그래도 반년 넘게 같은 침대에서 살았던 사람.그리고 지하가 오랫동안 마음속으로 갈망해 왔던 여자.그 목소리를 못 알아 들을 리가 없었다.진아였다.지하는 순간 미묘하게 굳어졌다.뒤를 돌아보니, 진아가 손에 작은 키홀더를 든 채 환하게 웃고 있었다. “키홀더 떨어뜨렸어요.”‘뭐야?’지하는 얼이 빠졌다.‘지금 뭐 하는 거야?’“저기요.”지하가 멍하니 서 있으니, 진아는 키홀더를 다시 살짝 앞으로 밀었다.“저기요? 제 말 들리세요?”‘들리냐고? 아주 똑똑하게 들리지!’‘임진아, 이혼했다고 나를 모르는 사람 취급하는 거야?’‘그리고, ‘저기요’? ‘부지하’라고 부르는 게, 그렇게 싫은 건가?’“어?”진아가 이상함을 느낀 듯 키홀더를 내려다보더니 말했다.“이거... 당신 거 아니에요?”“아, 저기요!”갑자기 어떤 젊은 남자가 후다닥 뛰어왔다.점퍼를 입은 평범한 남자였다.“제 거예요! 그 키홀더 제 거예요!”진아는 그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만, 바로 건네주진 않았다.“그럼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말씀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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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5화

성빈은 진아의 손을 살며시 감싸 쥐고, 말없이 안정시키듯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였다.그리고 지하를 향해 차분히 말했다.“부 대표님, 더 볼 일 없으시면... 우리 먼저 갈게요.”“진아야, 가자.”“응.”진아는 성빈의 팔짱을 끼고 안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우리 먼저 들어가도 돼? 시연이가 길 못 찾으면 어떡해?”“괜찮아. 시연이가 못 찾으면 내가 다시 나갈게.”“응... 알겠어.”두 사람의 뒷모습이 멀어질 때까지, 지하는 그 자리에서 한 발도 못 움직였다. 가슴 끝에서 시작된 통증이 온몸으로 퍼져 나오듯 치밀어오르고, 숨을 쉬는 것조차 불편할 만큼 속이 뒤틀렸다.발끝이 저절로 앞으로 향했다.의식하기도 전에, 지하는 진아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지하.”뒤에서 설아가 한발 늦게 따라오며 지하의 손목을 붙잡았다.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너 왜 그래? 매니저 찾았어? 우리 이제 들어가도 돼?”지하는 멍한 상태로 설아의 입술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봤다.하지만 한 글자도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설아의 얼굴조차 지금은 낯선 사람의 얼굴처럼 느껴졌다.지하는 다시 한번 진아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봤다.그리고 그 순간, 비로소 현실이 뼛속까지 박혀왔다.‘진짜로 이혼한 거구나.’‘진짜로... 진아의 삶에서 내가 완전히 사라진 거구나.’...룸 안에서.“나 왔어!”시연은 성빈이 데리러 나갈 필요도 없이, 혼자서 예약한 룸을 찾아 들어왔다.오늘 조이를 데리고 예방접종을 다녀오느라 성빈과 진아보다 늦게 도착한 것이다.막 들어오자마자, 시연은 진아의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곧바로 눈치챘다.“왜 그래? 나한테 삐졌어?”“아니...”성빈이 대신 대답했다.“아까 밖에서 부지하를 만났는데,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뭐라고 따지더라? 진아가 모르는 척한다나 뭐라나.”그리고 성빈은 헛웃음을 흘렸다.“웃기지 않아? 부지하, 자기가 진아한테 한 짓은 생각도 안 하고, 진아가 자기를 친구처럼 대해주길 바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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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6화

유건은 슬쩍 지하를 훑어보더니,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저 꼴 좀 보라지... 대체 어떤 마음으로 이혼한 거지?’“나도 몰라.”유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날 내가 좀 아파서 병원 갔는데, 민환이가 진아 씨랑 시연이가 같이 있는 걸 봤다더라. 시연이 손에 약 봉투가 있었대. 시연이 말로는 진아 씨가 몸이 안 좋다고 했다던데?”구체적으로는 묻지 않았다.그때는 그냥 ‘아픈가 보다’하고 넘겼다.하지만 지금 지하의 몰골을 보니, 유건은 괜히 ‘더 물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유건의 말이 끝나자마자, 지하는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해졌다.가만히 앉아 있지도 못하고 자꾸 몸을 움직였다.지하는 문득 설아가 떠올랐다.설아가 얼마 전 임신중절수술 후유증으로 회복이 늦어 고생했던 모습.‘설마... 진아도?’‘임신중절수술하고 나서 회복 못 하면... 여자한테는 진짜 큰일인데.’유건이 묘하게 웃으며 물었다.“걱정돼?”“누가? 내가?”지하는 입꼬리를 비틀며 오히려 비웃듯 말했다.“내가 누굴 걱정해? 임진아? 웃기지 마. 그 여자는 내 전처야. 나랑 끝난 사람을 왜 걱정해? 미쳤냐?”“그래.”유건은 더 말하지 않았다.말해봤자, 지하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결국 지하는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일찍 빠져나갔다.“아, 맞다.”유건은 지하가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말해줬다.“진아 씨, 지금 시연 집에 있어.”“임진아 찾으러 가는 거 아니거든?!”말은 그렇게 했지만, 지하의 차는 이미 시연의 집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시연의 집 앞.지하는 골목 입구에 차를 세웠다.너무 가까이 가면 들킬까 봐 두려웠다.하지만 이 자리에서는 시연의 집 대문이 정확히 보였다.핸드폰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또 들었다가 내려놓고...이걸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결국, 지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진아의 번호를 눌렀다.연결음이 울리는 동안, 심장은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듯 뛰었다.‘진아가 안 받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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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7화

[우리 이미 이혼했어. 이제 아무 관계도 아니고... 당신은 나한테 어떤 책임도 없어.]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진아의 목소리는 너무 차분했고, 어딘가 체념한 기운까지 묻어 있었다.[걱정해 줘서 고맙고, 이렇게 전화까지 해줘서 고마워. 근데... 앞으로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 나 잘 지내.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어. 나... 알아서 잘 챙길 수 있어.][그럼 이만 말할게. 나 끊는다.]그 말을 남기고 나서, 진아는 아주 잠깐 멈칫했다.마치 지하가 혹시 더 할 말이 있는지 기다리는 듯한, 아주 짧고도 아릿한 정적.하지만 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 끝에서 진아는 통화를 끊었다.지하는 핸드폰을 꽉 쥐었다.입안이 씁쓸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마지막 그 순간에도 진아를 붙잡을 이유 한마디 제대로 떠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하의 심장을 조용히 짓이겼다. “하... 하하.”지하는 건조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시연의 집 대문을 멍하니 바라봤다.‘진아와 오설아... 정말 한 끗도 안 닮았네.’‘진아는... 이제 내 전화도 받고 싶지 않은 거고...’‘우리... 정말 끝난 거구나. 그것도 완전히.’...시연의 집.시연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는 성빈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조금 전, 시연은 이미 성빈에게 진아의 상태를 전부 이야기해 줬다.이건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진아 가족에게는 시간을 두어야 했지만, 성빈에게는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병원 일정도 이미 잡혀 있었다.이틀 뒤, 진아는 한동안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성빈은 시간이 날 때마다 시연의 집에 들렀다.그래서 진아의 가족에겐 어떻게든 숨길 수 있었지만, 성빈에겐 불가능했다. 갑작스레 모든 걸 알게 된 성빈은 그 충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그저 앉은 채로 멍해져 있었다.‘이게... 현실이라고?’성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때, 전화를 끊고 온 진아가 방으로 들어왔다.시연은 성빈에게 눈짓을 보냈다.“너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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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8화

마지막으로, 그게 바로 성빈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었다.진아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까 봐, 그리고 자신에게도 시간이 없을까 봐...그 생각만 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무력해졌다.“됐어, 그만.”진아는 성빈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어 보였다.그리고 시연을 향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텐 너희가 있잖아. 너희는 혈육과 같은 가족이야. 히히, 너희가 있으니까 난 버틸 수 있어. 아니, 무조건 버틸 거야!”...시연의 집 앞.그곳에는 여전히 지하가 차 안에 앉아 있었다.떠나지도 못하고, 다가가지도 못한 채.지하 본인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그냥... 잡히지 않는 어떤 집착 같은 걸로 버티는 중이었다.그때, 문이 열리며 성빈이 나왔다.지하는 눈빛이 움찔거렸다.‘진성빈... 요즘 진아랑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둘이... 혹시 사귀는 건 아니겠지?’성빈은 차 문을 닫고 출발하려다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리고 정확히 지하 쪽을 바라봤다.그 시선에 지하는 미간을 좁혔다.‘봤네. 씨...’정말로 본 게 맞았다.성빈은 차 키를 집어넣고, 지하의 차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지하는 헛웃음을 흘렸다.재수 없게 느껴지는 기분.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지하는 천천히, 무심한 듯 창문을 내렸다.“뭔데?”성빈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평소와 다르게 말투도 날카로웠다.“부 대표님, 내리시죠.”지하는 코웃음을 쳤다.‘뭐야, 시비 걸러 온 거야?’‘오케이. 나도 마침 네 꼴 보기 싫었어.’문을 열고 내린 지하는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말했다.“왜?”성빈의 눈빛이 지하에게 박혔다.마치 못 박듯, 단단하게.“부 대표님이 여기는 왜 오셨어요?”“쳇.”지하는 피식 비웃었다.“진 대표랑 상관있어? 내가 당신한테 보고해야 해?”“부 대표님.”성빈은 더는 입씨름할 생각도 없다는 듯 목소리가 낮게 갈라졌다.“진아한테 가까이 가지 마세요. 부 대표님이랑 진아는 이미 이혼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시연네 집 앞까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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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9화

‘왜 웃는 건데?’성빈의 그 웃음은 지하 눈에는 대놓고 자랑질처럼 보였다.시연의 집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사람이라는, 그 특권을 보여주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렇다. 지하는 질투했다.‘대체 왜? 왜 진아는 진성빈한테 기회를 주고, 용서해 준 걸까? 게다가 웃어주기까지...’‘왜 나에게만 그렇게 차갑게 절연하듯 등을 돌리는 건데?’“그만 웃어.”지하는 성빈의 얼굴을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부 대표님.”성빈은 웃음을 거두고, 칼처럼 차가운 눈으로 지하를 바라봤다.“부 대표님은 오해하고 계세요. 저, 부 대표님이 진아랑 만나는 거... 하나도 안 무서워요. 정말로요.”그러고는 눈을 가늘게 뜬 채, 대놓고 말했다.“맞아요. 저... 진아 좋아해요.”순간, 지하의 눈빛에서 살기가 번쩍 떴다.‘역시. 이 자식, 노렸었네.’“근데요...”성빈은 갑자기 지하에게 관심을 잃은 사람처럼 고개를 돌렸다. “부 대표님은... 위협이 안 돼요. 진짜로...”그 말끝에 성빈은 비웃듯 고개를 저었다.지하의 존재 자체를 평가절하하듯이.그리고 그대로 돌아섰다.‘뭐야, 저게 무슨 뜻이야?’지하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경고하려고 온 건 아닌데... 뭔가 이상해.’‘뭐가 이상한데... 어딘가 이상한데...‘씨... 감이 안 와.’지하는 아무리 생각해도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이틀 뒤 아침.이른 아침, 지씨 집 초인종이 울렸다.놀랄 것도 없이 성빈이었다.시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왔어? 회사 일 정리는 다 했어?”“응.”성빈은 긴장된 얼굴로 들어왔다.“진아는?”시연이 2층을 가리켰다.“방금 일어났어. 씻고 옷 갈아입는 중. 아침은 먹었어? 천천히 가도 돼. 병원에서 다 처리해 놓았대. 지금 가면 바로 입원할 수 있고, 검사도 준비돼 있어.”“응...”성빈은 대답하면서도 얼굴에 불안이 가득했다.“성빈아.”시연은 힘들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최선을 다해서 도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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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0화

솔직히 말해서, 남자 둘이 뛰어다니며 이것저것 맡아주니 정말 훨씬 수월했다.아니었으면 시연 혼자서 줄도 서고, 진아도 챙기고, 병원 동선도 보고...여러모로 손이 모자라 고생했을 것이다.점심도 되기 전, 모든 검사가 끝났다.“아, 배고파.”진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아침부터 검사 때문에 물 한 모금 못 먹었는데, 병원 환자식 생각하니 벌써 걱정이 됐다.“오늘 병원 밥 뭐야?”“걱정하지 마.”시연은 진아를 침대에 눕히며 말했다.“너는 병원 밥 안 먹어도 돼. 성빈이가 집에 가서 음식 가져오는 중이야. 요리사가 아침에 다 준비해 놨어.”“어?”진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그래서 그랬구나. 검사 끝났는데 성빈이가 갑자기 없어져서 회사 일 때문에 급히 간 줄 알았지.”“마지막 검사 들어가기 전에, 시간 봐서 내가 먼저 보내놨어.”시연은 진아가 어지럽거나 긴장하진 않는지 계속 살피며 말했다.사실 그때 태권도 있었다.원래 태권이 다녀오려고 했는데, 성빈이 먼저 나서며 일을 낚아챘다.태권은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성빈이, 사람 괜찮네. 역시 너랑 오래 봐온 친구답다.”그러고는 불쑥 다른 생각을 떠올린 듯 진아를 향해 물었다.“근데 너네, 그렇게 오랜 친구였으면... 왜 더 발전하지 않았냐?”“뭐?!”진아는 깜짝 놀라 시연을 힐끔 보며 민망하게 웃었다.“오빠, 무슨 소리야? 친구는 그냥 친구지, 성빈은 나한테... 시연이랑 똑같아!”진아는 시연에게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여 신호를 보냈다.시연은 바로 받아서 거들었다.“맞아, 태권 오빠. 오해하지 마.”“그렇지!”진아는 진짜 급해졌다.“오빠, 성빈이 앞에서 절대 그런 말 하면 안 돼. 잘 지내는 친구끼리 괜히 어색해지고, 나중엔 친구도 못 한다고!”“알았어, 알았어.”태권은 피식 웃으며 진아 머리를 쓰다듬었다.“참, 그렇게까지 급할 일인가? 내가 그래도 눈치는 있지.”게다가 오늘 같은 날은 그런 얘기를 꺼낼 분위기가 아니었다.지금은 무조건 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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