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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551 - Chapter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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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1화

진아가 부모님 댁에 돌아가자, 시연은 도경미와 조이를 지씨 저택에 보내려 했다.떠나기 전, 시연은 조이에게 진아와 임병지 부부와 인사하라고 했다. 말을 잘 듣는 아이였던 조이는 사람들을 한 명씩 꼭 안아주더니, 마지막에 진아의 품으로 쏙 안겼다.“이모, 아픈 거예요?”아이들은 아주 민감하다. 누구도 말해준 적이 없지만, 조이도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맞아.”진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을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이모, 무서워하지 마세요.”조이는 고개를 들고 맑은 눈으로 말했다.“아빠가 이번 주말에 저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 산에 절이 있는데, 이모를 위해서 평안 부적이라는 걸 받아올게요.”“그러면 아프지 않고, 건강해질 거예요!” 아이의 서툰 말투였지만, 어른들은 모두 코끝이 시큰해졌다.“그래, 부탁할게.”진아는 감동이 북받쳐 올라 품에 안긴 아이를 꼭 안았다.원래라면, 그녀도 조이 같은 아이를 가질 수 있었지만...‘하지만 이제는...’...진아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시연은 매일 같이 임씨 가문에 들렸다.점점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얼마 전, 양석현은 시연에게 연락해 복직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시연은 아직 고민 중이었다.진아가 곧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면, 조금 더 기다리고 싶었다.하지만, 또 다른 일이 터지고 말았다. W시 쪽에서 시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전화를 건 사람은 최예민이었다.그녀는 우주와 함께 W시로 갔던 간병인이며, 지금까지도 우주의 일상을 돌봐주고 있는 사람이었다.시연과 최예민은 꾸준히 연락해 왔고, 시연이 외국에 머물던 몇 년 동안도 연락이 끊긴 적이 없었다.하지만, 정기적인 통화 외에 최예민이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핸드폰 화면에 뜬 최예민의 이름을 본 순간, 시연은 가슴 한쪽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금은 최예민이 전화를 걸어올 만한 시간이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여보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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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2화

딸을 돌보는 건 아버지의 당연한 책임이었다.그래서 유건은 바로 알겠다고 했지만, 마음속에는 의문이 일었다.‘시연이가 무슨 일로 G시를 떠나야 한다는 거지?’‘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물어보고 싶었지만, 말이 입술 끝에서 멈췄다.‘지금의 우리 관계를 생각하면, 괜히 넘겨짚는 말이 될지도 몰라.’ ‘아마... 노은범이 같이 가겠지?’[알았어, 그렇게 해.]“고마워요.”시연이 말했다. 전화를 끊고도 유건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그때, 주지한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형님, HUA테크 쪽 분들이 오셨습니다.”“그래.”GP그룹과 HUA테크는 예전부터 협력 관계였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유건은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HUA테크에서 온 사람이 은범이라는 걸 알아차렸다.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시연에게 일이 있다면, 은범이 당연히 그녀의 곁에 있을 줄 알았다.‘적어도, 배웅이라도 했어야 하지 않나?’‘아니면... 시연이가 아직 출발 안 한 건가?’‘그럼 언제 떠나는 거지? 오늘 밤?’“고 대표님.”“노 사장님.”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유건은 마음속 의문들을 눌러 담은 채 업무 이야기를 차분히 마무리했다.회의가 끝난 뒤, 그는 마치 방금 떠오른 듯 자연스러운 톤으로 말했다.“그나저나, 노 사장님...”“네?”은범이 걸음을 멈추고, 미소를 띤 얼굴로 유건을 바라봤다.유건은 손을 내밀었다.“노 사장님, 결혼 소식 들었는데 축하도 못 드렸네요. 오늘 이렇게 뵌 김에...”“아...”당황한 은범은 손을 잡지 않았고, 오히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 대표님, 그렇게 말씀하시는 거 보니... 혹시 아직 모르시는 건가요?”“네?”유건은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뭘 알아야 하죠?”은범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시연이가... 말 안 하던가요? 찾아가지도 않았고요?”“무슨 얘기입니까?”유건은 더더욱 이해되지 않았다.“그러니까...”은범은 돌려 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저랑 시연이... 결혼은 없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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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3화

전화를 끊자마자, 유건은 바로 차를 몰아 기차역으로 향했다.가는 길이 꽤 막혀 있었고, 유건의 가슴은 당장이라도 불이 붙을 듯 타들어 갔다.‘제발, 제발 제때 도착해라...’숨가쁘게 달려 기차역에 도착했지만, 차를 제대로 세울 새도 없었다.유건은 차 문을 열며 동시에 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한동안 그녀는 전화받지 않았다.“시연, 받아... 제발 받아라.”유건은 초조한 듯 중얼거렸다. 1분 1초가 더디게 느껴졌다. 통화가 끊어지려는 순간, 겨우 연결되었다.[여보세요?]시연의 목소리였다.“시연!”유건은 반가움에 숨이 조금 가빠졌다.“지금 어디야? 잠깐만... 잠깐만 밖으로 나올 수 있어?”[네?]시연은 순간 멍해졌다.‘잠깐 나오라고?’기차역 밖으로 나오라는 뜻인가 싶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 이미 기차 탔어요. 출발했고요.”해명시로 가는 기차는 이미 출발한 뒤였다.‘이럴 수가!’유건은 순간 몸이 굳었다.“이미 출발했어?”[네.]시연은 머릿속은 온통 물음표였다.[유건 씨, 지금 어디예요? 말하는 거 보니까... 혹시 기차역이에요?]남자의 숨결에는 분명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무슨 일이에요? 전화로는 말 못 할 일이에요?]유건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이 말은... 전화로 할 게 아니야. 반드시, 직접 얼굴 보고 말해야 해.’“아무 일도 아니야. 해명시에서 보자! 시연, 기다려!”그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여보세요? 유건 씨?]시연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멍해졌다.‘도대체 뭐야... 전화로는 못 할 말이 뭐냐고...’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핸드폰을 넣고 자리에 앉았다.‘해명시에서 보자고 했으니, 그때 되면 알게 되겠지.’ G시에서 해명시까지는 기차로 30분 남짓이었다.전화를 끊은 유건은 곧장 차에 올라타, 그대로 방향을 틀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시연을 만나야 해.’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불쑥 찾아왔다.고속도로에 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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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4화

교통경찰의 동행 덕분에, 유건은 무사히 공항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지상직 직원이 말했다.“W시행 항공편은 방금 이륙했습니다.”‘이륙했다고?’유건은 폭발 직전이었다.‘죽어라 달려왔는데, 그래도 못 만난다고?’‘시연 얼굴 한 번 보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냐고...!’점심부터 지금까지, 도대체 뭐가 이렇게 꼬이는 건지.매번 한 끗 차이로 어긋나고, 한 발짝만 늦는다.‘하늘이 날 가지고 노는 건가?’정말로 장난하는 거냐고 묻고 싶을 정도였다.시연과 만나게 해주고, 사랑까지 하게 해놓고...마지막 한 걸음은 왜 그리도 허락하지 않는 건지.‘이런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아?’‘절대 아니지.’‘하늘이 허락하지 않아도, 나는 꼭 쟁취할 거야!’잠시 후, 주지한이 차를 몰고 해명시까지 와 유건을 태웠다.“지한.”유건은 군더더기 없이 말했다.“바로 W시행 비행기 예약해. 최대한 빠른 걸로.”“네, 형님.”유건은 좌석에 몸을 기대고, 핸드폰을 보조배터리에 연결해 전원을 켰다.그 순간 시연에게서 온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W시에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요.]평범한 한 문장이었지만, 그의 눈가가 금세 뜨겁게 젖었다.‘시연... 기다려. 지금 바로 너한테 갈게.’이 모든 걸, 시연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열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시연은 무사히 W시에 도착했다.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를 잡아 최예민이 보낸 주소로 향했다.그곳은 우주가 있는 병원이었다. ...병원.병실은 조용했고, 곧 최예민이 문을 열어 맞이했다.“오셨어요?”최예민은 시연의 캐리어를 받으며 안으로 안내했다.“피곤하시죠?”시간을 계산해 보면, 전화받자마자 비행기부터 알아보고 바로 달려온 셈이었다.정말 고된 여정이었다.“고생하셨어요. 잠깐이라도 쉬세요.”“괜찮아요.”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선생님이 더 고생하셨어요. 여태 우주를 잘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전 우주부터 만나볼게요.” “별말씀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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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5화

시연은 메시지를 열어보았다.[시연, 나 곧 보안 검색 들어가. W시로 갈게. 기다려.]문장을 읽는 순간, 시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W시로 온다고? 도대체 무슨 일일까...’그는 꼭 얼굴을 봐야만 하는 듯했다.이유도 없이, 시연의 심장이 자꾸 빨라졌다.하지만 깊이 생각하는 건... 겁이 났다.‘생각하지 말자. 내일이면 도착할 텐데... 직접 묻자.’수술을 막 끝낸 우주는 여전히 기운이 약했다.시연은 그동안 멀리서 공부하는 동생을 보러 올 기회가 많지 않았다. 특히 두 사람의 진짜 관계를 알고 난 뒤로는, 우주를 향한 시연의 애틋함이 예전보다 훨씬 깊어졌다. 시연은 우주 곁을 지키며 세심하게 돌봤다.최예민조차 감탄할 정도였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세요. 보통 누나들도 이렇게까지는 못 해요.” 시연은 은근히 웃으며 말했다.“그 사람들이랑 저는 달라요. 우주는 제가 키웠잖아요.”사실상 그녀가 직접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최예민이 교대하러 오며 말했다.“사모님은 좀 들어가서 쉬세요. 간병이란 거, 체력이 떨어지면 더 힘든 법이거든요.”우주도 누나가 너무 지치는 걸 바라지 않았다.“누나... 쉬어.”“알았어.”사실 시연도 많이 지쳤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단 한숨도 제대로 못 잤다.우주가 안정된 걸 확인하니, 이제야 비로소 안심됐다.“그럼... 우주야, 누나는 잠깐 들어가서 쉴게.”시연은 우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누나 좀 자고, 내일 다시 올게.”“응, 누나 잘 가.”병원을 나선 시연은 우주가 W시에서 머무는 집으로 돌아갔다.이 집은 예전에 지동성이 살아 있을 때 직접 골라준 곳이었다.그때의 지동성이 우주가 자신의 친아들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지 아닌지는, 시연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쯤은... 하늘에서 다 알고 있을 터.죽음을 앞두고서도 우주를 위해 하나하나 준비해줬으니...그도 분명 마음이 놓였을 것이다.시연의 몸에는 지동성의 피가 흐르지 않지만, 그녀 역시 우주와 똑같이 그의 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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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6화

“시연아.”유건은 혹시 그녀가 자고 있어 못 듣는 건 아닐까 싶어 조금 세게 문을 두드렸다.“나야, 고유건! 문 좀 열어줘.”노크 소리가 제법 커서, 놀란 옆집 주민이 문을 열었다. “누구세요?”이웃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저기요, 너무 시끄럽잖아요. 계속 그러면 신고할 거예요.”“아, 죄송합니다.”예의 바르게 사과한 유건은 다시 최예민에게 전화를 걸었다.집에 유선전화가 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아...]최예민이 민망해하며 말했다.[제가 깜박했네요. 사모님, 장 보러 가셨어요. 제가 닭 한 마리 사달라고 부탁했거든요. 죄송해요.]유건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이렇게 중요한 걸... 잊어버릴 수가 있나?’“됐어요.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요.”아파트를 나선 유건은 곧장 장터로 향했다.시장에 도착한 그는 실소를 머금었다.눈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북적이는 시장...‘여기서 시연이를 어떻게 찾아?’유건은 관자놀이를 문질렀다.‘그래도 찾아야지. 포기할 수 없지.’시연이 닭을 사러 왔다 했으니, 그는 곧장 닭 파는 곳들만 훑기 시작했다.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인파 사이로, 멀리서 시연의 모습이 보였다.그 순간, 유건의 심장이 크게 떨렸다.오랜만에 느껴보는 심장 박동.마치 수많은 사람 속에서 첫사랑 소녀를 처음 발견한 소년이 된 느낌이었다.“시연!”유건은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시연! 여기!”하지만 시장은 너무 시끄러웠고, 시연은 알아듣지 못한 채 계속 걸어갔다.유건은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나왔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따라가며 계속 외쳤다.“시연! 시연!”그러다, 시연의 발걸음이 순간 멈췄다.‘환청인가...? 방금 유건 씨 목소리 같은데?’‘아니, 환청일 리가 없어. 지금쯤이면 W시에 도착했을 텐데... 설마 진짜 시장까지 온 건가?’시연은 급히 뒤를 돌아보며 주변을 둘러봤다.“유건 씨?”그러나 사람들의 흐름에 딱 가로막혀, 유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아닌가?”시연은 작은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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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7화

그 순간, 시간도 공간도 모두 멈춰버린 듯했다. 주변의 소음마저 잦아들었다.두 사람은 조용히 서로를 안은 채,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그러다 시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유건 씨... 팔이 좀 아파요.”“아!”유건은 정신이 번쩍 들어 급히 그녀를 놓아주었다.시연은 시장에서 사온 닭을 손에 들고 있었다.그러고는 유건이 더럽혀질까 싶어 줄곧 한 손에 들고 있었다.“줘.”유건은 서둘러 그것을 받아 들었다.닭은 손질까지 마친 상태였고, 비닐봉지도 없이 끈으로 묶여 있었다.시연이 웃으며 말했다.“최예민 선생님이 부탁했어요. 우주 끓여줄 닭곰탕 하려고요.”“알아.”유건은 닭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최예민 선생님한테 전화했었어.”“그랬구나...”시연도 눈치챘다.그러니 유건도 여기까지 찾아온 거겠지.둘은 나란히 걸었다.말없이, 조용히.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시연은 잡힌 손을 내려다보다 조심스레 물었다.“근데... W시엔 왜 온 거예요? 무슨 일 있어요?”“시연...”유건은 걸음을 멈추었다.이 정도면... 충분히 티가 났을 것이다.하지만 어떤 말은, 아무리 드러나 있어도 직접 입으로, 정식으로 말해야 했다.그게 바로 그가 먼 길을 달려온 이유이기도 했다.“나...”갑자기 유건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유건은 받지 않으려다가,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멈칫했다.최예민이었다.그래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고 대표님!]최예민의 목소리는 다급했다.[사모님 찾으셨어요? 지금 같이 계신가요?]“네, 같이 있어요. 무슨 일 있나요?”유건의 눈썹이 깊게 찌푸려졌다.불길한 기운이 스쳤다.[우주요!]유건은 즉시 핸드폰을 시연에게 건넸다.[우주가... 방금 갑자기 복통이 심하게 와서요! 의사 선생님이 보고 가셨는데, 수술 후 합병증 같대요.][장유착, 장폐색이 의심된다고... 지금 바로 수술 들어가야 해요!]시연의 얼굴이 순간 새하얗게 질렸다.“금방 갈게요! 우주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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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8화

시연이 말했다.“우주는 W시에 있는 동안... 감기도 한 번 안 걸렸어요.”유건도 맞장구쳤다.“우주는 참 속 안 썩이는 아이잖아.”“맞아요.”시연은 숨을 내쉬었다.“아픈 것도 때를 골라서 아프네요. 예전 같았으면... 나 진짜 여기까지 못 왔을 거예요.”“그건 너희 남매가 마음이 잘 통해서 그래.”“우주가 누나한테 투정 부리는 거야. 큰일은 아닐 거야.”시연은 잠시 멍해졌다가, 웃음이 새어 나왔다.더는 조금 전처럼 초조한 마음이 들지 않았다. 수술은 복잡하지 않아 한 시간 남짓 만에 끝났다.병실로 돌아오니, 우주는 아직 마취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상태였다.“우리 우주, 참 착해.”시연은 침대 옆에 앉아 아이의 손을 잡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줬다.“아파서 그렇지? 우주 고생했어... 누나가 옆에 있어. 앞으로도 계속 있을 거야.”우주는 눈을 깜빡이더니, 안심한 듯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시연이 남겠다 하니, 유건도 당연히 옆을 지켰다.“유건 씨도 같이 밤 새울 필요는 없어요.” 시연은 그가 쉬길 바랐다.“나는 어느 정도 잤지만, 유건 씨는 아니잖아요.”“괜찮아.”유건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원래 비행기 타면 잠 잘 와. 하나도 안 피곤해.”“네 옆에 있으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잘 거였으면 왜 왔겠어?”시연은 더 말리지 못해 포기했다.밤이 되자, 우주가 눈을 떴다.“누나...”“누나 여기 있어.”시연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물 조금 마실래?”“응.”우주는 물을 조금 마신 뒤, 비로소 유건을 보았다.한 박자 늦게, 그러나 확신 있게 말했다.“매형.”느리긴 해도 망설임은 없었다.몇 년이 지나도, 우주는 유건을 기억하고 있었다.“우주야.”유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든든한 우리 처남, 앞으로 더 잘해줘야겠다.’“우주?”시연은 지금 중요한 걸 물어봐야 했다.“지금은 좀 어때? 누나가 묻고 싶은 건... 배가...”“배?”우주는 의아해했다. 배는 멀쩡했으니까.“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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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9화

그날 밤, 시연과 유건은 병원에 남아 밤을 지켰다.우주는 모든 경과가 안정적이었고, 치료 후 곤히 잠들었다.유건은 간병인에게 우주를 부탁하고, 시연을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시연은 하루 종일 한 끼도 먹지 못했다.‘이러다가는 우주보다 내가 먼저 쓰러지겠네...’“가자.”유건은 시연의 손을 잡고 병실 밖으로 이끌었다.“밥부터 먹자. 병원 근처야. 시간 많이 안 뺏겨.”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병동 건물을 빠져나왔다.밤이 깊어지자, 온화한 도시의 하늘에는 눈이 소복하게 날렸다.G시보다 훨씬 한적한 이곳은, 특히 이런 밤이면 유난히 조용했다.눈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시연은 잠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자기 손을 꼭 잡은 유건의 손을 바라보았다.입술이 살짝 오므라들었다.“아까...”하지만 먼저 입을 연 건 유건이었다.“우주가 나보고 ‘매형’이라고 했는데... 너 왜 정정 안 했어?”“오히려 맞장구친 것 같던데?”“네?”시연은 순간 멍해졌다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나... 그게... 생각을 못 했어요.”말끝은 점점 작아졌고, 어딘가 불안한 듯했다.“미안해요...”“누가 사과하래?”유건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살며시 받쳐 들었다.남자의 눈빛은 깊고 뜨거웠다.“내가 원하는 건 사과가 아니야.”“시연, 이제... 내 ‘호칭’을 바꿔야 하지 않아?”“네?”시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순간,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듯했다.‘이 사람... 지금... 뭐라고...?’“지금...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거예요?”“몰라서 물어?”“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야?”“지 선생님, 진짜 한 발짝도 먼저 안 나서네?”유건의 비웃는 듯한 표정에 시연은 눈을 흘기며 남자의 손을 휙 뿌리쳤다. “나 원래 이렇거든요?!”그리고 그대로 등을 돌려 뛰어가 버렸다.“시연!”유건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곧장 뒤따라 뛰었다.그러고는 긴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진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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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0화

아니었으면, 오늘처럼 시연이 자유의 몸이 됐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유건은 땅을 치고 후회했을 것이다.유건은 두 팔을 벌려, 시연을 품에 깊숙이 끌어안았다.다행히 그도 정신을 차렸고, 은범도 자기 자신과 시연을 놓아주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하늘도 유건에게 너무 가혹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유건의 품에 안긴 시연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말없이 얼마나 기뻐하고 있는지.이 기쁨은... 두 사람이 함께 느끼는 것이었다.이 순간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돌고 돌아 마침내 서로에게 닿았고, 서로에게 왔다.유건은 고개를 들어 시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다시 입을 맞췄다.시연은 살짝 발끝을 들어 그를 받아주었다.꼬르르-순간, 유건이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눈을 깜박였다.“지금... 무슨 소리가 난 것 같은데?”시연의 볼이 금세 붉어졌다.“아무 소리도 안 났어요. 착각한 거예요.”“아닌데?”유건은 손을 그녀의 배 위에 대며 완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지 선생님, 지금 배에서 소리 났어요. 그것도 모르다니,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허!”시연은 그를 노려보다가 웃으며 소리쳤다.“진짜 짜증 나요!”그리고 유건의 볼을 잡아당겼다.“감히 날 놀려요?”“살려주세요!”유건은 일부러 놀란 척 도망쳤다.“부인한테 살해당할 뻔했어요!”“어딜 도망가요? 거기 서라고요!”시연은 허리를 굽혀 눈을 한 움큼 떴고, 손바닥에 굴려 눈 뭉치를 만들었다.“에잇!”그녀가 던진 눈 뭉치는 유건의 발치에 떨어졌다.유건은 뻔뻔하게 두 손을 벌리며 외쳤다.“지 선생님, 다리가 짧네? 키도 작아졌고?”“뭐라고요?”시연은 씩씩거리며 그에게 달려갔다.“얼른 허리랑 고개 숙여요!”“왜?”유건은 수상쩍다는 표정이었다.시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감히 내 말을 안 들어요?”“그럴 리가...”유건은 즉시 고개를 흔들며 순순히 몸을 숙였다.“헤헤.”시연은 못된 미소를 띠고 손을 들어 그의 옷깃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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