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아가 부모님 댁에 돌아가자, 시연은 도경미와 조이를 지씨 저택에 보내려 했다.떠나기 전, 시연은 조이에게 진아와 임병지 부부와 인사하라고 했다. 말을 잘 듣는 아이였던 조이는 사람들을 한 명씩 꼭 안아주더니, 마지막에 진아의 품으로 쏙 안겼다.“이모, 아픈 거예요?”아이들은 아주 민감하다. 누구도 말해준 적이 없지만, 조이도 모든 걸 알고 있었다. “맞아.”진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병을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이모, 무서워하지 마세요.”조이는 고개를 들고 맑은 눈으로 말했다.“아빠가 이번 주말에 저를 산에 데려가 준대요. 산에 절이 있는데, 이모를 위해서 평안 부적이라는 걸 받아올게요.”“그러면 아프지 않고, 건강해질 거예요!” 아이의 서툰 말투였지만, 어른들은 모두 코끝이 시큰해졌다.“그래, 부탁할게.”진아는 감동이 북받쳐 올라 품에 안긴 아이를 꼭 안았다.원래라면, 그녀도 조이 같은 아이를 가질 수 있었지만...‘하지만 이제는...’...진아가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시연은 매일 같이 임씨 가문에 들렸다.점점 두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얼마 전, 양석현은 시연에게 연락해 복직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시연은 아직 고민 중이었다.진아가 곧 수술해야 할 수도 있다면, 조금 더 기다리고 싶었다.하지만, 또 다른 일이 터지고 말았다. W시 쪽에서 시연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전화를 건 사람은 최예민이었다.그녀는 우주와 함께 W시로 갔던 간병인이며, 지금까지도 우주의 일상을 돌봐주고 있는 사람이었다.시연과 최예민은 꾸준히 연락해 왔고, 시연이 외국에 머물던 몇 년 동안도 연락이 끊긴 적이 없었다.하지만, 정기적인 통화 외에 최예민이 먼저 전화를 거는 일은 거의 없었다.그래서 핸드폰 화면에 뜬 최예민의 이름을 본 순간, 시연은 가슴 한쪽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이 생긴 건가...’지금은 최예민이 전화를 걸어올 만한 시간이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여보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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