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듣는 순간, 지하의 마음이 서늘하게 멈춰 섰다.지하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천천히 돌아서서 문을 닫고 나갔다.문이 잠기듯 닫히는 소리와 함께 진아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낮게 중얼거렸다.“이렇게 와도... 당신이 나한테 얼마나 진심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 습관일 뿐이겠지.”‘부지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늘 과거에 붙잡혀서, 결국 남도 자신도 다치게 하는 성격.’...다음 날, 시연이 병실에 오자마자 진아는 전부 얘기했다.시연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부지하가 왔다고? 양심도 없네?’‘진아가 병을 숨긴 건 잘못일 수 있어도, 아내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여서...’‘차라리 혼자 버티는 게 더 낫다고 느끼게 한 건 부지하였잖아.’‘이 결혼에서, 진아가 얼마나 마음이 부서졌는지 그대로 보이는데.’“나, 부지하한테 앞으로 오지 말라고 했어.”“잘했어. 부 대표, 진짜 좋은 일을 하려는 거면, 네 말부터 좀 들어야 해.” 모레면 진아는 퇴원이었다.이번 치료 과정이 끝나서, 집에서 회복한 뒤 다시 검사받으러 와야 했다.퇴원 당일, 태권은 오지 않았다.이미 성빈과 얘기가 되어 있었다. 성빈이 오면 태권은 오지 않는 걸로.성빈은 출근도 포기하고 아침부터 병원으로 왔다.그런데 예상 밖으로, 성빈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은... 지하였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시연은 짐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대충 대답했다.“들어와.”시연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그러다 들려온 진아의 목소리에 손이 멈췄다.“부지하!! 왜 왔어?”“응.”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당신 퇴원하는 거 알고... 데리러 왔어.”그날 병실에서 나간 뒤, 지하는 결국 주치의를 찾아가 진아의 병에 대해 상세히 들었다.알면 알수록 마음은 더 불편해졌고, 더 놓을 수 없게 되었다.그래서 퇴원 날짜를 알아내자마자, 새벽부터 병원으로 온 거였다.시연은 갑자기 몸을 돌렸다.표정엔 짜증이 그대로 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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