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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561 - Chapter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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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1화

이른 아침, 최예민이 직접 쑨 흰죽을 가져왔다.차지고 부드러운 흰죽 위에는 윤기 흐르는 미유가 한 겹 떠 있었고, 곁들여진 반찬은 최예민이 반찬 가게에서 사 온 것들이었다. 시연이 먼저 한 숟갈 떠먹고 말했다.“맛이... G시에서 먹던 거랑 똑같네요.”“그럼요.”최예민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요즘은 뭐든 다 살 수 있잖아요. 진짜 하나의 지구촌이 따로 없어요.”시연은 죽을 한 그릇 떠서 우주에게 먹여주었다.우주는 쑥스러워하며 말했다.“누나, 나 혼자 할 수 있어...”W시에 있는 동안, 우주는 이미 뭐든 스스로 할 줄 알게 됐다.“누나도 알아.”시연은 입술을 오므리며 미소 지었다. 동생을 향한 애정이 가득한 눈빛이었다.“하지만 우주는 지금 상처가 있잖아. 혼자 떠먹다가 상처가 당기기라도 하면, 누나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아서 그래.” 그 말에 우주는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뺨이 살짝 붉어지며 말했다.“응... 누나 말 들을게.”“우리 동생 참 착해.”죽을 먹이는 동안, 유건은 바깥쪽에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었다.들락날락했는데, 두 번은 분명 주지한의 목소리였다.죽을 다 먹인 뒤 시연이 우주의 입가를 닦아주자, 유건이 다시 들어와 침대 옆에 섰다. 시연이 그를 흘끗 보며 말했다.“많이 바쁘죠?”“응.”이제는 서로에게 숨길 것이 없었다.“내가 없으니까... 주지한이 바로바로 결정을 못 해.”시연은 바로 이해했다.우주가 치료받는 동안, 그녀는 유건을 데리고 병실 밖으로 나왔다.“그렇게 바쁘면... 계속 여기 있지 마요. 얼른 G시로 돌아가요.”유건은 찡그린 얼굴로 잠시 망설였다.“뭘 그렇게 생각해요?”시연은 그의 이마를 가볍게 쿡 찔렀다.“설마... 내가 도망갈까 봐요?”시연은 당연히 함께 갈 수 없었다.그녀는 힘들게 W시에 왔고, 우주는 여전히 아픈 상태였다.게다가 오랜만에 만나게 된 남매의 시간은 아주 소중했다. 유건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는 시연이 도망갈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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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그렇게 얘기가 정리되자마자, 유건은 곧바로 G시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약했다.돌아가는 날, 시연은 그를 공항까지 배웅했다.보안 검색대로 들어가기 전, 유건은 몸을 숙여 시연을 꼭 품에 안았다.“자기야, 나 갈게. 비행기 내리면 바로 전화할게.”“네.”“약속할게. 매일 전화할 거야.”“그래요.”“너도... 시간 되면 전화 좀 해. 아니면 문자라도. 난 아무거나 다 좋아.”“알겠어요.”시간이 다 되어가자, 시연은 그의 어깨를 밀며 말했다.“됐어요, 인제 그만 질척거리고 가요.”하지만 유건의 촉촉해진 눈을 보니, 코끝이 찡해지며 마음이 무너졌다.“앞으로... 시간 많잖아요.”유건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응, 알아. 그럼 나 간다.”“얼른 가요.”시연은 유건의 손을 놓고 그 자리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일 잘하고,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조이랑 잘 지내고 있어요.”“응.”아무리 떠나기 싫어도... 유건은 먼저 가야 했다.그래서 이를 한번 악물고 고개를 돌린 뒤, 보안 검색대 쪽으로 걸어갔다.아쉬운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 시연과 눈이 마주쳤다.두 사람은 모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예전의 이별들과는 달랐다.아쉬움이 잔뜩 묻어 있는데도, 마음은 한없이 가볍고 행복했다.왜냐면... 두 사람은 알고 있었다.곧 다시 만나게 되고, 완전히 새로운 삶을 함께 시작할 거란 걸....공항에서 돌아온 시연은 병동 앞에서 최예민을 만났다.“선생님?”“사모님.”최예민은 그녀를 붙잡았다. 표정이 어딘가 어색했다.“저...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어요.”“왜요?”시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설마... 우주?’“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최예민이 급히 손을 저었다.“우주는 멀쩡해요. 그런데... 어떤 여자분이 왔어요.”“본인이... 사모님이랑 우주의 엄마라는데...”말할수록 목소리는 작아지고, 시연을 이상하게 살피는 눈빛이 됐다.시연은 듣자마자 상황을 알아차렸다.“누군지 알아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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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알아. 당연히 알지.”부명주의 표정에는 여러 감정이 얽혀 있었다.“걱정하지 마. 내가 그렇게 뻔뻔한 줄 알아? 우주를 키우지도 못했고... 애를 이렇게 아프게 만들었는데...”“내가 무슨 낯짝으로 또 상처를 주겠어?”시연은 여전히 반신반의했다.세상 어느 엄마가 자기 아이를 다시 보고 싶지 않겠는가?게다가 부명주는 한참을 참다가, 결국 시연을 찾아온 사람이었다. “시연아.”부명주는 시연의 손을 꼭 잡았다.“이번엔 믿어줘. 우주한테... 하지 말아야 할 말, 절대 하지 않을게.”그리고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고, 얼굴엔 쓸쓸한 미소가 번졌다.“우주가 이렇게 잘 자라 준 것만 해도 고마워. 난 그저... 저 아이가 끝까지 공부 잘해서, 좋은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시연은 부명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눈빛은 맑고, 단단했다.“분명히 약속하신 거예요. 꼭 지켜주세요.”“그래, 내가 뱉은 말은 꼭 지킬게.” 부명주는 시연의 손등을 가볍게 치며 웃었다.“너도, 우주도... 이렇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게 제일 고마운 일이지.”이 얘기가 끝나자, 시연은 문득 다른 것이 떠올랐다.“그나저나, 혼자 오신 거예요?”“아니.”부명주는 고개를 저으며 솔직하게 말했다.“레오도 같이 왔어. 내가 혼자 오는 걸 걱정했거든.”이건 부명주가 유난을 떠는 게 아니었다.건강이 안 좋은 것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레오와 예희주의 싸움이 이미 극에 달했다는 것이었다.예희주와 그 뒤의 예씨 가문은... 말 그대로 ‘미쳐’ 있었다.그래서 이번엔 레오뿐 아니라 케빈까지 데리고 왔다.긴급 상황이 생기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모두 눈앞에 있어야 안전했기 때문이다.이 말을 들은 시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우주 보러 오는 길도 쉽지 않았겠구나’ 싶었다.“그럼 그분은... 어디 계세요?”“함께 오진 않았어.”부명주가 설명했다.“레오는 괜찮은데... 케빈은 너무 어리잖니. 걔, 입단속을 못 하는 애잖아.”“너도 알지? 형과 누나를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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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하하하!”레오는 결국 웃음을 터뜨리며, 옆 의자에 놓아둔 선물 상자를 집어 들었다.“막대사탕은 어린 시연이한테 주는 거야. 어릴 때 너한테 사주지도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건, 지금의 너한테 주는 선물.”상자를 열자, 보석 같은 로열 블루 색의 에르메스 클래식 백이 들어 있었다.“마음에 들어?”시연은 입술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좋다, 아니다...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이미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거절해야 할까?’‘하지만, 이걸... 어떻게 돌려줘...?’레오는 시연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상자를 덮어 앞으로 밀었다.“받아. D시에서 이거 들고 오느라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어.”시연은 결국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비싸요.”“안 비싸.”레오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깊은 죄책감이 비쳤다.“내가 하루도 널 키워주지 못했는데... 이 정도가 뭐가 비싸? 너는 원래 내 곁에서 자라야 했어.”“좋은 집에서, 좋은 옷 입고... 에르메스 들고 다니면서.”‘내 딸은... 너무 고단하게 살아왔어...’시연은 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그럼... 감사히 받을게요.”“그래.”레오는 활짝 웃으며 부명주의 손가락을 꼭 잡았다.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은 동시에 시연을 챙기기 시작했다.“시연, 이거 먹어봐.”“이것도 맛있어.”그 순간, 시연은... 다시 D시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들은 W시에 나흘, 닷새 머물렀고 이제 돌아가야 했다.레오는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었고, 부명주를 이곳에 혼자 두는 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두 사람이 돌아가는 날, 시연은 배웅을 나가지 않았다.정확히는... 레오가 못 나오게 했다.“우주나 잘 봐. 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그래서 시연도 더 고집하지 않았다.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스며들고, 시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우주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이번 달 신작이었다. 게다가 우주가 좋아하는 청춘, 열혈 장르.“누나.”우주가 갑자기 물었다.“이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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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지난밤, 진아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었다.여덟 시도 되기 전에 스르르 잠들었기에, 오늘 새벽 무렵에는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컨디션도 좋았고, 사람 자체가 한결 상쾌했다.계단 쪽으로 걸어가던 중,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가사도우미가 재빨리 문으로 향했다.“네, 누구를 찾으세요?”이 집에 새로 온 가사도우미 ‘천수진’은 진아를 돌보기 위해 특별히 들인 사람이었다.원래 임씨 저택에서는 집에 상주하는 도우미를 둔 적이 없었다.“제가 갈게요.”진아는 생각했다.‘아직 우리 집 사람들 얼굴은 잘 모르실 테니까.’ “네.”하지만 문에 다가간 순간, 진아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지하였다.“진아.”지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에 든 봉투를 들고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진아는 미간을 좁혔다.이미 집 안으로 들어와 버렸으니, 빗자루로 쫓아낼 수도 없었다.“여기는...무슨 일로?”“아.”지하는 정말 할 말이 있다는 듯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그는 작은 천 주머니 하나를 꺼내 진아에게 내밀었다.열어보니, 천음사의 평안을 기리는 부적이 있었다.지하는 미소를 띠며 설명했다.“주말에 조이랑 절에 다녀왔어.”원래는 유건이 조이에게 약속했던 일정이었다.하지만 갑자기 W시로 날아가는 바람에, 아이에게 한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유건의 절친인 지하가 대신 그 역할을 맡은 것이다.“이건 조이가 너한테 직접 주려던 부적이야. 그런데 오늘은 유치원 가야 한다고, 나더러 ‘이모부, 이모한테 꼭 전해주세요’라고 하더라.”“진짜,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어.” 조이는 여전히 지하를 ‘이모부’라고 불렀다. 그걸 떠올리는 순간, 지하는 가슴이 조여들어 숨조차 매끄럽게 쉬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지하는 억지로 미소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정성 들여 빌었으니까... 이 부적이 널 꼭 지켜줄 거야.”“고마워.”진아는 담담히 웃으며 부적을 챙겼다.“조이한테도 고맙다고 전해줘. 물론, 내가 나중에 전화하겠지만...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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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부지하!”채숙희는 손에 잡히는 대로 구둣주걱을 움켜쥐고 지하에게 달려가 그대로 내리쳤다.“놓지 못해, 응? 감히 우리 진아를 괴롭혀? 내 딸 진아를!”“아...”철제 구둣주걱은 지하의 팔과 등에 사정없이 꽂혔고, 지하는 이를 악물며 고통을 삼켰다. “엄마!”진아는 정말로 사고라도 날까 두려워 급히 채숙희를 붙잡았다.하지만, 지하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저 사람은 우리가 쉽게 건드릴 수 있는 집안이 아니야’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만해요, 엄마!”채숙희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눈을 붉힌 채 지하를 노려봤다.“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우리 진아한테 그렇게 상처 주고 버린 것도 모자라서, 지금 이 지경이 됐는데도 아직도 괴롭히겠다는 거야?”“그런 게 아니에요. 장모님...”“누가 네 장모님이야?”채숙희는 지하에게 침을 뱉듯 쏘아붙였다.“내가 뭐라고 너 같은 금수저한테 ‘장모님’ 소릴 들어? 어서 비켜!” 그러고는 구둣주걱을 들고는 마치 지하의 얼굴이라도 찌를 듯 위협했다.“안 나가? 당장 꺼져!”“장모님.”지하는 여전히 그 호칭을 버리지 못했다.“오늘 온 건... 진아 좀 데리고 한의원에 가보기 위해서예요. 유명한 한의사 한 분이 계신데, 진아 상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엄마...”진아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고개를 저었고, 채숙희는 즉시 알아차렸다. 그녀는 당연히 딸 편이었으니, 단호할 수밖에 없었다. “필요 없어! 우리 딸 상태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나가! 당장!”“장모님...”“말귀 못 알아들어? 난 네 장모님 아니라고!”지하가 꿈쩍도 하지 않자, 채숙희는 아예 그를 밀어내기 시작했다.“이래도 안 가? 그럼 나도 가만 안 있어!”문 쪽으로 그를 밀어내던 채숙희는 현관 한 켠에 놓인 상자들을 보더니 소리쳤다.“당신! 얼른 이거 다 내다 버려요! 왜 이런 쓰레기를 집에 들여놔요?!”“어... 그래.”임병지는 아내 말이라면 뭐든 따르는 데다, 딸이 지하 때문에 겪은 일을 생각하면 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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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하지만, 지하는 이혜영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이었다.그래서 이혜영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그렇다고 아들은 무조건 감쌀 수도, 완전히 손을 놓을 수도 없었다. “지하는... 어릴 때부터 외모도 빼어났고, 공부도 알아서 잘해서 우리가 신경 쓸 일이 없었어요.”“형들하고도 사이가 좋았고, 한 번도 사랑받는다고 해서 버릇없이 굴지도 않았어요.”여기까지 말하자, 이혜영은 정말 마음 깊숙한 곳의 진심을 꺼내놓는 듯했다.“그런데 성인이 되더니... 하필 사랑 문제에서 이 모양이 된 거죠.”이혜영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진아를 한 번 바라본 뒤, 고개를 숙여 임병지와 채숙희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두 분...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진아에게 상처를 줬습니다.”그 말을 듣자, 진아는 얼굴을 돌리고 눈가의 뜨거움을 꾹 눌러 참았다.‘울면 안 돼...’이렇게까지 말하는 이혜영 앞에서, 임병지와 채숙희도 더는 냉정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채숙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과거 일은 그냥 지나간 일로 해두시죠.” 하지만 속으로는 걱정했다.‘설마 이제 와서 부지하 편을 들어달라는 건 아니겠지?’이혜영도 그 뉘앙스를 알아채고 눈물을 닦으며 설명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여기까지 온 건, 이 녀석 편을 들거나 무슨 관계를 되돌리려고 온 건 아닙니다.”그녀는 진아를 바라보며 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빈말로 하는 얘기가 아니에요. 이 녀석한테도 똑같이 말했어요. 진아한테는 못 미치는 애라고요! 두 사람의 이혼도 제가 찬성한 일입니다.”일단 동의한 이상 뒤집을 마음은 전혀 없었다.게다가 상대 집 딸이 이미 이렇게 힘든 상황인데, 어떻게 또 상처를 줄 수 있겠는가?임병지와 채숙희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그럼 오늘은 무슨 일로...?’“사실은...”이혜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진아 병 때문에 왔어요. 제가 아는 한의사가 한 명 있는데, 정말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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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부지하, 우리가 이혼한 그 순간부터... 난 다시는 당신과 어떤 인연도 이어가고 싶지 않았어.” 그 말을 듣는 순간, 지하는 온몸이 덜컥 떨리며 피가 한순간에 얼어붙는 듯했다.입이 벌어졌지만 말은 뒤엉켰다.“아... 진아... 나... 잘못...”진아는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입꼬리를 약하게 올렸다.“우리가 함께 있을 때... 당신은 한 번도 날 사랑한 적 없었어...”‘아니야... 정말 아닌데...’지하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입을 크게 벌려 말하려 했지만...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왜...? 왜 아무 말도 안 나오지...?’진아는 계속 말했다.“나... 아마 곧 죽을 것 같아. 제발 부탁이야, 날 좀 놔줘. 조용히... 세상 떠나게 해주면 안 돼?”“그리고...”진아는 이혜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여태 저를 아껴주신 거, 잘 알아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저를 위해서, 아드님을 데려가 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오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정말... 감사했습니다.”그 말을 끝내자마자 진아는 뒤돌아 계단으로 달려 올라갔다.“진아!”지하는 벌떡 일어서서 뒤따라 가려 했다.“그만!”그 순간, 이혜영이 지하의 팔을 거칠게 붙잡았다.그러고는 이를 악물고 아들을 노려보며 말했다.“진아가 뭐라고 했는지 못 들었어?”“어머니!”지하는 완전히 무너질 듯했다.‘안 돼... 이렇게 끝나면 안 돼...’“제가 여기 온 이유는, 진아를 설득하려는 거였잖아요! 진아는 절 미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한테 화를 내는 거라고요! 그래도... 치료는 받아야 하잖아요! 죽으면 안 돼요!”“전... 진아를 잃을 수 없다고요.” 찰싹!순간, 따귀 소리가 울리며, 지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이혜영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올린 것이었다.그러고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아들을 가리켰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데?”“너는 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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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오설아는 드디어 가게를 오픈했고, 지하가 꼭 오길 바라는 마음에 일부러 주말을 택했다. 찾아온 사람도 꽤 많았다. 대부분이 지하의 체면을 봐서 온 이들이었다.지하는 손님들을 챙기고 인사하고 술잔을 주고받느라 분주했다. 그래서 행사가 끝날 무렵엔 이미 술기운이 꽤 올랐다.“지하.”설아가 지하를 붙들어 휴게실 소파에 앉혔다.“어때? 많이 취했어?”“괜찮아...”지하는 소파에 기대어 손을 휘저었다.“좀 어지럽긴 한데... 잠깐만 쉬면 될 거야.”설아가 말했다.“내가 따뜻한 수건 가져올게. 얼굴 좀 닦고, 꿀물 마시면 금방 나을 거야.”“응... 고마워.”“고맙긴, 뭐가?”설아는 살짝 눈을 흘기며 일어났다.잠시 후, 그녀는 쟁반에 물과 따뜻한 수건을 올려둔 채 돌아왔다.“지하?”지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잠든 것처럼 고요했다.“지하...”설아가 다시 조심스레 불렀지만, 역시 반응이 없었다.당장은 꿀물을 못 마시겠다고 판단한 설아는 따뜻한 수건을 들어 그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갔다.그 순간, 지하가 번쩍 눈을 떴다.술기운이 걷힌 듯한 맑은 눈빛에 경계심이 스쳤다.“뭐 하는 거야?”“나...”설아는 당황해 잠시 굳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자는 줄 알고... 얼굴 좀 닦아주려고 했어.”“됐어.”지하는 고개를 저으며 오설아를 피해 일어섰다.“이제 괜찮아.”설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지하... 나가려고?”“응.”지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 걸쳐둔 재킷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잠시 멈춰 선 채 그녀를 바라봤다.“설아... 앞으로는, 잘 살아.”‘뭐... 라고?’그 말에 설아는 순간 멍해졌다. 불안과 공포가 한꺼번에 밀려왔고,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왜... 왜 그런 말 해? 앞으로 나랑... 안 볼 것처럼?”지하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공기가 갑자기 싸늘하고 묘하게 고요해졌다.설아는 갑자기 직감했다.“내가... 맞췄구나?”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설아, 이번이 마지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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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지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오설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진아야.”설아의 충격과 불신이 뒤섞인 눈빛을 외면하며, 지하는 그녀의 손을 조용히 뿌리쳤다.“설아... 몸 건강히 지내. 그리고 이제 연락하지 마.”그 말을 끝으로, 지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안 돼... 안 돼...”설아는 지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소리쳤다.“나한테 어떻게 이래! 으흑...!”그녀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흐느끼며 오열했다.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자, 후회가 온몸을 뒤덮는 느낌이었다. “지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 정말... 잘못했어!”하지만 지하는 이미 가게를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설아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이내 차에 올라 도로로 접어들었다.번잡한 거리 속을 달리며, 지하는 생각했다.‘젊었을 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 그때의 상처...’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리고 결국, 그 상처를 완전히 아물게 해준 사람은... 진아였다.지하는 가속페달을 밟았다.목적지는 오직 한 곳, 진아의 부모님 댁이었다. ...한편, 진아와 부모님은 점심을 끝낸 참이었다. 오늘은 진아의 입맛이 괜찮았다. 밥도 반 공기 넘게 먹고, 고기도 두 점이나 먹었다.식사 후, 진아가 갑자기 체리를 먹고 싶다고 해서, 채숙희는 딸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잠깐 바람 쐬는 것도 운동이 되는 법이니까.지하는 멀리서 임씨 저택의 대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그는 소리 내지도,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다.채숙희 모녀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채숙희와 진아는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며 걸어갔다.둘은 길을 건너 시장으로 향했다.채숙희는 이 시장을 좋아했다. 신선하고 종류도 많았으니까.단골 과일 가게에 도착하자, 채숙희가 물었다.“사장님, 체리 있어요? 우리 진아가 먹고 싶대서요.”“사모님,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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