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는 잠시 멈칫하더니, 오설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했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진아야.”설아의 충격과 불신이 뒤섞인 눈빛을 외면하며, 지하는 그녀의 손을 조용히 뿌리쳤다.“설아... 몸 건강히 지내. 그리고 이제 연락하지 마.”그 말을 끝으로, 지하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안 돼... 안 돼...”설아는 지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소리쳤다.“나한테 어떻게 이래! 으흑...!”그녀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흐느끼며 오열했다.얼굴을 감싼 채 흐느끼자, 후회가 온몸을 뒤덮는 느낌이었다. “지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나 정말... 잘못했어!”하지만 지하는 이미 가게를 빠져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주차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설아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이내 차에 올라 도로로 접어들었다.번잡한 거리 속을 달리며, 지하는 생각했다.‘젊었을 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 그때의 상처...’그 상처를 치유하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그리고 결국, 그 상처를 완전히 아물게 해준 사람은... 진아였다.지하는 가속페달을 밟았다.목적지는 오직 한 곳, 진아의 부모님 댁이었다. ...한편, 진아와 부모님은 점심을 끝낸 참이었다. 오늘은 진아의 입맛이 괜찮았다. 밥도 반 공기 넘게 먹고, 고기도 두 점이나 먹었다.식사 후, 진아가 갑자기 체리를 먹고 싶다고 해서, 채숙희는 딸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잠깐 바람 쐬는 것도 운동이 되는 법이니까.지하는 멀리서 임씨 저택의 대문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하지만 그는 소리 내지도, 가까이 다가가지도 않았다.채숙희 모녀의 눈에 띄고 싶지 않았다.채숙희와 진아는 팔짱을 낀 채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며 걸어갔다.둘은 길을 건너 시장으로 향했다.채숙희는 이 시장을 좋아했다. 신선하고 종류도 많았으니까.단골 과일 가게에 도착하자, 채숙희가 물었다.“사장님, 체리 있어요? 우리 진아가 먹고 싶대서요.”“사모님,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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