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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581 - Chapter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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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1화

“뭐로?”“숨 참기.”“당신이 이기면, 난 더 이상 소란 피우지 않을게. 대신, 내가 이기면, 당신이 지금 당장 나를 놓아줘야 해.”진아는 말을 마치자마자 지하의 반응을 살필 생각도 없이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하나, 둘, 셋, 시작!”몸을 낮추며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진아!”지하는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따라 물속으로 들어갔다.진아가 이런 제안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는 숨 참기에 자신이 있었다. 학창 시절, 학교 수영부 소속이었고, 은범과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지하를 이기는 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이 정도면 충분해.’그렇게 판단한 순간, 진아는 수면 위로 올라왔다.얼굴에 묻은 물을 훑어내며 주위를 둘러봤다. 지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부지하?”대답이 없었다.“부지하!”이번에는 더 크게 불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대신 가사도우미가 다급히 다가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세요? 대표님이랑 같이 계신 거 아니었나요?”‘뭐라고?’진아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물속으로 옮겼다.‘아직 안 올라온 거야?’‘설마... 이기려고 이렇게 오래 버틴 거야? 숨이 넘어간 건 아니겠지?’“부지하!”진아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다시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수영장 바닥, 그곳에 지하가 있었다.진아는 지하를 향해 급히 헤엄쳐 갔고, 눈을 감은 채 미동도 없는 남자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망설일 틈도 없이 지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그 순간, 지하가 눈을 떴다.남자의 팔이 뻗어와 진아의 허리를 단단히 끌어안았다.진아는 깜짝 놀랐다. 남자의 힘이 너무 분명했다. 의식을 잃은 사람의 움직임이 아니었다.지하는 멀쩡했고, 아무 일도 없었다.진아는 지하를 밀쳐내며 수면 위로 올라가려 발버둥 쳤다.“진아!”곧이어 지하도 물 위로 올라오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진아, 화내지 마.”“재밌어?”진아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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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2화

“그래.”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나서 지하는 진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섰다.차를 몰고 나간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은 각자 자전거 한 대씩을 탔다. 가볍고, 무엇보다 자유로웠다.문을 나서고 나서야 진아는 이 섬이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과는 꽤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원래 그녀는 이곳이 관광 섬일 거라 생각했다.대부분의 열대 섬이 그렇듯, 관광객으로 가득 찬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관광 섬이라면 토착 주민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고, 낮이든 밤이든 늘 북적거리기 마련이다.그런데 이곳은 한낮인데도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여기...?”“좀 이상하지?”지하는 진아의 표정을 보고 웃으며 설명했다.“이 섬은 아직 개발이 안 됐어. 거의 다 현지 주민들뿐이야.”물론, 그처럼 개인 별장을 사서 머무는 사람도 있긴 했다.그래서 전체적으로 보기에 어딘가 ‘한적하다’라는 인상을 주는 곳이었다.진아의 심장이 살짝 뛰었다.‘일부러 이런 데를 고른 거야?’이런 섬이라면, 그녀가 떠나고 싶어도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진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신 바다 쪽을 가리켰다.“우리 저쪽으로 갈까?”“그래.”진아가 앞서고, 지하는 그 뒤를 따라 자전거를 몰았다.해변에 도착하자, 모래사장에는 어부들이 여럿 모여 있었다. 이 시간대면 이미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온 뒤라, 가장 활기가 넘칠 때였다.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이 섬 사람들은 평소에 밖으로 안 나가?”요즘 세상에, 완전히 세상과 단절된 채 살 수는 없을 터.“나가긴 해.”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쪽을 가리켰다.“저기 정박해 있는 여객선 두 척 보이지? 아침에 한 번 나가고, 저녁에 다시 들어와.”“그게 다야?”“그 외에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큰 장 보러 나가고.”지하는 덧붙였다.“섬 사람들 생활은 단순해. 웬만한 건 자급자족하고, 또 바다 위에 떠 있는 이동식 마트도 있고.”듣고 보니, 이 섬의 생활 방식은 꽤 원초적이었다.‘도대체 어떻게 이런 섬을 찾아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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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점심을 먹고 나서, 진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낮잠을 잤고, 지하는 서재로 들어가 업무를 처리했다.혹시라도 누군가 그를 찾을 수 없도록, 지하는 핸드폰을 꺼 두었다.다만 인터넷은 연결해 두어서 메일은 주고받을 수 있었고, 집 안의 유선전화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하가 직접 처리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면, 재명에게 연락하면 될 일이었다. 모든 일을 마무리한 뒤, 지하는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진아는 이미 잠에서 깨어 있었다.침대 위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생각 해?”지하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그녀 곁에 앉았다.헝클어진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일어나. 내가 머리 빗겨줄까? 조금 있으면 해 지는데, 노을 볼래?”말하다 말고, 그는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아니다. 다음에 보자. 오늘은 너도 밖에 다녀왔잖아. 너무 피곤하면 안 좋아. 기회는 많으니까.”진아는 늘어진 듯, 그대로 앉아 움직이지 않았다.지하는 할 수 없이 빗을 가져와 그녀의 머리를 빗겨 주기 시작했다.아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손길은 조심스럽고 느렸다. “나 머리 자르고 싶어.”진아가 갑자기 말했다.지하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유를 묻지 않았다.“좋아. 너는 긴 머리든 짧은 머리든 다 잘 어울려.”“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진아는 고개를 들어 웃으며 말했다.“나중엔 아마, 머리 다 밀 수도 있어.”그녀가 말한 건, 수술을 의미했다.그 말을 듣자, 지하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하하.”진아는 오히려 더 밝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몇 번 휘저었다.“섬이 너무 덥잖아. 머리 길면 더워.”지하는 마음을 가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럼 내가 묶어줄까? 며칠 전에 네가 했던 것처럼... 양쪽으로 땋아서. 귀엽고 예쁘잖아.”“응?”진아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당신... 그런 것도 할 줄 알아?”“해볼게.”지하는 말하면서 그녀의 머리를 두 갈래로 나눠, 목 양옆으로 내려뜨렸다.“세 가닥으로 땋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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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4화

지하는 미간을 눌러 문지르며, 진아의 뒤를 따라가 달래듯 말했다.“아예 먹지 말라는 건 아니야. 먹고 싶다면 뭐가 문제겠어? 내일 또 도우미 이모님한테 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한참을 그렇게 따라다니며 달랜 끝에, 겨우 진아의 기분이 조금 풀렸다.진아는 위층으로 올라가 샤워했고, 머리를 말리고 나왔을 때 방 안에는 지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계단을 내려가던 중, 공기 속에서 은은한 약 냄새가 풍겼다.진아가 먹는 약 냄새였다.냄새를 따라가 보니, 지하는 바깥쪽 긴 복도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약을... 달이는 거야?’이 시간쯤이면 가사도우미는 이미 돌아갔을 터.발소리를 듣고 지하가 고개를 들었다.그는 옆에 놓인 등나무 의자를 가리켰다.“앉아. 이쪽은 바람이 불어서 덜 더워.”“응.”진아는 그쪽으로 가 앉아, 턱을 괴고 지하를 바라봤다.지하는 자신이 외모로 손해 보는 타입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진아가 그렇게 바라보는 이유가, 단순히 잘생겨서일 리는 없었다.“무슨 생각 해?”“‘당신이 왜 직접 약을 달일까?’라는 생각.”“이건 한약이야.”지하는 자연스럽게 설명했다.“도우미 이모님이 아무리 꼼꼼해도, 한약은 잘 몰라. 물 세 그릇을 한 그릇으로 달이는 게 어떤 건지 감이 없을 거야. 내가 하는 게 나아. 그래야 마음이 놓여.”진아는 입술을 삐죽였다.‘가사도우미 이모님은 모르고, 당신은 아주 잘 아는 모양이네.’“아직 좀 더 있어야 해.”돌로 만든 테이블 위에는 바둑판이 놓여 있었다.진아는 바둑알을 집어 이리저리 올려놓으며 혼자 놀았다.지하가 웃었다.“나도 같이 둘까?”“나 바둑 둘 줄 몰라.”진아는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가, 잠시 생각하더니 눈을 찡긋했다.“오목은 할 줄 알아.”지하는 웃음을 터뜨렸다.“그것도 괜찮지.”그래서 그는 진아와 함께 오목을 두기 시작했다.하지만 오목조차도 진아는 지하를 이기지 못했다.연달아 두 판을 지자, 진아는 짜증스럽게 손을 털었다.“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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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5화

지하는 진아의 곁에 쪼그려 앉아, 한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천천히 두드려 주었다.진아가 토하는 걸 멈추자마자, 그는 바로 휴지를 건네 입을 닦게 했고, 이어서 물었다.“더 토할 것 같아? 아니면, 입 헹굴래?”“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지하는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운 뒤, 반쯤 품에 안은 채 수도를 틀어 주었다.그렇게 입안에 남은 불쾌한 맛을 씻어내고 나자, 진아는 한결 나아진 표정이 됐다.그녀는 손을 가볍게 흔들어, 지하에게 놓아 달라는 뜻을 보냈다.하지만 지하는 그걸 못 본 듯, 여전히 그녀를 안고 있었다.“다른 데는 어때? 머리는 안 아파?”“아니...”진아는 잠시 멈칫하다가, 그의 말뜻을 이해했다.그녀는 웃음을 터뜨렸다.“당신... 내가 또 발작한 줄 알았어?”“진아.”지하는 얼굴을 굳힌 채 말했다.“웃을 일 아니야. 이런 건 농담하면 안 돼.”지하의 태도가 지나치게 진지하자, 진아는 웃음을 거뒀다.배를 감싸 쥐고 말했다.“진짜야. 머리는 안 아파. 그냥 배가 좀 불편할 뿐이야.”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무언가 위를 좀 쥐어짜는 것 같아. 아까 밤으로 만든 닭조림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지하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조금만 먹으랬잖아. 꼭 말을 안 들어.”그러다 자신의 말투가 거칠었다는 걸 깨닫고, 곧바로 목소리를 낮췄다.“너한테 뭐라고 하는 게 아니야. 나한테 하는 말이야.”그때 왜 제대로 말리지 못했을까?“어때? 많이 아파?”“음...”진아는 잠시 느낌을 살폈다.“엄청 아픈 건 아닌데, 확실히 불편해.”지하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 들었다.욕실을 나와 침대로 가,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잠깐만 기다려.”진아는 묻지 않았다.‘약 가지러 가는 거겠지.’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는 컵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안에는 물에 탄 한약 가루가 들어 있었다.그는 침대 옆에 앉아, 컵을 내밀었다.“위장약이야. 마셔.”“응.”진아는 컵을 두 손으로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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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지하는 다시 분주하게 자리를 떴다.잠시 후, 철제 쟁반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쟁반 위에는 해조류처럼 보이는, 잎사귀 모양의 식물이 올려져 있었다.“이게 뭐야?”진아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가리키며 물었다.“모기 쫓는 거야.”지하가 설명했다.“여기 사람들은 다 이거 써. 효과 좋아.”그는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잎이 타오르며 공기 속으로 은은한 향이 퍼졌다.진아가 코를 살짝 찡긋했다.“냄새 괜찮네.”지하는 철제 쟁반을 진아의 발치에 내려놓고, 작은 약 오일 상자를 꺼냈다.그리고 물었다.“아까 어디 물렸어?”진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오른쪽 팔을 가리켰다.“여기.”“알겠어.”지하는 약 오일을 열고 그녀의 팔을 잡았다.손끝에 오일을 묻혀, 모기에게 물려 부풀어 오른 자리에 조심스럽게 발랐다.“아!”진아는 처음엔 몰랐다가, 직접 보자 깜짝 놀랐다.“이렇게 크게 부었어? 여기 모기 독하네.”“그렇지.”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섬이 원래 자연 그대로잖아. 모기도 자연 그대로야. 큼직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진아가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왜?”지하가 고개를 갸웃했다.“왜 그렇게 봐?”“쯧.”진아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당신은 진짜 이 섬 원주민 같아. 모르는 게 없어.”“별거 아니야.”지하는 눈썹을 살짝 들었다.“오기 전에 좀 찾아봤어. 자료 몇 개만 봐도 알 수 있어.”진아는 곧바로 말했다.“나 여기 가둬두려고?”지하는 순간 말을 잃었다.공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몇 초가 흐른 뒤, 지하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진아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진아, 나는 진짜로 너를 사랑해. 너만 사랑해.”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한 번만 기회를 주면 안 돼?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번엔, 정말 잘할게.”그는 손을 들어 올렸다.“맹세할게. 진아, 나 부지하가 또 너를 아프게 하면...”“그만해.”진아가 갑자기 지하의 입을 막았다.표정은 담담했고,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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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7화

진아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커튼은 치지 않았지만, 방 안으로 들어오는 빛은 평소만큼 밝지 않았다.“깼어?”발소리가 들려왔고, 지하였다.방 안에는 CCTV가 설치돼 있었다.지하는 원래 서재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모니터로 진아가 깬 걸 보자마자 바로 올라온 것이었다.“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지하는 쿠션을 하나 가져와 진아의 등 뒤에 받쳐 주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일단 좀 앉아 있어. 정신 좀 깨고 일어나.”“알겠어.”진아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갑자기 일어났다가 혈압이 변하면, 뇌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하는 그녀의 병에 대해 아주 자세히 알아보고 있었다.지하는 누군가에게 잘해 주기로 마음먹으면, 그 부분에서는 흠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었다.물론,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진아는 시선을 들어 창밖을 바라봤다.“비 와?”“응.”지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태풍 영향이야. 비가 꽤 세게 와. 가사도우미도 오늘은 못 들어왔어.”‘그래?’진아는 잠시 멍해졌다가, 바로 물었다.“이렇게 비 오는데... 그럼 나 뭐 먹어?”그건 거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지하의 눈에는, 어딘가 순진하고 멍해 보이면서도 괜히 귀여워 보였다.지하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는데 네가 굶겠어? 집에 재료 다 있어. 네가 언제 깰지 몰라서 미리 안 했어. 식으면 안 좋잖아. 말해 봐, 뭐 먹고 싶어?”“음...”진아는 진지하게 고민했다.“만두. 당신 할 수 있어?”“그 정도야 문제없지.”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다만 바로 먹을 수는 없어. 좀 손이 가서, 조금은 기다려야 해.”“그럼 먼저 채소 샐러드 하나 해 주고, 우유도 데워줘.”“알겠어.”지하는 팔을 내밀었다.“일어날래? 나는 내려가서 요리할 건데, 너도 같이 있을래?”진아는 눈썹을 찌푸렸다.“꼭 내가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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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8화

지하가 만두를 빚고 있을 때, 진아는 거실로 나가 텔레비전을 켰다.지하는 틈틈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씩 확인했다.그녀가 도망갈까 봐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바로 알아차리기 위해서였다.그런데 마지막으로 고개를 들었을 때, 거실에 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진아!”지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급히 거실로 나가 봤지만,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진아는 정말 없었다.‘어디 간 거야?’지하는 바로 몸을 돌려 집 안을 위아래로 찾아다녔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진아는 보이지 않았다.“진아!”‘설마... 정말 나간 건가?’밖은 태풍으로 바람과 비가 몰아치고 있었다.이런 날씨에 그녀가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단 말인가?그 작은 몸으로는, 부두까지 가는 것도 버거울 텐데.그때 문득 수영장 쪽으로 이어지는 유리문이 열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진아!”지하는 곧바로 밖으로 뛰쳐나갔다.“진아, 진아?”“나 여기 있어!”이번에는 분명히 진아의 목소리였다.지하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진아는 마당 한쪽에 쪼그려 앉아,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진아!”지하는 성큼성큼 달려가 그녀 앞에 섰다.손을 뻗어 그대로 안아 들려고 했는데, 그녀는 이미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이런 데서 뭐 해! 비가 이렇게 오는데! 빨리 안으로 들어가!”“잠깐만!”진아는 버티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리고 다급하게 담장 옆의 관목을 가리켰다.“저기 봐.”“뭐가?”지하는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숙여 봤다.관목 아래에,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빗소리가 너무 커서, 진아는 얼굴을 들고 소리쳤다.“강아지야!”그녀는 지하의 팔을 뿌리치고 허리를 숙여, 그 작은 생명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지하도 그제야 확실히 보였다.아주 작은 강아지였다. 아직 젖내가 날 것 같은 어린 강아지.어쩌다 이런 곳에 숨어들었는지, 비를 맞아 떨고 있었다.진아는 강아지를 꼭 안은 채 놓지 않았다.자기 몸으로 바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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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9화

밖은 여전히 거센 바람과 폭우가 몰아치고 있었다.태풍은 아직 물러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만두를 먹고 나자, 진아는 한껏 만족한 얼굴로 깨끗한 방석 하나를 찾아 바닥에 깔았다.그리고 그 위에 작은 담요를 접어 올려, 강아지를 위한 임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진아는 강아지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밖에 나갈 수가 없어서 새집은 못 사 주네. 일단 이걸로 좀 버텨 보자.”“멍...”강아지는 작게 울며 마치 대답이라도 하듯 꼬리를 흔들었다.진아는 강아지의 턱 밑을 쓰다듬으며 웃었다.“뭐라고 하는 거야?”지하가 웃으며 말했다.“고맙다고 하는 거지.”“그래?”진아는 맞장구를 쳤다.“별말씀을.”그러다 고개를 들어 지하를 보며 말했다.“근데 얘 아직 이름이 없잖아. 계속 강아지, 강아지 할 순 없고... 이름 하나 지어 주자.”“응.”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강아지니까, 네가 지어.”“내가?”진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고민했다.“근데 잘 생각이 안 나. 당신은 좋은 생각 없어?”“음...”지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선물.”“선물?”“응.”지하는 차분히 설명했다.“갑자기 우리 집 덤불 밑에서 나타났잖아. 하늘이 너한테 준 선물인 셈이지. 그리고 선물이라는 말, 너랑 정말 잘 어울려. 딱 들어도 네 아이 같아.”진아는 지하의 선물인 셈.정말 그렇다고 할 수 있었다. “하하.”진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나 그 이름 마음에 들어.”그녀는 고개를 숙여 강아지를 향해 말을 걸었다.“선물아, 이제부터 네 이름은 선물이야. 선물, 선물?”“멍! 멍멍!”강아지는 알아들은 것처럼 연신 짖으며 기뻐했다.“하하하...”지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선물이 생긴 뒤로, 진아는 할 일이 생긴 듯 보였다.며칠 전처럼 멍하니 앉아 있거나, 자주 생각에 잠기는 모습은 눈에 띄게 줄었다.비는 며칠째 계속 내렸고, 여전히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진아는 선물을 안고 위층으로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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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0화

“알았어.”지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그러고는 다시 한번 덧붙였다.“시계는 꼭 차고 나가. 알지?”그 시계에는 위치 추적 기능이 있었고, 통화도 가능했다.“알겠어. 고마워!”진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웃었다.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는 순간...“진아.”지하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낚아채듯 끌어당겼다.“그게 다야? 그냥 고맙다는 말 한마디?”진아는 눈을 깜빡였다.“그럼 어떻게 고마워해야 하는데?”“여기.”지하는 자기 입술을 가리켰다.“한 번만, 뽀뽀. 어때?”며칠이나 지났지만, 둘은 포옹 이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진아는 잠시 멈칫했다.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이내 말했다.“알겠어.”진아는 지하에게 다가갔다.여자의 입술이 닿기 직전, 고개를 살짝 틀어, 지하의 볼에 입을 맞췄다.지하는 순간 굳었다.“진아?”“나 간다!”진아는 그 틈을 타 재빨리 일어나 선물을 안고 밖으로 나갔다.“금방 올게!”“정말...”지하는 허탈하게 웃었다.며칠 만의 뽀뽀라는 게 뺨에 한 번이라니.‘이걸 참고 있는 것도 나니까 가능한 거지.’...진아는 선물을 안은 채 빠른 걸음으로 집을 나섰다.부엌 쪽에서는 음식 냄새가 은근하게 풍겨져 나오고 있었다.진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마 저 밥, 난 못 먹겠지.’그녀는 망설임 없이 부두 쪽으로 향했다.시간 계산은 이미 끝내 둔 상태였다.이 시간쯤이면, 섬사람들을 태우고 나가는 배가 있을 터였다.서둘러 도착한 부두.역시나였다.배는 이미 정박해 있었고, 섬사람들은 하나둘씩 배에 오르고 있었다.진아는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그대로 배에 올랐다.어디로 가는 배인지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돈은 챙겼다.섬을 벗어나면, 아버지와 시연에게 연락하면 된다.여긴 통신도 원활하지 않았다.그녀가 잠시 숨어 지내면, 지하는 그렇게 쉽게 그녀를 찾지 못할 것이다.‘아껴 쓰면... 충분해.’아버지와 시연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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