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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3화

Author: 임공
진료 시간엔 병실 출입이 어려워서 은범은 외과 병동 건물 아래를 한참 서성이다가, 응급실과 외래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래... 오늘 시연이가 외래 근무일 수도 있잖아.’

먼저 응급실을 찾았지만, 그곳엔 시연이 없었다.

이후 외래로 가보니 운이 좋았다.

시연은 정말로 외래에 있었다.

간호사가 환자를 부르고, 문이 열릴 때마다 시연은 환자와 마주 앉아 진지하게 상태를 묻거나, 진찰대 앞에 서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집중한 듯한 그녀의 표정은 아주 안정되어 있었다.

‘별일 없나 보네. 고유건이 아무리 화가 났다지만, 그 분노는 나한테만 쏟은 건가...?’

‘시연이는 건드리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그래도 고유건, 최소한의 선은 지키는 사람이구나.’

은범은 그냥 돌아설 수도, 직접 물을 수도 없었다.

예전에 시연과 했던 약속이 떠올랐기 때문.

‘되도록 얼굴 보지 말자’는 그 약속을 말이다.

그래서 은범은 조용히 외래 복도 한쪽에 앉아, 시연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점심 무렵.

오전 진료가 끝난 시연은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메더니 병원 건물을 나섰다.

은범은 조용히 그녀를 따라갔다.

‘근데... 이상하네. 고유건이 붙여놓은 경호원은 어디 갔지?’

‘내가 못 본 건가? 아니면... 오늘은 따로 없었던 건가?’

그보다 더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병원 문을 나와 좌측으로 꺾으면, 길은 세 방향으로 갈라진다.

하지만 시연이 선택한 길은... 진아 집이나 고씨 가문 본가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었다.

‘이 방향은 뭐지?’

미간을 찌푸린 은범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시연은 허리를 짚으며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힘들어 보였지만,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시장이었다.

‘시장?’

마트보다 조금은 번잡하지만, 이곳의 채소와 고기들은 더 신선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닭이 당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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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응, 알겠어.”두 사람은 ‘선물’을 가사도우미에게 건네고, 손을 맞잡은 채 밖으로 나갔다.거실에서는 유건이 소파에 앉아 있었고, 시연은 도저히 가만히 있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그러다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진아가 안쪽에서 나오고 있었다.“진아!”시연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그녀는 거의 뛰다시피 다가가, 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너 괜찮아? 몸은 어때? 어디 아픈 데는 없어?”솔직히 말해, 시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자신이 CA국에 다녀온 사이... 지하가 진아를 이렇게 데려와 버릴 줄은...진아 집안이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이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간신히 협박과 설득을 섞어 유건을 끌고 여기까지 왔다.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아를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시연이 뻗은 손은 허공을 갈랐다.진아는 시연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다가, 지하의 팔을 끌어안고 그의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그리고 눈에는 경계와 혼란이 가득했다.“진아?”시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눈이 커졌다.“너 왜 그래? 나야.”진아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무의식적으로 지하를 올려다봤다.도움이 필요하다는 눈빛이었다.“괜찮아.”지하는 진아의 손을 잡아, 천천히 토닥였다.그리고 시연을 향해 턱으로 가볍게 가리켰다.“여기는 지시연 씨. 네가 예전에 제일 친하다고 했던 친구야.”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네 말로는... 피는 안 섞였지만 친자매 같은 사이라고 했어.”“그리고 시연 씨의 딸 조이는 널 이모라고 불렀고, 나는 이모부라고 불렀어.”‘그런가...?’진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하의 말투에는 확신이 있었다.‘정말... 그렇게 가까운 사람이었나 봐.’진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시연을 천천히 살폈다.“진아.”시연은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그녀는 의사였다.지금 상황이 뭘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빨리 이해했다.게다가 이전에도 기억을 잃은 진아를 본 적이 있었다.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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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9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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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97화

    밖에서, 진아는 조용히 서 있었다.들어 올렸던 손은 한참을 공중에 머물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시선은 자연스레 바닥으로 떨어졌고,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아침 일찍, 진아는 잠에서 깼다.계단을 내려오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진한 약 냄새였다.“진아.”밖에서 들어온 지하가 웃으며 말했다.“깼어? 막 부르러 올라가려던 참이었는데, 잘 됐다. 밥부터 먹자. 약도 거의 다 됐어.”“응, 알겠어.”진아는 눈꼬리를 살짝 휘며 고개를 끄덕였다.요 며칠 입맛이 없어서 샌드위치는 반쪽 정도 먹고, 우유도 다 마시지 못한 채 내려놓았다.“자.”지하는 약 그릇을 들고 와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이제 안 뜨거워. 마셔.”“응, 알겠어.”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릇을 들고 눈을 질끈 감은 채 꿀꺽꿀꺽 단숨에 마셨다.그리고 바로 입을 벌렸다.“빨리!”지하는 웃으며 미리 준비해 둔 정과를 그녀 입에 넣어줬다.진아는 입안에서 정과를 씹었다.볼이 오물오물 부풀어 올랐다.“써?”지하가 또 하나를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좀 더 먹어. 쓴맛 가시게.”“응, 꽤 쓰네.”진아는 정과를 삼킨 뒤, 턱을 괴고 그를 올려다봤다.“당신... 지금 바빠? 나랑 좀 얘기해 줄 수 있어?”“응?”지하는 눈썹을 들어 올렸다.“너랑 이야기해야 한다면, 당연히 안 바쁘지. 무슨 할 말 있어?” “응.”진아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눈동자 안에 작은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당신... 나 많이 사랑해?”지하는 잠깐 멈칫하다가, 피식 웃었다.“보통은 그렇게 바로 묻지 않는데.”“근데 우리 부부잖아.”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기억을 잃은 지금의 진아는 예전보다 훨씬 겁이 없고 솔직했다.그녀는 지하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나 아무것도 기억 안 나. 당신이 말해 줘. 우리 어떻게 만났어? 어떻게 같이 있게 된 거야? 내가 당신 좋아한 거야, 아니면 당신이 나 좋아한 거야?”“그건 말이지.”지하는 그녀의 코를 가볍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96화

    “그래, 참 똑똑하네.”지하는 고개를 숙여 그대로 진아의 입술을 덮쳤다.진아는 깜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뜬 채, 양손으로 지하의 가슴을 밀어냈다.“당신, 당신 지금 뭐...”“내가 왜?”짧지 않은 키스가 끝난 뒤, 지하는 붉게 물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우린 부부잖아. 이런 거, 이상할 거 없어.”진아는 입을 벌린 채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뭐라고 반박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굳어버렸다.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나 아픈 사람이야. 당신... 나 괴롭히는 거라고.”“괴롭히는 거 아니야.”지하는 그녀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깊숙이 눈을 들여다봤다.“그리고... 너한테 무슨 일 생길 리 없어. 내가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니까, 절대.” 그날 밤, 지하는 서재에 혼자 앉아, 오랜만에 유건에게 연락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유건의 목소리가 거칠게 쏟아졌다.[너 미친 거야?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진아 씨 어디다 숨겨 놨어? 두 사람, 지금 같이 있는 거야?]“그래.”지하는 담담하게 인정했다.[너...]유건은 말문이 막혔다.절친이라 해도, 이건 도저히 편들 수 없는 일이었다.[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진아 씨 데리고 사라지니까, 진아 씨 부모님은 거의 정신 나갈 지경이야!][네가 진아 씨를 못 놓는 건 이해해. 근데 이렇게 일을 벌이면 안 되지. 이런 짓을 하고도, 나중에 네 장인어른이 너한테 딸을 맡기길 바라?]“나중에...?”지하는 씁쓸하게 웃으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나랑 진아한테 정말 나중이라는 게 있을까?”그는 진아 앞에서 수없이 말해왔다.반드시 괜찮게 만들겠다고, 절대 그녀에게 무슨 일도 생기지 않게 하겠다고.하지만 지하의 마음속에도, 똑같은 불안과 두려움이 있었다.진아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세상 자체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그런 생각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며칠이 지나서야, 유건 앞에서 겨우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95화

    그 이후로 이틀이 연달아 흘렀다.진아는 잠들었다가 깼고, 또 잠들었다가 깼지만, 상태는 여전히 같았다.회복되지 않았다.지금 진아의 세계에는, 지하 한 사람밖에 없었다.오후가 되자, 지난번에 왔던 한의사 백한산이 다시 방문했다.진아를 다시 진찰했고, 그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더 꼼꼼했다.지난번에 비해 진아는 꽤 협조적이었다.다만, 불안감과 신뢰의 결핍 때문에, 진찰 도중에도 수시로 지하를 바라봤다.마지막에는 지하가 아예 그녀의 손을 잡았다.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나서야 진아는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백한산은 지하를 한 번 바라보더니 말했다.“밖으로 좀 내보내게.”진아를 잠시 내보내고, 병세를 설명하려는 의도였다.“알겠습니다.”“하지만...”진아는 기억을 잃었을 뿐, 바보는 아니었다.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물었다.“안 나가면 안 돼?”지하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선물이 계속 저기서 짖고 있잖아. 가서 잠깐 같이 있어 줄래? 마당에 데리고 나가서 좀 뛰어놀게 하고.”사실상 거절이었다.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알겠어...”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선물을 찾으러 갔다.진아가 나가자 실내의 공기는 갑자기 무겁게 가라앉았다.지하는 미간을 모은 채 백한산을 바라봤다.“말씀하세요.”“이런 상황...”백한산은 차분하게, 그러나 매우 상세하게 설명했다.“사실 이 상태는 처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거고. 수술이 불가피한데...”보존 치료는 이미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까?”지하의 얼굴은 음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백한산은 한숨을 내쉬었다.“나는 의사지, 신이 아니야. 모든 병에 다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다만, 한방 치료는 서양의학보다 비교적 순한 방식일 뿐이었다.“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준비하셔야 해.”백한산을 배웅한 뒤, 지하는 정원으로 시선을 옮겼다.진아는 선물과 함께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자,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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