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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2화

Author: 임공
은범은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만약 시연 때문이라면, 유건은 애초에 HUA테크와 손을 잡지 않았을 거라고.

하지만, 일재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닐 수도 있지! 잘 생각해 봐. 우리랑 제일 먼저 계약 끊은 사람, 고 대표잖아. 그리고 그럴 능력 있는 사람도, 고유건밖에 없어.]

은범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야... 그렇게 따지면, 일재 말도 꽤 설득력이 있지.’

“그래도 난, 고 대표가 그런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해.”

‘그 사람, 그 정도로 감정에 휘둘릴 인간은 아닌데...’

쿵!

갑자기 등 뒤에서 무언가 쾅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은범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부엌 쪽에서 강수희가 당황한 얼굴로 반찬통 하나를 떨어뜨린 상태였다.

다행히 뚜껑이 단단히 닫혀 있어 내용물이 쏟아지진 않았다.

그런데도, 은범은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어머니... 왜 저렇게 당황한 눈빛이지?’

“일단 끊을게.”

전화를 서둘러 끊고, 은범은 부엌으로 걸음을 옮겼다.

강수희 옆에 앉아 반찬통을 주워 정리했다.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강수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은범아, 너 방금... 전화할 때 고 대표 얘기했지?”

“네.”

은범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른 척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떠보려면 지금이 기회였으니 말이다.

“요즘 고 대표랑 우리 회사 계약도 끊겼고, 그 이후로 프로젝트가 두 개나 물 건너갔어요. 일재가 묻더라고요, 혹시 제가 고 대표한테 밉보인 건 아니냐고요.”

“아...!”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수희가 눈을 질끈 감으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 반응을 본 순간, 은범의 가슴은 묘하게 쿵 내려앉았다.

‘뭔가 있다. 어머니... 뭔가 아는 거야.’

“어머니.”

은범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저한테 뭐 숨기고 있는 거 있어요?”

“엄마... 엄마는...”

강수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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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80화

    리슬은 고개를 살짝 들어 유건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분이 바로... 아까 말한 시연 씨 남자 친구예요. 아, 아직은 아니지만...”눈웃음 가득한 얼굴로 이번엔 이경을 쳐다봤다.“곧 될 거 같죠? 느낌이 아주 좋아요.”‘뭐?’유건은 이경보다 약간 더 큰 키로 그를 내려다보며, 눈꺼풀을 반쯤 내려 깔끔하게 인사를 건넸다.‘눈에 뭐라도 들어간 것 같은 표정이네.’“고유건입니다.”“한이경입니다. 반갑습니다.”두 사람은 짧게 악수했다.그 순간만큼은 묘한 긴장감이 공기 중에 퍼졌다.리슬이 갑자기 제안했다.“이렇게 마주친 것도 인연인데, 다 같이 식사하는 거 어때요? 사람 많을수록 더 즐겁잖아요. 유건 씨, 괜찮죠?”‘안 돼. 정말 싫어. 부담 백배야.’시연은 속으로 단호히 거절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유건이 시연을 스치듯 흘겨보고 먼저 대답해 버렸다.“좋죠.”“한이경 씨, 함께하시죠.”이경은 잠시 시연을 바라보았다.시연의 눈빛엔 살짝 당황한 기색이 돌았지만, 결정은 결국 자신에게 맡긴 듯했다.그때, 리슬이 능청스럽게 시연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아이... 뭐가 그리 고민이에요. 매니저가 그러는데, 오늘 랍스터랑 달팽이 요리 진짜 잘 나왔대요! 배도 고프고... 얼른 가요!”리슬은 시연에게 거절할 틈을 주지 않았다....리슬과 유건이 예약한 룸은 시연이 예약한 테이블보다 훨씬 넓었다.네 명이 앉기에도 여유로운 공간이었다.자리 배치는 자연스럽게 리슬과 유건이 한쪽에, 시연과 이경은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잠시 후, 직원이 와서 메뉴 주문을 받았다.“오늘은 랍스터랑 달팽이 요리가 아주 좋아요. 일단 네 개 주세요, 각자 하나씩.”“잠시만요.”시연이 리슬을 말렸다.“이경 씨가 G시 전통 요리를 맛보고 싶어 하셨어요.”“아, 그렇구나?”리슬은 눈을 깜박이며 웃었다.“사실 나도 G시 토박이는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유건 씨가 골라주세요. 괜히 제가 이상한 거 시켜서 시연 씨랑 남자 친구 분위기 망치면 안 되잖아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9화

    도리슬이었다.“시연 씨!”리슬은 매장 입구를 손으로 가리키더니, 작은 걸음으로 달려 들어와 시연 옆에 활짝 웃으며 털썩 앉았다.“어머, 또 마주치다니 정말 신기해요.”“그러게요.”시연은 피식 웃었다.‘진짜... G시가 생각보다 좁긴 좁네.’“쇼핑 중이에요?”리슬은 매장을 둘러보다가 눈을 찌푸렸다.“어라? 여긴 남성복 매장이네요? 시연 씨, 남자 옷 사요?”‘당연히 내가 입을 리는 없고...’리슬이 눈을 반짝였다.“누구 주려고요?”“시연 씨.”그때, 피팅룸 커튼이 열리며 이경이 갈아입은 옷차림으로 나왔다.리슬의 눈이 순식간에 커졌다.그리고 시연보다 먼저 벌떡 일어나서는, 들뜬 눈빛으로 이경을 위아래 훑어보았다.그러곤 시연을 돌아봤다.“헐, 잘생겼다...”진심이 가득 담긴 감탄이 터져 나왔다.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진짜 솔직하다.’“그렇죠?”객관적으로 봐도, 이경은 혼혈 특유의 이목구비에 비율까지 완벽해서 어디에 내놔도 눈길을 끌 외모였다.리슬은 더 신이 났다.“이분, 시연 씨랑... 무슨 사이예요?”“친구예요.”“친구요?”리슬이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친구랑 같이 옷을 사러 와요?”‘아... 설명이 길어지겠네.’“흐흐... 그냥 친구는 아니고, 남자 친구죠?”“...”“아직은 아닙니다.”시연이 말문을 찾기도 전에, 이경이 먼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지금은, 정말로 친구 사이예요.”“오...”리슬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저 말투... 가능성이 열려 있단 얘기잖아?’“알겠어요, 무슨 느낌인지. 흐흐.”‘이 남자, 지시연한테 마음 있는 거네. 눈빛이 말해줬지.’리슬은 언어가 서툰 외국인 입장에서 괜히 더 동질감을 느꼈다.‘우리끼리는 밀어줘야지.’“그럼 더 열심히 하셔야겠어요. 시연 씨 인기 많아요. 경쟁자 많다고요!”“그럴게요.”이경은 웃으며 시연을 힐끗 바라보았다.“그쪽은... 시연 씨 친구분인가요?”사실, 리슬은 꼭 ‘친구’라고 하긴 애매했지만, 시연은 간단히 소개를 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8화

    유건은 잠시 찡그린 얼굴로 다가오더니 말했다.“내가 할게.”“고, 고 대표님...?”마수경은 깜짝 놀랐다.유건이 다시 내려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아저씨!”놀라운 건, 조이가 유건을 보자마자 다시 방긋 웃으며 품으로 달려든다는 거였다.‘이 애, 진짜 고 대표님을 좋아하긴 좋아하네...’유건은 자연스럽게 두 팔을 벌렸고, 조이는 쏙 안겼다.작은 몸이 가볍게 안기자, 금세 울음이 가라앉았다.조이는 유건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여전히 훌쩍거리면서도 더는 크게 울지 않았다.“아저씨... 화났어요...? 조이가 잘못했어요...”‘이 애, 아까 일로 내가 화났을까 봐 눈치 보는 거야...?’유건의 마음이 순간 녹아내렸다.‘이런 말 하는데 어떻게 화가 나 있겠냐...’세상에서 제일 마음을 약하게 하는 건‘투정 부리는 여자’가 아니라 ‘투정 부리는 조이’였다.“아니, 아저씨 안 화났어.”“진짜예요...?”조이가 고개를 살짝 들어 눈을 맞췄다. 눈망울은 아직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긴 속눈썹 아래로 눈물이 반짝였다.“아저씨, 아직도... 조이 좋아해요?”“좋아하지. 당연히 좋아하지.”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이를 안아 조이 방으로 데려갔다....시연은 한참을 달려 SKY 전원주택단지에 도착했다.이미 늦은 시간이었지만, 마수경은 불을 켜둔 채 아직 깨어 있었다.“언니...”“지 선생님, 오셨어요.”마수경은 방 안을 가리켰다.“고 대표님이랑 조이 같이 있어요. 근데... 고 대표님 성격은 잘 모르겠어서... 조심하세요, 지 선생님.”“네, 알겠어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숨을 들이쉬었다.“정말 죄송해요. 이런 늦은 시간에 폐 끼쳐서...”“별말씀을요.”마수경은 손을 휘휘 저으며 하품했다.“전 이만 자러 들어갈게요.”마수경이 방으로 들어간 뒤, 시연은 천천히 문손잡이를 잡았다.심호흡하고,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낮고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치타는 그때 영양을 놀린 걸 몹시 후회했어요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7화

    “아이고!”유건이 뭐라 하기도 전에, 마수경이 먼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조이야, 제발 그만 좀! 아저씨 바쁘단 말이야.”조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곧 다시 울음이 터질 기세였다.‘아이고 오늘은 왜 이러니...’마수경은 머리가 지끈거렸다.물론, 조이가 귀찮다는 게 아니었다.‘괜히 고 대표님 기분 상하게 해서 시연 씨까지 곤란해질까 봐서 걱정이지...’“고... 고 대표님, 애가 어려서 그래요. 조금만 이해를...”“내놔.”유건이 그녀 말을 뚝 잘랐다.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조이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네?”마수경은 순간 멍해졌다.‘지금 뭐라고 하신 거지?’“아저씨!”하지만 조이는 이미 활짝 웃으며 유건에게 달려들었다.작은 팔로 유건의 목에 달라붙듯 안기며 방긋 웃었다.작은 입에 보이는 쌀알 같은 치아가 유난히 또렷했다.유건은 조이를 품에 안고, 조이의 작은 손을 가만히 잡았다.놀랍게도 울음이... 멎었다.‘설마...’마수경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싸늘하기만 한 ‘고 대표님’ 얼굴을 보고도 안 무서워하는 애는 처음 봤다.‘와... 애가 너무 대단한 거 아냐?’그 순간, 유건도 내심 뿌듯했다.‘봐라, 나도 애 하나쯤은 거뜬하지.’하지만 팔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따뜻하고 습한 감촉.천천히 스며드는 그 불길한 젖음에, 유건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리고 눈이 슬며시 커졌다.마수경은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급히 물었다.“고, 고 대표님?”“빨리.”유건은 차가운 얼굴로 이를 악물고 낮게 외쳤다.“애 좀... 빨리 받아 가!”“네? 아, 아 네!”마수경은 당황해 허둥지둥 조이를 받아서 들었다.그러고는 순간 알아차렸다.‘엇... 젖었어...?’조이의 바지가 축축했다.아니, 정확히는... 조이가 유건한테 안긴 상태에서... 실례를 한 거였다!“고, 고 대표님...?”유건의 얼굴은 이미 새까맣게 굳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눈빛은 날카롭게 갈라졌다.“멍하니 있지 말고, 애 씻기고 옷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6화

    이경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했다.“G시에선... 이런 걸 ‘선’이라고 하나요?”‘역시...’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레오 선생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시긴 했어요. 하지만, 한이경 씨께는 처음부터 확실히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시연은 고개를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지금, 연애나 결혼 생각이 전혀 없어요.”“음?”이경은 다소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 표정엔 이해하기 어려운 듯한 당황스러움이 어렸다.“그 말은...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셨다는 뜻인가요? 제가... 부족했나요?”‘아... 이 사람, 생각보다 솔직하네.’사실, 이경은 시연의 첫인상이 꽤 마음에 들었다.시연은 전형적인 미인형의 외모에, 말투나 태도는 침착하고 예의 바르며, 어딘가 거리감 있는 그 분위기까지도 매력적이었다.‘완벽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아니요, 전혀요.”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한이경 씨는 정말 괜찮은 분이에요. 제 말은... 제 문제라는 거예요. 지금 제 삶은, 혼자여서 더 편하고 만족스러워요.”그 말을 들은 이경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렇구나...’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직은 첫 만남일 뿐이었다.감정이 얽힐 만큼의 시간도, 이유도 없었다.억지로 뭔가를 기대할 이유도 없었으니까.“그럼... 우리 친구가 될 순 있을까요?”“물론이죠.”시연은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이성적으로, 부드럽게 넘어가 주는 사람이란 점에서 시연은 은근히 안도했다.‘괜한 감정 소비 안 해도 되겠네.’“시연 씨의 생각을 존중해요.”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브라우니 하나 부탁드릴게요.”이경이 시연을 바라보며 웃었다.“레오가 말해줬어요, 시연 씨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라고요. 하루 종일 신경 써 주셨는데, 물만 마시게 할 순 없잖아요.”그 배려에 시연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SKY 전원주택단지.“으아아앙...!!”조용히 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5화

    [농담 아니고...]전화기 너머, 레오는 웃으면서 말했다.[시연아, 이제 적은 나이 아니잖아. 설마 평생 혼자 살 생각은 아니지?]“그건 아닌데...”시연은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딱히 결혼을 부정하는 입장도 아니었다.“지금은 그냥, 그럴 생각이 없을 뿐이에요.”[그럼 한번 만나봐.]레오는 굳이 강요하진 않았다.[그 친구는 일 때문에 G시에 가는 거야. 너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고. G시엔 아는 사람 하나 없다고 하던데? 그냥 내가 부탁 좀 하는 셈 치자. 한 번만 챙겨줘.]이 정도 말까지 들었는데, 시연도 딱 잘라 거절하긴 어려웠다.“알겠어요.”고개를 끄덕이며 시연은 다시 물었다.“선생님의 그 친구, 혹시 좋아하는 거나 싫어하는 거 있어요? 알아두면 좋잖아요.”레오는 웃으며 하나하나 설명해 줬고, 시연은 조용히 들으며 머릿속에 정리해 나갔다.“네, 알겠어요...”문 앞, 복도 모퉁이.유건이 조용히 서 있었다. 등 뒤로 조명이 비추고,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입꼬리엔 냉소가 스쳐 갔다. ‘선...? 게다가 저렇게까지 자세히 묻고 있어?’‘꽤 신경 쓰이네.’그는 가슴속 어딘가가 울렸다.그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계단 위로 성큼성큼 올라갔다.‘지시연이 누구랑 선을 보든 내 알 바 아니잖아.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하필이면, 레오의 그 친구는 참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났다.시연은 최근 BLUE에서의 일이 어그러져 한가한 상태였다.며칠만 일찍 왔어도, 아마 만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다.레오가 알려준 정보로 보면, 그 사람은 밤에 도착한다.마침 조이도 재워뒀고, 조명 하나 켜두고 마수경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혹시 조이가 깨어나서 화장실을 찾을 때, ‘엄마 곧 온다’는 말 한마디만 해달라고.마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요. 나도 애 키워봤잖아요.”모든 걸 마무리한 시연은 조용히 현관문을 나섰다.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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