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은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그 눈빛에는 잠깐의 당황스러움이 스쳤다. “너, 꽃... 안 좋아해?”“참...” 시연은 두어 번 짧게 웃었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다.그러다 불쑥 말했다. “오늘, 아버지를 만났어요.”유건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그는 묵직한 눈빛으로 시연을 바라봤다.“그리고 그분한테 약속했어요. 우주한테 간 이식 얘기를 전하겠다고.”시연은 문득 웃었다. 쓸쓸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그날 당신이 했던 말들, 솔직히 듣기 끔찍했지만... 맞는 부분도 있었어요.”“시연아, 나...” 유건은 갑자기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을 보였다.“끝까지 들어줘요.” 시연은 가볍게 입술을 다물었다가, 다시 웃었다.“하지만 그분, 나랑 약속했어요. 우주한테 자기가 아버지라는 걸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요. 그 가족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 당신도 입조심해요.”그 말을 끝으로, 시연은 몸을 옆으로 틀었다. 마치 ‘이제 나가라’는 듯한 자세였다.“자, 이제 내가 할 말은 끝났어요. 그동안 고생 많았겠네요. 이제 당신의 목적도 이뤘으니 이만 가봐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밖에서 내리는 눈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시연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용히 유건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끝이야. 나도, 당신도.’그때, 유건이 시연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얇은 입술에, 가볍고도 서늘한 웃음이 번졌다.“내 목적이 뭔데?”“됐어요, 그만해요.” 시연은 피곤한 듯 웃음을 거두었다.“더는 당신이랑 엮이고 싶지 않아요. 빨리 가서 장소미한테 좋은 소식 전해요. 기뻐하겠죠.”그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유건은 시연에게 성큼 다가섰다.“내 목적이 뭐냐고 묻잖아. 대답해.”‘뭐야, 아직 부족해?’ 시연은 무의식적으로 한발 물러섰다. ‘내가 못 알아듣게 말했나?’“그...” “입 다물어.”유건은 거칠게 시연의 턱을 움켜잡았다. 남자의 숨결이 거칠고 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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