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의 말은 분명 옳았다. 하지만 시연의 얼굴에는 차가운 웃음만 맴돌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술을 달싹였다. 유건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 “그래요.” 시연은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했다. 솔직히 장소미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다. 괜히 꺼냈다가는, 자신이 마치 질투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괜히 신경 쓰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 하지만 유건이 먼저 화두를 꺼냈다. 그래서 시연도 정면으로 부딪치기로 했다.“당신은 지금 포인트를 잘못 짚었어요. 난 우리가 이혼하기로 한 그 순간부터, 난 당신이 장소미한테 미련이 있건, 없건 전혀 신경 안 쓰게 됐어요.” 유건의 호흡이 순간 멎었고, 검은 눈동자 속에 짙은 어둠이 빠르게 번져갔다. 하지만 시연은 멈추지 않았다. “난 정말 이해가 안 돼요. 당신, 장소미를 사랑했다면서요? 그럼, 지금 이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데... 깨진 걸 다시 붙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잖아요. 아끼고, 잡아야죠.” “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유건은 주저 없이 고개를 저었다. “단 한 번도.” “그래요.” 시연은 담담하게,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대답했다. ‘예전엔 애써 외면했지.’ ‘당신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으니까.’ “예전엔 그런 생각 안 했겠죠. 당신이 얼마나 양심적인 사람인데... 결혼한 이상,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진 않았겠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 시연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그때 반대하던 할아버지도, 이제 허락했잖아요. 그러니까...” 시연은 눈을 크게 뜨고, 또렷하게 말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도 돼요.” ‘이제는, 아무도 당신을 탓하지 않을 거야.’ 시연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밤, 유건이 억지로 술을 들이켜던 모습을. 얼마나 결혼이 싫었고, 얼마나 장소미를 포기할 수 없었는지를. 시연은 눈을 깜박이지 않고 유건을 바라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