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781 - Chapter 790

1188 Chapters

제781화

시연은 간절한 눈빛으로 유건을 바라보며 애원했다.“내가 봤어... 차는 장소미 거야. 내가, 내 눈으로 직접 봤다고. 날 믿어줘. 제발...”‘제발... 단 한 번이라도 날 믿어줘.’‘누가 뭐래도, 당신만은...’갑자기 시연은 손가락으로 부지하를 가리켰다.“지하 씨한테 말해줘. 모두한테 말해줘. 그 차는 장소미 거라고. 다 당신 사람들이잖아. 나 대신 말해줘!”“여보...”유건은 어떻게 말려야 할지 몰라 한숨을 삼켰다.“나도 당신을 믿어. 하지만... 경찰은 증거를 봐야 하니까...”하지만 시연은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은범이가 지금 수술대 위에서 생사를 오가고 있는데...’‘그런데 장소미랑 관련이 없다고? 그게 말이 돼?’“또야? 이번에도 장소미 편들 거야? 저번처럼, 또 눈 감아줄 거냐고!”시연의 목소리는 이미 눈물에 젖어 떨리고 있었다.“은범이... 은범이는 아무 죄도 없어. 근데 당신은, 또다시 장소미를 지켜? 법보다 그 여자가 더 중요해?”“여보...”유건은 손끝이 저릿해지는 무력감을 느꼈다.‘결국 내가 만든 결과야... 예전의 내 모습이, 지금 너를 이렇게 만든 거야.’유건은 시연의 눈에 담긴 불신을 외면하지 못했다.‘넌 나를 믿지 않아. 그리고 그건... 다 내가 한 행동 때문이지.’ 유건이 시연을 진정시키려 조심스럽게 말했다.“조금만 진정하자. 지금 넌 너무 흥분했어. 넌 원래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 아니잖아. 조금만, 조금만 진정하고 다시 얘기하자. 응?”하지만, 시연은 진정할 수 없었다.시연은 천천히, 깊게 숨을 쉬며 유건을 똑바로 마주 봤다.그 눈빛은 흔들렸지만 분명했고, 그 말은 날카로웠다.“왜 그래? 왜 늘 좋은 남편인 척해? 다정하고, 배려하고, 완벽한 사람인 척하면서... 막상 선택해야 할 때마다, 당신은... 한 번도 날 선택한 적 없어.”‘제발... 이번만이라도 날 선택해 줘.’‘단 한 번이라도, 나를... 나를...’“부탁이야, 날, 한 번만 선택해 주면 안 돼?”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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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그래.”잠시 후, 유건은 시연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차 안으로 데려갔다.시연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살짝 틀며 유건의 품을 거부하는 모습이었다.‘이젠... 당신 손길조차 닿는 게 싫어.’유건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조심스럽게 시연의 잔잔한 이마 옆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속삭였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건 오직 너야. 이번만은... 제발 날 믿어줘. 나, 장소미 안 감쌌어. 아무것도 안 했어.”공간도, 상황도 모든 게 엉망이었다.하지만 유건은 이 말만큼은 지금 해야 했다.“내가 만약 누굴 위해 목숨 걸 수 있다면, 법도 다 무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무조건 너야. 너 하나뿐이야.”시연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그 말이 닿은 걸까, 아닐까......유건과 시연이 다시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은범의 수술이 막 끝난 참이었다.“어떻습니까, 교수님...”수술실 앞, 강수희와 노수철이 떨리는 목소리,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담담한 표정의 의사는 마치 외운 것처럼 또렷하게 말했다.“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만... 깨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건 아직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생명에 지장이 없고, 바이탈도 안정적입니다.” “내일 깨어날 수도 있고, 모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년, 5년,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수희의 얼굴은 처음엔 창백했지만, 점차 회색빛으로 바래갔다.‘설마... 아니겠지...’그 눈빛엔 마지막 기대가 담겨 있었다.하지만...“설마... 우리 은범이가... 식물인간이란 말입니까...?”의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공기마저 멈춘 듯한 적막이 병원 복도에 퍼졌다.하지만 의사는, 말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머리 손상이 심각했습니다. 머리뼈는 분쇄 골절이었고, 뇌출혈도 대량으로 발생했습니다. 가족분들께선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장기적인 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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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산부인과.시연은 병실 안 침대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이런 와중에도, 꿈은 평온했으면...’병실 한구석.“형님.”“도련님.”주지한, 정민환, 정기환, 그리고 이호민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이호민은 최근까지 고상훈을 돌보며 CA국 쪽을 주시하고 있었기에, 유건의 부름을 받자마자 달려왔다. “집사님.”유건이 고개를 끄덕였다.“앉으세요.”“예.”모두가 자리에 앉자, 이호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CA국 쪽은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번 사건, 그쪽에서 벌인 일은 아닙니다.”유건은 잠시 눈을 감았다.‘CA국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냐...’이전부터 여러 차례 벌어졌던 위협들.그때마다 고상훈의 지시로 이호민은 압박을 걸었고, CA국은 항상 의심받는 대상이었다.하지만 그쪽 사람들이 움직였다면, 반드시 흔적이 남았을 터.민환과 정기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쪽은 양지에 있고, 적은 어둠 속에 숨어있습니다.”“CA국이 움직였으면, 증거 하나쯤은 있어야죠.”“그럼, 누구죠?”유건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그 누구도 시연이를 그렇게까지 해치려 들 이유가 없잖아요.”“도련님.”이호민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혹시... 사모님의 원한 있는 쪽은 아닐까요?”유건은 이호민을 바라보았다.그것은 유건 역시 이미 여러 차례 생각해 본 부분이었다. ‘나도...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어.’‘하지만 시연이에게 그런 원한을 품을만한 사람이... 있었나?’“시연이가 무슨 원수가 졌겠어요?”유건이 다시금 조용히 물었다.“이건 단순한 미움이 아니라, 죽이려는 의도였어요.”그 순간, 유건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지한아, 포르쉐 운전자, 찾았어?”“아직입니다.”지한이 답했다.“호준 형님도 이상하게 보고 있어요. 사건 당시, 형수님이 바로 신고하셨고, 물살도 그렇게 강하지 않았는데, 운전자는 그림자도 없이 사라졌어요.”“지문도 없었고요. 장소미 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너무 계획적이고 치밀한 느낌입니다.”‘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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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레오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러닝머신에서 천천히 내려왔다.“아는 분이에요. 레오 선생님, 안으로 모셔 주세요.”“네, 알겠습니다.”간호사가 고개를 숙이고 나가자, 잠시 뒤 병실 문이 열렸다.키가 훤칠하고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혼혈 남성이 들어섰다.바로 레오였다.“레오 선생님.”“시연 씨.”“앉으세요.”시연은 미소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뭐 드릴까요? 커피요? 블랙커피 좋아하시죠?”그녀는 곧 바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금방 내려드릴게요.”“괜찮습니다, 번거로운 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아뇨, 괜찮아요. 시간도 많은데요, 뭐.”시연은 손놀림을 바쁘게 움직이며 커피잔을 꺼내고 세척했다.“의외네요. 절 찾아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떻게 제가 여기에 있는 걸 아셨어요?”“시연 씨 예전 집에 갔었어요. 경비원이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알려줬죠.”“그랬군요.”시연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내려놓았다.“절 찾아온 이유가 있으신 거죠?”레오는 말문을 잠시 닫았다.망설이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협력업체 쪽에서 들었어요. 지 사장님이 돌아가셨다고... 그리고 시연 씨 집안 이야기도 조금...”‘역시...’시연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그렇군요.”“시연 씨.”레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시연을 찬찬히 바라봤다.“정말 괜찮아요?”시연은 가볍게 웃었다.“전 괜찮아요.”‘괜찮지 않은 건... 나 자신이 아니라, 날 둘러싼 모든 것일 뿐.’레오는 그 말이 건조한 위로일 뿐이란 걸 알았다. 마지막으로 봤던 시연보다 훨씬 말라 있었고,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 속에서 ‘삶에 대한 온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도울 수 있는 게 있을까요?”레오의 진지한 눈빛이 시연을 향했다.시연은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저야 뭐든 좋습니다.”레오는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이 나라의 말은 서툴러도, 다른 건 다 할 수 있어요. 시연 씨가 필요하다고 말만 하면, 언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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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시연의 눈빛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자, 정기환이 다급히 다가왔다.“형수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진정하세요!”“아무 말도 하지 마!”시연이 날카롭게 소리쳤다.“장소미, 내가 묻잖아. 너지? 너, 범인이잖아. 그렇지?”“아, 아니야... 나 아니야...!”소미는 겁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너 진짜 미쳤구나? 나 좀 놔줘! 가야 해!”“안 돼. 절대 못 가.”“놔줘, 놔달라니까... 악!”갑작스러운 비명이 울렸고, 기환이 얼어붙었다.오성수 변호사 사무실은 복층 구조였다.소미와 시연이 서 있던 위치는 계단과 다소 거리가 있었지만, 소미는 마치 무언가에 떠밀린 듯 계속 뒷걸음질 쳤다.‘이상하다... 왜 저렇게 불안하게 물러서는 거야?’기환은 위기감을 느끼고 곧장 앞으로 달려들었다.하지만 그가 잡은 건 겨우 소미의 옷자락 한 귀퉁이.그 순간, 소미의 몸이 아래로 굴러떨어졌다.“아악!”계단을 굴러떨어지는 동안 연이어 비명이 터졌다.기환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눈앞에서 일어나는 참극을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안 돼... 안 돼!’소미는 그대로 1층 바닥에 떨어졌고,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형수님...!”기환이 충격에 넋을 잃고 시연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바로 계단을 내려가 소미를 끌어안았다.“누구 좀 도와줘요! 119 불러요! 빨리요!”누군가의 외침에 사무실은 삽시간에 소란스러워졌다.“무슨 일이야?”“어떻게 된 거야? 누가 떨어졌어?”“...”직원들과 변호사들, 심지어 청소 아주머니까지 모두 2층을 올려다봤다.모두의 시선이 모인 곳.그곳엔, 시연이 서 있었다.굳게 다문 입, 움직이지 않는 시선.시연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그러고는 자기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그 후, 손등도 바라봤다.‘이 손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걸까?’그 순간, 시연의 눈이 조용히 감겼다.‘이상하다. 무너져야 하는데...’‘왜 이렇게 마음이... 조용하지? 왜 이렇게... 평온하지?’모든 소음이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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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뭐라고...?”시연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어딘가 미쳐가는 기운이 감돌았다.“상처가 그렇게 가볍다고?”‘설마... 살아있다고 해도, 평생 장애가 남을 거라고 생각했어.’‘그 정도는 각오했는데... 그게 다야?’“여보.”유건이 이마를 찌푸렸다. 진심으로 다급한 눈빛이었다.“상처가 가벼울수록 너한테 유리해. 그걸 알아야 해.”“허, 무슨 뜻이야?”시연은 멍하니 있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경찰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당신이 먼저 유죄 판결 내리는 거야?”“여보!”유건이 급히 손을 뻗었다.“그런 뜻이 아니야! 그냥, 지금까지 나온 증거를 기반으로... 이성적으로 분석해 보면...”‘이성? 또 그 말이야? 지긋지긋해.’시연은 웃음을 거두고,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장난 그만할게.”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천천히 뱉었다.“경찰 부르라고 해. 장소미... 내가 밀었어. 인정할게.”“여보!!”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이 시연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남자의 눈동자에는 놀람과 공포가 어른거렸다.유건은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 말은, 나한테만 해. 경찰 앞에서는 절대 안 돼, 알겠어?”“왜 안 돼?”시연은 멍하니 유건을 바라봤다.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내가 한 일이야. 당신도 그랬잖아, 목격자가 아주 많다고... 내가 어떻게 빠져나가?” “방법이 있을 거야.”유건은 머리를 감싸 쥐며 절박하게 말했다. 포기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반드시 방법을 찾아낼 거야.”“어떤 방법?”시연은 잔잔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냉소적으로 반짝였다.“당신이 장소미를 감싸줬을 때처럼, 나한테도 누가 거짓 증언 해주는 거야?”“아니면... 누군가 대신 누명이라도 쓸 건가?”유건은 말문이 막혔다.“몇 번을 말해야 믿겠어. 나는... 진짜 그런 적 없어...”유건이 아무리 말해도, 시연은 절대 믿지 않았다.“그만해. 말해봤자 소용없어.”시연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나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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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막다른 순간, 다행히 아직 ‘아이'라는 카드가 남아 있었다.유건의 눈에 희망이 비쳤다.“곧 태어날 아기야. 너 정말... 감옥에서 아이 낳고 싶어? 감옥에 있는 엄마 밑에서 자라게 만들고 싶냐고?”그 말에, 시연은 입을 다물었다.유건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좀 더 멀리 생각해 봐. 그 아이가 커서도... 너의 전과 기록은 평생 따라다닐 거야. 그게 그 아이한테 어떤 영향을 줄지 몰라?”‘맞아...’시연이 눈을 깜박였다.‘왜 그 생각은 못 했을까...’자신의 죄책감을 덜고 싶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가장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나, 엄마잖아... 아직도.’시연이 점점 침착해지는 게 느껴지자, 유건은 조심스럽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호준 형한테는 이미 얘기해 놨어. 변호사나 나 없이는 조사 안 들어가게 막아놨고...”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여기 아무것도 없잖아. 네가 평소 쓰던 물건들, 바로 챙겨서 넣어줄게. 며칠만 참고 있어 줘. 꼭, 널 꺼낼 방법 찾아낼게.”시연은 가만히 유건을 바라보았다.‘거짓말 같지 않아.’‘이 사람... 정말로 날 지키고 싶은 건가?’“당신...”갑자기 시연이 유건의 손목을 붙잡았다.“정말... 날 구하고 싶어?”“그럼, 당연하지.”유건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힘없이 입꼬리를 올렸다.“여보, 난 널 사랑해.”“그래.”시연은 남자의 손을 꼭 쥐며, 또렷하게 말했다.“그럼 믿을게. 단 한 가지 약속만 지켜줘.”유건의 눈이 흔들렸다.“장소미가 저지른 죄, 그 증거를 가져와. 당신 손으로 장소미 경찰에 넘겨. 법의 심판을 받게 해. 그럼, 나도 당신을 믿을게.”유건의 등골이 싸늘해졌다.‘그걸... 어떻게 가져와...?’“여보...”유건은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경찰이 이미 다 조사했고, 장소미는 알리바이가 있어... 그게...”“됐어!”시연이 남자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그 순간, 시연의 눈빛이 얼어붙었다.차갑게 자리에서 일어나, 유건을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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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아직 장갑도 벗기 전에, 오선화 교수가 유건을 향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고 대표님, 분만 들어갑니다!”곧바로 간호사에게 지시가 떨어졌다.“산모 바로 분만실로 이동 준비하세요! 간호사 호출도 같이!”“네!”“으응...”시연이 낮게 신음을 흘렸다.하지만 고통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무서울 수밖에 없지... 처음이야. 그것도 조산이라니...’유건은 본능적으로 시연의 손을 꼭 쥐었다.그 작은 손안이 이미 식은땀으로 흥건했다.그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연을 다독였다.“괜찮아, 걱정하지 마. 요즘 의학 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알지? 조산아도 잘 자라. 정말이야.” 하지만 시연은 말할 힘도 없었다.의사인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은 함부로 소리 낼 때가 아니야. 체력을 아껴야 해.’분만실은 바로 옆방이었다.프라이빗 산후 병실에 붙어 있는 독립형 분만실로, 다른 산모와 함께 쓰는 구조가 아니었다.당연히, 유건도 분만실에 함께 들어갔다.시연의 침대 옆에 앉은 유건은 한 발짝도 떨어지지 않았다.그는 시연의 손을 꼭 잡고, 이마의 땀을 수시로 닦아주며 곁을 지켰다.오선화 교수가 조용히 조언했다.“진통할 때 힘주고, 아닐 땐 최대한 쉬세요. 간단히 뭐라도 드시는 것도 좋아요.”“네...”간호사가 옆에서 돕겠다고 나섰지만, 유건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그는 그 어떤 것도 다른 사람 손에 맡기지 않겠다는 듯했다.‘먹이고, 닦아주고, 챙겨주는 건... 나 말고 누가 할 수 있겠어?’지금껏 시연을 돌보는 게 익숙했던 유건이지만, 이 상황만큼은 평소와 다르게 손이 떨렸다.그는 조심스레 닭고기 국수 면을 들어 올렸지만, 손이 불안정해서 국물을 흘렸다.“아, 미안해! 미안해...!”황급히 물티슈로 닦으며 다급히 물었다.“안 데였지? 괜찮아?”그는 시연을 다시 다정히 바라보며,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금만 더 먹어줘. 이번엔 조심할게...”유건의 그 지극정성 어린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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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오선화 교수가 급히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외쳤다.“고 대표님, 잠깐 비켜주세요! 아이 나옵니다!”지금 시연의 눈은 당장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미 자궁문이 열렸고, 아이가 늦게 나오면 산소 부족으로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네!”유건은 망설이지 않고 곧장 옆으로 물러났다.“멀리 가지 마세요!”오선화는 유건에게 다시 한번 강조했다.“곧 탯줄 자르셔야 하니까요!”“산모님, 이거 물고 계세요!”간호사가 깨끗하게 접은 거즈를 시연 입에 물렸다.“지금부터 진짜 고비예요. 힘 제대로 주세요!”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시연은 입에 거즈를 문 채, 그저 온몸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아도... 나 혼자 아냐. 옆에 있어.’‘그래도... 난 끝까지 할 수 있어.’“좋아요, 힘주세요!”오선화가 차분하면서도 단호하게 유도했다.“제 호흡을 따라 하세요. 깊게 들이쉬고... 좋아요. 그렇게! 한 번 더... 힘줘요!”유건은 그저 시연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이미 시연의 머리카락은 땀으로 젖었고, 온몸이 떨리며 경련하듯 힘을 쓰고 있었다.그녀의 목에 선 선명한 핏줄이 눈에 들어왔다.‘이렇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거였어...?’“아이 머리 보여요!”오선화의 목소리에 약간의 미소가 섞였다.“아주 잘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아이 곧 나와요!”그 순간, 시연의 눈가가 붉게 젖었다.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참았다.‘지금 울면... 힘이 빠져버려. 아기 먼저... 아기부터...’“좋아요! 그대로 계속해요!”“다시 한번 깊게 숨 들이쉬고!”“머리 다 나왔습니다!”오선화는 장갑을 낀 손으로 아이를 받기 시작했다.머리가 나오면 이후는 금세다.유건은 목을 길게 빼고, 그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와아...!”산뜻하면서도 힘 있는 울음소리가 분만실 안을 울렸다.유건은 그 소리에 온몸이 전율했다. 마치 심장을 통째로 울리는 벼락 같았다.“고 대표님!”오선화가 유건을 돌아보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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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이제... 죽는 건가...?’‘드디어, 나한테도 이 순간이 오는 건가...’시연의 눈앞엔 오선화 교수와 간호사들의 얼굴이 번갈아 가며 스쳤다.긴장한 표정, 초조한 눈빛들.모든 게 흐릿하게 느껴졌다.‘정말... 끝인가 보네.’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연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나는 아빠를... 은범이를 그렇게 만들었어.’‘이젠, 내가 벌 받을 차례야...’이게 속죄가 될 순 없지만, 이렇게라도 끝낼 수 있다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시연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다가오는 그 순간을, 순순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교수님! 환자 상태가 이상해요!”“산모 호흡 정지입니다!”“산소 농도 올리세요! 빨리!”“시연아!!”오선화 교수가 시연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며 소리쳤다.“정신 차려! 지금 죽으려고 하는 거야? 안 돼! 나도 한때는 네 스승이었잖아! 스승 말도 안 들을 거야? 죽을 생각은 절대 하면 안 돼! 네 아이는 생각 안 해?!”“딸 낳은 지 몇 분 됐다고! 아직 인큐베이터 안에서 위험한 시기라고! 네가 지금 가버리면, 애는 누구 품에서 자라?”“시연아! 정신 차려! 남자 믿지 마! 네가 없어지면 고 대표? 돌아서서 다른 여자랑 결혼할 사람이라고! 계모 생기면, 계부도 생기는 거 몰라?!”죽음의 경계에서, 시연의 귀에 그 소리가 박히듯 들려왔다.‘그래... 안 돼. 지금 죽으면 안 돼.’‘난 죄인이야. 죽는 건 나한텐 해방일지 몰라. 하지만... 내 딸은...?’‘내가 이 세상에 불러낸 아이야. 내가 책임져야 해.’“으... 으으...”시연이 낮게 흐느꼈다.숨을 쉬지 못했던 그녀의 기도가, 그 울음으로 다시 열렸다.“교수님! 산모, 호흡 돌아왔습니다!”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뜬다.“그래, 잘했어!”오선화 교수의 눈빛이 반짝였다.‘여자는 약하지만, 엄마가 되는 순간... 누구보다 강해지지.’“교수님, 혈액 도착했습니다!”“좋아요, 수혈 바로 시작해요. 압력 높여서 넣으세요!”“네!”“이중 수액 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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