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잠시 후, 유건은 시연을 번쩍 안아 들고 그대로 차 안으로 데려갔다.시연은 눈을 감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몸을 살짝 틀며 유건의 품을 거부하는 모습이었다.‘이젠... 당신 손길조차 닿는 게 싫어.’유건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 조심스럽게 시연의 잔잔한 이마 옆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속삭였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야.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 그건 오직 너야. 이번만은... 제발 날 믿어줘. 나, 장소미 안 감쌌어. 아무것도 안 했어.”공간도, 상황도 모든 게 엉망이었다.하지만 유건은 이 말만큼은 지금 해야 했다.“내가 만약 누굴 위해 목숨 걸 수 있다면, 법도 다 무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무조건 너야. 너 하나뿐이야.”시연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그 말이 닿은 걸까, 아닐까......유건과 시연이 다시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은범의 수술이 막 끝난 참이었다.“어떻습니까, 교수님...”수술실 앞, 강수희와 노수철이 떨리는 목소리,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담담한 표정의 의사는 마치 외운 것처럼 또렷하게 말했다.“수술 자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다만... 깨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건 아직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현재로선 생명에 지장이 없고, 바이탈도 안정적입니다.” “내일 깨어날 수도 있고, 모레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년, 5년,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강수희의 얼굴은 처음엔 창백했지만, 점차 회색빛으로 바래갔다.‘설마... 아니겠지...’그 눈빛엔 마지막 기대가 담겨 있었다.하지만...“설마... 우리 은범이가... 식물인간이란 말입니까...?”의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네, 그렇습니다.”공기마저 멈춘 듯한 적막이 병원 복도에 퍼졌다.하지만 의사는, 말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머리 손상이 심각했습니다. 머리뼈는 분쇄 골절이었고, 뇌출혈도 대량으로 발생했습니다. 가족분들께선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장기적인 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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