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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Author: 임공
시연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

‘뭐지, 이 기분.’

유건의 이마엔 핏대가 불쑥 올라와 있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했다.

계단 아래로, 도리슬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자체로는 별일 아닐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여자의 ‘차림새’였다.

막 샤워를 마친 듯, 머리카락은 축축이 젖어 있었고, 몸에는 헐렁한 남자 티셔츠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

딱 봐도 유건의 티셔츠.

리슬은 작은 체구였기에 그 옷은 허벅지 위까지만 겨우 내려왔고, 길고 하얀 다리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리슬은 능청스럽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그러고는 시연을 훑어보더니 말했다.

“유건 씨, 이분 친구예요?”

심지어 눈웃음까지 짓는 리슬.

“아, 아까 위에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나더라니, 이분이었군요?”

유건의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리슬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도리슬이에요.”

“아... 안녕하세요.”

시연은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리슬과 악수했다.

“지시연입니다.”

리슬은 시연을 고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헐, 시연 씨, 진짜 예쁘시다! 나보다 훨씬 예쁜 거 같은데요? 그렇죠, 유건씨?”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유건을 바라보며 새침하게 물었다.

“시연 씨랑 나, 누가 더 예뻐요?”

“도리슬 씨.”

유건은 그제야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

벌떡 일어나 리슬의 손목을 거칠게 잡고는 말했다.

“입 닥치라고.”

유건은 시연을 한 번 바라봤지만, 지금은 시연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그저 리슬을 거침없이 끌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위장 쪽을 본능적으로 문질렀다.

“아야!”

리슬은 유건에게 이끌리며 짜증을 냈다.

“살살 좀 해요, 아프잖아요!”

“누가 허락했다고 내 옷을 입은 거야?”

“아니, 어제 내가 입은 옷은 유건 씨가 더럽혀놨잖아요! 입을 게 이거밖에 없었다고요!”

‘하,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듣는 사람 오해하게 생겼잖아.’

“닥치라고 했지.”

둘은 이내 2층으로 사라졌고, 시연은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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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28화

    “검사받는 김에, 그냥 전부 다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시연이 말했다.개인 주치의로서 전반적인 건강 체크는 당연한 일이었다.애초에 위만 보겠다고 계약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응.”유건은 예약 표는 보지도 않고 물었다.“돈 꽤 들었지?”‘어...’시연은 잠시 멈칫했다.“많이 든 건 아니에요.”예약비는 일단 시연이 먼저 결제한 상태였다.유건에게 청구할 생각도 없었다.애초에 이건 둘 사이의 ‘거래’였다.시연이 유건의 주치의를 맡고, 유건은 시연의 법적 증인이 되어주는 조건.그런데 유건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자, 받아.”“아뇨, 괜찮아요.”시연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우리, 그때 그렇게 정리했잖아요.”“받으라고.”유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난 여자가 돈 쓰게 하는 건 딱 질색이야.”‘아, 또 시작이다.’“네...”시연은 마지못해 손을 뻗었지만, 카드 면을 보고 다시 멈칫했다.“고 대표님... 혹시 다른 카드는 없으세요?”유건이 내민 카드는 바로 그 ‘가족카드’였다.몇 년 전, 두 사람이 부부였을 때 유건이 시연에게 줬던 바로 그 카드.‘지금은 부부도 아닌데, 이건 좀...’“가족카드는 제가 갖고 있긴 좀...”“하.”유건은 숨을 내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카드면 다 똑같은 카드지. 가족카드는 카드 아니야? 못 써?”유건이 점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시연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어차피 난 함부로 쓰지도 않을 거고.’‘그냥 받자.’ 병원에 도착한 뒤, 유건은 먼저 채혈과 공복 검사부터 진행했다.조영제를 마시는 검사도 있어서, 시연은 함께 대기석으로 유건을 안내했다.“고 대표님, 여기 잠깐 앉아계세요.”유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시연이 자리를 비우자,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대표님?”누군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남자의 이름을 불렀고, 유건은 눈을 떴다. 주하은이었다.오늘 외래 근무 중이던 하은은 멀리서 유건의 실루엣을 보았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27화

    병원 절차에 익숙한 시연은 검진 항목을 빠르게 정리하고, 바로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대표님, 어느 날 시간 괜찮으세요? 날짜만 확정하면 돼서요.”유건은 손에 든 태블릿을 넘기며 일정표를 훑어봤다.[네가 정해. 내가 시간 맞출게.]“그럼 이번 주 금요일 오전, 괜찮으세요? 주말엔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가 안 된대요.”[그래.]전화를 끊은 유건은 태블릿을 두드려 금요일 오전 일정을 삭제하고, 주지한에게 전달했다.지한은 사정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형수님 돌아오셔서 진짜 다행이다.’‘이제 대표님도 누군가 좀 잡아줄 사람이 생겼네.’한편, 시연도 빠르게 병원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대표님, 그날 병원엔 혼자 오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데리러 갈까요?”그 말에 유건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느긋하게 대답했다.[네가 의사잖아. 네가 알아서 해.]‘...’‘이 사람, 지금 나한테 힌트 주는 건가? 말로 못 하나?’‘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돌려 말하게 된 거야...’예전보다 훨씬 더 묘하고 복잡해진 유건의 반응에, 시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폐 끼치지 않는다면, 제가 모시러 갈게요.”사실 시연은 가고 싶지 않았다.이전에 SKY 전원주택단지에서 도리슬과 유건의 관계를 본 게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혹시 이번에도 또 마주치면...’‘도리슬이면 차라리 낫겠지만, 만약 또 다른 여자라면... 진짜 최악인데.’[그래.]의외로, 유건은 순순히 허락했다.“그날은 금식 검사가 있어서요. 제가 좀 일찍 도착할 것 같아요. 대표님도 조금만 일찍 일어나주실 수 있죠?”시연은 돌려 말하고 있었다.‘혹시 집에 여자가 있으면...’‘나랑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인데, 눈치는 챘겠지?’[응, 알았어.]통화가 끝나고, 시연은 잠시 핸드폰을 바라봤다.‘알아들었을까? 아니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을까?’금요일.시연은 새벽같이 눈을 떴다.SKY전원주택단지에서 강울대병원까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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