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841 - Bab 850

1188 Bab

제841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시연은 계속해서 조이가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다가왔다.“실례합니다, 시연 씨.”리슬이 보기 드물게 조금 머쓱한 표정이었다.“아까는... 미안해요. 의사이신 줄도 모르고, 이것저것 시켜서...”시연은 잠깐 놀란 표정으로 리슬을 바라봤다. ‘수경 언니가 말한 건가?’시연은 곧바로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별일도 아닌데요. 시킨 거라기보단, 그냥 도운 거죠.”“진짜요? 안 화났어요?”리슬의 눈이 반짝였다.“그럼요, 당연히 안 화났죠.”“다행이네요!”리슬은 금방 기분이 풀린 듯 시연의 손을 덥석 잡았다.“그래도 내가 너무 실례했잖아요. 저녁 한번 살게요. 아니면... 선물이라도?”“아니에요, 그런 건...”리슬의 지나친 열정에 시연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런 타입, 진짜 버겁다...’“안 돼요! 꼭 해야 해요! 안 그러면 내가 너무 미안해서...”“엄마.”조이가 밥을 다 먹고는 시연의 바짓자락을 당기며 말했다.“조이 다 먹었어요. 이제 가요.”“그래, 알았어.”시연은 조이 앞에 쭈그려 앉아 입가를 조심스럽게 닦아줬다.그 모습을 본 리슬이 물었다.“어디 가시는데요?”“아... 그냥...”시연은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친구가 제남도 요양원에 있어서요. 잠깐 들르려고요.”“제남도요?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네요!”리슬은 반가운 듯 웃으며 말했다.“우리도 이따가 제남도 가는데, 같이 가요!”그때 유건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유건 씨, 시연 씨도 제남도 가신대요. 같이 가자고 해요!”‘같이...?’유건은 눈썹을 찌푸렸다. ‘도리슬이랑 나, 언제부터 ‘우리’가 된 거지?’“아니요, 괜찮아요...”시연은 바로 사양하려 했다. ‘두 사람 데이트에 내가 끼는 건 좀... 아닌데.’“왜요? 우리가 귀찮게 할까 봐요?”리슬은 여전히 적극적이었다.“전혀요! 유건 씨 요트 엄청나게 커요. 둘만 탈 수 있는 거 아니에요!”시연은 유건의 요트가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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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2화

“이 아이가 조이구나, 맞지?”강수희는 시연 품에 안긴 조이를 바라보았다.그 눈빛엔 애틋함과 다정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손을 비비며 머뭇거리던 강수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안아봐도... 될까?”시연은 잠시 조이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조이야, 할머니가 안아보고 싶대. 괜찮을까?”조이는 커다란 눈을 깜박이며 강수희를 올려다봤다.아이들만의 본능이 있었다.조이는 눈앞의 이 할머니가 자신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조이는 통통한 두 팔을 벌리며 강수희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아이고, 우리 착한 조이!”강수희는 마치 보물을 품에 안은 것처럼 기뻐하며 조이를 안았다. 너무 벅차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어쩜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예쁠까... 게다가 똑똑하기까지...’‘내가, 내가 그때 애들을 막지만 않았어도...’‘그렇게 둘 사이를 갈라놓지만 않았어도...’‘지금쯤 우리 은범 아이도 이만했을 텐데... 이 모든 건, 다 내 죄야...’강수희는 조이를 꼭 끌어안은 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조이야, 할머니랑 정원에 놀러 갈래? 할머니가 솜사탕 사줄게, 어때?”조이는 곧장 대답하지 않고 시연을 쳐다봤다.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다녀와.”“네, 엄마.”조이는 해맑게 대답한 뒤 강수희와 함께 병실을 나갔다....조이가 나간 후, 시연은 조용히 침대 옆으로 다가가 침묵 속에 침을 꺼냈다.진아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젖히고, 은범의 바짓단을 걷었다.시연이 침을 놓기 편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은범이, 진짜 깨어날 수 있는 거야?”“너까지 그런 말을 하는 거야?”시연은 짧게 한숨을 쉬며 진아를 한번 바라봤다. 그러곤 곧 침을 다시 잡았다.“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할 뿐이야. 최대한 은범의 몸 상태를 정상에 가깝게 만들고... 그다음은, 기적이 일어나길 기다리는 거지.”“기적, 반드시 올 거야.”진아는 단호하게 말했다.“넌 그저 은범이의 몸만 잘 돌봐. 기적이 왔는데 손 하나 못 들고, 발도 못 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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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3화

너무 갑작스러웠다. 예상도 못 한 질문이었다.유건의 눈동자가 순간 크게 흔들렸다.생각은 따라가지 못하고, 혀끝은 얼어붙은 느낌.‘이걸... 뭐라고 대답해야 하지?’“아저씨?”조이는 순수한 눈빛으로 유건을 올려다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렇게까지 맑게 기대하는 눈빛, 반칙이지...’유건은 얼얼한 머리를 쥐어짜며 입을 열었다.“음... 아빠라는 건, 엄마처럼...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엄마도 필요하고, 아빠도 필요한 거야.”“무슨 뜻이에요?”조이는 여전히 이해가 안 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럼... 조이도 아빠 있는 거죠?”유건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목이 마른 듯 침을 삼켰다.“응...”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게 맞는 말인지 확신은 없었다.‘내가 이 말... 해도 되는 건가...?’조이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 보였다. 작은 머릿속에서 수많은 물음표가 맴도는 듯한 표정이었다.그 표정이 귀여웠던 유건은 웃음을 참으며 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왜 그런 게 궁금했어, 조이?”‘혹시... 아빠가 보고 싶은 걸까?’‘시연이는 조이한테 아빠에 대해 뭐라고 설명했지?’조이는 잠깐 고민하더니,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유건이 친구처럼 느껴졌는지, 숨기지 않았다.“오늘... 그 할머니가 말했어요. 아저씨가...”말하다가 조이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저씨 말고! 다른 아저씨요! 누워 있는 잘생긴 아저씨요!”“응, 알아.”유건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조이가 말한 사람이 누군지 유건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 아저씨가 왜?”조이는 찌푸린 얼굴로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그 아저씨가 조이 아빠 되면 좋겠다고 했어요.”‘뭐...?’유건의 심장이 순간 움찔하며 죄어들었다.‘시연이랑 노은범... 벌써 그런 사이가 된 건가?’‘아니, 설마. 그럴 리가...’“조이?”익숙한 목소리가 부엌 쪽에서 들려왔다.시연이었다.폭신한 슬리퍼 소리와 함께 천천히 다가오는 발걸음.유건은 조이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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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4화

“그럴 리가 없지.”딸아이의 그런 표정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시연은 조이를 꼭 안으며 말했다.“아빠는 조이를 많이 사랑해. 정말 정말 아껴.”‘지금 고유건은 조이가 자기 딸이라는 걸 모르지만...’‘그럼에도 누구보다 따뜻하게 대해 줬잖아.’“그럼, 아빠는요?”조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물었다. 그 눈 안엔 기쁨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물음표가 담겨 있었다.“아빠는 왜 조이 보러 안 와요?”“그건...”시연은 말끝을 흐리며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어떡하지... 거짓말은 하기 싫은데, 진실을 말할 수도 없어.’“아빠가 좀 바빠서... 지금은 조이를 보러 올 수가 없어. 그래도 우리 조이, 착하게 잘 자라야 해. 알겠지?”“네.”조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이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을 이어갔다.“그럼 조이가 착하게 굴면, 아빠가 보러 오는 거예요?”그 말에 시연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아이 앞에서... 아무 말도 쉽게 할 수가 없구나.’시연은 애써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맞아.”“진짜요?”조이는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그럼 조이 착하게 있을게요! 씻고, 예쁘게 하고, 냄새도 향기 나게요!”“그래, 우리 조이 정말 착하네.”시연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눈가의 물기를 훔쳤다.‘어쩌지... 결국 조이가 아빠를 찾기 시작했어.’‘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거라 예상했지만,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계속 숨길 수 있을까?’‘아니, 숨긴다고 해서... 그게 진짜 보호가 될까?’일요일 오전.시연은 조이에게 새로 산 예쁜 원피스를 입혔다. 돌아온 이후 성빈이 선물해 준 옷이었다.솔직히, 성빈은 여자 고르는 눈은 꽝인데, 애들 옷 고를 때는 기가 막히게 잘 골랐다.조이를 단정히 꾸며준 후, 둘은 택시를 타고 고씨 가문의 본가로 향했다.유건이 말했던 것처럼, 부부 사이가 어찌 됐든 고상훈은 분명 어른이고, 어른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했다.‘그래, 한 번은 가야 했어. 지금이 적당한 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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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5화

정원 한쪽, 리슬은 가사도우미와 함께 래브라도레트리버에게 샴푸를 해주고 있었다.유건이 집을 나간 뒤, 고상훈은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었다.거실 앞 유리창 테라스 공간에서 고상훈과 유건이 마주 앉아 있었다.고상훈은 턱을 살짝 들어 리슬 쪽을 가리켰다.“보아하니... 리슬이 마음 받아줄 생각이냐?”유건은 딱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물었다.“할아버지는 리슬 씨 마음에 드세요?”“나?”고상훈은 피식 웃으며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손을 휘젓듯 내저으며 말했다.“그건 네 인생 문제다. 날 끌어들이지 마라.”“그래도요...”유건은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할아버지의 손주며느린데, 당연히 마음에 드셔야죠. 허락하셔야 하고요.”“아니.”고상훈은 연달아 고개를 저었다. 잠시 손자를 바라보는 눈빛엔 미묘한 슬픔이 서렸다.“너랑 평생 같이 살 사람이잖아. 내가 좋다고 해서 뭐 하냐? 그건 네가 잘 봐야 해. 나는 이젠... 손 안 대련다.”“할아버지...”“그만하자.”고상훈은 손을 내저으며 딱 잘랐다.“내가 한 번 끼어들었다가 어떻게 됐냐. 결국 다 망쳐놨잖아. 그 착한 아가씨까지 상처 주고... 앞으로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해라. 나는 두 번 다시 간섭 안 해.”그 말에 유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시연 이야기였구나...’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러다 고상훈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리슬이, 그 아이 정은 깊더라. 네가 마음먹었으면, 성의껏 대해줘야 한다.”‘내 손자니까...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한 거지.’“한평생이 얼마나 긴 줄 아니? 사람은, 그렇게 오래 혼자 살아선 안 되는 거야. 하아...”그 한숨엔 수많은 후회와 안타까움이 묻어 있었다.유건은 목이 탁 막힌 듯, 잠시 침을 삼킨 뒤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아요, 할아버지.”그러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 쪽 계단을 내려갔다.걸음은 느렸지만, 뚜렷한 방향을 향해 있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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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6화

“아이고.”이호민이 눈을 꾹 감았다가 뜨며 손짓했다.“어서, 빨리 들어와요!”“네.”시연은 조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오랜만에 다시 본 고상훈은 온통 하얗게 센 은빛 머리에, 노안 안경을 쓰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시연을 본 순간, 고상훈은 휠체어 팔걸이를 덥석 잡고는 당장이라도 일어날 듯 몸을 들썩였다.“시연아...”곧 노인의 시선이 옆에 선 조이에게로 옮겨졌고, 흐릿해진 눈에 맺힌 눈물이 떨렸다.“조, 조... 조이냐?”“네.”시연은 눈가가 촉촉해지며 조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조이야, 증조할아버지셔.”“우와.”조이는 짧은 다리로 종종 걸어가 고상훈 앞에 섰다. 애기 목소리로 또렷하게 말했다.“증조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응...?”고상훈은 멍한 듯하다가, 이내 허허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그래, 그래. 착하지 우리 조이.”그는 조이를 안아보려 팔을 벌렸지만, 힘이 부족했다.“어르신, 제가 도와드릴게요.”이호민이 재빨리 다가와 조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고상훈은 자기 무릎 위를 툭툭 두드렸다.“자, 여기. 올려줘. 증조할아버지가 꼭 안아봐야지!”“할아버지...”시연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괜찮으시겠어요...?”“걱정하지 마라.”고상훈의 목소리가 떨렸고, 눈가는 벌써 젖어 있었다.‘이 순간, 하늘이 무너져도 조이를 안아야 해.’“그래, 나야 늙었지. 하지만 조이 하나 안을 힘도 없다면 무슨 그게 할아버지냐? 자, 어서...”이호민이 조이를 살며시 고상훈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아이고야...”조이를 품에 안는 순간, 고상훈의 표정이 말할 수 없이 부드러워졌다. 마치 오랜 시간 기다려온 보물을 품에 안은 것처럼.“증조할아버지의 보물이구나, 우리 착한 조이. 이렇게 통통하고 예쁘다니.”그는 조이의 통통한 팔과 다리를 어루만지며 감탄했다.‘이 맛에 사는 거지...’“정말 잘 키웠구나.”고상훈의 눈빛이 더 흐릿해졌다. 시연을 바라보며 목이 잠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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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공기가, 순간 굳어졌다.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은 공간.어딘가, 조금 어색했다.“어라?”제일 먼저 그 침묵을 깬 건 도리슬이었다.리슬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연을 바라봤다.“시연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고상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둘이 아는 사이였나?’‘세상 참 좁다. 그보다... 유건이 저 녀석 얼굴 보니, 뭔가 더 있는데?’‘나만 모르는 얘기가 또 있나 보지...’‘뭐, 나이도 들었고, 이제 더 이상 일일이 관여하고 싶지 않아.’‘전에야 내가 어떻게든 해보려 했지만, 지금은... 그냥, 그저 흐름대로.’“저는...”시연은 입술을 살짝 떼었지만, 곧 말끝을 흐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이 분위기... 리슬 씨가 아마 고유건의 다음 아내가 될 수도 있겠지.’‘그런데 고유건의 과거를 알고 있을까?’시연의 눈길이 유건에게로 향했다.‘제발 도와줘요...’하지만 유건은 마치 남 얘기인 듯 무표정한 얼굴.‘저 표정은 또 뭐야? 진짜 모르는 척할 생각이야?’“됐어.”결국, 고상훈이 입을 열었다.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다들 메추리처럼 말도 못 하고.”그러고는 유건을 한번 쓱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리슬아, 유건 결혼했던 거... 너 알고 있지?”“네, 알고 있어요.”리슬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귀국하자마자 들은 이야기였다.한 모임에서 처음 유건을 보고, 단번에 반했던 리슬.‘이 사람이다’ 싶어 부모님께 선언하듯 말했을 때, 부모는 곧장 알려줬다.유건은 이혼한 적이 있다고.하지만, 리슬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속으로 기뻤다.‘잘 됐지. 이혼했으니까 내가 들어갈 틈이 생긴 거잖아.’‘안 그랬으면, 이렇게 괜찮은 사람을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넘볼 수 있겠어?’그래서인지, 고상훈이 지금 이 타이밍에 그 이야기를 꺼낸 게 의아했다.바로 그때, 고상훈의 시선이 시연에게 향했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낮고 진지한 목소리가 나왔다.“시연이... 유건이랑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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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좋아요! 너무 좋아요!”시연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진짜야... 이 아이는 뭐든지 진심이네.’조이는 정말로 좋아 죽겠다는 표정.결국, 고상훈과 조이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우르르 몰려서 뒷마당으로 향했다.넓은 잔디밭엔 벌써 그네가 설치돼 있었고, 미끄럼틀에 모래 놀이터, 심지어 회전목마까지 서 있었다.이호민은 옆에서 중얼거렸다.“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일단 이 정도로 해놨습니다만...”“응.”고상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계속 지켜봐. 빠진 거 없도록 끝까지 챙겨.”“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고상훈은 품에 안긴 조이를 내려다봤다.조이는 이미 눈을 반짝이며 몸을 들썩이고 있었다.“우리 조이, 어디서 놀고 싶어?”“저기요!”조이가 회전목마를 가리키며 외쳤다.“좋지!”고상훈은 당장이라도 뛰어갈 기세였지만, 직접 안을 수는 없었다.곧장 이호민에게 말했다.“얼른! 조이 안아서 태워줘. 조심해, 절대 다치면 안 돼!”“네, 어르신!”이호민은 능숙하게 조이를 안아 회전목마에 올려놓고, 스위치를 눌러 작동시켰다.“히히히...”조이는 신이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소리에 고상훈도 덩달아 들떴다.“얼른! 내 핸드폰 어딨어? 사진 찍어야지!”“여기요, 어르신.”고상훈은 핸드폰을 받아서 들자마자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계속 눌렀다. 조이의 작은 손, 눈웃음, 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까지 다 담고 싶었다.‘이 순간... 절대 놓치면 안 돼.’고상훈은 또 중얼거렸다.“이따가 목마를 수도 있겠네... 거기 누구 없나?”조이를 위한 물을 준비해야 했다.“할아버지, 제가 갈게요.”시연은 당황한 듯 웃으며 말했다.‘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그냥 인사하러 온 건데.’“조이 물컵 챙겨왔거든요. 제가 가져올게요.”“그래, 그게 좋겠다.”어린아이들은 자기 물건에 익숙해서, 낯선 컵으로는 물도 안 마시는 일이 다반사니까.“얼른 다녀와. 그리고 주방에 있는 아주머니께 부탁해서 블루베리 케이크도 챙겨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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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9화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식은땀이 맺힌 시연은 유건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지금 여자 친구한테 오해받고 싶어요?”‘여자 친구? 아, 그 얘기...’유건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손을 놓았다.“지금...”그가 나가려는 찰나, 시연이 그 팔을 덥석 붙잡았다.“어디 가요?!”유건은 눈썹을 치켜올렸다.“나보고 나가라며?”“이대로 나가면... 리슬 씨랑 딱 마주치잖아요!”‘그래 놓고, 결국 더 오해하게 할 거잖아!’“잠깐 숨어 있어요.”시연은 다급하게 유건을 벽장 쪽으로 끌었다. 문을 열고, 그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문을 ‘탁’하고 닫았다.유건이 전혀 이해가 안 됐다.‘아니... 지금 이게 뭐 하는 거지? 내가 왜 벽장 안에...?’‘나가도 되나?’하지만 나갈 수 없었다. 리슬이 벌써 들어섰기 때문. “시연 씨?”“아... 리슬 씨.”시연은 재빨리 물컵을 챙기고, 케이크 접시를 들며 리슬을 향해 미소 지었다.“저기...”리슬은 시연을 바라보며 눈빛이 흔들렸다. 무슨 말을 하려다가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혹시, 방금 고유건 본 거 아냐?’시연은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시연 씨.”결국 리슬이 결심한 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묻고 싶은 게 있어요.”“아...”시연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네, 괜찮아요. 말해봐요.”“그러니까... 그게...”하고싶은 말이 입가를 맴돌았고, 어쩐지 부끄러운 듯,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냥... 여쭤보고 싶었어요. 시연 씨랑 유건 씨... 요즘 같이 지내시잖아요. 같은 집에 사시고... 지금 두 분은... 무슨 사이예요?”너무 갑작스러워서 시연은 순간 얼어붙었다.“죄송해요...”리슬이 황급히 덧붙였다.“이렇게 직접적으로 묻는 거, 저도 무례하단 거 알아요. 근데... 안 물어보면 계속 마음이 복잡할 것 같아서요.”리슬은 한숨을 깊게 쉬었다.“전 유건 씨를 좋아해요. 정말, 많이요. 그래서... 시연 씨의 대답이 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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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아니에요.”“...”두 사람은 이야기하며 웃고, 나란히 걸어 나갔다.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잠시 후, 문이 천천히 열리고, 안에서 유건이 나왔다. 남자의 잘생긴 얼굴엔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그는 멀어져가는 시연의 가느다란 실루엣을 말없이 바라봤다.유건은 입꼬리를 씁쓸하게 끌어올렸다.‘내가... 도대체 뭘 기대한 거지?’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미련.그 작고 지질한 감정은, 마치 바퀴벌레처럼 끈질겼다.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죽은 줄 알았던 감정이 다시 살아나 미친 듯이 뻗어나갔다.‘웃기고 있네... 정말.’...조이는 신나게 놀다가 지쳐, 온몸이 땀투성이가 됐다.시연은 그런 조이를 안아 들었다.이호민은 바로 가사도우미를 불러, 조이 목욕 준비를 시켰다.시연은 여벌 옷을 챙겨오지 못했지만, 예상대로였다. 조이가 씻고 나왔을 땐 이미 새 공주 드레스가 도착해 있었다.심지어 방금 세탁하고 건조하고, 다림질까지 마친 상태였다.시연은 향긋하게 목욕을 마친 조이를 안고 아래층 주방으로 내려왔다.식탁에는 이미 모두 자리를 잡고 있었다.다들 조이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자...”고상훈은 손을 벌리며 조이를 향해 다정히 말했다.아기용 식탁 의자도 미리 준비돼 있었다.바로 고상훈의 옆자리였다.“증조할아버지 옆에 앉을래, 우리 조이?”“네!”조이는 말랑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이호민이 바로 맞장구쳤다.“조이는 증조할아버지를 정말 좋아하죠!”“그럼 그럼, 하하하!”고상훈은 배시시 웃으며 입이 귀에 걸렸다.“우리 조이 뭐 먹고 싶어? 증조할아버지가 다 집어줄게.”그 모습은 마치 씹어서 떠먹여 줄 기세였다. 덕분에 시연은 끼어들 틈도 없이 편하게 앉아있었다.시연의 맞은편에는 유건과 리슬이 앉아 있었다.유건은 잠시 고개를 돌려,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 시연을 바라봤다.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국을 떠 왔다.따끈한 들깨 버섯 닭백숙이었다.그는 그것을 리슬 앞에 내려놓았다.“응?”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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