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가, 순간 굳어졌다.서늘한 정적이 내려앉은 공간.어딘가, 조금 어색했다.“어라?”제일 먼저 그 침묵을 깬 건 도리슬이었다.리슬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시연을 바라봤다.“시연 씨가 여긴 웬일이에요?”고상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둘이 아는 사이였나?’‘세상 참 좁다. 그보다... 유건이 저 녀석 얼굴 보니, 뭔가 더 있는데?’‘나만 모르는 얘기가 또 있나 보지...’‘뭐, 나이도 들었고, 이제 더 이상 일일이 관여하고 싶지 않아.’‘전에야 내가 어떻게든 해보려 했지만, 지금은... 그냥, 그저 흐름대로.’“저는...”시연은 입술을 살짝 떼었지만, 곧 말끝을 흐렸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이 분위기... 리슬 씨가 아마 고유건의 다음 아내가 될 수도 있겠지.’‘그런데 고유건의 과거를 알고 있을까?’시연의 눈길이 유건에게로 향했다.‘제발 도와줘요...’하지만 유건은 마치 남 얘기인 듯 무표정한 얼굴.‘저 표정은 또 뭐야? 진짜 모르는 척할 생각이야?’“됐어.”결국, 고상훈이 입을 열었다.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다들 메추리처럼 말도 못 하고.”그러고는 유건을 한번 쓱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리슬아, 유건 결혼했던 거... 너 알고 있지?”“네, 알고 있어요.”리슬은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귀국하자마자 들은 이야기였다.한 모임에서 처음 유건을 보고, 단번에 반했던 리슬.‘이 사람이다’ 싶어 부모님께 선언하듯 말했을 때, 부모는 곧장 알려줬다.유건은 이혼한 적이 있다고.하지만, 리슬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오히려 속으로 기뻤다.‘잘 됐지. 이혼했으니까 내가 들어갈 틈이 생긴 거잖아.’‘안 그랬으면, 이렇게 괜찮은 사람을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넘볼 수 있겠어?’그래서인지, 고상훈이 지금 이 타이밍에 그 이야기를 꺼낸 게 의아했다.바로 그때, 고상훈의 시선이 시연에게 향했다.잠시 침묵이 흘렀고, 이내 낮고 진지한 목소리가 나왔다.“시연이... 유건이랑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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