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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081 - Chapter 1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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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1화

소욱은 상자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도대체 구안이 준비한 선물이란 게 뭘까.비단으로 감싼 상자를 열자, 안에는 옥패 하나가 곱게 들어 있었다.투명하게 빛나는 그 옥패는 희고 맑았고, 묘하게도 그의 기품과 잘 어울렸다.황제의 자리에서 진귀한 보물쯤은 셀 수 없이 봐왔지만… 이건 달랐다. 봉구안이 직접 고른 것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더없이 소중했다.그녀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좀 촉박했어요. 이 정도밖에 못 구했네요.”소욱은 아무 말 없이 옥패를 목에 걸었다.곧이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녀를 바라봤다.“그래도 내 탄신일을 잊지 않았구나. 고맙다.”봉구안은 담담히 답했다.“그 정도로 기억력 나쁘진 않아요.”소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그런 정색스러운 대답 말고, 자기가 듣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그냥 자신이라서, 자신의 탄신일이라서 기억했다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그는 그녀의 어깨를 슬쩍 끌어안았다.똑, 똑.하필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폐하, 강림이 돌아왔습니다!”……원래 강림은 상단을 이끌고 강호를 떠돌고 있었지만, 강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을 듣자 가만있을 수 없었다.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달려왔고, 마침내 때를 맞춘 셈이다.“휴, 아직 안 떠났군!”강림은 선홍색 비단 도포를 입고 자줏빛 금관을 썼다. 허리에는 값비싼 옥이 매달려 있고, 발에는 자수가 놓인 검은 장화를 신었다.걸음마다 은은한 향과 함께 사치가 묻어나는 모습이었다.동방세는 그와 익숙한 사이인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강주 행은 자네의 덕을 많이 봤네. 이 객잔을 쓸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았네.”강림은 손을 휘휘 저으며 쿡 웃었다.“뭘 그런 걸 갖고 그래. 형제 사이에 그런 말이 어딨소? 아, 폐하께서도 계시다던데?”그는 시선을 넘겨 방 안쪽을 바라보았다.봉구안 곁에 앉은 소욱을 발견하자, 급히 허리를 숙여 절을 올렸다.“강림,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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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봉구안의 느닷없는 한마디에 모두가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소욱은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었고, 동방세가 먼저 입을 열었다.“닭이…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이오?”화로 옆에서 막 비둘기를 집어 들려던 강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급히 손에 들린 걸 들어 보이며 정정했다.“아니, 말했잖소! 이건 닭이 아니라 비둘기라 하지 않았소?”“그것도 제일 비싼 ‘비천비’라오!”“설마… 진짜 무슨 문제라도 있단 말이오? 혹시… 독이라도 들어간 아니겠지?”강림은 당황한 얼굴로 비둘기를 얼른 내려놓았다.봉구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괜찮소. 자네 비둘기 말고… 내가 말한 건 죽산진의 닭이었소.”그녀는 다른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약인독에 꼭 들어가는 약초 중 하나, 홍련초를 다들 기억하시오?”열무신이 가장 먼저 반응했다.“당연히 기억합니다. 그걸 조사하려고 죽산진에 사람도 남겨뒀는데…”“잠깐, 마마의 말씀은 혹시…”그는 말을 멈췄다.이미 무언가 감을 잡은 듯했다.동방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그 말인즉, 지금까지 우린 누가 홍련초를 사 갔는지 뒤쫓고 있었지만, 사실 그 약초 자체가 아니라, 그걸 먹고 자란 닭이 진짜 목표였다는 거로군.”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정확하진 않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소. 확인이 필요하겠지.”애초에 그녀도 이런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강림이 기르던 ‘비천비’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죽산진의 닭들이 떠올랐다.비둘기가 특별한 먹이를 통해 효능을 갖게 된 것처럼, 홍련초를 먹은 닭도 무언가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었다.소욱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당장 소탁에게 전하게. 죽산진에서 유통된 닭들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전부 조사하라고.”“알겠습니다.” 봉구안이 짧게 대답했다.이 와중에 여전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이는 단 한 명… 강림뿐이었다.그는 두리번거리며 말없이 모두를 쳐다봤다.“…도대체 무슨 소리오? 홍련초가 뭐고, 닭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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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방 안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이는 운산파 장문 구학이 아니라, 그의 자리를 대신한 엄 장로였다.장막을 바라보는 눈빛은 냉기마저 서려 있었고, 그의 머릿속엔 세상을 먼저 떠난 아버지의 모습만이 맴돌았다.이불을 움켜쥔 손끝에 힘이 잔뜩 들어갔고, 눈엔 증오가 고였다.부친을 죽인 원수와는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었다.하지만 복수만 좇다간, 남겨진 것을 모두 잃게 될 터였다.운산파를 지키는 것 또한, 그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었다.모든 비극의 시작은 사람을 약인으로 만들어 팔아넘긴 자들. 그들이 운산파를 더럽혔다.그 뿌리를 반드시 끊어내리라.그는 자신의 손으로 끝장을 낼 것이라 다짐하였다.……밤은 깊어졌다.운산파에 머무는 외부 문파 제자들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혹시라도 운산파 측이 음식을 통해 무언가 꾸민 건 아닐까.그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전진파는 하나의 방에 모여 있었고, 그 옆 방엔 벽력당 제자들이 자리했다.정원아의 죽음으로 침통해 있던 그들은 이 와중에 코 고는 소리까지 들려오자, 마음이 더 뒤숭숭해졌다.“부장문님… 비무대회, 계속 나가야 하나요?”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그 말은, 결국 포기를 암시하는 질문이었다.차선아는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내공을 다스리고 있었다.그녀는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일… 하산한다.”방민이 벌떡 일어섰다.“부장문님! 두 경기만 더 이기면 결승이에요! 지금 포기하면, 그간 쌓아온 모든 걸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겁니다!”차선아는 조용하면서도 슬픔이 배인 목소리로 대답했다.“지금 강호는… 편안하지 않아. 원아는 이미 죽었다.”“더는, 아무도 잃고 싶지 않구나.”운산파에 벌어진 일은 소환을 움직였고, 그것은 곧 조정이 직접 나섰다는 뜻이었다.강호와 조정은 본래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었으나… 이번엔 그 선이 무너졌다.운산파가 저지른 일이, 그만큼 무거운 것이었다.이 상황에서 운산파에 머무른다는 건, 전진파도 위험에 휘말릴 수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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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폐하, 조금 지칩니다.”봉구안이 조용히, 그러나 깊은 피로가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소욱은 그녀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다.늘 강인하던 그녀가 이토록 나약하고 아득한 얼굴이라니.그는 이내 다가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에 안았다.봉구안은 그의 옷자락을 살며시 움켜쥐었다.“사람을 살리고 싶었을 뿐… 저를 좋아하라고도, 대신 죽어 달라고도 한 적 없습니다.”“마음이… 너무 무겁습니다.”소욱은 그녀의 등을 천천히 두드리며 말했다.“그것이 바로 인연이 아니더냐.”“네가 선한 뜻으로 씨를 뿌렸기에, 그들이 너를 따르는 것이다.”“그리고 네가 살아 있다면, 더 많은 이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봉구안은 조용히 숨을 골랐다.이내, 그의 품에서 벗어나며 눈빛을 바로 세웠다.그리고 곧장 몸을 돌려 객잔 밖으로 나섰다.가던 길을 멈춘 차선아를 향해 그녀가 소리쳤다.“끝은 내야하지 않겠느냐.”“전진파는 두 번만 더 이기면 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차선아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무슨 말을 하려는 겁니까?”차가운 바람이 지나갔다.두 사람의 머릿결이 날리고, 봉구안의 음성이 그 틈을 뚫고 나왔다.“많은 이들이 휘말리지 않도록 물러서는 게 올바르다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은, 그 판단이 옳지만은 않았던 것 같구나.”그녀는 곧 말을 이었다.“네게… 말 못한 일을 하나 알려줄까 한다.”그다음, 봉구안은 약쟁이 사건의 시작과 끝을 차근히 풀어냈다.차선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운산파가 그런 일에 가담하고 있었다니요…!”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결정을 차선아에게 맡겼다.“약쟁이는 나라를 좀먹는 독이다.”“우리가 보지 못하는 곳에서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어. 더는 미룰 수 없다.”“전진파가 물러설 수도 있겠지만… 다른 선택도 있지 않겠느냐?”차선아는 그녀의 말을 끊고 나섰다.그 눈빛은 한겨울 설산처럼 차갑고 단단했다.“저희가 걷는 길은 정도입니다.”“황후마마. 이토록 중대한 일이라면… 누구도 물러서선 아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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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서여국에서 도착한 편지를 받아든 봉구안은 혹여 장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먼저 걱정이 앞섰다.서둘러 봉투를 뜯고 펼쳐 보니, 편지엔 어머니 봉 부인의 안부가 담겨 있었다.봉장미에 따르면, 봉 부인은 현재 병환을 앓고 있지만 크게 위중한 상태는 아니라고 적혀 있었다.다만 현재 봉 부인은 남제 땅을 그리워하며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엿보였다는 것이었다.봉구안에게 이 일은 그리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억지로 머물게 할 이유도 없었다.봉 부인의 뜻이 정해졌다면, 곧장 사람을 보내 모셔오면 그만이었다.그녀는 곧장 붓을 들어 답장을 써내려갔다.어머니의 뜻을 존중하고, 직접 맞이하러 가겠다는 내용이었다.편지를 막 봉했다 싶을 무렵… 방 안에서 소욱이 갈아입은 옷차림으로 나왔다.봉구안이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를 본 순간, 순간적으로 시선이 멈췄다.오늘 그가 입은 옷은 색감이 수수했지만, 오히려 그런 담백함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긴 머리는 아직 묶지 않아 어깨 너머로 흘렀고, 뒷모습만 보면 전진파 제자라 해도 믿을 만했다.마치 세속을 벗어난 신선 같다고 해야 할까.하지만 그가 고개를 돌려 얼굴이 보이는 순간, 봉구안은 애써 눈길을 거뒀다.그만 보면 좋겠는데, 이상하게도 더 보게 되는 얼굴이었다.……운산파.비무대회는 예정대로 이어지고 있었다.운산파 장문 구학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은폐된 채, 그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부장문이 대회를 관장하게 되었다고만 알려졌다.오전 내내 각 문파가 격돌했지만, 가장 큰 수확을 거둔 건 운산파였다.연전연승을 거듭하며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워졌고, 비록 은사성이 사망했지만 그 자리를 채울 인재가 운산파엔 여전히 남아 있었다.그 사이, 벽력당은 가장 먼저 전멸한 상황이었다. 오직 신검종만이 한 번 운산파를 꺾는 데 성공했을 뿐이었다.운산파가 이번에도 무림 수장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그 순간, 전진파가 돌아왔다.산문이 열리자, 하얀 옷자락을 휘날리는 전진파 제자들이 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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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비무대 위.소욱의 맞상대는 운산파 제자였다.그 눈빛엔 냉기가 서려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무언의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관중석 어딘가에서 누군가 외쳤다.“전진파의 그 고수야! 어제도 혼자서 전진파 승리를 이끌었다더라!”“맞아, 나도 싸워봤어! 가면만 썼을 뿐, 체격이 어마어마했지. 여자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어!”“은사성이 독을 써서 겨우 이긴 상대야.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도 계속 이겼을걸!”하지만 오늘 소욱에겐,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눈 한 번 깜빡할 틈도 없이, 상대의 검을 튕겨낸 소욱은 곧장 배를 노려 발을 찼다.“푸억!”상대는 땅에 구르며 쓰러졌다.그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내가 졌단 말인가…”운산파 부장문이 벌떡 일어나, 무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무슨 짓을 한 거지… 단 한 합 만에 끝났다고?’그 이후로도 경기는 속속 이어졌다.하지만… 누가 올라와도, 결과는 같았다.소욱은 마치 무쇠처럼 단단했고, 폭풍처럼 매서웠다.불과 반 시진 만에 열 판을 내리 이겼다.심지어 피곤한 기색 조차 내비치지 않았다.부장문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이대로라면… 운산파가 패배하고 말 거야!’더는 전진파가 이기게 둘 수 없었다.저 여인을 지금 당장 끌어내려야 했다.운산파 부장문은 부랴부랴 제자들을 내세웠다.그러나 출전하는 자마다, 줄줄이 무대 위에서 나가떨어졌다.“전진파, 승!”심판의 외침이 또다시 울려 퍼지자, 운산파 측은 물론이고, 다른 문파들마저 할 말을 잃었다.“이게 말이 되나… 저 운산파 제자들이 당해내질 못하는군…”“벌써 열한 판째 연속으로 승리하고 있어. 전진파가 이 정도였어?”“차선아가 돌아온 이유, 이제야 알겠네. 저 고수 하나 믿고 온 거야.”“지금쯤 운산파 부장문,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겠지.”무대 위의 소욱은 검이면 검, 권이면 권. 허술한 틈 하나 없었다.이미 운산파 제자들의 버릇과 약점을 완전히 꿰뚫은 듯했다.이제 싸움은 더 이상 ‘승부’가 중요치 않았다.이 싸움은 소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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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운산파, 풍고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소욱은 눈앞의 상대를 바라보며, 그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흉살한 기운을 느꼈다. 풍고는 술에 취한 듯 흐릿한 눈으로 소욱을 노려보았다.“여자군…”그 음흉한 말투에는 분명한 경멸이 담겨 있었다.풍고의 악명은 이미 다른 문파에도 퍼져 있었다. 수법이 음험하고 독해, 전진파의 제자조차도 그를 상대하기 어렵다는 평이 자자했다. 하물며 이번은 그의 첫 시합이기도 했기에 체력 면에서도 절정이었다.그 모습을 본 벽력당 측 인사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이건 너무하잖소! 애초에 싸움이 되겠습니까!”운산파 부장문은 그저 태연하게 웃었다.“풍고도 우리 운산파의 정식 제자입니다. 어찌 출전하지 못하겠습니까?”벽력당 인사가 다시 차선아를 부추겼다.“차 부장문, 이걸 그냥 넘기시려는 것입니까? 운산파, 이건 명백한 갑질이 아닙니까?”다른 문파 사람들도 거들었다.“풍고가 손을 쓰면 죽든 다치든 뻔한 일입니다! 차 부장문, 정말 제자를 아끼신다면 지금이라도 막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 무술 대회 하나로 또 사람이 죽을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풍고는 혀로 입술을 훔치며, 소욱을 노려보았다.“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군요… 마음에 듭니다.”소름이 끼치는 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미 겁먹고 물러섰을 상황이었다.하지만, 소욱이 누구인가? 어린 나이에 황제로 등극해 수차례 친정했고, 봉구안과 함께 강호를 누비며 구중탑의 흉인, 천룡회 교주, 지하 투기장의 악인들까지 직접 상대해왔다.그런 자들에 비하면 풍고는 그야말로 하찮은 졸개에 불과했다.시합대 아래서 차선아가 걱정스레 소욱을 바라보다가 봉구안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 지금이라도 멈출지 묻는 신호였다.봉구안은 소욱의 눈빛을 마주하고, 그 안에 담긴 의지를 읽어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차선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전진파는 시합을 계속하겠습니다.”운산파 부장문이 비웃듯 중얼였다.“정말, 승부에 제자들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여자군.”시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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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비무대회가 끝난 뒤, 각 문파는 남아 약쟁이 토벌 방안을 의논했다.한편, 봉구안과 소욱은 조용히 객잔으로 돌아왔다.가는 길에 소욱은 다시 본래 본인의 옷으로 갈아입었다.이번 비무대회를 위해 그가 감수한 고생이 적지 않았다.봉구안은 그의 수고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어깨를 주물러주었다.“오늘 정말 대단하셨어요.”그 한마디에 소욱은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그는 팔을 뻗어 봉구안을 품 안으로 끌어안고, 그녀를 무릎 위에 앉혔다.“널 위해 애쓴 보람이 있구나. 자, 어떻게 보답해줄 것이냐?”봉구안은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살며시 얼굴을 가까이했다.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고개를 살짝 돌려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오늘은 제가 직접 요리할게요. 맛있는 걸로 보답해드리죠.”소욱은 한 번도 그녀의 요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하지만, 그녀의 요리 실력이 어떤지는… 동방세가 누구보다 잘 알 터였다.갑자기 소욱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굳이 그럴 필요 없다. 너도 잘 알지 않느냐,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그의 눈빛은 뜨겁고, 의미는 명확했다.마침 강림의 객잔에는 아무도 없었고, 이 둘만의 시간이 허락된 상황이었다.봉구안이 대꾸할 틈도 없이, 소욱은 그녀를 안은 채 내실로 향했다.장막은 그의 발끝에 걷혀지고, 몇 벌의 옷가지가 문밖으로 던져졌다.방 안에서는 봉구안의 작고 낮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열다섯 판이나 싸우고도 또 힘이 남아도십니까? 일단 뭐라도 먹고…”그러나 그녀의 말은, 이내 그의 입맞춤에 막혔다.그 뒤로는, 오직 달뜬 숨결만이 조용한 방 안을 채웠다.……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두 사람은 마침내 전투를 멈췄다.봉구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소욱은 깜짝 놀라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디 가려는 것이냐?”어디선가 불안한 예감이 스멀스멀 밀려왔다.봉구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말했잖아요. 오늘은 제가 요리하겠다고요.”그 말에 소욱은 그 자리에 망연히 서 있었다.아직도 요리할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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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열무신은 자리에 앉아 물을 한 모금 들이켠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운산파에 잠입했을 당시엔, 별다른 수상한 움직임이 없었습니다.”“하지만 오늘, 구 장문으로 가장하고 있던 엄 장로가 정체불명의 밀서를 받았죠.”“그가 저에게 밀서를 맡기며, 이 일을 어찌할지 논의해 달라 전하더군요.”봉구안의 계획은 명확했다.밀서에 응해 약인 운송을 허락하는 척하며, 약쟁이들을 끌어들이는 것.가능하다면 사람과 물증을 함께 잡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하지만 약쟁이들은 극도로 조심스러운 집단이었다.물건을 가로채는 건 몰라도 실체를 붙잡는 건 쉽지 않다.더구나, 봉구안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의문이 하나 있었다.“비무대회가 끝나자마자 전진파가 조정과 협력해 약쟁이들을 토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그런데 곧바로 운산파에 밀서가 도착했다는 건, 약쟁이들이 소식을 아주 빠르게 파악했다는 뜻이죠.”동방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정도 속도라면, 이미 강주 안에 내통자가 있다고 봐야 하오.”“아니면…”그는 말을 흐리며 봉구안을 바라봤고, 그녀는 곧장 받아 말했다.“아니면 이번 비무대회에 참가했던 자들 중, 이미 약쟁이들 인물이 끼어 있었을 수도 있겠죠.”순간, 주위의 공기가 묵직해졌다.섬뜩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봉구안은 소욱을 돌아보았다.그는 즉시 명을 내렸다.“진한길, 인원을 모두 소집해라.”“이번 대회 참가자 전원의 신원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예, 폐하!”열무신도 자리에서 일어섰다.“저도 동행하겠습니다.”동방세 역시 발을 내디뎠다.“나도 빠질 수 없지.”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나자, 봉구안은 강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객잔은 자네에게 맡기겠소.”강림은 물을 들이켜다 혀끝을 쿡 찌르는 짠맛에 찡그렸다가, 이내 익숙한 웃음을 지었다.“여긴 내 집이오. 걱정 말고 다녀오시오.”적극적으로 나설 마음은 없는 듯, 그는 조용히 자리를 지켰다.이번 수사는 백성의 불안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진행됐다.소욱은 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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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강주 관아는 황제의 명을 받자마자 성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조용히 무림 인사들에 대한 체포에 착수했다.봉 대인 역시 수행을 이끌고 나섰으나, 도리어 무림인들에게 제압당해 부상을 입고 말았다.때마침 그 길을 지나던 봉구안이 나서서 사태를 정리했다.그녀와 황제를 마주친 봉 대인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폐하, 황후마마… 신하로서 면목이 없습니다.”“강주에 이토록 많은 일이 벌어졌건만, 모두 신의 직무유기 탓입니다…”하지만 봉구안은 차갑게 그를 바라보다 말을 잘랐다.“이제 그만하시죠.”“지금은 관아의 일부터 처리해야 할 때입니다. 수행들을 데리고 어서 돌아가십시오.”“괜히 발만 더 묶지 말고.”목소리는 냉정했고, 눈길은 무심했다.딸이 무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매몰찰 줄은 몰랐다.그래도 자신은 그녀의 아버지였다.진심으로 돕고 싶었고, 노력도 했건만… 왜 그 마음은 전혀 닿지 않는 걸까.그때, 소욱이 낮게 한마디를 던졌다.“황후가 돌아가라 했다.”“어서 돌아가는 게 좋겠구나.”“예, 폐하… 다만, 두 분께서 강주까지 오셨으니, 외진 객잔보다 사마부에 머무르시는 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두 사람은 말을 돌려 떠나버렸다.그 자리에 남겨진 봉 대인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 분을 삭였다.‘이런 딸을 낳아봤자 무슨 소용이람…’‘도움을 바라진 않았지만,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할 거 아니냐!’그날 밤, 조정은 대대적인 체포에 나섰다.속아서 끌려온 자도 있었고 정체가 들켜 도망치다 잡힌 자도 있었으며 전진파처럼 자진해서 관아로 향한 경우도 있었다.관아는 이들의 신원을 하나하나 철저히 확인했다.조사 과정은 평소보다 훨씬 더 조심스럽고 날카로웠다.강주 관아 내부.소욱은 상좌에 앉아 있었고, 대신들은 한 줄로 선 채 땀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 꿇고 있었다.“폐하, 신들 또한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강주에서 약쟁이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니… 반드시 조속히 수습하여 폐하와 백성들 앞에 죄를 씻겠습니다!”소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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