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대인은 오늘 봉구안의 탄신일을 맞아 직접 발걸음을 옮겼다.비록 궁에 몸을 두진 못하지만, 아비 된 도리로 성의는 보이고 싶었다.며칠을 두고 장터를 돌며 고르고 또 골라, 마침내 고운 비취 하나를 준비했다.객잔에 도착하자, 마당에서 강림이 그를 맞이했다.“폐하와 황후마마께선 지금 배 타고 나가셨습니다. 금세 돌아오진 않을 듯하니, 대인께서 맡겨주신다면 선물을 대신 전달해드리겠습니다.”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봉 대인은 품 안의 비단 상자를 바짝 끌어안았다.눈빛에는 노골적인 경계심이 배어 있었다.강림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내 꼴이 무슨 도둑이라도 된단 말인가?’“나중에 직접 다시 오지.”봉 대인은 짧게 대꾸한 뒤 등을 돌렸다.그의 눈에 강림 같은 자들은 그저 싸돌아다니는 무림객일 뿐이었다.딸의 성정이 저리도 제멋대로가 된 이유 중 절반은 맹건 같은 무사놈 때문이고, 나머지 절반은 저런 하류들과 어울려서라고 여겼다.그는 강림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직접 찾는 편이 빠르리라 생각하였다.황제와 황후가 함께 나갔다면, 배를 띄운 곳은 정해져 있었다.강주에 그런 호수는 딱 하나뿐이었다.강주, 천자호.호숫가에 도착한 봉 대인의 발걸음이 멈췄다.그가 마주한 광경은, 생각보다 훨씬 쓰라렸다.화려한 화선이 고요히 물가에 정박해 있었고, 그 위에서 몇몇 인물들이 막 내리고 있는 중이었다.그중 한 명, 황제를 그는 단박에 알아보았다.봉구안이 강주에 내려온 사실을 감추고자 했고, 출입 시엔 분장을 하거나 신분을 감췄다는 것도 알고 있던 터라, 그녀를 곧장 알아보지 못한 건 납득할 만했다.그러나,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얼굴을 보게 되었다.맹건.그 자가, 여기에 있다니.쾅.봉 대인의 가슴이 요동쳤다.심장을 그대로 움켜쥐는 듯한 통증이 번졌다.그가 이 자리에 있다는 건, 황제가 부른 것이겠지.황제가 그 무사 하나를 위해 이토록 정성을 들인 건, 결국 봉구안 때문이지 않겠는가.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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