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부인이 봉안진을 데리고 서여국에 온 것은, 그를 정신 차리게 만들기 위함이었다.봉안진에게 서여국은 처음이었다.길 위에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그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과거에도 서여국은 ‘여자 중심의 나라’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직접 몸소 체험해보니 그 진풍경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서여국 경내에 들어서자, 눈에 띄는 건 육중한 체격을 자랑하는 여자들이었다.그녀들은 남제의 여인들처럼 가녀린 몸으로 치장하지도 않았고, 전장에 나설 수 있는 기백이 있었다.성벽 위에서, 항구에서, 심지어 시장 거리 곳곳에서… 여자들이 짐을 나르고, 외나무다리를 설치하며, 가녀린 사내들을 가볍게 밀쳐내며 말하곤 했다.“이 따위로 힘도 못 쓰는 게 무슨 쓸모람.”궁궐 근처에는 정복을 입은 여인들 또한 있었다.그녀들은 격의 없이 웃고 떠들며, 거동에 점잖고 우아함을 강요받지 않았다.그 자신감은 남제 여인들에겐 보기 힘든 것이었다.봉 부인은 예전에 서여국에서 지낸 적이 있었기에 익숙했고, 가벼운 미소로 말했다.“안진아, 먼저 궁에 들러 네 동생을 만나고, 그다음 황릉에 들러 이모님 제사를 지내자꾸나."“예, 어머니.” 봉안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장미가 정말, 한 나라의 군주가 되다니…’궁궐 안.봉장미는 어머니와 오라버니가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접견을 명했다.그러나 송려 외에는 누구도 곁에 남기지 않았다.그녀는 황제의 예복을 갖추고 높은 자리에 앉아, 완전히 군주의 위엄을 갖추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봉안진은 당혹스러웠다.그녀는 어느덧 봉구안을 빼닮아… 아니 어쩌면 더했다.다만 봉장미에게는 봉구안보다 조금 더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어머니, 오라버니, 먼 길을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은 궁 안에서 쉬고 가세요. 황부께 미리 준비를 부탁드렸습니다.”황부란 즉 송려였다.봉장미는 이제 국주이기에, 송려를 ‘서방님’이라 부르는 것도 사석에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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