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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331 - Chapter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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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1화

제윤은 장공주의 마차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애초에 자신이 장공주의 눈에 들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방금 전 장공주가 건넨 말도 그저 형식적인 격려에 불과했다. 마치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밥을 굶게 된다는 식의 훈계처럼 들렸을 뿐이다.결국 말의 요지는 경고나 다름없었다.그래, 분명 그런 뜻이었을 것이다.한편, 마차 안.장공주는 작은 창문을 열고 바깥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 눈빛엔 알 수 없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내가… 방금 그 아이를 괜찮다고 생각했다니. 정말 미쳤구나.”마차는 계속 달려 성 안으로 향했다.봉가 저택 앞을 지나던 중, 장공주는 문밖에서 들려오는 유난히 시끄러운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마치 큰 경사라도 있는 듯,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끊이지 않았다.장공주는 호기심에 창문을 더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문 앞에는 한 부인이 웃는 얼굴로 손님을 맞고 있었고, 그 옆엔 젊은 여인이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서 있었다.장공주는 마차를 멈추게 하며 시종에게 말했다.“가서 저 봉가에 무슨 일이 있는지 알아보아라.”얼마 후, 시종이 돌아와 아뢰었다.“공주마마, 봉가의 둘째 도련님께서 어떤 처자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그리고 첩 임 이랑이 손자의 세 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잔치를 열었다고 합니다.”장공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봉 대인이 강주에 있어 오랫동안 저택의 안주인 자리가 비어 있었지.”“산중에 호랑이가 없으니 여우가 왕 노릇을 하는 셈이구나.”“저택으로 돌아가자.”“예, 공주마마.”장공주의 마차에는 방울이 달려 있어, 멀리서도 그 소리를 들으면 누가 오는지 알 수 있었다.임 이랑은 문 앞에 서 있다가 방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마차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하며 마차 안을 살폈다.오늘 잔치를 연 이유는 손자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봉가에서 쫓겨났던 아들이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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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2화

임 이랑의 황후 자리에 대한 집착은 결국 ‘봉위’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그녀는 수없이 후회했다.자신이 딸을 낳지 못한 것을 말이다.만약 그때 딸을 낳았더라면, 지금 황후 자리에 앉아 있는 이는 봉안진도, 봉장미도 아닌 바로 자신의 딸이었을 것이다.감히 그들 따위가 끼어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봉명헌이 어머니의 속내를 알아차리자 입을 다물었다.곁에 있던 영이는 놀란 눈빛으로 시어머니를 바라보았다.황후 자리라니, 다소 망상처럼 들리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도 생각했다.“서방님, 우리도 혹시…”영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봉명헌이 그녀를 꾸짖듯 가로막았다.“너도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거냐? 황후라니, 우습지도 않다! 분수를 지켜라. 차라리 두부나 팔아라!”영이의 얼굴이 금세 붉게 물들었다.두부를 판다고? 이게 무슨 말인가?황후의 자리에 앉을 수도 있는 딸이 어떻게 두부를 팔 수 있단 말인가!임 이랑도 자신의 아들이 이토록 소심하고 비겁해졌을 줄은 몰랐다.이 일은 아무래도 며느리에게 기대야 할 것 같았다.그녀는 영이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딸을 낳아 황후를 만든다’는 그 목표 하나만큼은 뜻이 같았다.임 이랑이 영이의 손을 잡으며 평소에 보여준 적 없는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어서 딸을 낳거라. 봉가에서 계속 황후를 배출할 수 있을지는 네 배가 얼마나 잘 따라주느냐에 달려 있다!”영이의 눈빛에 은근한 웃음이 떠올랐다.“어머님, 안심하세요.”예전 같았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언젠가 황제의 장인어른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봉명헌은 비웃듯 어머니를 보며 물었다.“어머님께서는 어찌 황후 마마께서 제 딸을 꼭 입궁시켜 후궁으로 삼으실 거라 확신하십니까?”임 이랑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내 손녀는 태어나자마자 태자의 사촌누이가 되는 것이다. 황후 마마와 우리 봉가의 관계를 생각해봐라. 그 기름진 물줄기가 남으로 흘러가게 두실 분이 아니다.”영이도 고개를 끄덕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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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3화

소욱이 자유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의기양양한 얼굴이었다.두 아들이 보는 앞에서 봉구안을 껴안으며 말했다.“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틀 후 출발하도록 하자.”봉구안은 그의 부드러운 음성을 들으며, 순간 술에 취한 듯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손을 올려 그의 허리를 감싸며 조용히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댔다.“이번 길엔 험난한 일들이 많을 터이니, 데려갈 사람은 많을 필요 없습니다. 정예만 있으면 충분합니다.”소욱은 그녀의 말을 고개 끄덕이며 순순히 받아들였다.“그래. 네 말대로 하마.”……한편, 제윤이 변경으로 종군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부모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었다.장공주를 제외하곤, 아무에게도 자신의 결심을 밝히지 않았다.출입성 노인을 발급받고 말 한 필을 사, 홀로 황성을 떠났다.제가 두 어른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몰랐다.그저 친구 집에 머물고 있다는 말만 믿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제 대인이 사람을 보내 은전을 전하게 했는데, 그제야 제윤이 이미 그곳에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제 대인은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즉시 관아에 수색을 요청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제윤이 일찌감치 황성을 떠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제 부인은 충격에 빠져 의자에 주저앉아 통곡했다.“윤이가 가출한 겁니다! 반드시 찾아와야 합니다, 대인!”그녀는 아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이렇게 떠난 것은 틀림없이 군대에 들어가려는 것이다.제 대인은 분노로 이마의 핏대가 터질 듯 소리쳤다.“이 역적 자식이!”제가에는 제윤 하나뿐인 핏줄뿐이었다.이 아이가 무슨 실수라도 저지른다면, 그것은 곧 제가의 몰락을 의미했다.“여봐라! 가서 그 역적 자식을 당장 찾아와라!”제가에서 일어난 일들은 모두 장공주의 귀에도 들려왔다.군영 안은 사람을 숨길 수 있는 곳이 아니고, 제가에서 진심으로 제윤을 찾고자 마음먹는다면 결국은 찾아낼 것이다.더구나 들리는 바에 따르면, 제윤의 부친은 군부 안에 넓은 인맥을 갖고 있었기에, 그들이 제윤을 직접 찾아내거나 투군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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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4화

태후는 장공주가 제윤을 돕는 것이 그저 따뜻한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라 여겼다.설마 그 이면에 다른 뜻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장공주는 다른 황자들과 달라 황위 계승의 자격은 없었으나, 만일 세력이 지나치게 커진다면 언젠가는 황제의 견제를 피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태후는 반드시 지금 이 자리에서 단단히 경고해야겠다고 결심했다.하지만 장공주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어마마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시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하나의 대비책을 세워둔 것뿐입니다.”태후는 그녀가 주관이 뚜렷한 인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 일은 단순한 개인 감정이 아닌, 권력의 향방에 관한 중대한 문제였다.“네가 이 일을 단지 작은 일쯤으로 여기는 것이냐?”“폐하께서 너를 아끼신다 해도, 권력과 이익이 얽히는 순간이라면 반드시 너와 단절하실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어마마마도 너를 지켜줄 수 없단다!”장공주는 더 이상 잔소리를 듣고 있을 수 없다는 듯 일어섰다.“어마마마, 하신 말씀 모두 명심하겠습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사오니, 이만 물러가겠습니다.”태후가 곧 그녀를 붙들었다.“무슨 일이냐? 또 그 여자 서당이냐? 그것도 이 어미가 너에게 일러둘 말이 있다. 황후가 왜 그 일을 너에게 맡겼다고 생각하느냐?”“남의 원한을 살지도 모를 일을 굳이 떠맡아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그리고, 그 모용선이라는 자. 그녀의 외가가 약쟁이 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 않느냐?”“그녀가 정말 무고하다고 장담할 수 있겠느냐? 부디 그녀와는 거리를 두어라.”하지만 장공주는 황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그녀의 눈빛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황후마마께서 저를 해치실 리 없습니다..여자들에게 학당을 열어주는 것은 제가 예전부터 바라던 바이기도 합니다.”“모용선에 대해서는, 그녀는 이미 죄를 지은 족인들과 연을 끊었습니다. 지금은 더 이상 모용가의 사람이 아닙니다.”“게다가 저는 그녀를 그저 여자 서당에 배치했을 뿐, 사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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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5화

서여국 황궁.봉 부인은 아들의 바람을 들어주기 위해 다시 궁으로 들어가, 봉장미를 찾았다.그녀는 조심스럽게 부탁했다.“장미야, 안진이가… 유아를 한 번만 보고 싶다 하는구나.”봉장미는 긴 침묵 끝에, 결국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애초에 오라버니께서 저와 약조하실 때, 다시는 유아를 보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어요.”“그리고 저도… 그분이 유아에게 상처 주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봉 부인은 딸의 매정한 태도에 마음이 아팠다.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부드럽게 설득했다.“유아는 어찌 됐든 네 오라버니의 딸이야. 게다가 그 아이도 분명 아비를 보고 싶어 할 게다. 단 한 번만이라도 만나게 해주면, 안진이도 마음 편히 남제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느냐.”하지만 봉장미의 태도는 흔들리지 않았다.“동의할 수 없습니다. 유아가 오라버니를 보게 되면, 형수님의 죽음만 떠오를 테니까요. 어머니, 유아는 어머니의 외손녀입니다. 어머니께서도 그 아이가 다시 상처받는 걸 원하시지 않으시잖아요.”처음 유아를 곁에 데려왔을 무렵, 아이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지금도 친어머니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그래서 봉장미는 유아를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크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하지만 지금 유아가 친부를 만나게 된다면, 그 거짓말은 더는 유지할 수 없게 된다.그 모든 상처가 다시 고스란히 되살아날 것이다.봉장미는 신중히 고민한 끝에, 봉 부인의 청을 단호히 거절하며 이렇게 당부했다.“오라버니께 전해주세요.”“유아가 편히 지내길 원하신다면, 제발 의미 없는 일은 하지 말라고요.”설령 만나게 해준다 한들, 그가 유아에게 무슨 도움이 될 수 있겠는가?그는 지금 유아에게 혼란과 고통만 안겨줄 뿐이다.그렇기에 봉장미는 더욱더 단호했다.그녀는 진심으로 유아를 아끼고 있었기에, 반드시 이 아이를 지켜내고자 했다.봉 부인은 결국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먼저 궁을 나섰다.객잔.객잔으로 돌아오자마자, 봉안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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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6화

남제.봉구안과 소욱은 모든 정무를 마무리하고 북쪽으로 떠날 채비를 마쳤다.그들의 목적은 미복으로 변경 각지를 은밀히 시찰하는 것이었다.과거 남제를 포위하고 침략했던 여러 나라들은, 전쟁에서 크게 패한 뒤 영토 일부를 남제에 할양해야만 했다.표면적으로는 남제에 굴복했지만, 실상은 성을 빼앗긴 데 대한 앙금이 여전했다.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변경 도시들에 유민과 도적, 심지어 흉악범들까지 몰래 들여보냈다.남제가 안정적으로 통치하지 못하도록 혼란을 조장하려는 속셈이었다.남제가 파견한 치안관들은 ‘물과 흙이 맞지 않아’ 고생했고, 일부는 참혹하게 살해되기까지 했다.사건이 끊이지 않고, 교란은 계속되었다.각국은 남제가 스스로 물러나기만을 바라고 있었다.이제 약쟁이 사건이 수습되고 외적의 침입이 사라진 지금, 변경 문제를 해결할 시점이 도래했다.황제와 황후가 직접 행차하는 이상, 정예병 호위는 필수였다.그들은 상인으로 변장한 채, 북쪽으로 향했다.맹 부인도 동행했다.여정의 초반부터 두 아이들은 적지 않은 소동을 일으켰다.특히 둘째 아이는 바깥 풍경을 맛본 후로 마차 안에 갇혀 있길 싫어해, 커튼을 젖히고 밖으로 나가려 하거나 말을 태워 달라며 조르기 일쑤였다.소욱은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다 받아주었다.한때는 ‘엄한 아버지가 되겠다’던 다짐은 이미 까맣게 잊은 지 오래였다.큰아이는 좀 더 얌전하고 침착했다.배가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며, 늘 어머니 품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심지어 안아달라고 보채며 어머니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려 들지 않았다.맹 부인은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큰아이는 참 침착하네요. 큰일을 맡겨도 되겠어요. 하지만 어미 품에 너무 붙어 있으니, 그것도 곤란하지요.”봉구안은 가볍게 미간을 찌푸렸다.맹 부인의 말대로였다.아이는 요즘 들어 자신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었다.밤에도 곁에 누워야만 잠이 들고, 아침에 옷을 입히는 일도 아버지가 하려 하면 싫다며 떼를 쓰곤 했다.소욱이 동생에게 치마를 입히는 모습을 본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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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7화

상성.소욱은 봉구안의 편지를 몰래 훔쳐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정말 보고 싶었다.그래서 결국, 두 아이가 그의 ‘도구’가 되었다.봉구안이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오니, 탁자 위에는 편지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그 중 몇 개는 이미 뜯어져 있었다.소준연은 침상 머리맡에 앉아 손에 한 장의 편지를 들고 있었고, 소준열은 침상 끝에 앉아 편지 한 통을 입에 물고 쩝쩝거리며… 마치 먹는 중이었다.그 사이에서 소욱은 아주 열심히 ‘정리’를 하고 있었다.“너희 둘, 만지지 말라 하지 않았느냐. 말을 안 듣는구나.”그는 무척 무고한 얼굴로 아이들을 나무랐고, 편지를 한 장씩 집어들며 다시 한 번 눈길을 주었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양.봉구안은 그 어수선한 광경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아이들을 어떻게 돌보신 겁니까.”그녀는 단호히 나무랐고, 소욱은 돌아서며 서운한 눈빛을 보였다.“한 번도 내 편지를 이리 보관해준 적 없지 않느냐.”그의 손에 들린 편지는 단회욱이 봉구안에게 보냈던 연애편지였다.봉구안은 소욱의 시선을 마주했지만, 변명하지 않았다.그녀는 단회욱과의 일을 숨긴 적이 없었다.그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말 대신, 바로 행동으로 답했다.먼저 두 아들의 자세를 고쳐 세워 벽을 바라보게 했다.그리고는 한 손으로 소욱의 턱을 들어올려 그의 입술에 힘껏 격렬한 입맞춤을 했다.입술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설령 폐하의 몫이 빠졌겠습니까? 앞으로는 원하시는 대로 드리겠습니다.”소욱은 웃으며 그녀의 목을 감싸 안아 입맞춤을 되돌려주었다.그의 손이 등에 닿는 순간, 봉구안은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그를 살짝 밀어냈다.“일단, 편지부터 정리하세요.”그녀는 그의 속내를 이미 알고 있었다.이 편지들이 아이들의 손을 빌려 나온 것이며, 결국 소욱이 꺼내게 만든 것이라는 것도.그러니 정리는 당연히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서랍 속 편지들은 대부분 강호의 지인들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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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8화

객잔 안, 상성 인근.소욱은 무애산 출신이었다.무애산은 속세와 동떨어진 곳으로, 그 제자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하산하지 않았다.지금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바로 그의 사제 중 한 명, 이름은 소무였다.봉구안도 예전에 무애산에 간 적이 있어, 그를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소무는 생김새는 평범했지만, 타고난 순진함이 있어 마치 옆집 동생처럼 사람을 편하게 만들었다.누구라도 쉽게 마음을 열게 되는, 그런 아이였다.그는 검을 등에 메고 환한 얼굴로 웃었다.“사형! 역시 여기 계셨군요!”무애산은 위계보다는 정에 가까웠고, 소무에게 있어 ‘사형’은 소욱이었다.설령 그가 제왕이 되었다 해도, 여전히 가장 아끼고 믿는 형이었다.소욱은 대답 대신 소무를 조용히 방 안으로 데려가, 문을 닫고 물었다.“말해 봐. 여기 무슨 일로 왔느냐.”소무는 그가 이곳에 있을 줄 알았다는 듯 당연한 얼굴이었다.“사형, 사실은 스승님 명을 받들어서…”그런데 그의 시선이 두 아이에게 쏠렸다.사형의 아이들이란 말인가?정말 귀여웠다.소욱이 다시 물었다. “명을 받들어, 뭘 하라고?”소무는 정신을 차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입꼬리를 올리며 순박하게 말했다.“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사형께 큰 재앙이 닥칠 거라고 하셨어요.”“그래서 저더러 하산하여 사형을 보호하라 하셨죠.”“저는 이틀 전부터 이 여관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구요!”소욱의 눈빛이 미묘하게 변했다.그의 스승. 무애산의 노선인.신기묘산한 그 노인의 말이라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었다.그렇다면, 자신에게 어떤 재앙이 닥쳐온다는 말인가?그러나 소무도 그것까진 알지 못했다.“스승님께 여쭤봤는데, 안 알려주시더라구요. 이게 바로… ‘천기불가설’ 아니겠습니까! 아, 스승님께서 한 말씀 더 하셨습니다! 이번 재앙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 절대 방심하지 말라고요!”봉구안의 얼굴엔 깊은 근심이 어렸다.무애산의 그 노인은 언제나 침착하고 조용한 자였다.과거 소욱이 북연에서 납치되어 생사도 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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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9화

상성, 객잔.무애산 제자 소무의 말은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애매한 것이었다.그러나 '믿을 수 없다' 하기엔 그의 사부가 예지에 가까운 통찰을 지닌 자였고, '믿는다' 하기엔 그 경고가 너무도 막연하였다.소욱은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이미 위험이 예견된 이상, 봉구안과 아이들을 그 위험 속에 끌어들일 순 없었다.하지만 봉구안 또한 그의 안위가 걱정되었다.그녀는 소욱의 안배에 단호히 반박하며 곧바로 말했다."아이들은 황성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폐하께서 변방으로 향하신다면… 신첩 또한 반드시 함께하겠습니다.”소욱의 미간에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이 일은 장난이 아니야.""알고 있습니다."봉구안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러섬 없는 의지를 드러냈다.그녀는 단 한 번도 위험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칼산화해라 한들, 그는 반드시 함께할 것이었다.소욱은 그녀의 성정을 잘 알았다.그녀를 억지로 떼어낼 수 없음을 깨달은 그는, 차라리 순순히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좋다. 그럼… 녀석들은 먼저 돌려보내자."아이들을 데리고 다닌다는 건, 어른의 일에 있어 무거운 짐이 되기 마련이었다.봉구안이 조심스레 제안했다."폐하, 이곳은 황성과의 거리가 멀어 도중에 변고가 생길까 두렵습니다. 차라리 먼저 상성의 맹가로 아이들을 보내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소욱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황성은 비록 겹겹이 지켜진다 하나, 세작들의 손길까지 완전히 차단할 순 없었다.만일 황궁 내부에까지 손을 뻗어, 두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와 구안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손쓸 수 없다.차라리 맹가로 비밀리에 보내는 편이 나았다.맹 부인은 지혜로우며, 의술 또한 뛰어나니, 분명 아이들을 잘 보살필 것이다.다만 그는 호위 중 일부를 떼어내 아이들을 무사히 호송할 준비도 함께 해야 했다.그날 밤, 눈은 조용히 내렸다.하룻밤 새 땅 위엔 두텁게 쌓였다.다음 날 아침.소욱은 창문을 열어 먼 산을 바라보았다.새하얀 세상이 펼쳐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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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0화

남방의 한 외곽 작은 마을.서왕은 완부옥과 함께 조용한 객잔에 머물고 있었다.완부옥은 벌써 태중의 아이가 다섯 달째 접어들어, 불러오는 배와 함께 얼굴도 둥글게 변해가고 있었다.그녀는 예전보다 통통해진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한때 황궁의 총애를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을 뺐던 시절이 생각나, 지금의 몸은 그녀 스스로 견디기 힘든 변형이었다.이런 신체의 변화는 그녀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었고, 종종 예고 없이 화를 터뜨리는 원인이 되었다.서왕은 책에서 읽은 대로, 임신한 여인의 감정은 갈대처럼 흔들리기 쉽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화를 내도 입을 꾹 다문 채 묵묵히 받아들이며, 한 마디 원망도 하지 않았다.완부옥은 어느 날 불쑥 말했다.“제가 너무 뚱뚱해졌어요… 이런 몸이라면, 그냥 이 아이를 없애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그녀의 말이 거칠어질 때마다, 서왕은 늘 한결같은 말로 답했다.“어디가 뚱뚱하단 말이냐. 이건 풍만한 거야. 다른 이들은 부러워도 갖지 못하는 것이다.”그 말은 가끔 그녀를 달래는 데 통했으나, 그녀는 자주 그에게 다시 물었다.“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정말이죠?”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가 마음 놓을 수 있도록 눈빛 하나까지 부드럽게 했다.하지만 완부옥은 남방에 그저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그녀는 늘 마음속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온 진짜 이유는 남강의 약쟁이 사건을 조사하고, 자신의 사문이 연루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남경에 도착한 후, 그녀는 사람을 남강으로 보내며 신중하게 모든 걸 준비했다.약쟁이의 동태를 살피고, 자신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면서도 사문에 위치를 알렸다.심지어 비상 상황에 대비해 간단한 남강어까지 가르쳐가며 세심하게 대비책을 세웠다.서왕은 이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점점 그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처음에는 그저 아름다운 외모에 독한 기질을 가진 여인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그녀는 상황을 장악할 줄 알았고, 전략적 판단도 명확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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