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녕궁엔 이미 다 모여 있었다.태후는 얼굴에 화사한 웃음을 띠며 장공주를 바라보았다.“소기야, 어서 앉거라.”태후의 눈에 장공주는 너무 기뻐서 정신이 나간 듯했다.하지만 실상 장공주는 기쁨이 아니라 충격에 얼어붙은 상태였다.“어마마마, 이건…” ‘진짜로 혼사를 밀어붙이시려는 건가?’그녀는 무의식중에 제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는 평상복 차림이었고, 눈빛은 무표정하게 바닥을 응시한 채 단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마치 그녀란 존재가 없다는 듯이 말이다.장공주는 굳은 채로 서 있었다.밖에선 누가 감히 장공주를 넘보겠냐마는, 태후 앞에선 그녀도 그저 어릴 적 잘못 저지르고 혼날까 봐 조심하는 ‘딸’일뿐이었다.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도망가자!“어마마마, 저는 영화궁에 좀 다녀오겠습니다!”말을 끝내자마자 태후가 말릴 틈도 주지 않고,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듯 걸음을 옮겼다.……장공주는 영화궁으로 몸을 피하고자 했다.하지만 막상 도착하자, 황후가 오늘 아침 일찍 두 황자를 데리고 궁 밖으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그곳 궁인은 장공주와 친분이 있던 터라, 한마디 덧붙였다.“폐하께서는 지금 안에 계십니다. 공주 마마 우선 폐하를 뵈시겠습니까?”장공주의 머릿속엔 네 글자가 떠올랐다.죽은 말도 말이라 생각하고 치료하지 않는가.그리고 그 죽은 말이 바로 소욱이었다.사실 기대는 안 했다.그가 뭔가 도와줄 거라곤 꿈도 꾸지 않았다.그저 지금 당장 영화궁에서 쫓아내지만 않으면 그걸로 족했다.평소 같았으면, 소욱은 그녀가 문간에만 서 있어도 입장이라도 시켜줬을 테지만, 지금은 기분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였다.아침부터 봉구안이 두 아이를 데리고 떠났기 때문이다.그녀의 팔을 붙잡고 애타게 말렸건만, 돌아선 뒷모습은 단호했다.그가 지금 손에는 상소문이 아니라, 작은 옷 몇 벌이 들려져 있었다. 아이들이 입던 귀여운 옷감들이었다.어떻게든 마음을 달래보려 애썼지만, 마음속엔 허전함이 가득했다.그래서 결심했다. 오늘 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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