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차가 멀어지고, 소욱이 봉구안을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서태상이랑 무슨 말을 나눈 것이냐? 죽은 사람처럼 보이더니 금세 얼굴빛이 살아나더구나.”봉구안은 차분히 설명했다. 소욱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그래서였군. 표국 몇 군데가 표사의 품삯을 고의적으로 높여 부려간다지만, 열 명이든 스무 명이든은 어떻게든 데리고 있겠지. 하지만 그 이상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거다.”그가 고개를 젖히며 짧게 웃었다.“표국 하나에서 감당할 수 있는 짐의 양은 정해져 있고, 표사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놀고 있는 자들만 늘겠지. 그렇게 되면 수익은커녕 손해만 날 테고, 결국은 자기 발등을 찍는 셈이다.”소위, 과하면 병이 된다는 말이 딱이었다.서태상의 안색이 그리도 빠르게 회복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소욱이 슬쩍 웃으며 덧붙였다.“역시, 너는 결국 마음이 약해졌구나.”봉구안은 그 말에 굳이 대꾸하지 않고,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새해 첫날, 거리에는 폭죽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준연이 준열이는 무사히 지내고 있을까요…”말이 씨가 된 걸까. 그날 오후, 상성의 맹 부인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내용은 전부 아이들에 관한 것이었다.봉구안은 편지를 펼치는 순간 알아차렸다. 기쁜 소식만을 전하고, 나쁜 일은 일부러 감춘 글이었다.그토록 어린 아이들이 부모 곁을 떠나 편히 잘 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변경의 정세는 절박했다. 천천만만의 아이들이 부모 곁에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그녀와 소욱이 반드시 이 길을 걸어야 했다.이틀 뒤, 오백과 진한길과 다시 조우했다.“폐하, 지방 관리들의 말에 따르면, 그들 역시 정확한 정보는 알지 못하고 단지 떠도는 소문을 듣고 폐하께 누가 될까 염려하여 길을 미리 정비했다고 합니다. 다만 정보의 출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진한길이 자세히 보고했다.뒤이어 오백이 말했다.“길을 정리한 건 사실이나, 그 과정에서 백성들의 통행이 막혔습니다. 수로를 이용하라 했지만 배가 부족해, 섣달 그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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