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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561 - Chapter 1570

1570 Chapters

제1561화

궁 바깥, 한 객잔 안.창가에 홀로 앉은 원 노인은 달빛 아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곧 추석이 다가오건만, 곁에 피붙이라 부를 이 하나 없이 그저 덩그러니 늙은 몸만 남아 있었다.만일… 소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는 이후 저승에서 딸아이에게 무엇이라 설명한단 말인가.적연검. 오늘에서야, 그 검이 쌍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만일 정희가 이미 암검을 찾아냈었다면, 어찌하여 자신에게는 그 사실을 숨겼단 말인가.……남강.어둠이 깔린 깊은 밤, 소무는 여전히 결박된 채였다.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번갈아가며 그를 감시하고 있었으니, 도망은커녕 자세를 바꾸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였다.그날 밤, 그는 무리에게 이끌려 밖으로 끌려 나왔다.“도대체 어딜 데려가는 거야? 설마 이젠 죽이겠다는 거냐?”그는 눈을 치켜뜨고 소리쳤지만, 검은 옷의 사내는 대꾸조차 없었다.소무는 이윽고 다른 방으로 끌려 들어갔다.그 방 안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소황이었다.그리고 그 곁엔, 처음 보는 백의의 사내가 서 있었다.언뜻 보기에도, 그저 평범한 인물은 아니었다.백의 사내가 먼저 다가와, 정중히 예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이런 방식으로 남제를 떠나시게 한 것, 실례가 컸습니다.”소무는 비웃듯 코웃음을 내뱉었다.“정말 미안하다면, 이거나 좀 풀지 그러냐? 사지를 꽁꽁 묶어놓고선 무슨 말장난이야?”온몸이 밧줄에 묶여 꼼짝없이 당한 지 며칠째였다.차라리 한 칼에 베어내는 편이 나을 것만 같았다.“그리고 넌 누구냐? 대체 왜 날 납치한 거야?!”그제야 백의의 사내가 조용히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담대연이라 합니다.”“담대연?!”소무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그 이름은 사형들과 사부님에게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그는 분명, 남제를 위해 일하던 인물이었다.그런 자가 어찌하여 소황과 함께 있는 것일까?바로 그때,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그래! 넌 배신자지! 남제를 배신하고, 이젠 남제를 공격하려는 거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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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2화

완부옥의 현재 처지는 실로 좋지 않았다.그녀는 홀로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창호 너머로 스며드는 달빛이 차가운 기운을 드리우자, 입술 사이로 한 줄기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곧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건만, 이토록 외롭고 위태로운 처지일 줄이야.지금껏 살아남은 것만도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남강왕이 은밀히 사람을 풀어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그 때문에 정해진 은신처도 없이 떠돌며,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그녀의 사제 갈십칠조차 예외는 아니었다.타인을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 그녀는 홀로 남았다.그러나 숨어만 지낸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이며 진실을 살폈다.대체 어떤 자가 남강에 스며들었기에 왕의 마음을 사로잡고, 국토 확장의 야망을 부추기며, 더 나아가 그녀의 몸속에 깃든 ‘고왕’마저 탐하려 하는 것일까.그리고 마침내 알아냈다.그 인물은 다름 아닌, 동산국에서 도망쳐온 ‘소황’이었다.분명한 것은 그는 예사로운 자가 아니라는 점이었다.그는 남강을 도와 주변 소부족을 정복했고, 이젠 대하까지 넘보는 형세였다.남강왕이 그를 신뢰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완부옥은 점차 믿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갔고, 왕의 신임은 이방인에게로 넘어갔다.아마도 왕은 지금쯤 환생한 제갈량이라도 얻은 양 기뻐하며, 남제와의 균형을 도모하고 있으리라.허나, 정작 동산국조차 감당하지 못한 자를 남강의 작은 그릇이 어찌 품을 수 있단 말인가.완부옥은 그림자 속에 몸을 감춘 채, 소무가 갇힌 방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과거 남제 변방에서 그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소무는 소욱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진한길보다도 황제를 더 따르는 듯 보였다.분명 사제 사이였다 들었는데… 어찌하여 지금, 이곳 남강에서 포박당한 채 갇혀 있는 것일까?방금도 소황과 마주한 듯하였는데,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일까?아쉽게도 그녀는 너무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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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3화

분명 완부옥이었다!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서왕은 격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그녀에게 다가갔다.“부옥아, 정녕 네가 맞느냐?”완부옥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코웃음을 쳤다.“알고도 묻는 겁니까? 절 못 알아보시겠다면, 그냥 죽는 게 나을 겁니다.”그녀의 음성은 사납게 날이 서 있었고, 눈빛엔 원망이 짙게 서려 있었다.서왕이 주변을 둘러보자, 바닥엔 결이의 유모가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방 구석엔 유화가 입을 틀어막힌 채 몸부림치고 있었다.그의 목에는 완부옥이 아끼던 뱀이 감겨 있었으며, 유화는 간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전하, 제발… 살려주십시오.’서왕은 그제야 깨달았다.자신이 왕부로 돌아올 때까지, 누구도 그녀의 잠입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즉, 완부옥은 경비망을 피해 은밀히 숨어들어왔던 것이다.완부옥은 분노가 어린 얼굴로 말했다.“이래서야 아들을 지키실 수 있겠습니까? 왕부의 경비라기엔 한심하기 그지없군요. 오늘 밤, 제가 운 좋게 찾아왔으니 망정이지, 만일 다른 자였다면… 이미 아이는 납치당했을 것입니다.”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쏘아붙였다.“게다가 아이가 그리 울고 있었는데, 어찌 홀로 남겨두고 훈련이니 전쟁이니 떠돌 수 있단 말입니까?”“정녕, 아들이란 존재가 안중에도 없으신 겁니까?”그녀의 분노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반면 품에 안긴 결이는 어머니의 따뜻한 체온을 느낀 듯, 이제는 울음을 그치고 오히려 방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서왕은 그 모습에 안도하며, 조심스레 갑옷의 고름을 풀며 말했다.“왕부의 경비는 정예병 중 정예병이다. 허나 부옥이 네가 워낙 비범한 무공을 지녔으니, 들키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내가 결이 곁을 지키지 못한 것은… 병사들을 훈련시키느라…”그러나 완부옥은 그의 말을 단칼에 끊었다.“핑계 따위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아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신다면, 차라리 제가 데리고 남강으로 돌아가겠습니다.”그녀는 두꺼운 외의 너머로 아이의 체온과 숨결을 느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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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4화

완부옥은 문턱을 넘기 직전,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결이는 팔을 허우적이며 무언가를 말하려 하였으나, 말이 서툴러 옹알이만 할 뿐이었다.그 모습에 완부옥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한 번 품에 안은 아이란, 쉽게 놓을 수 없는 법. 처음부터 거리를 두었더라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른다.허나 이제 와서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이랴.그녀는 거의 무의식처럼 다시 몸을 돌려, 서왕과 결이 앞에 섰다.어미와 자식 간의 인연은 피로 맺어진 것보다 더 깊고, 심장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는 본능이었다.결이는 단지 어머니가 좋았을 뿐이었다.그녀가 아름답건, 아니건. 작은 손으로 완부옥의 옷자락을 꽉 잡았다.그것이 이 아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었다.서왕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한 번 더 안아주거라.”완부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손을 뻗어 결이를 안고, 겹겹이 둘러싼 옷 사이로 조심스레 아이의 볼을 스쳤다.가슴을 조이던 독기마저, 그 따스한 체온 앞에서는 한낱 풀잎처럼 무력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왕은 속 깊은 감정에 잠겨 눈빛이 흐려졌다.‘매일 부옥이의 초상화를 보여준 보람이 있구나.’결이에게 완부옥의 얼굴을 잊지 않게 하려 매일같이 초상화를 보여주고, 그녀의 눈동자를 반복해 익히게 한 보람이 있었다.결이는 총명한 아이라, 마음으로 먼저 기억해낸 것이다.완부옥은 쉽사리 아이를 떼어놓지 못했으나, 더 머물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결국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결이를 서왕에게 넘겼다.“전 가야겠어요.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만일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땐 정말 전하를 죽일 거예요.”서왕은 그녀의 소매를 붙잡으며 절절히 말했다.“너 자신을 먼저 생각하거라. 나도, 결이도… 늘 네가 무사하길 바라고 있다.”“그리고 우리 부자는 언제까지라도 널 기다릴 것이다.”완부옥은 무심한 듯 짧게 응답했다.“알겠어요.”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떠났다.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람처럼 사라졌다.결이는 금세 눈물을 글썽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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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5화

소욱은 높은 자리에 있는 만큼, 무엇보다 천하의 대세를 중시하였다.“확실히 지금은 소무를 구출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다. 담대연 일당에게 소무는 필요한 존재이니, 그들이 먼저 해치지는 않겠지.”“그리고 지금 남강은 그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완부옥조차 숨을 곳 없이 쫓기는 형국에서, 우리가 사람을 보내 구출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도 크다.”봉구안도 신중히 헤아렸다.“맞습니다. 아마 많은 희생이 따를 것입니다. 적어도 수십 명의 목숨을 잃어야 소무 한 명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 터. 하지만 데려온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담대연은 분명 또다시 소무를 노릴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계속 인력과 시간을 허비하게 되겠지요.”소욱은 결단하듯 책상을 탁 내리쳤다.“내가 직접 서왕에게 서신을 써 보내마. 시간이 늦었으니, 너는 아이들과 먼저 쉬거라.”그러자 봉구안이 곧장 말했다.“폐하, 오늘은 폐하께서 아이들과 함께 주무셔야겠습니다. 저는 궁 밖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소욱의 얼굴에 근심이 스쳤다.“이 늦은 밤에 궁을 나가겠다니… 무슨 일 때문이냐?”“잊으셨습니까? 그 나무로 만든 기계 새 말입니다. 제가 동방세를 불러들여 그것을 만들게 했지 않습니까. 그 자가 이제야 완성했다 하여, 직접 가서 확인하려 합니다.”“대낮에 가면 안 되겠느냐?”소욱이 무심코 물었다가, 괜한 소리였음을 깨닫고 곧 말을 보탰다. “그래. 요즘 여러 일로 지쳐 보이는구나. 너무 무리하지는 말거라.”봉구안은 부드럽게 설명했다.“처음 그 기계새를 본 것이 밤이었기에, 지금도 밤에 살펴봐야 차이점을 더욱 정확히 견줄 수 있습니다.”소욱은 한숨을 쉬며 옆 침상에 누운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둘 다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빤히 보고 있었다.“그래. 다녀오너라. 오늘 밤은… 내가 이놈들을 상대하마.”요즘 이 둘은 영 잠을 자려 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이야기 서너 편만 들려줘도 스르르 잠들었는데, 이제는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다 봉구안과 소욱 본인이 먼저 잠들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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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6화

봉구안이 영화궁으로 돌아왔을 때, 소욱과 두 아이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녀는 발걸음을 죽여 다가가 이불을 가지런히 덮어주며,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대하는 유동관 전투에서 참패하였고, 남강이 대승을 거두었다. 남강은 대주가 적힌 깃발을 높이 세우며 연전연승을 이어갔다.그 소식은 남제의 도성에도 전해졌다. 어전에서 소욱은 깊은 고뇌에 빠져 있었다. 조정 대신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지금이야말로 남강을 도와 북진하여 동산국을 삼킬 때입니다.”“아닙니다, 폐하. 저희가 도와야 할 곳은 대하국입니다.”소욱은 잘 알고 있었다. 남강의 배후에는 담대연과 소황이 있었다. 이 두 자가 개입한 전쟁이라면, 남제는 결코 그들의 야욕에 힘을 보탤 수 없었다.……영화궁.영화궁에서는 봉구안이 후궁의 일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앞서 계 상궁이 태자를 독살하려던 사건이 동산국의 첩자와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첩자들을 모조리 찾아내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계 상궁은 주모자로 체포되어 옥사로 보내졌다.신행사란 옥사는 궁인들이 중노동에 시달리는 곳이었다. 온갖 더럽고 고된 일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남은 생을 그곳에서 마감하게 될 터였다.태후는 그 처분을 전해 듣고, 눈빛에서 생기가 스러진 듯했다. 그러나 입가에는 아주 미세한 안도감이 스쳤다.“신행사라... 차라리 다행이구나. 목숨을 잃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태자를 독살하려 한 죄는 미수에 그쳤어도 중죄였다. 게다가 과거에도 황자였던 지금의 황제에게 독이 든 떡을 건넨 일이 있었다. 그때 소욱이 관대함을 베풀지 않았다면, 계 상궁은 이미 열 번도 넘게 죽었을 것이다.태후는 한숨을 내쉬며 궁녀에게 일렀다.“계 상궁에게 솜옷이라도 가져다주거라. 신행사의 겨울은 참으로 혹독하니 말이다.”그곳에는 화로도, 따뜻한 옷도 없었다. 해마다 추위에 얼어 죽는 궁인들이 부지기수였다.지금은 아직 음력 10월이었지만, 신행사에 들어가면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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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7화

소욱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봉구안의 아랫배를 바라보았다.“구안아, 너... 혹시 아이를 가진 것이냐?”봉구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합니다.”소욱은 즉시 크게 기뻐하며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언제부터 알았느냐! 어찌하여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느냐?”봉구안은 차분히 답했다.“한 달 전부터였습니다. 담대연이 처음으로 기계 새를 완성하던 그날 밤, 갑자기 속이 메스꺼웠습니다.”“그날 궁 밖의 의원을 불러 맥을 짚어보았으나, 당시엔 태기가 미약하여 확실치 않았습니다. 그 후 태의가 여러 차례 진맥한 끝에야 경사임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이어서 말했다.“감히 말씀드리지 못한 까닭은... 요즘 전시에 국사가 분주하여 폐하께서 불필요한 염려를 하실까 두려웠고, 또한 태기가 아직 불안정하여 괜한 희망을 품게 해드릴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소욱은 기뻐하면서도 스스로를 자책했다.“어찌 이토록 중요한 일을 알리지 않은 것이냐... 태의는 무어라 하더냐? 아이 상태는 어떻다고 했느냐?”그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악재가 겹치던 와중에 드디어 찾아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녕 하늘이 내린 귀한 선물이었다.그러나 정작 봉구안은 크게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소욱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무엇이 그리 걱정스럽느냐?”봉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염려되는 것이 맞습니다. 지금 전황이 급박한데, 아이를 가지게 되면 군영의 일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두렵습니다.”그녀는 가만히 앉아 태만 기를 성품이 아니었다. 더욱이 담대연과 소황이 손을 잡은 상황에서, 언젠가는 남제를 향해 칼날을 겨눌 것이 분명했다.소욱은 입술을 가만히 다물고 천천히 말했다.“구안아, 때로는... 세상 밖의 소란을 잠시 등지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군영의 일은 너가 아니어도 능히 해낼 자들이 있지 않느냐. 내가 책임지마. 너와 아이가 무사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그가 이어서 말했다.“대하는 그리 쉽게 무너질 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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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8화

영화궁.봉구안은 태중을 지키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전장 밖으로 자꾸만 향했다. 특히 동방세 쪽의 움직임이 몹시 신경 쓰였다.기계 새를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그 약점을 반드시 찾아내야 했다. 언젠가 전장에서 그것과 마주쳤을 때 손쓸 방법이 없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터였다.지금껏 남제는 하늘을 나는 적과 싸워본 적이 없었다. 화살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것을 막지 못하고, 화룡과 같은 병기 또한 흩어져 날아다니는 목조에는 무용지물이었다.만약 담대연의 기계 새가 충분히 실전에 배치될 정도로 완성된다면, 성벽을 손쉽게 넘나들며 남제의 지상 방어선을 무력화시킬 것이다. 봉구안은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태중을 돌보면서도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 기관술에 관련된 서책들을 뒤지며 해결책을 찾고자 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자녕궁태후의 병세는 날이 갈수록 호전되고 있었다.이날, 녕비가 문안을 오자 태후가 물었다.“두 황자의 생일이 곧 다가오는데, 어찌 궁 안이 이리 조용하느냐?”녕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요즘 어찌 된 연유인지, 궁 안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았습니다. 신첩도 황자마마의 생일을 맞아 좀 북적이게 해볼까 했으나, 황후 마마께서 지금은 검약해야 할 시기라며 크게 치르지 말자 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또다시 전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됩니다.”태후의 얼굴이 금세 굳어졌다.“전란이라? 대체 누구와? 변방의 약쟁이 사태가 끝난 뒤로는 사방이 조용했다 하지 않았느냐.”녕비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어찌 조용하다 하시옵니까. 남강과 대하가 전투를 벌이고 있다 들었습니다. 대하가 남강에 패하게 되면, 남제와 충돌하는 것도 시간문제라 들었습니다.”“또한, 전에 들은 바로는... 얼마 전 성서 감옥에 화재가 일어났다 합니다. 거기에도 약쟁이가 나타났다고... 조정에서는 백성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함구하고 있는 모양입니다.”태후는 창백한 얼굴로 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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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9화

날아온 화살에는 약쟁이 독이 발라져 있었다. 화살에 맞은 장수는 순식간에 약쟁이로 변하며 독이 온몸에 퍼져나갔다.이를 눈치챈 육겸이 즉시 성벽 아래 대하군을 향해 목청껏 외쳤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기계 새가 하늘을 가로지르자 수만 발의 화살이 일제히 쏟아져 내렸다. 땅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라면 몸을 숨길 곳이라도 있으련만, 하늘에서 내리꽂히는 화살비는 마치 폭우와 같아 피할 곳이 없었다.기계 새의 날개 양옆은 물론 배 아래까지도 온통 화살통으로 뒤덮여 있었다. 인간이란 본래 알지 못하는 병기 앞에서는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법이었다.대하군은 태어나 처음 보는 괴물 같은 병기에 완전히 제압당했다. 아무리 방어해도 막아낼 수 없었다.그 사이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들이 늘어나고, 약쟁이 또한 급속도로 불어났다. 화살 세례를 간신히 피한다 해도, 바로 옆 전우가 약쟁이로 변해 달려드는 것을 막을 도리는 없었다.골목마다, 거리마다 대하국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백성들은 어린 자식과 늙은 어미의 손을 잡고 사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부녀자와 아이들은 발이 느려, 결국 그들을 지켜야 할 병사들에게 물어뜯기고 찢겨졌다.송성 전체가 더 이상 사람이 사는 땅이 아닌, 그야말로 지옥으로 변해갔다.그 참혹한 광경 앞에서 육겸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을 뻔했다.그것은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뼛속 깊이 스며든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끝없는 자책 때문이었다.투구 속에서 그의 희끗한 머리칼 한 가닥이 풀려 바람에 흩날렸다.그를 향해 필사적으로 돌진해오던 부장이 검을 휘두르며, 한 손에는 방패를 들고 병사 한 무리를 이끌고 간신히 그의 곁에 다가왔다.“장군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 약쟁이가 계속 늘어나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부디 철수하시옵소서!”그러자 육겸은 분노에 찬 주먹으로 성벽을 힘껏 내리쳤다.“물러설 수 없다! 약쟁이를 당장 모조리 베어 죽이고 백성을 구하거라!”그렇게 외친 그는 검을 뽑아들고, 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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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0화

어전.소욱은 봉구안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을 보자,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구안아, 어찌 이리 온 것이냐? 분명 태교에만 전념하라 하였거늘.”그는 조심스럽게 봉구안의 팔을 받쳐 들며, 혹시라도 걸음이 불편할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봉구안은 주변을 둘러보다 소리 낮춰 물었다.“준연이는요?”“방금 막 잠들었다. 안쪽 평상에 누워 곤히 자고 있더구나.”소욱은 그렇게 말하며 봉구안을 자리에 앉혔다.봉구안은 가볍게 웃었다.“그저 회임을 한 것뿐인데, 마치 거동조차 못 하는 사람처럼 지나치게 조심하시네요.”“네 몸은 원래 아이를 품기 어려운 체질이라 하였지 않느냐. 이번에 아이를 가졌다고 하여 기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내심은 늘 불안하구나.”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그때 아이들을 낳고 얼마되지 않아 폐하께서 북연에 끌려가셨지요.”“그때 저는 몸조리도 제대로 못 한 채, 부랴부랴 먼 길을 나섰고… 결국 산후병을 얻었습니다.”“그 병은 달거리를 다시 치르며 잘 쉬면 낫는다고들 하더군요. 이번 아이는 제게 선물과도 같은 아이입니다. 아마 폐하더러 저에게 은혜를 갚으라 하나봅니다.”소욱은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 말투, 어딘가 뼈가 있는 듯하구나.”“대하에서 온 사신을 만난 것이냐?”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조금 전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폐하께서 즉위 초기에 남제가 위기에 처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대하에서 병력을 보내 도운 일도 들었고요.”소욱의 눈빛이 스르르 어두워졌다.“그 사신, 말솜씨 하나는 실로 능란하구나.”“하지만 원조란 것도 결국, 우리 남제가 장공주를 시집보내고 무수한 국익을 내어준 끝에 이루어진 일 아니더냐.”“우리에게 은혜를 내린 것이 아니라 철저한 거래였을 뿐이다.”봉구안은 조용히 미소지었다.“맞습니다. 허나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그들은 오로지, 대하가 남제를 구해주었다고만 기억하겠지요.”“이제 와서 대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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