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Kabanata 1011 - Kabanata 1020

1097 Kabanata

제1011화

강지연이 오늘 만남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추형석은 전혀 놀라지 않았고 오히려 추도윤을 한 번 쳐다보고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왜 이렇게 급해하는 거야? 그 사람이 너랑 결혼하재?”“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인데요?”강지연은 콧방귀를 뀌며 따지듯 물었다.“처음에 당신이 저를 그 사람한테 보냈잖아요. 잊으셨어요?”“나는 그냥 너한테 밥 한 끼 먹으라고 한 거였어. 그런데 왜 잠자리까지 가진 건데?”“형석 씨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도 일부러 저한테 만남을 주선했져. 그럼 그게 잠자리를 가지라고 압박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강지연은 어수선한 집 안에 들어오자 더 이상 가식을 떨지 않았고 그동안 억지로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졌다.“너는 왜 거절을 안 한 건데? 강지연, 그때 너도 많이 도도하지 않았나? 내가 보기엔 너도 꽤 즐겼던 것 같은데... 필경 나는 그 사람이랑 비교도 안 될 테니까.”추형석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지연은 손을 쭉 뻗어 그의 뺨을 갈겼다.짝!살결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싹 사라져 버렸다.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은 여전히 매우 험악했고 서로를 이를 악문 채로 쳐다보는 눈빛은 마치 상대방을 찢어버리겠다는 듯했다.추도윤은 옆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며 이미 눈물이 고였지만 울지 않으려고 꾹 참고 싸우는 부모를 계속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강지연은 추형석과 더는 할 말이 없다고 느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내일 구청에서 만나요.”“가려면 먼저 이 서류에 사인 좀 해.”그때, 추형석이 내민 서류를 쓱 쳐다보니 그건 재산 분할서였다.“이게 지금 무슨 의미예요? 전에 이미...”강지연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이건 전에 그 서류가 아니야.”추형석은 강지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려 말을 덧붙였다.같은 곳에 더 있고 싶지 않았던 강지연은 그가 내민 서류를 집어 들었다.서류에 적힌 내용을 확인하고 난 그녀는 표정이 삽시간에 변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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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집에 돌아오자마자 성유리는 바로 식탁 위에 놓인 케이크를 발견했다.저건 분명 박한빈이 다른 사람을 시켜 사 오게 한 게 분명한 것 같았지만 성유리는 그때 그냥 대충 핑계를 댄 것뿐, 지금은 전혀 먹고 싶지 않았다.마침 집에 아이가 있는 도우미도 있었기에 성유리는 케이크를 도우미더러 집에 가져가라고 하려던 참이었다.그런데 박한빈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먹고 싶다며? 빨리 먹어.”성유리는 잠시 멈칫했다가 웃으며 대답했다.“지금은 안 먹고 싶어요.”박한빈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쳐다봤는데 성유리는 그가 아직 화가 나 있다는 걸 알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성유리는 겨우 입을 열었다.“그때 저 정말 조심했어요. 사고가 나는 건... 저도 정말 원하지 않았다고요.”“그럼 왜 제때 나한테 말하지 않은 건데?”“그거야 한빈 씨 바쁠까 봐...”“내가 전화했을 때는 왜 말하지 않았지?”성유리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박한빈은 성유리를 한동안 노려보더니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귀를 살짝 잡았다.귀를 위로 당기지도 않고 손끝으로만 살짝 집었을 뿐인데 성유리는 아프다고 소리를 질렀다.“케이크를 핑계로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네가? 감히?”박한빈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드리며 말을 이어갔다.“성유리, 네가 입만 열면 뭘 말하려는지 이제 난 다 알아. 거짓말인지, 아니면 진짠지도.”“아, 아파요. 손 좀 놔주세요!”성유리는 벗어나려고 애썼지만 박한빈은 계속 손을 놓지 않고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알겠어요. 정말 잘못했어요.”성유리는 결국 저항하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정말 알았다고요! 이제 손 좀 풀어주세요.”그 말을 들은 박한빈은 그제야 손에 힘을 풀었다.성유리는 바로 아픈 귀를 만지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고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박한빈을 째려보았다.하지만 박한빈은 조금도 성유리를 동정하지 않은 채, 뒤돌아서더니 말했다.“앞으로 너 절대 운전하지 마.”그 말을 남긴 박한빈은 그대로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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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박한빈은 대답도 안 하고 성유리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그러나 성유리는 어색함을 무릅쓰고 커피를 든 채 그쪽으로 걸어갔다.평소라면 박한빈이 일을 할 때, 성유리는 책상 건너편에서만 말을 걸었을 텐데 이번에는 직접 옆으로 다가가 커피를 손이 닿을 거리에 두었다.그럼에도 박한빈은 여전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성유리가 한숨을 쉬며 물었다.“도대체 뭐가 그렇게 화나세요?”그 말에 박한빈이 잠시 멈추더니 마침내 고개를 들어 성유리를 쳐다보았다.성유리는 그런 그와 눈을 맞추며 박한빈의 눈빛 속에 여전히 혼란스러운 감정이 담겨 있다는 걸 느꼈다.이내 박한빈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아까는 네가 잘못했다고 했잖아? 이제 와서 나한테 왜 화가 났냐고?”“분명 저도 사과했잖아요. 근데 왜 그러고 계세요?”“네가 사과했다고 내가 화를 안 내야 하나?”모든 게 당연한 듯한 박한빈의 말투에 성유리는 할 말이 없었다.사실 그녀는 박한빈이 점점 더 심술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박한빈이 덧붙였다.“성유리, 너는 내가 화난 이유도 모르잖아.”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당신이 말도 안 하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또는 그냥 박한빈을 무시하고 나가버릴까 했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 접고 그와 다시 눈을 맞춘 뒤, 더 바짝 다가가 쪼그려 앉았다.그 모습에 박한빈은 잠깐 얼어붙었고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지만 성유리는 이미 그의 다리 위에 자신의 얼굴을 기대고 있었다.그 행동은 마치 게으르게 늘어져 있는 작은 고양이처럼 애교를 부리는 듯했다.이렇게 다가오는 모습은 박한빈도 익숙했다.하지만 서재라는 공간과 아까 둘 사이에 있었던 날카로운 분위기 때문에 박한빈은 조금 당황했다.그래서 잠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조금 뻣뻣해졌다.“그럼 왜 화가 나셨는지 말해주실래요?”성유리가 고개를 조금 들어 박한빈을 쳐다보며 물었는데 여전히 그의 다리 위에 턱을 괴고 눈을 깜빡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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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이내 서로의 이마가 맞닿을 때, 입맞춤하기에 딱 좋은 각도가 되었다.박한빈의 서재 책상 위에는 늘 한 장의 사진만 놓여 있었다.가족사진도 아니고 둘이 찍은 사진도 아닌 바로 성유리의 단독 사진.그 사진은 성유리조차 언제 찍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때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 머리는 조금 헝클어져 있었고 편안한 잠옷을 입고 있었다. 카메라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모습, 그 순간의 성유리는 굳이 따지자면 그저 평범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그런데도 그 사진은 성유리가 기억하는 자기 모습과 조금 달랐다.사진 속의 자신은 너무나 깨끗하고 순수한 느낌을 주었는데 특히 이런 순간에 그랬다.그래서 성유리는 그 사진을 손으로 덮어버렸다.박한빈은 그녀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성유리를 자신의 책상 위에 앉히며 커피를 놓았다.그 커피는 여전히 옆에 두고 있었기에 성유리가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성유리는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해서 살짝 미소를 지었다.“뭐가 그렇게 웃겨?”박한빈이 물었다.그는 산만한 성유리의 모습에 짜증을 내며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올리곤 손가락을 입술 끝에 살짝 문지르듯이 닿게 했다.그러자 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물었다.“정말?”성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박한빈의 목을 감싸며 입술을 맞췄다. 그 순간, 그녀의 입가에 띠어 있던 미소는 자연스럽게 박한빈에게로 이어졌다.박한빈은 성유리의 뒤통수를 꽉 잡고는 더욱 진하게, 거칠게 키스했다.서재에 있는 마지막 기계 장비까지 다 사용한 후, 박한빈은 성유리를 안고 바로 침실로 향했는데 그 집은 이제 모든 소리가 멈춰 조용해졌다.성유리는 여전히 잠옷을 입고 있어 바로 내려오지 않고 박한빈의 목을 다시 한번 꼭 감싸안았다.그리고 갑자기 이런 질문을 던졌다.“박한빈 씨, 저희 아이 한 명 더 낳을까요?”그 말에 박한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안 돼.”“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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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박한빈이 여전히 침묵을 지키자 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혹시 동의하신 거예요?”“아니.”“그럼...”성유리는 화를 내려다 잠시 멈추고 목소리를 다시 부드럽게 바꿨다.“그럼 수술 계획은 좀 미뤄두고 나중에 천천히 다시 얘기해요.”박한빈은 여전히 침묵했지만 성유리는 그가 동의할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그의 손을 잡고 흔들며 계속 말했다.“제발요. 괜찮죠? 그럴 거죠?”사실 박한빈은 성유리가 이렇게 애교를 부리는 걸 본 적이 별로 없었다.그래서 새어 나오는 미소를 억지로 눌렀고 한참 후에야 겨우 자기 목소리를 찾았다.“나중에 얘기하자.”“그럼 동의하신 거죠?”“나는 나중이라고만 했어.”“그럼 이제부터 담배도 끊고 술도 끊어요.”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더 바짝 다가가 애교부리며 말을 이어갔다.“내일 병원 가서 검사받을 거예요.”“나 아직 동의 안 했는데?”박한빈이 다시 한번 상기시켰지만 성유리는 웃으며 그의 목을 감싸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알아요. 그렇지만 한빈 씨는 결국 동의하게 될 거예요.”...일주일 후, 성유리는 하늘이의 유치원에서 강지연을 다시 만났다.그날 강지연은 아이를 데리러 온 상황이었다.전에 만났을 때 그리 좋은 인상을 남겨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성유리는 강지연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갔다.그런데 갑자기 강지연이 성유리를 불러 세웠다.“저... 드릴 게 있어요.”강지연이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그 미세한 표정, 성유리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자기를 싫어하면서도 마주할 수밖에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성유리는 강지연이 자신에게 왜 그런 악의를 가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강지연은 성유리가 옆을 스쳐 지나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에 그녀도 아무 대답 없이 그냥 앞으로 걸어갔다.그런 성유리의 반응에 강지연은 예상하지 못한 듯 목소리를 낮추며 다시 말했다.“이봐요. 제 말 안 들리세요?”그제야 성유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그쪽을 쳐다보았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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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까지 성유리는 아직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어쩌다 한가한 주말, 어젯밤 하늘이는 김서영이 데려갔기에 박한빈은 성유리와 함께 밤늦게까지 놀았다.너무 피곤한 탓에 그녀는 지금 눈도 제대로 뜰 수 없었고 더더욱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성유리는 노크 소리를 못 들은 척하고 뒤척이며 다시 잠을 청했다.하지만 도우미들은 여전히 조심스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사모님, 밖에 손님이 오셨습니다.”성유리는 이미 눈을 다시 감았지만 그 말을 듣고서야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누가 왔는데요?”“모르는 얼굴이긴 하지만 사모님한테 부탁받고 오셨다고 합니다.”‘물건?’성유리는 무슨 물건을 주문한 기억은 없었기 때문에 미간을 찌푸렸다.게다가 보통 물건을 받으면 도우미들이 직접 받아오지 왜 오늘은 직접 자신이 내려가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옷을 갈아입던 성유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나서 물었다.“박한빈 씨는요? 오늘 회사 안 갔어요?”“대표님은 수영장에 계신 것 같아요.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그럼 난 방해해도 되는 거야?’성유리는 불쾌해졌지만 외투만 챙겨 입고 바로 밑으로 내려갔다.이내 찾아온 사람을 본 성유리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하늘이 엄마.”이번에는 강지연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성유리는 그제야 표정을 정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이건 전에 저한테 보내달라고 한 물건이에요.”강지연이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건네며 말했다.성유리가 전에 집 주소는 알려줬지만 강지연이 직접 물건을 가져다줄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녀 혼자 온 것도 아니었다.추도윤이 강지연 옆에 서서 성유리를 수줍게 바라보고 있었다.어쨌든 그들이 여기까지 온 이상 성유리는 물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마워요.”“하늘이는요? 집에 없나요?”강지연이 물으며 추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늘이는 할머니 집에 갔어요.”성유리가 무심하게 대답했다.밑으로 내려오긴 했지만 성유리는 앉을 생각도 없는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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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강지연은 남자의 인기척을 듣자마자 아이를 잡고 있던 손을 바로 풀었다.그리고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앞에 있는 사람에게 고정돼 있었다.“대표님, 돌아오셨네요.”도우미가 바로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사모님께서 방금 대표님을 찾으셨습니다.”“유리가 깼나요?”“방금 일어나셨습니다.”박한빈은 도우미의 말을 들으며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들고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그 과정에서 그는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보기는 했지만 그냥 지나친 것일 뿐이었다.마치 길을 걷다 나무나 전봇대를 보는 것처럼.강지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박한빈을 불렀다.“박 대표님.”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박한빈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았다.강지연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그가 돌아서는 순간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는데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함께 전체적으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풍겼다.하지만 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리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휴식하는 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강지연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그 물건들이 사모님에게 중요할 것 같아서 직접 전해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그녀의 말을 들은 박한빈은 미세한 반응을 보였다.하지만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도우미에게 물었다.“이분은 누구죠?”그 세 마디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강지연의 얼굴에 날린 뺨과 같았다.그 바람에 강지연의 온화한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옆에 있던 도우미는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는데 박한빈이 자신에게 묻자 웃음을 참느라 많이 힘들어했다.그러나 도우미는 애써 예의를 지키려고 강지연 앞에서 웃음을 꾹 참았다.“이분은 사모님께 물건을 전해주러 온 사람입니다.”“무슨 물건이죠? 성유리가 최근에 뭔가 중요한 걸 샀나요?”박한빈은 그렇게 말하며 물건을 들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그렇게 그는 강지연을 단 한 번도 보지 않고 그냥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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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박한빈이 집 안으로 들어올 때, 성유리는 이미 침실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하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눈을 감자마자 박한빈이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렸다.성유리는 짜증이 나서 몸을 돌려 이불을 얼굴에 덮었다.그러나 박한빈은 성유리의 기분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오히려 몇 걸음 더 가까이 그녀 쪽으로 다가가 침대 옆에 앉았다.“아침 먹을래? 어젯밤에 빵 먹고 싶다고 했었지? 내가 사 왔어.”성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자 박한빈은 이불을 살짝 잡아당기기만 할 뿐, 끌어내지 않고 계속 말했다.“해가 중천이야. 이제 일어나.”성유리는 여전히 이불을 붙잡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박한빈은 마치 성유리와 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사실 그의 힘이 훨씬 더 강했기 때문에 정말 힘을 쓰면 이불은 쉽게 벗겨졌을 텐데 박한빈은 그저 게임을 놀 듯 성유리의 이불을 당기고 있었다.“비행기 예약해 놨어. 밥 먹고 아르센국 갈까? 지난번에 오로라 보고 싶다고 했었잖아.”성유리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이불을 잡고 있던 손은 확실히 힘을 빼고 있었다.박한빈은 그녀가 양보했다고 생각했지만 다음 순간, 성유리는 이불을 그대로 박한빈에게 덮어버리고 그를 밀어 눕히며 가슴을 주먹으로 치기 시작했다.“진짜 짜증 나요! 전 더 자고 싶다고요! 아르센국은 무슨, 전 그냥 말해본 거예요! 지금 시간이 늦은 건 맞지만 어젯밤에 잘 못 잤잖아요.”성유리는 목소리가 거의 갈라져 있었는데 그만큼 화가 난 것 같았다.하지만 이불을 젖히고 보니 박한빈은 밑에서 웃고 있었다. 그녀가 준 주먹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성유리는 계속 때릴 준비를 했지만 이번엔 박한빈이 반격했다.한 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잡고 다른 손으로 이불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괜찮아. 비행기에서 자면 돼.”“전 안 갈 거예요!”“비행기 예약 다 해놨어.”“전 안 간다니까요!”박한빈은 성유리가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진 걸 보며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예전의 성유리는 그런 모습이었다. 겉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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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아직 시간 있죠? 저 좀 볼 게 있어서요.”“뭐를?”박한빈은 일어서려던 성유리를 바로 눕혔다.“넌 좀 더 자. 공항에 도착하면 내가 깨울게.”“아까 추도윤 엄마가 성유정의 유품을 가져왔어요. 그거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어요.”“어차피 중요한 물건은 아닐 거야.”박한빈은 바로 부정하며 앞에 있는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시동 거세요.”그러자 성유리는 고개를 돌려 박한빈을 노려봤다.“우리는 딱 이틀만 가는 거야. 돌아와서 보면 돼.”불쾌해하는 성유리를 달래듯 박한빈이 말했다.그가 이렇게 말하니까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았다.그렇지만 성유리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 생각에 몰두하고 있을 때, 박한빈은 성유리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아까 졸린다고 하지 않았어? 자.”성유리는 이미 잠이 깨버렸지만 그가 그렇게 말하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2 초 후, 성유리가 갑자기 눈을 떠 박한빈을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그 안에 제가 보면 안 되는 게 있어서 한빈 씨가 저 모르게 물건을 처리하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예요?”그 말이 끝나자마자 박한빈은 성유리의 이마를 한 대 가볍게 쳤다.“무슨 소리야? 나는 그 유품이 뭔지도 몰라. 그리고 내가 티켓 언제 예약했는지 보여줄까?”...비록 성유리는 출발할 때는 내키지 않았지만 아르센국에 도착하고 나자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어느새 사라졌다.그녀는 박한빈과 함께 화산을 보고 온천에 들어가 몸을 뜨끈하게 하고 오로라 사냥꾼과 함께 극광을 보았다. 그 전에 극광은 성유리가 그냥 말로만 하던 소망에 불과했다.하지만 박한빈은 성유리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 한마디에 이곳까지 데려다준 것이었다.오로라가 나타났을 때,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곁에 있는 사람을 꼭 붙잡았다.주변 사람들은 환호하고 커플들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하지만 성유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박한빈을 꼭 끌어안고 눈을 꼭 감았다.그 순간, 성유리는 비로소 그 모든 과거를 내려놓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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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금성에 돌아온 지 일주일 후, 도우미는 강지연이 가져온 상자를 어떻게 처리할지 물었다.그제야 성유리는 그 일이 다시 떠올랐다.도우미가 금방 상자를 가져왔지만 성유리가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강지연이 말한 대로 그 안에는 노트북과 몇 장의 사진, 그리고 몇 개의 빗 같은 물건들만 있었다.그 사진들은 모두 박한빈의 사진이었다.소년 시절부터 성유리와 결혼한 후까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중 두 장의 사진은 성유리가 기억하는 박한빈과 자신의 합성 사진이었다.그렇지만 자기 모습은 사진에서 잘려 나갔고 박한빈 혼자만 남아 있었고 성유리는 그 노트북을 다시 펼쳤다.“성유리, 죽어.”노트북에 빼곡히 적혀 있는 글귀는 그 하나뿐이었다.비록 성유리는 이런 말들을 믿지 않았지만 그 글씨를 보자 마음이 무겁고 불안해졌다.그래서 성유리는 더 이상 보지 않으려고 노트북을 덮었다.처음에는 이게 다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내 성유리는 상자 안에 있던 은행카드 한 장을 발견했다. 뭔가 꺼림칙해진 성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원래 강지연의 연락처를 알지 못했는데 성유리가 핸드폰을 열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하늘이 유치원의 부모 모임에 추가되어 있었다.그래서 성유리는 주저하지 않고 그 모임을 통해 강지연의 친구 요청을 보냈다.요청을 보낸 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강지연은 응답하지 않았다.성유리가 미간을 찌푸리며 기다리던 것도 잠시, 다시 그 카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 시작했다.그 카드 안에는 무려 200얻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카드의 이름은 성유정이 아닌 강지연이었다.성유리는 혼란스러웠지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결국 그 생각을 잠시 접고 은행카드 한 장만 든 채로 자신의 서재로 갔다.“사모님, 이 상자의 물건을 어떻게 처리할까요?”도우미의 질문에 성유리는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먼저 창고에 넣어두세요.”한 시간 후, 성유리가 만화 대사를 추가하며 작업 중일 무렵 강지연이 마침내 그녀의 친구 요청을 수락했지만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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