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021 - Chapter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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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1화

강지연은 마지막으로 문자를 보내고 나서 성유리가 분명 뭔가 더 따질 거라고 확신했다.예를 들어 박한빈이 왜 이런 돈을 망설임이 없이 줬는지, 자신과 박한빈이 대체 무슨 사이인지를.비록 지금까지 둘 사이는 아무 일도 없었지만 강지연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한 번 의심이 싹트기 시작하면 그건 곧 균열의 시작이라는 걸.이 점에 있어선 강지연은 그 누구보다 잘 안다.그런데 강지연이 예상하지 못한 건, 성유리가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는 거였다.그녀의 휴대폰에는 다른 메시지들이 계속 오긴 했지만 단 한 통도 성유리로부터 온 건 없었다.강지연은 참다못해 성유리의 인스타에 들어갔다.올린 작품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지만 성유리는 별다른 차단이나 시간제한 같은 것도 걸어두지 않았다.가장 최근 게시물은 아르센국에서 박한빈과 찍은 사진이었다.박한빈이 성유리를 꼭 껴안고 있었는데 그들의 뒤로는 오로라가 펼쳐져 있었다.그리고 성유리가 쓴 글은 단 두 글자였다.[사랑.]그걸 보는 순간, 강지연의 표정은 확 굳어버렸고 바로 휴대폰을 옆으로 내던져 버렸다.바로 그때, 핸드폰이 다시 울렸지만 여전히 성유리는 아니었다.문자를 보낸 사람은 추형석이었다.[너 지난번에 말한 건 어떻게 됐어?]하지만 강지연은 힐끔 보고는 답장하지 않았고 추형석 또한 그렇게 참을성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몇 초 정도 기다렸을까, 그는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결국, 강지연은 마지못해 전화를 받았다.“어디야?”“당신이 알아서 뭐 하게요?”강지연은 비웃듯 되물었지만 추형석은 바로 중점을 집어냈다.“보니까 일 진행 속도가 영 시원찮은 모양이네?”그 말에 강지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뭐라고 되받아치려던 찰나, 추형석이 덧붙였다.“네가 지난번에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했었지? 기회가 왔어.”이 말에 강지연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무슨 기회요?”“오늘 밤에 파티가 하나 있어. 내가 알아봤는데 박 대표가 확실히 참석한대. 게다가... 혼자..”그 순간, 강지연의 심장이 쿵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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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2화

오늘 밤 파티는 한 개인 리조트 안에서 열렸다.참석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하나같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인물들이었다.강지연은 추형석이 어디서 초대장을 구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추형석이 자신을 데리고 입장하는 순간, 진심으로 느꼈다.남자는 역시 남자가 가장 잘 안다는 말이 맞다는 사실을.강지연은 원래 외모가 꽤 괜찮은 편이었지만 평소엔 늘 원피스를 입고 도도한 분위기를 풍겼기 때문에 사람들에게는 담백하고 고결한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그런데 오늘은 달랐다.강렬한 붉은색 오프숄더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완벽한 몸매 라인을 드러내는 절묘한 재단 덕분에 기품 있으면서도 섹시한 매력을 한껏 뿜어냈다.그래서 그런가, 입장하는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강지연은 주변의 시선을 다 알아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추형석의 팔짱을 낀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렇지만 추형석은 오늘 단순히 박한빈만을 위해 온 게 아니었다.현재 그의 회사는 구조조정과 사업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었기에 인맥과 자금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였다.그리고 강지연이 가장 혐오하는 것도 추형석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비위를 맞추며 굽신거리는 모습이었다.강지연은 주변을 둘러봤지만 박한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물론, 박한빈 같은 인물이라면 아마 얼굴만 잠깐 비추고 갈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시간이 지나자 조급한 마음을 숨기기가 힘들었다.조금 더 기다리던 강지연은 조바심에 앞에 있던 사람들에게 가볍게 양해를 구하고는 혼자 화장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거울 앞에 서서 립스틱을 다시 바르고 몇 번이나 표정을 ‘관리’한 뒤에야 그녀는 다시 밖으로 나섰다.참으로 절묘하게도 강지연이 화장실을 나서는 순간은 박한빈이 막 도착할 무렵이었다.그를 보는 순간 강지연의 걸음이 딱 멈췄다.저도 모르게 손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떨어지며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잘생긴 사람은 많이 봐왔지만 강지연은 단언할 수 있었다.박한빈만큼 외모와 권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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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3화

“추형석 씨, 당신은 정말 갈수록 아내를 파는 데 능숙해지는 것 같네요.”강지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는데 그 눈빛 속에는 뚜렷한 혐오와 경멸이 담겨 있었다.“내가 떳떳하지 못한 건 맞아. 하지만 너도 괜히 고상한 척은 하지 마.”추형석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말투엔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그는 주변을 슬쩍 살핀 뒤,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강지연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너 아까 네 꼴을 봤어야 해. 아주 그냥 박 대표한테서 눈을 못 떼더라? 내가 옆에서 막아주지 않았으면 여기 있는 사람 전부가 네가 그 남자 때문에 발정 난 거 다 알았을걸?”추형석의 말은 직설적이고 잔혹했다.그래서 강지연의 표정이 즉시 굳어버렸고 이를 악물며 추형석을 노려봤다.“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세요!”“뭐야? 내 말이 네 귀를 더럽히기라도 했냐?”추형석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웃음은 더 이상 부드럽지 않았다.그는 손을 뻗어 강지연의 팔을 거칠게 끌어당겼다.두 사람은 아직 법적으로 부부였고 딸도 하나 있지만 지금 이 순간 강지연은 그의 손길이 너무나 혐오스러웠다.그래서 추형석이 자신의 손목을 붙잡자마자 강지연은 아무 생각도 없이 추형석의 뺨을 후려칠 생각부터 했다.하지만 추형석은 재빠르게 다른 손으로도 강지연의 팔을 움켜쥐며 굳은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강지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텐 깨끗한 척하지 마. 지금 네 꼴이랑 저기 앉아 있는 저 여자애들이랑 뭐가 달라?”“창녀 질을 할 거면 괜히 깨끗한 척, 고결한 척은 하지 마.”추형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손을 툭 놓아버렸다.결국 강지연의 손바닥은 그의 뺨을 때리지 못했지만 추형석의 말이 강지연의 뺨을 몇 번이고 후려친 셈이었다.이내 강지연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몸은 세차게 떨려왔지만 정작 반박할 말은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그저 이를 악문 채, 추형석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잠시 후, 추형석은 강지연을 신경 쓰는 것도 귀찮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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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4화

“안녕하세요.”박한빈이 손을 내밀어 강지연과 가볍게 악수했다.비록 아주 살짝 스친 정도였지만 그 감촉이 손끝에서부터 심장까지 짜릿하게 퍼졌다.강지연은 귀 끝까지 붉어졌고 손끝마저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게다가 아까 추형석에게 들은 모욕적인 말들 때문인지 눈가에는 아직 눈물이 글썽거리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지금 강지연은 어딘가 봄날처럼 촉촉하고 아련해 보였다.그 순간, 강지연은 확실히 봤다.박한빈의 눈빛이 아주 분명하게 밝아진 걸.아마도 지금까지 박한빈이 자신에게 너무 무심했던 탓에 이렇게 두 번, 세 번만 시선이 머문 것만으로도 강지연의 가슴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마치 첫사랑을 시작한 소녀처럼 말이다.강지연은 입술을 떼어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죄송합니다. 잠시 실례하겠습니다.”그리고는 강지연을 곁을 스쳐 지나가 곧장 앞으로 걸어가 버렸다.그러자 기대하던 강지연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버렸다.몇 초 후, 강지연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아 급히 고개를 돌려봤다.그제야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성유리가 바로 뒤에 서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오늘 성유리는 단정한 옷차림이었다.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줄무늬 셔츠, 깔끔한 검은색 롱스커트, 머리는 낮게 묶어 내렸고 손목에 간단한 팔찌 하나 외엔 어떤 장신구도 없었다.하지만 성유리의 또렷한 이목구비는 어떤 장식도 필요 없었다.그녀는 그저 거기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주위의 화려하게 꾸민 사람들을 죄다 압도하고 있었다.물론, 강지연 역시 그중 하나였다.그래서 강지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려버렸다.그리고 박한빈이 성유리를 향해 부드럽게 웃는 모습을 보자 강지연은 분노에 손톱이 자신의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도 몰랐다.“너... 어떻게 여기 온 거야?”강지연은 이를 악물고 있었지만 박한빈은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 그녀의 시선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아니, 어쩌면 이런 시선에 진작부터 익숙해져서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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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5화

사실 이 파티는 강지연에게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하지만 막상 떠나려니 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비록 같은 업계 사람에 속해 있고 아이들도 같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지만 강지연은 알고 있었다.자신이 박한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많지 않다는 걸.아까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손이 닿을 뻔했는데, 손까지 맞잡았는데 성유리의 등장만 아니었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분노를 못 이겨 강지연은 이를 더욱 악물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성유리가 사람들의 인사를 적당히 마친 뒤, 직접 강지연 쪽으로 다가온 것이다.“강지연 씨.”익숙한 목소리에 강지연은 고개를 돌렸다.처음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그래서 성유리를 바라볼 때,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드러난 건 노골적인 불쾌감이었다.물론, 그 표정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진짜 성유리라는 걸 확인한 강지연은 곧 표정을 가다듬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늘 그렇듯 차갑고 고상한 태도로.“당신에게 돌려줄 게 있어서요.”성유리가 말했다.그러자 강지연은 약간 눈썹을 치켜올렸다.이내 성유리는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내밀었다.강지연은 힐끔 내민 물건을 바라보더니 느긋하게 대답했다.“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이건 박한빈 씨가 준 보상금 아니에요?”“보상이라면 당연히 당신들이 가져야죠.”성유리가 말했다.“성유정 씨는 분명 추형석 씨 동생이긴 했지만 둘 사이에 진짜 감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함께 살아본 적도 없어요. 그러니 이 보상금을 저희가 받을 이유는 없죠.”“게다가 저는 박 대표님과 성유정 씨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그 사람이 죽은 뒤에도 굳이 이런 식으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면... 이것 자체로 뭔가 꺼림칙하잖아요?”“이 돈을 받으면 제 양심에 걸릴 것 같아서요.”강지연은 담담하게 말했는데 얼음처럼 차가운 말투였다.하지만 성유리는 그녀의 말 사이에 숨겨진 의도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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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6화

성유리의 질문은 아주 담담했지만 강지연의 표정은 눈에 띄게 굳어졌다.성유리는 그런 그녀를 보며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강지연 손에 쥐어줬다.“어쨌든, 돈은 이미 당신들 계좌로 들어간 거니까 그건 당신들 거예요.”“정 양심에 걸리신다면...”성유리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기부라도 하세요. 저랑은 상관없는 일이니까.”말을 마친 성유리는 깔끔하게 돌아섰지만 강지연은 그대로 멈춰 서 있었다.그녀는 멍하니 성유리가 박한빈 쪽으로 돌아가는 걸 바라봤다.대화를 끝낸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살짝 당겼다.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박한빈은 성유리가 건드리자 바로 고개를 숙이고 그녀가 귓가에 무언가 속삭이는 걸 들어주었다.성유리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박한빈은 더 환하게 웃었다.강지연은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자신이 그동안 박한빈을 보며 쌓아왔던 모든 기억을 합쳐도 오늘 밤 이 남자가 성유리를 보며 웃는 순간보다 행복해 보인 적이 없었다는걸.박한빈이 성유리를 바라보는 그 눈빛, 그거 하나만으로도 이 자리에 있는 수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기에 충분했다.이 세상에 누구도 자신이 ‘평범하다’고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특히 강지연 같은 여자는 더더욱.어릴 때부터 강지연은 늘 자신이 특별하다고 믿었다.비록 외모가 완벽하게 빼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늘 주변에는 수많은 남자들이 끊이지 않았다.그래서 강지연은 확신하고 있었다.언젠가는 자신만을 위한 ‘운명의 남자’를 만나게 될 거라고.그 남자는 과거에 누구를 만나왔든 자신을 만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고.결국 남자는 자기 곁에 머물 것이고 변할 것이며 오직 자기만 소중히 여길 거라고 확신했다.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지연의 꿈은 수없이 부서졌다.주변 사람들은 늘 그녀에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했다.강지연도 한때는 현실에 타협했다.그래서 추형석과 결혼했고 원하진 않았지만 딸도 낳았다.어느 날, 추형석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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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7화

하지만 차 문이 닫힌 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박한빈이 성유리에게 키스할까?강지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상상하고 있었다.마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현장을 눈앞에서 목격한 여자처럼.머릿속에 온갖 장면이 끊임없이 스쳐 갔다.그때, 추형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서 뭐 해?”그제야 강지연은 꿈에서 깨어난 듯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빛을 본 추형석은 잠시 멈칫하다가 피식 웃었다.“뭘 그렇게 쳐다봐? 착각하나 본데 난 네 남편이야.”“박 대표하고 성유리 씨는 원래부터 부부라고. 당당한 사이야.”강지연은 이를 꽉 깨물었다.“당신한테 그런 말 들을 필요 없어요!”“그래. 그걸 기억하고 있다면 다행이네.”추형석이 그렇게 말하자 강지연은 갑자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그 시선에 추형석의 순간 움찔했다.아직 무슨 말을 할 겨를도 없이 강지연이 먼저 물었다.“오늘 저를 여기 오게 한 사람, 당신 아니에요?”“지금 와서 무슨 헛소리야?”강지연이 쏘아붙이자 추형석은 오히려 숨을 내쉬더니 웃었다.“내가 널 여기 데려오지 않았으면 널 누가 말릴 수 있었겠어?”“강지연, 넌 정말 스스로를 대단한 여자로 착각하는구나.”“진심으로 세상의 모든 남자가 너한테 홀딱 반할 거라고 믿는 거야?”추형석의 말에 강지연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전 아직 포기 안 했어요. 그러니까 지금 그런 소리하고... 나중에 후회하지 마세요!”날카로운 말을 던지고 강지연은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추형석은 강지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혼자 미소를 지었다.그래, 사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강지연은 절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여자라는 걸.포기해 버린다면 그건 재미없으니까....실버포레스트.차 안에서는 운전기사가 함께 있었기에 박한빈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집에 도착한 후에도 그는 일에 쫓겨 연달아 두 통의 전화를 받았다.업무를 마친 박한빈이 침실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자정을 넘어 있었다.그는 고민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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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8화

“그 돈은 추형석 씨가 회사까지 찾아와서 달라고 한 거야.”박한빈이 설명을 시작했다.“사실 추형석 씨는 이미 성유정이랑 자기 사이에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도, 성유정이 병을 앓고 있다는 것도 전부 알고 있었어.”“하지만 계속 모른 척했지. 왜냐하면 성유정이 죽은 다음 나를 협박할 생각이었으니까.”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성유정은 병으로 죽은 거잖아요? 그게 왜 한빈 씨랑 관련 있는데요?”“당연히 아무런 관련도 없어.”박한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그러나 잠시 입을 뻥끗거린 뒤, 성유리에게 조용히 설명을 이어갔다.“성유정이 정신병원에 계속 입원해 있던 건, 다 나 때문이었거든.”“추형석은 그걸 빌미로 삼아 날 협박한 거야.”“200억? 나한테 그 정도 돈은 아무것도 아니야.”“실은 괜히 일을 복잡하게 만들기 싫어서 그냥 준 거야. 그것뿐이야.”박한빈은 모든 걸 솔직히 털어놨고 성유리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들어줬다.이내 박한빈은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물었다.“왜? 아직도 못 믿겠어?”“아니요. 못 믿는 건 아니에요.”성유리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근데 한빈 씨는 이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애초에 당신은 성유정 죽음과 아무 관련 없었는데 돈을 주는 순간, 마치 뭔가 찔리는 게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거.”“나중에 누가 이걸 꼬투리 잡으면 어쩔 건데요?”성유리의 말에 박한빈은 이번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그러자 성유리는 더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설마 진짜... 그걸 전혀 생각 안 해보신 거예요?”박한빈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응. 생각 안 해봤어.”“그럼 어떡하지? 우리 지금 가서 돈 돌려받을까?”그렇게 말하면서 박한빈은 손이 슬쩍 성유리의 옷자락 안으로 들여보냈다.입으로는 그럴싸하게 대답하면서 손은 전혀 진지하지 않았다.마치 평소에 하늘이가 뭔가 물어볼 때, 대충 물으며 받아치는 것처럼.“저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예요!”성유리는 박한빈의 손을 툭 쳐내며 얼굴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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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9화

그래서 성유리는 박한빈의 피부를 조심스럽게 손톱으로 눌러서 다시 세게 꼬집었다.결국 박한빈은 아프다는 듯 신음했다.“너 정말 남편 해칠 거야?”성유리는 그제야 웃으며 고개를 돌려 그의 입술을 핥더니 장난스레 눈을 깜빡였다.“아니요.”박한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본 후,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에 성유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고 도망칠 준비를 했지만 박한빈은 성유리의 다리를 붙잡고 자신 쪽으로 당기며 웃으며 말했다.“뭘 도망가?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다음 날, 성유리는 하늘이와 약속한 대로 엔젤 월드로 향해 아이를 데리러 갔다.하지만 김서영이 손님이 있다는 걸 예상하지 못했다.“유리 왔네?”그녀를 본 김서영은 즉시 웃으며 함께 온 사람에게 소개했다.“이 사람이 하늘이 엄마예요.”“유리야, 이분은 방 부인이셔.”성유리는 그동안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았지만 김서영의 소개를 듣고 그녀가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그래서 즉시 손을 내밀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방 부인은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냉담한 태도로 대답했다.성유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2층으로 올라갔다.밑에서는 두 사람이 계속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유리가 하늘이와 함께 내려왔을 때, 방 부인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들렸다.“그 사람 정말 제가 모를 줄 알았겠죠? 여우라고 해야 되나? 조각가라더니 전 이미 여러 번 봤어요.”“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척하는데 제 앞에선 안 나타내려고 애썼어요. 자기는 자기 매력 덕분에 여자를 붙잡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 여우가 뭘 생각하는지 다 알아요. 결국 걔를 발판 삼아서 다른 남자를 찾고 있겠죠!”김서영은 이 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했다가 한마디 했다.“어쨌든 사람만 안 죽었으면 됐죠.”“하하, 제가 그랬잖아요. 그 여우는 걔를 발판 삼을 뿐이라고. 어떻게 아이를 낳아주려고 하겠어요? 본인은 아들 하나 더 갖겠다고 생각하면서 정작 제 아이는 무시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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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0화

성유리는 가는 길 내내 하늘이가 들은 말들이 아이의 마음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했다.그 말들 때문에 성유리는 자신이 다시 아이를 갖기로 한 결정이 옳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원래는 아이가 좋아서, 그리고 집안이 좀 더 활기차졌으면 해서 다시 아이를 낳으려 했던 것이다.하지만 만약 그 아이가 하늘이의 기분이나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성유리는 그 결정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의외로 하늘이는 그 말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하늘이는 여전히 신나게 선물을 고르고 있었는데 그 선물은 주로 박한빈의 생일 선물이었다. 성유리는 웃으며 좋은 생각이라고 대답했지만 그 대답은 조금 어색하고 피상적이었다.그래서 그런지, 하늘이는 갑자기 돌아서서 진지하게 성유리를 쳐다보다 물었다.“엄마, 기분 나빠? 왜?”“그게 아니라 엄마는...”성유리는 본능적으로 부정하려 했지만 잠시 멈춘 후 하늘이에게 물었다.“그럼 넌? 기분 안 나빠?”“왜 기분 나빠야 되는데?”하늘이가 의아하다는 듯 성유리의 말에 곧바로 대답했다.“그때 할머니 친구가...”“내가 왜 그 사람이 말한 것 때문에 기분 나빠야 하는 건데?”하늘이는 의젓하게 대답을 이어갔다.“그 사람 말은 사실이 아니잖아. 나는 엄마랑 아빠가 나를 정말 사랑하는 걸 알아. 동생이 생겨도 똑같이 사랑할 거라는 것도.”“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은 나한테 전혀 중요하지 않아.”하늘이의 목소리는 맑고 깨끗했는데 성인도 가질 수 없는 확신이 묻어 있었다.성유리는 하늘이를 잠시 바라보다가 웃음을 지으며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넌 엄마보다 훨씬 용감하구나.”하늘이는 고개를 들어 성유리와 눈을 맞추고 잠시 후 물었다.“그럼 엄마, 나 달콤한 타르트 먹고 싶어요. 그래도 돼?”성유리는 그 전에 하늘이가 너무 성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늘이가 이 말을 하자 갑자기 하늘이도 여전히 아이임을 깨닫게 되었다.이내 성유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좋아. 그럼 우리 사러 가자.”“그럼 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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