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991 - Chapter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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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얼굴에는 오히려 차디찬 냉정함, 심지어는 무관심한 표정이 떠올랐다.그 눈빛은 마치 하늘이의 아버지, 즉 금성에서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고 있는 그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선생님은 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추도윤 또한 이를 알아차렸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떼를 부리기 시작했고 계속 아버지를 찾아오라고 소리쳤다.“그럼... 양쪽 부모님 다 부를까요?”옆에 있던 누군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이런 결정을 내렸다.“그럼 하늘이 엄마한테 제가 전화해 볼게요.”...성유리와 추형석은 거의 같은 시각에 새봄 유치원에 도착했다.선생님은 성하늘과 다툰 아이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았지만 추형석을 보자마자 모든 것을 금방 이해했다.추형석은 다소 놀란 듯했지만 성유리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녀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빠르게 앞으로 걸어갔다.성유리가 도착했을 때, 성하늘과 추도윤은 이미 원장실에 있었다.원장은 성유리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말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불러드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성유리는 원장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분이 아니어서 대충 대답한 뒤, 옆에 있는 성하늘을 바라보았다.무표정하게 서 있는 성하늘과는 달리 맞은편에 있는 추도윤은 눈이 빨개져 울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성유리는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다 문득 아주 오래 전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성유리의 맞은편에 서 있던 사람은 성유정이었다.그녀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성유리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었다.“언니가 내 그림을 훔쳤어. 범인은 언니라고!”그때 성유리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아마 변명하고 반박하려 했을지도 모르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에게 그런 기회조차 주지 않고 성유리를 머리를 강제로 눌러서 성유정에게 사과하라고 했다.그렇게 그녀에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죄명이 억지로 씌워졌다.금세 정신을 차린 성유리는 금세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고 성하늘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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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사모님, 화내시지 마세요.”원장이 급히 다가와서 얼어붙은 분위기를 수습하려 했다.“우리는 아이를 추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머리띠가 추도윤 어린이에게는 꽤 중요한 거라서 그랬어요.”“신분이 남다르시다는 거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부모의 신분이 다르다고 해서 아이가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걸 두고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원장의 말이 끝난 후, 성유리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다.“제가 제 신분에 대해 얘기한 적 있나요? 지금은 그냥 한 아이의 엄마로서 묻고 있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저도 잘 압니다. 하지만... 그 사건이 발생했던 곳이 탈의실이라서요. 거기에는 CCTV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증거를 확인할 수가 없고요.”“네. 그럼 저도 묻고 싶은 게 있어요. 왜 그렇게 많은 학생들 중에서 성하늘만 따로 물어봤나요?”성유리는 이미 끓어오르는 분노를 최대한 눌렀지만 예전 일들이 떠오르자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다른 아이들이 말하기를 성하늘이 추도윤의 가방을 들고 갔다고 했어요.”원장이 조심조심 단어를 선택하며 대답했다.“어떤 아이가요?”“죄송합니다, 사모님.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 아이의 이름은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제가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하겠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 아이가 무엇을 봤는지 묻고 싶은 것뿐이에요. 그 아이기 성하늘이 추도윤 머리띠를 망가뜨린 걸 직접 봤나요?”“그건 아니에요.”원장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또 말하길, 성하늘과 추도윤은 사이가 좋지 않고 추도윤이 오기 전에는 반에서 제일 인기 있었던 아이가 성하늘이었다고 해요. 나중에... 도윤이가 친구를 사귀고 나니까 하늘이도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오, 그러니까 하늘이가 추도윤을 싫어하고 질투해서 일부러 머리띠를 망가뜨렸다는 거군요?”“그건 아니고요. 그냥... 전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어요.”원장이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지만 성유리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그냥 원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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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성유리도 잘 알고 있었다. 원장이 사과하려는 대상이 성하늘이 아니라 박한빈의 딸이라는 것을 말이다....실버 포레스트.오늘 박한빈이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그리 늦지 않았지만 하늘이 방의 불은 아직 켜져 있는 걸 발견했다.그리고 성유리 또한 아이의 방에 남아있었다.처음에는 성유리가 성하늘을 재우고 있는 줄 알았지만 문 앞에 다가갔을 때, 모녀가 가까이 앉아 무엇인가를 속삭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왜 그래?”성유리와 성하늘은 반에서 누가 선생님께 일렀을지를 연구하고 있었다.원장이 한 사과를 하늘이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성유리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오늘 유치원 측의 태도는 매우 명확했고 분명히 이 사건을 더 이상 조사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그렇다면 이제 그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성유리와 성하늘이 열심히 추측을 하고 있을 때, 박한빈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두 사람은 깜짝 놀라면서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박한빈은 예전에 성유리가 거짓말을 잘 하지 않고 나쁜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녀에게 조그마한 일이 발생해도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기 때문이었고 그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지금 성하늘의 표정과 성유리의 표정이 거의 똑같아 박한빈은 조금 웃기기도 했다.원래 비슷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표정까지 마치 복사해서 붙여놓은 것처럼 똑같았다.그래서 박한빈은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뭐 하고 있었어?”“아무것도 아니에요.”성유리는 경험이 더 많아서 바로 태블릿을 숨기며 성하늘에게 말했다.“자, 이제 자야지.”하늘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평소라면 항상 성유리에게 자기 전에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지만 오늘은 매우 빠르게 반응했다.성유리가 한 마디만 내뱉었을 뿐인데 바로 누워버렸으니 말이다.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박한빈에게 말했다.“아빠, 잘 자요.”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떴다.하지만 그때 성유리는 이미 그를 지나쳐서 방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박한빈은 성유리를 붙잡지 않고 아이에게 잘 자라고 인사를 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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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성유리가 말한 리조트는 박한빈이 금성에 가지고 있는 자산 중 하나였다.전에 하늘이도 여름 방학 동안 그곳에서 잠시 지낸 적이 있었다.그곳은 공기가 매우 맑고 전체적인 리조트 인테리어 스타일은 유럽식에 가까웠다.심심할 때는 뒤쪽 과수원에 가서 과일을 따기도 할 수 있었는데, 이 점만으로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성유리는 과수원의 도우미들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자기는 앞마당에서 다른 부모들을 접대하고 있었다.“사모님, 정말 너무 겸손하십니다.”그중 한 명이 말했다.“덕분에 이렇게 큰 리조트는 처음 봐요.”“네. 여기 인테리어도... 확실히 상당한 정성을 들였겠죠?”“인테리어뿐만 아니라 이걸 관리하는 데에도 꽤 정성이 들어갈 것 같은데?”성유리는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아요. 그냥 여기 너무 예뻐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요.”“당연히 좋아하죠. 우리 집 애는 여기 온다고 생각도 못 해서 분명히 신나서 정신없이 놀고 있을 거예요.”여러 명의 여인들이 함께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의 주제는 이어졌다.처음에는 집 인테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최근 유행하는 옷과 가방, 그리고 옷과 액세서리에 대해 이야기했다.성유리는 적당히 대화에 참여했지만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액세서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새로 전학 온 그 여자 아이, 그 아이 엄마가 액세서리 관련 일을 하시지 않나요?”그러던 중, 성유리가 오늘 모임의 목적을 슬며시 꺼내기 시작했다.“혹시 사모님이 말씀하시는 아이가 추도윤인가요?”성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 전에 원장선생님이 그러셨는데 도윤이 엄마는 조각가라고 하시더라고요.”“그랬군요. 그런데 지난번 하늘이가 그러더라고요. 도윤이가 학교에 머리띠를 가져왔었는데 망가졌다고. 도윤이 머리띠는 아이 엄마가 선물해 준 거였다고 했어요. 아이가 참 많이 울었다고도 했어요.”“저도 우리 애한테 들었어요. 그런데 사건이 옷 갈아입는 곳에서 일어났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머리띠가 어떻게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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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성유리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했다.“네? 아이가 뭐라고 했어요?”송연화는 주변을 한 번 살펴봤는데 그녀의 표정에는 분명히 망설이는 기색이 엿보였다.성유리는 서두르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자 송연화는 성유리의 귀에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우리 아이가 그날 추도윤이 발찌를 스스로 바닥에 던져서 밟고 부순 걸 봤다고 하더라고요.”그 말이 끝나자, 성유리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사실 그 전에 성유리는 이 사실을 직감적으로 눈치챘었다.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는 그 어떤 증거도 없었고 자신이 이런 근거 없는 추측으로 다른 아이를 흠집 내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송연화의 말을 들으니 성유리는 갑자기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할 때, 바로 그때였었다.그때, 성유리는 성유정이 그 박스에 담긴 색연필을 쓰레기통에 던지는 것을 직접 봤었다.“그럼 왜 선생님에게 말하지 않았죠?”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성유리가 천천히 입을 뗐다.성유리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지만 송연화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지안이가 겁이 좀 많아서요. 그리고 혼자 봤으니까 말해도 믿어줄 사람 없을까 봐 무서웠대요.”“그리고 아마 사모님은 모르시겠지만 도윤이 엄마... 꽤 배경이 있잖아요.”성유리가 그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들 이혼하려는 거 아니었나요? 제가 들은 바로는 추도윤의 엄마가 다른 사람과 엮였는데 상대의 신분이 엄청 복잡하다고 하더군요. 예전부터 민간인은 관공서와 맞서지 말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작은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공공연히 떠들기도 힘들고 아이가 이런 일에 연루되는 것도 싫어요.”송연화는 말하면서 점점 불안한 기색을 보였고 성유리에게 비치는 시선에도 불안함이 묻어났다.사실, 송연화에게는 반드시 도와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오히려 성유리가 왜 그때 바로 나서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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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오늘 지안이 엄마가 말하던데..”“지안이가 말했어, 자기가 봤다고.”모임이 끝난 후, 성유리와 하늘이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둘은 잠시 멈추었다가 미소를 지었다.“오늘 포도를 따고 있을 때, 송지안이 나한테 말했어. 자기가 추도윤이 발찌를 부수는 걸 봤다고.”“그럼 도윤이가 일부러 그런 거야, 선생님들이 나를 싫어하게 만들려고.”하늘이의 말에 성유리는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지안이도 말했어, 자기는 선생님에게 이 얘기를 말하고 싶지 않다고.”성유리가 화를 낼까 봐 걱정한 하늘이는 곧바로 송지안이을 변호하기 시작했다.“지안이는 평소에도 겁이 많아. 우리 반 남자애들한테 자주 괴롭힘을 당해서 울었어. 그래서... 걔도 선생님께 말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나도 지안이를 억지로 내세우고 싶지 않아.”말을 이어가는 하늘이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졌고 성유리의 눈치를 살폈다.성유리는 평소에 늘 다정했지만 하늘이는 엄마가 화를 낼 때가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의외로 성유리가 화를 내지 않자 하늘이는 안도했다.성유리는 오히려 하늘이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우리 하늘이 정말 대단해.”하늘이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성유리를 바라보았다.“남을 강요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압박하지 않는 게 맞는 거야.”성유리가 말했다.“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는 건 고맙지만 만약 도와주지 않더라도 우린 비난하거나 원망해서는 안 돼.”하늘이는 다소 이해가 안 되는 듯 성유리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얼마 후, 하늘이는 마음을 가다듬고 성유리에게 물었다.“그럼 엄마,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해?”“좋은 방법이 있어.”성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포도를 많이 따왔으니까 엄마가 저녁에 과일 파이를 만들어서 내일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에게 나눠주면 좋겠어.”하늘이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성유리는 하늘이의 드레스를 고쳐주며 물었다.“추도윤은 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해?”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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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추도윤의 말에 기쁘게 음식을 나누고 있던 다른 아이들이 즉시 조용해졌다.그러자 선생님은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도윤아, 너무 흥분하지 마, 이건 선생님이 이미 먹어봤으니까 괜찮아.”“그래도 안 먹을래요.”말을 마친 추도윤은 성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 말했다.“전 강도네 집 물건 안 먹어요.”옆에 있던 선생님은 아이의 말에 더는 참지 못하고 다그쳤다.“추도윤, 그런 말 하면 안 돼.”하지만 추도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짜증이 난 듯 눈을 치켜뜨고는 우유를 들고 자리에 돌아갔다.선생님은 약간 당황스러워하며 서 있다 결국 성하늘을 바라보았다.그러나 성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계속 간식을 먹고 있었다.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던 중, 한 아이가 먼저 성하늘에게 물었다.“성하늘,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네 엄마 정말 대단하다!”“맞아! 그리고 하늘이 엄마 정말 예뻐! 마치 요정 같아!”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곧 점심시간이 되었다.성하늘의 머리띠는 선생님이 잠을 자기 위해 풀어줬고 블루 리본을 책가방에 넣어졌다.그런 후, 아이들은 큰 무리와 함께 탈의실을 떠났다.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했다. 마지막에 있던 추도윤은 갑자기 다시 탈의실로 돌아가는 장면을.추도윤은 성하늘의 책가방을 열고 그 리본을 잡아당겨 끄집어냈다.“이거 찢어버려. 네가 자랑하는 거 다 찢어놓고 봐라. 이 나쁜 년, 죽어버려!”추도윤은 소리치며 그 리본을 힘껏 찢어 여러 조각으로 나눴다.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조각들을 다시 성하늘의 책가방에 넣으려 했다.그렇지만 아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그 순간, 탈의실 문이 갑자기 열렸고 성하늘이 그곳에 서 있었다.그러자 추도윤의 손놀림이 즉시 멈췄다.0.01초, 추도윤은 성하늘을 보자마자 소리 내 울기 시작했다.하늘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는 곧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선생님은 급히 옆방에서 뛰어왔다.그리고 선생님이 발견한 것은 바로 추도윤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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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하얀색과 보리 색이 섞인 치마를 입은 여자가 원장실 안으로 들어섰다.긴 머리를 묶고 있었는데 뒤에는 투명한 백옥 머리핀 하나가 꽂혀 있었다.전형적인 미인형 얼굴에 짙은 눈썹, 이목구비는 많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하얀 피부와 차가운 기운이 어우러져 마치 세상과는 동떨어진 선녀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들어서는 여자를 본 성유리는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김서영.그때, 그 여자의 시선이 성유리의 몸을 스쳐 지나가더니 원장에게로 향했다.“이게 바로 새봄 유치원의 교육 태도인가요?”“아니, 도윤이 어머니, 오해하신 거예요.”원장이 급히 변명했다.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추도윤이 뛰어가며 엄마에게 애교를 부렸다.“엄마!”아이는 엄마 품에 안기려고 했지만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그 여자의 시선은 다시 성유리에게로 향했고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제 딸이 그쪽 딸의 물건을 망친 건 잘못했지만 그렇다고 아이에게 아무런 근거도 없는 죄를 씌우면 안 되죠. 아니면... 돈 좀 있다고 다른 사람의 존엄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그럴 생각은 없어요.”성유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잘못한 일을 했으면 인정해야죠. 어른이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키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하하.”그 여자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요? 사모님은 확실히 제 아이가 그랬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성유리는 더 이상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휴대폰을 꺼내 녹음 파일을 틀었다.그것은 송지안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보낸 것이었다.물론 그 목소리는 처리되어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다.“그날 제가 직접 봤어요. 도윤이가 발찌를 땅에 던져 밟았고 성하늘의 책가방에서 그림 붓 하나를 훔쳐서 자기 가방에 숨겼어요.”녹음 파일이 끝나자 여자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곧바로 반박했다.“그리고요?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르는 녹음 파일만 가지고 제 딸이 했다고 생각하는 건 너무 성급하고 웃긴 거 아닙니까?”“방금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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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추도윤의 말에 원장실은 즉시 고요해졌다.추도윤의 엄마는 이미 성유리의 태도를 눈치챘는데 지금 성유리는 아이가 진신을 말하게끔 유도하고 있었다.여자는 원래 추도윤의 입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라 그녀의 안색이 즉시 어두워졌다.이번에는 원장이 뭐라고 말하려 해도 소용없었다.여자는 망설이지 않고 손을 들어 추도윤에게 귀싸대기를 날렸다.찰싹!그렇게 추도윤의 얼굴 절반이 붉어졌다.아이는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눈빛을 마주하자 그 소리는 삼킬 수밖에 없었다.여자는 그게 불만스럽게 여겼는지 추도윤을 밀어붙였다.“사람들에게 사과 안 해?”여자의 힘은 아주 강했기에 추도윤은 밀려서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하지만 아이는 울지 않으려고 애썼고 그저 성하늘과 성유리에게 연신 사과를 했다.“죄송해요. 죄송합니다.”성유리는 그 자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며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이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것이 성유리와 성하늘이 원했던 일이었다.하지만 왜인지 추도윤이 이렇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성유리는 전혀 기쁘지도 통쾌하지도 않았다.여자는 추도윤이 사과를 마친 후, 바로 뒤돌아서려 했지만 추도윤은 급히 그녀를 따라갔다.“엄마! 가지 마! 엄마...”추도윤은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했지만 여자는 빠르게 아이를 밀어냈다.“이런 짓을 저지르고 아직도 나를 엄마라고 부를 수 있나? 내 얼굴에 먹칠을 다 했잖아! 오늘 여기 온 거 나도 후회해! 너랑 네 아버지는 다 똑같아. 더럽고 비열한 짓만 하네.”“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엄마!”추도윤은 다시 한번 그녀를 쫓아가려 했지만 여자는 멈추지 않았다.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여자를 추도윤은 어떻게든 따라가려 했지만 결국 따라잡을 수 없었다.결국 아이는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아이의 울음소리에도 여자는 뒤돌아보지 않았고 여전히 처음 봤던 고상함을 풍겼다.그렇지만 그 고상함 속에 느껴지는 것은 끝없는 냉정함과 무정함이었다.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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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돌아가는 길, 성유리의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추도윤이 밀려난 그 장면과, 아이의 얼굴에 날리던 귀싸대기 소리가 맴돌았다.비록 성유리도 추도윤이 잘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것 또한 아이가 받아야 할 벌이라고 생각되었다.그러나 사실 성유리도 이번 일에서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수단을 사용했다.예를 들어, 연필 이야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성유리가 자기 멋대로 꾸며낸 것이었고 또 송지안 엄마에게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었다.이 또한 거짓말 아닌가?성하늘은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 이것이 아이에게 나쁜 본보기를 보여준 것은 아닌지.그래서 성유리는 갈수록 괴로워졌다.결국 성유리는 차를 돌려 지화 그룹으로 향했다.하지만 그녀가 가는 동안 박한빈이 오늘 공사 현장에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성유리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박한빈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비서는 친절하게 무언가 마시고 싶은 게 있냐고 물었다.그래서 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전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되니까.”“알겠습니다.”비서는 말로는 알겠다고 했지만 뒤돌아서서 여러 잔의 밀크티를 사 들고 들어왔다.결국 성유리는 거절할 수 없어 그중 한 잔을 받았고 나머지는 직원들이 마시라고 내줬다.비서들이 다 나가자 홀로 남은 성유리는 다시 소파에 앉았다.그때, 박한빈의 책상 쪽에서 소리가 나더니 옆에 있는 팩스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대표님, 사모님께서 오셨습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비서가 먼저 다가가 말했다.그러자 박한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언제 온 겁니까? 왜 아무도 저한테 말하지 않았죠?”“사모님께서 그냥 안에서 기다리신다고 하셔서요. 저희 하는 일에 방해하지 않고 싶다고 하셨어요.”비서는 설명을 했지만 박한빈은 아예 듣지도 않고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갔다.성유리는 회의용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다 인기척을 듣자마자 고개를 들었다.“왔어요?”박한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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