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1001 - Chapter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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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그래도 아직 어린애잖아요.”“어린애가 그렇게 악의적인 생각을 한다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해?”박한빈이 따지듯 물었다.“이런 일이 있었으면 더 일찍 말했어야지. 일찍 알려줬으면 이런 상황까지 안 왔을 거잖아.”“이래서 제가 당신한테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갑자기 차가워진 성유리의 목소리에 박한빈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아무리 서로 모순이 있다 해도 어린아이는 결국 아이일 뿐이에요. 어린아이가 무슨 범죄라도 저지르겠어요?”“지금은 안 하겠지만 만약 정말 그런 일을 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겠지.”성유리의 태도가 너무 강경해서 박한빈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서 박한빈을 바라봤다.박한빈은 순간, 뭔가를 직감적으로 느꼈다.“지금 무슨 뜻이냐고. 너 뭔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거야?”“그러는 당신이야말로 찔리는 거라도 있나요?”성유리가 되물었다.그 말은 오늘 성유리가 두 번째로 한 질문이었다.비록 박한빈은 최근에 자신이 별다른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막상 성유리가 그렇게 물으니까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그때 성유리는 서류 하나를 박한빈 앞에 놓았다.“이게 뭔지 설명해 줄 수 있어?”박한빈은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 그것은 변호사에게서 온 회신서로 남신촌 사람들에 대한 소송 관련 내용이었다.“그 사람들한테 뭘 한 거예요?”성유리가 다시 묻자 박한빈은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그럼 왜 그 사람들을 고소한 건데요?”“그건 지사 프로젝트라서 나는 그들한테서 보고만 받았을 뿐이야.”“박한빈 씨, 제가 그 말을 믿을 거 같아요?”사무실 분위기는 점점 어색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박한빈은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맞아. 내가 시킨 거야.”“내가 그곳 신용 서비스를 홍보하고 그 사람들이 공장과 농업 프로젝트를 확장할 수 있도록 대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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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박한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낮았고 성유리를 향한 시선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섞여 있었다.그 모습은 하늘이가 평소 성유리한테 도리를 따질 때의 모습과 사뭇 닮아 있었다.성유리는 순간 조금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진지하게 지으며 박한빈에게 물었다.“진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왜 저한테 숨겼어요?”이 말에 박한빈이 갑자기 말문이 막히자 성유리는 그를 더욱 똑바로 쳐다봤다.사실, 성유리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다만 조금 혼란스러울 뿐.지금 그녀에게는 그 사람들이 잘살든 못살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전혀 상관이 없었고 그런 사람들과는 다시는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하지만 박한빈의 행동은 성유리를 다시 그 과거와 얽히게 만들었고 그녀는 그런 걸 원하지 않았다.박한빈도 그걸 알았는지 이 일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말하지 않았다는 건 결국 그 또한 성유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그럼 도대체 왜 다 알면서 결국 일을 저질렀을까?분명히 성유리가 불쾌해할 걸 알면서 말이다.“그냥 이런 일로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았어.”성유리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려던 찰나, 박한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모든 분노는 다 사라지고 목소리에는 이미 체념한 듯 차분해져 있었다.그래서 성유리는 잠시 멈칫했지만 박한빈은 이미 뒤돌아선 채로 다시 말했다.“먼저 가봐.”그 말이 끝나자마자 박한빈은 앞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때, 성유리가 재빠르게 박한빈 뒤로 가서 그를 꽉 끌어안았다.그 바람에 박한빈도 발걸음을 멈췄다.“저도 이런 일로 한빈 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요.”성유리는 박한빈 뒤에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니까 왜 그 사람들 때문에 이렇게까지 한 건데요?”“전 지금은 그 일에 대해 얘기를 꺼내고 싶지도 않고 다신 엮이고 싶지도 않아요.”“그 사람들은 한빈 씨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면서까지 대할 가치가 없어요. 알겠죠?”성유리가 이렇게 말하자 박한빈의 표정은 조금 부드러워졌다.그는 다시 뒤돌아서 성유리의 얼굴을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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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박한빈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덧붙였다.“너도 걔 동정할 필요 없어. 자업자득이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교훈을 얻겠어?”성유리는 생각에 잠겨있다 박한빈이 확실히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해 주려고 이러는 걸 알아차렸다.결국, 성유리도 그냥 웃으며 대답했다.“네. 알겠어요.”박한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그럼 남신촌은...”“이미 어느 정도까지 했으니까 절차대로 하죠.”성유리는 담담히 대답했다.“결국... 빚은 갚는 게 당연한 거잖아.”박한빈은 안도의 웃음을 지으며 다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걱정 마. 내가 절대 그 사람들이 네 앞에 나타나게 하지 않을 거야. 넌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면 돼.”사실 박한빈은 성유리를 너무 걱정하고 있었다.그들이 성유리 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그녀는 전혀 동요하거나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박한빈의 방법은 ‘정당한’ 방법이었으니까.그들이 걸려든 거긴 하지만 그것은 단지 욕심 때문이었으니 박한빈과는 크게 관계가 없었다. 그러니 성유리와는 더더욱 상관없었다.지금 성유리가 유일하게 걱정하는 건 하늘이 어린이집 문제였다.하지만 하늘이가 말하길 그 후로 추도윤은 어린이집에서 한층 조용해졌고 하늘이를 더 이상 괴롭히지도 않았다고 했다.그래서 엄마인 성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혹시 자신이 어린아이인 추도윤을 너무 나쁘게 생각한 건 아닌지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어쨌든 겨우 다섯, 여섯 살짜리 아이일 뿐인데 나빠 봐야 얼마나 더 나쁘겠는가?하늘이 쪽은 더 이상 문제 되지 않았지만 어느 날, 성유리는 다시 추도윤의 어머니를 마주하게 되었다.그날 성유리는 박한빈과 함께 공개적인 자선 경매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박한빈은 사실 초대장을 받긴 했지만 참석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성유리가 경매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흥미를 보여 결국 따라나섰다.그건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그림이었고 경매에서 얻은 수익은 전부 기부한다는 것이었다.그런 좋은 취지라면 가야겠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함께 가기로 결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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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경매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박한빈은 자연스럽게 중앙 자리에 앉았고 성유리는 당연히 그의 옆에 앉았다.그런데 의외로 추도윤의 엄마도 그들과 같은 줄에 앉아 있었는데 불과 두 자리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었다.성유리가 여자를 보고 있자 그녀는 자리에 앉은 후 천천히 고개를 들어 성유리 쪽을 바라봤다.그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다시 무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그런데 왜인지 성유리는 갑자기 목에 무엇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왜 그래?”박한빈의 목소리가 들리자 성유리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보며 대답했다.“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박한빈은 어딘가 이상해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성유리가 방금 본 방향을 한 번 바라봤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이번 경매는 아이들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성유리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건 이번 취지였다.하지만 의외로 몇 점 괜찮은 그림을 봤다.그림은 깊은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자세히 보면 꽤 흥미롭거나 마음을 흔드는 감동적인 요소가 있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성유리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고를 때마다 반대편 사람들도 똑같은 순간에 손을 들어 경매에 참여했다.“11번, 40억.”진행자의 말에 성유리는 더 이상 경매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다.그러자 박한빈은 성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더 안 할 거야?”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박한빈은 그녀의 반응을 한 번 살피고는 바로 손을 들어 경매를 다시 시작했다.“90억.”진행자의 눈이 반짝였다.“7번, 90억!”“11번, 100억.”박한빈은 다시 손을 들었다.“200억.”그의 말에 현장 사람들은 모두 숨을 들이켰다.200억은 그들에게 너무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건 이건 단지 아이의 그림일 뿐이라는 사실이었다.보석 경매라면 이 정도 가격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그러나 이 그림은 예술적 가치가 전혀 없는, 시장에서 판다고 해도 싼 값에 팔릴 수준이었다.성유리는 박한빈이 좀 과하게 금액을 제시한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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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그때, 갑자기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저 이미 형석 씨에게 도윤이 전학을 준비시키라고 했어요.”성유리는 그 말에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여자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저는 꼭 사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외적인 조건으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고 목표를 이루는 건 어른끼리 하는 방법이라고 치더라도 아이에게 그렇게 하는 건 정말 나쁜 영향을 미칠 거예요.”성유리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그게 무슨 뜻이죠?”“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사모님도 잘 아시잖아요.”여자가 성유리를 비웃듯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일을 저지를 용기는 있지만 인정할 용기는 없나 보네요?”“제가 뭘 인정하지 않았나요?”성유리가 되물었다.“오늘 밤, 사모님은 아주 잘하시던데? 자신의 조건을 이용해서 주변 남자들이 뭐든지 다 해주게 만들고... 그걸 즐기는 기분은 어때요? 좋았나요?”여자는 성유리를 조롱 섞인 시선으로 쳐다보다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정말 저질스럽네.”여자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 하지 않아 성유리를 향한 혐오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처음에 성유리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몰랐다.‘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문제 때문일까?’‘아닌 것 같은데.’첫 만남에서부터 여자는 성유리에게 극명한 적대감을 보였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성유리는 그녀와 다툴 생각이 없어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그 사람은 제 남편인데요? 제가 그이한테 뭘 시키든 말든...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여자는 명백히 그런 행동을 경멸했지만 성유리가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순간 할 말을 잃은 듯 조용해졌다.결국, ‘패배’한 여자는 콧방귀를 치더니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화장실을 떠났다.성유리는 그런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희한한 여자네.”그녀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여자는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그러나 성유리는 여자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손을 닦고는 자리에 돌아갔다.경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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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성유리는 그날 밤까지 화장실에서 있었던 일을 박한빈에게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얼마 후 박한빈은 우연히 다른 모임에서 강지연을 만났고 처음에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그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상대방의 신분 때문이었다.금성시의 어떤 인물.박한빈은 이미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었기에 상대방에게 아부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상대방이 박한빈을 초대했을 때, 박한빈은 거절할 수 없었다.강지연은 그런 상대의 연인이었는데 자기를 소개했다.“저희 딸이 박한빈 씨의 딸과 같은 반이에요.”그제야 박한빈은 강지연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강지연은 여전히 그날처럼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짙은 색의 새틴이 그녀의 성숙한 매력을 강조해 주고 있었다.성유리를 대하던 태도와는 달리 그녀는 박한빈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우연이네요.”박한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빠르게 돌렸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사모님도 같이 요청할 걸 그랬습니다.”옆에 있던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나이가 많은 남자는 머리가 거의 없어졌고 툭 튀어나온 배는 마치 아이를 임신한 임산부처럼 보였다.강지연이 자신의 모습을 좀 더 나이 들어 보이게 꾸몄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서 있으면 마치 아버지와 딸을 연상케 했다.하지만 이런 조합은 그들 업계에서 별로 이상하지 않았기에 박한빈도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저희 아내는 외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그렇죠. 결혼한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제가 사모님을 몇 번 만나보지도 못했네요.”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했다.“만약 제가 박 대표님이라면 그렇게 예쁜 아내를 매일 데리고 다닐 겁니다.”박한빈은 남자의 말에 그저 웃기만 했다.비록 그 남자가 한 말은 칭찬일 뿐이고 그가 성유리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었지만 그래도 듣기엔 조금 불편했다.박한빈은 빠르게 대화 주제를 돌리며 물었다.“오늘 밤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아, 서쪽 도로 그쪽 말이죠. 입찰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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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강지연은 복도에 나서자마자 눈빛이 바로 싸늘하게 식더니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에서 추도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언제 돌아와? 나 지금 아파. 너무 힘들어.”강지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물었다.“아빠는?”“아빠는 아직 집에 안 왔어. 그런데 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그럼 아빠한테 전화해.”강지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엄마는 바쁘니까 돌아갈 시간이 없어.”“그럼 엄마는 언제 돌아올 거야?”강지연은 원래 돌아가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잠시 멈칫하다 말을 바꿨다.“요즘 유치원에서 잘 지내고 있어?”“잘 지내! 매일 밥도 잘 먹고 수업도 잘 듣고...”강지연은 그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바로 아이의 말을 뚝 끊어버렸다.“성하늘이랑은 잘 지내? 요즘도 싸웠어?”“아니.”추도윤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요즘은 잘 지내고 있어.”“응. 그럼 계속 잘 지내고 있어. 친한 친구가 되면 더 좋고. 친구가 되면 엄마 돌아갈게.”“정말?”추도윤은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엄마, 나한테 거짓말한 거 아니지?”“거짓말 안 해, 난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니까.”“그럼 엄마, 돌아오면 우리 셋이서 놀이공원 갈 수 있어?”강지연은 그 말에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지만 거절하지 않고 대충 몇 마디를 나눈 뒤, 전화를 끊었다.그녀가 방으로 돌아갔을 때, 두 남자의 이야기는 거의 끝나는 상태라 강지연은 고개를 숙여 남자의 옆으로 걸어갔다.이내 남자는 강지연의 허리를 감싸며 말했다.“그럼 저희는 박 대표님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박한빈도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너무 예의 차리시네요. 괜찮습니다.”강지연은 박한빈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항상 겸손하게 대하는 모습이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다.물론 박한빈에게는 이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식사가 끝난 후, 남자는 여전히 다음 장소로 가자고 주장했지만 박한빈은 웃으며 거절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전 먼저 가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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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야, 성하늘.”누군가 하늘이를 부를 때, 아이는 미끄럼틀 위에 앉아 있었고 아래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추도윤을 발견했다.하지만 하늘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미끄럼틀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고 그 후에는 추도윤을 지나쳐 줄 서 있는 계단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추도윤은 용기를 내서 부른 것이었지만 하늘이가 대답하지 않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다시 큰 소리로 불렀다.“야, 성하늘! 너 왜 나 무시해?”하늘이는 그제야 돌아서서 추도윤을 한 번 쳐다보더니 일부러 못 들은 척하며 되물었다.“나 부른 거야?”추도윤은 하늘이가 일부러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필경 유치원에서 성하늘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는 유일했으니 말이다.그렇지만 엄마의 말을 떠올린 추도윤은 결국 화를 꾹 참고 하늘이에게 먼저 다가갔다.그리고 손에 든 것을 건네며 다시 말했다.“이건 우리 아빠가 새로 사 준 머리띠야. 너한테 줄게.”사실 추도윤은 하늘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에 별로 내키지 않았다.유치원에 처음 온 날부터 아이는 하늘이를 싫어했다. 하늘이의 예쁜 얼굴, 주변 사람들에 무심한 태도,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모습, 모든 걸 다 싫어했다.그래서 무조건 하늘이가 가진 모든 걸 차지하고 싶었다.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매일 새로운 물건을 들고 와도, 친구들은 새로움에 잠시만 관심을 가질 뿐, 다음 날이면 다시 하늘이를 중심으로 모였다.더 중요한 건, 추도윤은 하늘이를 경쟁자로 생각했지만 하늘이는 자신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그게 추도윤이 하늘이를 가장 싫어하는 이유였다.하지만 엄마와의 약속 때문에 추도윤은 마지못해 하늘이와 화해하려고 했고 심지어 자신이 새로 얻은 머리띠까지 억지로 하늘이에게 주려 했다.그러나 하늘이는 그것을 한 번 쓱 쳐다만 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나는 필요 없어.”하늘이의 태도는 아주 단호했고 그 말을 들은 추도윤은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하지만 하늘이는 추도윤에게 반응할 기회도 주지 않고 그 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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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만약 아마 다른 아이였다면 성유리는 하늘이가 과하게 의심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추도윤이 이전에 했던 일들을 떠올리자 성유리는 하늘이의 의심이 그리 틀린 것 같지 않다고 느꼈다.그래서 하늘이의 판단을 부인하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네가 도윤이랑 친구 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그러지 않으면 돼. 그리고 도윤이 전학 간다고 하지 않았어?”“몰라. 그냥 안 가기로 했나 봐.”하늘이는 더 이상 추도윤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성유리에게 오늘 수업에서 재미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기 시작했다.성유리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늘이를 차로 데려다주고 있었다.오늘은 운전기사가 휴가를 갔기 때문에 성유리가 직접 차를 운전해 왔다.하늘이는 차에 앉은 후 계속 떠들어댔고 그 모습은 동년배들 앞에서의 철없는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성유리는 한쪽으로 운전하면서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었다.사실 성유리는 아이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달리는 차 속도도 정상적이었다.그러나 급커브를 돌면서 옆 차선으로 차가 끼어들자 성유리는 잠깐 멍해졌다.금세 반응한 성유리는 비상등을 켜고 차에서 내려 하늘이의 상태를 확인했다.하늘이는 아무 말 없이 성유리가 안전벨트를 풀 때쯤 바로 그녀를 껴안았다.성유리는 하늘이가 다친 곳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상대 차의 운전자가 다가왔다.그 사람을 본 성유리는 잠시 멈칫한 후,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아니나 다를까, 상대도 표정도 좋지 않았다.성유리는 상대를 한번 훑어봤고 그러던 중, 상대방이 먼저 말했다.“경찰에 신고하죠.”성유리도 이의가 없어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그때 박한빈이 전화를 걸어왔다.“어디야?”성유리는 하늘이를 보다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하늘이 데리러 왔는데 이제 집에 가려고요.”“곧 도착이야? 나도 지금 가는 길인데.”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깜짝 놀랐다.회사에서 집으로 가는 길도 성유리가 사고 난 길과 같은 길이었지만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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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성유리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그때 강지연은 박한빈을 처음으로 알아봤고 얼른 그에게 인사를 하려고 돌아섰다.사고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에 박한빈과 어떻게든 대화를 하려고 했고 아마 이번 기회에 자신의 명함도 건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강지연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박한빈은 그녀를 아예 신경 쓰지 않았고 강지연 옆을 지나쳤을 때,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바로 성유리 앞에 도달했다.그리곤 성유리의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저 괜찮아요.”박한빈이 뭐라 말하기 전에 성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냥 가볍게 부딪힌 거뿐이에요. 하늘이랑 저 둘 다 다친 곳 없고요.”박한빈은 아무 말 없이 성유리의 몸을 몇 번 살펴본 후,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옆에 있던 경찰에게 시선을 돌렸다.경찰은 상황을 신속하게 그에게 전달했다.“보험 처리하세요.”박한빈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듯, 하늘이를 안으며 말했다.“차는 그냥 끌고 가세요. 제 비서가 처리할 겁니다.”그 말을 끝낸 박한빈은 하늘이를 안고 앞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걸은 후에 박한빈은 성유리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걸 보고 다시 돌아서서 불렀다.“성유리.”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고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층 더 낮았다.성유리는 이 상황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고 고개를 끄덕이며 박한빈의 뒤를 따라갔다.강지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운전 중이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높은 굽을 신지 않았지만 여전히 강지연은 키가 크고 우아한 모습이었다.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껴있으니 강지연은 자신이 마치 투명 인간 같았다.박한빈은 성유리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기에 자존심이 상한 강지연은 이를 악물었다.그때 추형석이 전화를 걸어왔다.“어디야? 오늘 도윤이랑 저녁 먹기로 한 거 맞지?”강지연은 화를 억누르며 대답했다.“가는 길에 사고 났어요.”강지연의 말에 상대는 놀란 듯 멈춰있다 다시 물었다.“무슨 일이야? 괜찮아? 다친 곳 없어?”추형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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