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지화 그룹엔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 가득했다. 특히 대표 사무실은 더더욱 얼어붙은 분위기였다.누구든 그 문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사소한 실수조차 곧바로 확대되어 큰 질책으로 돌아왔다.서훈은 박한빈의 비서실장이었기에 제일 먼저 그 타깃이 되었다.경매장에서 물건이 낙찰되어 돌아왔을 때, 그는 이번엔 피할 수 없음을 직감했다.사무실 문 앞에 잠시 멈춰 선 서훈은 마음을 다잡고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시죠.”박한빈의 목소리는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차가운 톤이었다.하지만 서훈은 그런 그가 가장 무서울 때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쯤 되면 더는 물러날 곳도 없었다.서훈은 머뭇거리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대표님, 지난번 경매에서 구입하신 목걸이입니다. 어떻게 처리하실지... 확인 부탁드립니다.”그는 조심스럽게 목걸이 상자를 박한빈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지만 박한빈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서훈은 눈치챘다.이건 박한빈이 성유리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선물이란 걸.결혼 1주년을 앞두고 마련한 것이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모든 건 물거품이 돼버렸다.서훈은 다시 입을 열려다 멈췄다.그때, 사무실 밖에서 누군가가 말했다.“대표님, 성씨 성을 가진 아가씨가 오셨습니다.”그 말에 박한빈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는 즉시 손을 뻗어 보석 상자를 움켜쥐었다.그러나 숨기기도 전에 성유정이 모습을 드러냈다.‘아, 성유리가 아니라 성유정이었구나.’성유정을 본 박한빈의 얼굴에서 곧바로 모든 표정이 사라졌다.그러나 성유정은 그의 눈 속에 스친 실망감을 눈치채지 못한 채 빠르게 다가왔다.“형부.”박한빈은 대답하지 않고 서훈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서훈은 곧장 상황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인 뒤, 조용히 사무실을 나섰다.문을 닫으며 서훈은 성유정을 힐끗 바라보았다.순간, 성유리의 얼굴이 떠올랐다.그녀가 병원에서 퇴원하던 날, 서훈은 성유리를 본 적이 있었다.그때 성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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