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981 - Chapter 990

1089 Chapters

제981화

박한빈은 성유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다른 방법을 실행할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었다.자신이 그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그렇다면 심리학자를 찾아가서 유도하는 방법이 가능한 걸까?그렇게 생각하던 박한빈의 팔을 성유리가 갑자기 꼭 잡았다.“가요. 이제 돌아가서 자야죠.”박한빈이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자 성유리는 다시 한번 팔을 당겼다.그럼에도 박한빈이 움직이지 않자 그녀는 조금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정말 괜찮은 거야?”박한빈이 물었다.“괜찮아요.”대답하면서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서 박한빈은 그 모습을 보고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침실에 돌아온 후에도 성유리는 여전히 그의 팔을 놓지 않았다.의아해진 박한빈이 고개를 숙여 성유리를 바라보자 그녀는 잠시 그와 눈을 마주친 후, 발꿈치를 들어 뽀뽀했다.그제야 박한빈은 긴장을 풀며 살짝 미소 지었다.박한빈은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진하게 입을 맞추었다.하지만 그가 성유리의 옷을 벗기려고 손을 뻗으려 할 때, 그녀는 박한빈의 손을 눌러버렸다.그제야 박한빈은 성유리가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을 보는 눈빛 속에는 여전히 맑고 깨끗한 감정이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다.“자요. 잘 시간이네요.”성유리는 말하며 침대에 누웠고 멍해진 박한빈은 잠시 제자리에 서 있다가 결국 그 뒤를 쫓아갔다.“이게 지금 뭐 하는 거야?”박한빈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따지듯 물었다.“남의 마음에 불 지르고 그냥 도망가는 거야?”성유리는 그냥 웃으며 손을 쭉 뻗어 박한빈의 볼을 살짝 만졌다.그녀의 동작은 부드러웠고 눈빛에는 그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박한빈은 성유리와 눈을 맞추며 조금 들떠 있던 마음이 한순간에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어 손으로 성유리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오늘은 그냥 봐줄게, 자자.”박한빈의 말에 성유리는 그제야 활짝 웃더니 그의 팔을 끌어안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그는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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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성유리는 약속대로 하늘이를 유치원까지 데려다주었지만 정문에 도착하자 아이는 혼자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결국 하늘이의 고집을 이길 수 없었던 성유리는 차 안에서 조용히 아이가 홀로 들어서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아이는 작은 책가방을 메고 정문 앞으로 걸어간 뒤, 뒤돌아서 성유리를 향해 손을 흔들며 돌아가라는 손짓을 했다.그래서 성유리 또한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마침 그때 하늘이의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선생님은 다소 당황한 듯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성유리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그녀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건넸다.하늘이를 보내고 난 뒤, 성유리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아침에 병원에서 연락이 왔는데 그건 바로 성유정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성유리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고 곧 과거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그리고 이내 어젯밤 꾼 꿈도 떠올랐다. 사실 성유리는 어제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이미 오래전에 잊은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는 걸 보면 그 느낌이 단순한 기분 탓은 아니었던 것 같다.성유정이 처음 받은 형량이 그리 길지 않았지만 나중에 박한빈이 무슨 방법을 썼는지 그녀는 정신병원에 보내졌다.그렇지만 성유리는 단 한 번도 성유정이 입원해있는 병원에 찾아간 적이 없었다.그래서 의사가 시신을 확인해달라고 성유리를 불렀을 때, 그녀는 잠시 혼란스러웠다.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의 기억 속 성유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성유리가 처음 성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계단 위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던 성유정이 떠올랐다.그녀는 분홍색 공주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곱게 말린 머리에 둥글고 앳된 얼굴은 마치 바비 인형 같았다.그 후로도 성유정은 늘 그렇게 치장하고 다녔다.고급스러운 드레스에 값비싼 보석, 그리고 정교한 메이크업까지.하지만 지금 눈앞의 이 사람은 몹시 수척했고 피부는 누렇게 뜨다 못해 거의 검게 변해 있었다.이게 정말 성유정이 맞는가 하는 의심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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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의사는 확인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남자 역시 성유리를 쓱 쳐다봤다.“정말 유정이 오빠라면 왜 이제야 나타난 거죠?”“방금에서야 제 동생을 찾았거든요.”남자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어 갔다.“이번 주 안으로 병원에서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요. 뭐 죄책감이 들어서 서둘러 죽인 겁니까? 죽고 나면 증거도 없을 테니까?”남자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성유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성유정은 분명 과거에 보육원에서 입양된 아이였다. 남자가 말하는 버려졌다는 이야기의 진위도, 남자가 진짜 오빠인지도 성유리는 알 수 없었다.“그렇다면 장례는 당신이 맡는 게 맞겠네요.”성유리는 차분히 말하며 의사에게 펜을 돌려주고 자리를 뜨려 했다.그러나 그 남자는 성유리의 팔을 홱 붙잡았다.“뭡니까? 지금 죄책감에 도망치는 거예요?”남자의 손아귀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는데 참다못한 성유리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다.“손 놓으세요.”“왜요? 지금 저까지 협박하려는 겁니까? 전 안 무서워요! 이 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제 동생이 어떻게 죽었는지 반드시 밝혀낼 거고요.”성유리는 남자의 손을 뿌리치며 대답했다.“그러세요. 그건 그쪽 사정이니까.”남자는 성유리의 담담한 반응에 잠시 말문이 막힌 듯 입만 뻥끗거렸다.그러다 뭔가 더 말하려는 듯했지만, 성유리는 남자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조용히 걸어 나갔다.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너희 이렇게 묻고 덮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 언젠가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될 거야!”성유리는 그 말이 들렸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저녁.박한빈은 별장으로 돌아와 하늘이 방을 먼저 들렀는데 아이는 깊게 잠들어 있었다.그래서 그는 조용히 성유리와 함께 쓰는 침실로 향했다.그 시각, 성유리는 침대에 누운 채 말없이 누워 있었다.박한빈은 그녀를 방해하지 않으려 옷을 벗고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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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박한빈은 성유정의 병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그녀는 정신병원에 있었기에 가장 먼저 이상을 감지한 건 의사들이었다.그 당시 박한빈은 가능한 모든 치료를 해달라고 의사에게 부탁했었다.하지만 병이 이렇게 빠르게 악화할 줄은 몰랐다.아마도 성유정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점점 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결국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렇게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박한빈은 조용히 성유리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생로병사라는 게 원래 다 그런 거야. 자연스러운 일이야.”“알아요. 아는데 그냥 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서요.”성유리는 박한빈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아, 그리고 오늘 병원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어요.”“응? 누구?”“자기가 성유정의 오빠라고 하더라고요. 신분증도 보여주면서.”“그래? 이름은 뭐라던데?”“음... 제가 이름은 안 물어봤어요.”성유리의 말이 끝나자 박한빈이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자 성유리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 웃어요?”“그 사람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거야?”성유리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가 이내 다시 절레절레 저었다.“성유정은 보육원에서 입양된 아이라서... 시간이 지나서 가족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그 남자가 입고 있던 옷차림도 보통이 아니었고 병원까지 직접 찾아왔잖아요. 그래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봤어요.”“그럼 왜 성유정이 죽고 나서야 자기가 오빠라고 나타났을까?”박한빈의 물음에 성유리는 답을 하지 못했다.이내 그는 성유리의 머리를 살짝 톡 치며 계속 말했다.“그 일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불편했던 거야?”“불편하진 않았어요. 그냥... 좀 복잡했죠.”“지금은 나아졌어?”“혹시 그 사람이 사기꾼 같다는 거예요?”“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지.”“그 사람이 보여준 신분증은 진짜 같았어요. 그리고 성유정이 죽었어도 DNA는 남아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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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박한빈은 씩 웃으며 성유리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기회 놓치지 말고 즐길 줄도 알아야지.”...다음 날, 박한빈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유정의 이른바 오빠라는 남자와 마주했다.어제 성유리가 말한 대로 그는 딱 봐도 평범한 인상은 아니었고 실제로 중소 규모 신기술 회사를 운영 중인 인물이었다.그 남자는 처음부터 박한빈에게 명함을 내밀었다.“처음 뵙겠습니다. 제 이름은 추형석입니다. 박 대표님, 잘 부탁드립니다.”하지만 박한빈은 명함을 슬쩍 보기만 했을 뿐 받지도 않았다.그의 태도는 처음부터 명확했다.그런데도 추형석은 당황하거나 기분 나쁜 기색 없이 여유 있게 자리에 앉았다.“바쁘신 와중에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사실 제 동생 문제로 뵙게 됐습니다.”“동생이요?”“네, 성유정 말입니다.”추형석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박 대표님은 기억력 좋으시니 유정이를 잊진 않으셨겠죠?”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추형석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했다.그러자 추형석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괜찮습니다. 박 대표님이 기억하지 못하신다 해도 다른 사람들은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적어도 당신들이 함께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죠.”박한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이런 식으로 저랑 거래해서 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전날 성유리와 나눈 대화 덕분에, 박한빈은 이미 이 남자의 속셈을 꿰뚫고 있었다.사실 성유정의 죽음 자체는 추형석에게 큰 의미가 없었다.박한빈은 그를 전혀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고 이 남자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도 훤히 보였다.추형석이 노리는 건 단순했다.성유정과 박한빈 사이의 관계를 언급하며 그녀가 이런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 게 박한빈 탓이라는 인상을 주려는 것.만약 이 사실이 언론에 흘러가게 되면 박한빈은 분명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그렇지만 박한빈 또한 그 정도로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이런 시도는 시작되기도 전에 그가 가진 영향력으로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물론 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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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성유리가 다시 추형석을 만난 것은 하늘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였다.그날은 학부모 참관 활동이 있는 날이었기에 성유리와 다른 학부모들은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지켜보고 있었다.하늘이는 오늘도 공연의 진행자 역할을 맡아 유치원에서 맞춤 제작한 은색 작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비록 금성에서 가장 비싼 유치원 중 하나인 새봄 유치원에 다니지만 무대에 올라선 하늘이는 어쩔 수 없이 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르며 부끄러워했다.성유리는 처음에는 웃음을 참지 못하다가 하늘이가 점점 화를 참는 모습에 웃음을 꾹 참아야 했다.그러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몇 장의 사진을 몰래 찍어 보내며 문자를 나눴다.[응. 너무 예쁘다.]박한빈의 답장은 빠르게 전송됐지만 성유리는 그가 자신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더 말을 이어가려던 참에 누군가 옆자리에 앉았다.“성유리 씨? 또 만났네요.”낯설고도 익숙한 그 목소리에 성유리는 잠시 멈칫했다.“당신이 어떻게 여기 계세요?”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확인한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이 툭 튀어나왔다.추형석은 미소를 지으며 손으로 앞에서 생중계와 녹화를 진행 중인 팀을 가리켰다.“저분들이 다 우리 회사 사람들입니다.”성유리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앞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사실 제 딸도 여기 다니고 있습니다.”그러자 추형석이 계속 말하며 구석에서 공연 중인 어린 소녀를 가리켰다.“저기 있는 여자아이 보이세요? 애가 참... 이모랑 많이 닮았죠?”성유리는 잠시 멈칫하다가 몇 초 후에야 추형석이 말한 이모가 성유정임을 깨달았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추형석은 마치 성유리의 생각을 미리 꿰뚫어 보듯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성유정의 장례식은 이미 끝났고 외곽에 있는 묘지에 안장했습니다. 거긴... 꽤 조용한 곳입니다. 유정이가 그곳을 좋아할까요?”성유리는 무대 위로 시선을 돌리자 하늘이는 여전히 마이크를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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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는 선생님이 성유리는 조금 의아했다.결국 성유리는 꾹 참던 웃음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고마워요. 하지만 전 저 사람 집안일에 관심이 없어서요.”“아, 저는 그냥... 도윤이가 새로 전학 온 아이여서 상황을 모르실까 봐요.”선생님이 말을 덧붙였다.“고마워요.”“그럼... 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게요.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선생님은 웃으며 말을 마친 뒤,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성유리는 그제야 휴대폰을 내려다봤다.그러자 박한빈이 이미 여러 개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하늘이의 사진에 대한 평부터,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공연은 언제 끝나는지.성유리가 한참을 답장하지 않자 몇 번이나 추가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공연도 곧 끝나고요.]문자를 확인한 성유리가 빠르게 답장을 보냈다.[저녁에 밥 먹으러 집에 오실 거예요?]성유리는 박한빈에게 답장을 보내고 나서야 그에게서 마지막으로 온 메시지가 이미 5분이 지났음을 알았다.그래서 이번에도 가만히 5분을 기다렸다.[응.]미소를 지으며 문자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끄려던 성유리는 문득 누군가 자신에게 친구 요청을 보낸 것을 발견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추도윤의 아버지입니다.]유치원 학부모들만 있는 단체 메시지 방에서 온 요청이었다....“우라 조 선생님이 방금 뭐라고 했어?”공연이 끝나자마자 하늘이가 무대에서 뛰어 내려오며 물었다.아이는 선생님을 쓱 쳐다보다 다시 성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아무 말도 안 했는데?”“그럴 리 없어. 나는 엄마랑 선생님이 말하고 있는 거 봤다고!”하늘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성유리는 웃음을 피식 터뜨리며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선생님께서 하늘이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어.”아이는 여전히 성유리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그다지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기에 이내 다른 질문을 던졌다.“그럼 추도윤 아빠는 왜 엄마한테 다가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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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공연이 끝난 후, 하늘이는 의상실에 가서 무대 의상을 돌려주어야 했기에 성유리는 공연장 근처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른 아이들이 하나둘씩 떠나지만 하늘이가 아직 나오지 않자 성유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급히 뒤쪽으로 달려간 성유리는 무대 뒤에서 들려오는 하늘이의 목소리를 들었다.“선생님, 제 아빠 본 적 있어요? 진짜 키 크고 완전 멋있어요!”하늘이가 유치원 선생님인 조서온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니, 선생님은 분명 본 적 있을 거예요. 아빠 저번에 운동회에 왔었잖아요. 달리기 대회에서 1등 했다고요. 제가 말했죠? 우리 아빠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고요.”성유리는 하늘이가 박한빈을 칭찬하는 걸 처음 들었는데 아버지와 딸의 성격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는 걸 느꼈다.특정한 상황이 아니면 그들에게 좋은 말을 듣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하늘이의 칭찬에 조서온은 분명히 조금 당황한 듯 보였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선생님도 알아.”“그리고 선생님, 우리 엄마 아빠도 서로를 너무 사랑해요.”하늘이는 계속 말했다.“엄마가 어제 나한테 그랬어요. 나한테 남동생과 여동생도 낳아줄 거라고. 그래서...”하늘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성유리는 급히 달려가서 하늘이의 입을 막아버렸다.“정말 죄송해요.”성유리는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이들이 참 말이 많아요. 그렇죠?”그러자 조서온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 아이들이 아빠를 좋아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죠.”“그럼 저희는 이제 가볼게요.”성유리는 하늘이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하려고 급히 말을 마친 후, 자리를 떠나버렸다.그렇지만 하늘이는 당황한 기색이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기뻐 보였다. 마치 자신의 목적을 이뤘다는 듯.“너는 선생님이랑 무슨 얘기를 한 거야?”차에 타고 나서 성유리가 먼저 물었다.그러자 하늘이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일상적인 대화였어.”하늘이는 매우 진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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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하늘이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결국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러자 박한빈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하늘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때 성유리가 마침 위층에서 내려왔고 다정한 아버지와 딸의 모습을 보고는 물었다.“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아무것도 아니야”박한빈이 빠르게 대답했다.“이번 주말에 나 시간 괜찮으니까 우리 다 같이 여행 가자.”...새봄 유치원.선생님이 야외 활동을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한 곳으로 달려갔다.“추도윤, 나도 보여줘!”“나도 보고 싶어!”“이거 정말 예쁘다.”“그럼 당연하지! 이건 우리 엄마가 직접 만들어 준 거야!”추도윤이 자신의 머리띠를 자랑하며 말했다.“여기 꽃과 나비는 모두 엄마가 조각한 거야!”“와, 도윤이 엄마 정말 대단하다!”“맞아!”군중심리는 정말 이상한 법이다.비록 그들은 어릴 때부터 좋은 가정 환경에서 자랐지만 사실 그들의 본능적인 호기심에 끌려 모두 추도윤의 새 머리띠를 보기 위해 경쟁했다.그러나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은 사람은 하늘이였다.하늘이는 우르르 모여 있는 친구들을 보며 홀로 그네에 앉아 있었다.그러다가 푸념을 하듯 한숨을 쉬고는 발로 힘껏 발을 내디뎠다.사실 평소 하늘이는 혼자 놀지 않는다.그네에 앉아 있으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하늘이를 뒤에서 밀어줬지만 추도윤이 전학 오고 나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그리고 추도윤이 하늘이가 자기를 괴롭혔다고 거짓말을 한 후로 하늘이의 친구들은 더욱 적어졌다.예전엔 너무 많은 친구들이 다가와 괴로워했던 하늘이는 지금은 혼자서 외로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다행히 선생님이 곧 이를 알아차렸다.선생님은 아이들이 더는 추도윤의 머리띠를 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 머리띠를 다시 추도윤에게 넘기며 말했다.“이런 소중한 물건은 함부로 꺼내지 마. 선생님이 보관해 줄게.”“싫어요.”추도윤은 즉시 반박했고 발찌를 강하게 빼앗았다.“이건 우리 엄마가 만들어준 거라고요!”“그럼 선생님이 도윤이 가방에 넣어줄까?”추도윤은 잠시 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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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하늘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선생님을 따라 사무실에 갔다.그러나 아직 들어가기도 전에 추도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망했어. 다 망했다고! 엄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야...”추도윤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는데 그 소리가 어찌나 날카로운지 마치 사무실 천장을 찢어버릴 것 같았다.하늘이는 그 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휙 돌렸다.“자, 우리 도윤이. 이제 울지 마.”옆에 있던 선생님이 계속 추도윤을 달래고 있었지만 추도윤은 여전히 큰 슬픔에 빠져 있어 주위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저기... 하늘이 왔어요.”이때, 하늘이의 옆에 있던 선생님이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추도윤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바로 달려와서 하늘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너지? 네가 그랬지? 분명히 네가 내 걸 망쳤을 거야. 이 나쁜 여자야!”추도윤은 하늘이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하늘이는 태권도를 배운 적이 있다.그래서 한 손으로 날아오는 추도윤의 주먹을 잡았다.“아파! 이거 놔줘. 선생님, 이거 보세요, 성하늘이 또 저를 괴롭혔어요.”선생님은 이를 보고 급히 다가가서 두 사람을 말렸다.“하늘아, 손 놔.”“맞아. 싸우지 마.”하늘이는 선생님의 말에 손을 풀었지만 고개를 돌려 진지하게 말했다.“선생님, 방금 보지 않으셨어요?”“뭐... 뭐를?”“방금 분명 쟤가 먼저 절 때렸어요.”하늘이가 계속 말했다.“왜 그때 막지 않으셨어요?”하늘이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했지만 큰 눈을 부릅뜨며 말하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불안해졌다.이내 추도윤의 목소리가 금방 다시 들려왔다.“너야! 네가 나 괴롭힌 거야! 네가 내 발찌 망친 거라고!”그 말을 듣고 선생님은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하늘이에게 물었다.“그... 하늘아, 추도윤의 머리띠가 망가졌어, 하늘이는 누가 그런 건지 알아?”“모르겠어요.”하늘이의 대답은 매우 간결했다.그 말을 들은 선생님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그러나 추도윤은 다시 달려들었다.“너 아니면 누구겠어? 분명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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