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밤새 충분한 수면을 취했다. 나 같은 신부는 아마 세상에 처음일지도 모르겠다.침실을 나서자 화장대 앞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이미 와 있었고 안리영은 먼저 일어나 나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안녕, 신... 오늘도 신나는 하루.”‘신부’라는 단어를 말하려다 급히 말을 바꾼 게 분명했다.“너도 신나는 하루 보내.”나는 하품을 하며 일부러 모르는 척 어색한 인사를 이어갔다.“이 두 분은 누구셔?”“메이크업 아티스트야. 오늘은 신... 아니, 새로 출발하는 날이잖아. 가장 주목받는 날이니까 예쁘게 꾸며야지.”안리영의 말은 자꾸만 꼬였다.아직도 숨기려 하다니, 안리영도 참 힘들 것 같았다.나는 괜히 지적하지 않고 나중에 웨딩드레스를 입었을 때 그녀가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하기로 했다.“그럼 나 세수 좀 하고 올게.”나는 가볍게 말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보며 이미 살짝 불러온 배를 손으로 감쌌다.“아가야, 오늘 아빠랑 엄마가 결혼하는 날이야. 이제 우린 진짜 가족이 되는 거야.”강씨 가문을 떠난 후, 내 안엔 항상 공허함이 남아 있었다. 진정우가 곁에 있어도 그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았다.그것이 가족이 없기 때문이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지붕이 있다고 해서 다 집은 아니다.집이란 누군가가 나를 기다려주는 곳이자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항상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는 곳이다.십여 년 전, 부모를 잃고 내 집도 잃었다. 이후 강씨 가문이 나의 안식처가 되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드디어 나만의 집이 생기려 하고 있었다.밖에서 안리영의 전화 통화 소리가 들렸다.“네, 알겠어요. 재촉도 안 했고 부르지도 않았어요. 그냥 편하게 자도록 내버려 뒀어요. 지금 세수 중이에요. 물 따를 거니까 걱정 마요, 정우 씨. 예비 아내는 무사히, 아주 예쁘게 정우 씨 앞에 도착할 거니까.”나는 그 말을 들으며 웃음이 났다.이게 바로 진정우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배려와 염려, 그게 몸에 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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