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리영의 마음이 살짝 떨렸지만 내색하지 않고 눈을 바라보며 장난을 계속했다.애써 감추려 했지만 조시언은 그녀가 도망치고 있다는 걸 이미 알아채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도망칠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수술을 마친 안리영은 어머니 조수민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엄마? 무슨 일이야?”“너 요즘 삼촌 집에 있지?”조수민의 말에 안리영은 등줄기를 타고 싸늘한 기운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응, 그런데 왜?”“그럼 네 삼촌이 요즘 무슨 일 하는지 알겠네?”뜻밖의 질문에 안리영은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이 됐다.“주 여사님, 그냥 솔직히 말해줘. 이렇게 돌려 말하면 혈압만 오르고 더 불안하잖아.”안리영은 수술실을 나와 자신의 휴게실 안으로 들어섰다.“너 삼촌, 바람났어.”조수민이 깊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안리영은 순간 멈칫했다. 표현은 강했지만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애초에 연인 사이도 아닌데 바람이라니.하지만 어머니가 말한 ‘바람’의 뜻은 짐작이 갔다. 삼촌이 친가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어머니가 알아챈 것이다.계속 불안했는데 결국 이렇게 터져버린 셈이었다.“어떻게 알았어?”안리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너도 알고 있었지? 왜 말 안 했어, 리영아!”놀란 안리영은 본능적으로 휴대폰을 귀에서 조금 떼었고 곧 어머니의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너희 다 컸다고 이제 다 나를 떠나는구나...”“엄마, 그래서 말 안 한 거야. 엄마가 이렇게 반응할 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그리고 삼촌도 그냥 친엄마를 한번 찾아보려는 거지, 우리를 떠나려는 건 아니잖아.”안리영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네가 뭘 안다고 그래? 찾아보면 돌아가고 싶어지는 게 사람 마음이야. 진짜 돌아갈 생각 없었으면 애초에 찾지도 않았겠지.”조수민은 단호했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는 절대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사실 안리영도 예전에 이 질문을 조시언에게 던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알게 될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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