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발표를 한 다음 가족들과 만나면 어색해질까 봐 미리 떠난 것 같았다.안리영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좋은 아침이에요. 할아버지, 할머니, 우리 어머니도.”다들 기분이 좋으니 안리영도 기분이 좋았다.“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야?”할머니가 먼저 얘기했다.안리영은 할머니 쪽으로 와서 어깨를 안고 뽀뽀하면서 얘기했다.“아, 우리 할머니 향기 너무 좋은데요?”“오늘 네 숙모가 준 향수를 뿌렸거든. 어때, 괜찮아?”할머니는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향수도 해외 유명브랜드만 쓸 만큼 말이다.한지은이 그런 할머니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한 건 아마 조시언이 알려줘서일 것이다.안리영은 조수민에게로 걸어가 조수민을 안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이게 무슨 일이야? 왜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아보이지?”조수민은 안리영을 가볍게 치고 얘기했다.“그럼 넌 무슨 일이 있기를 바란 거야?”“그게 아니라, 난 오늘 집안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그런데 막 그렇게 심각하진 않은 것 같네? 삼촌, 도대체 뭘 한 거야?”안리영이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뭘 하지는 않았어. 그저 마지막까지 부모님과 함께한 거지. 그리고 이 집을 떠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두 분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거야.”조수민은 자기 아버지를 보면서 얘기했다.“우리가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게 아무렇지 않아 하시는 거야.”안리영은 마음이 약간 울컥했다. 그리고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본인이 너무 행운스럽다고 생각했다. 다들 서로 배려하고 생각하는 따뜻한 사람이니까 말이다.“그럼 다행이네.”안리영이 한숨을 내쉬었다.“리영아, 사실 네 삼촌 조금 이상해. 조씨 가문을 떠나지 않을 거면서 왜 혈연관계가 없다고 해명한 걸까?”조수민은 그 질문을 여러 번 했다.안리영은 괜히 속이 찔려서 얘기했다.“엄마, 나는 출근해야 해서 가볼게.”“너 오늘 오프라고 하지 않았어?”조수민이 바로 안리영의 거짓말을 발견했다.오프인 것은 맞다. 하지만 안리영은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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