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981 - Chapter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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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1화

“그럼 하늘이 너희를 돕는 거야.”나는 안리영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잘 생각해봐. 정말 조시언 씨를 좋아하는 게 아닌지, 사귀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는지. 조시언 씨가 다른 여자한테 잘 해주는 걸 보면서 질투심이 생기진 않는지.”“아니야.”안리영은 깔끔하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저었다.나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아니야.”“뭐라는 거야. 정말 그런 생각이 든 적 없다니까. 임신하더니 청력에 문제 생긴 거야?”안리영이 강경하게 부정했다.“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야.”나는 안리영의 말에 반박하면서 얘기했다.안리영은 나를 보더니 결국 못 숨기겠다는 듯 얘기했다.“그래, 네 눈은 못 속이겠네.”“리영아, 정말 좋아하는 거라면 조금 용기를 내봐.”난 안리영을 떠보면서 얘기했다.그날 진정우의 말을 들은 이후 나는 조시언과 안리영 사이의 가장 큰 문제가 부모님의 반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안리영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렇게 보면 조시언은 정말 인내심이 강한 편이었다. 안리영이 용기를 낼 수 있게 기다려주고 있으니까 말이다.“여자 친구도 있는 사람한테 내가 뭘 하겠어. 불륜녀라도 되어보라는 거야?”안리영은 그 말을 하고 커피를 원샷해버렸다.“리영아, 이건 커피야. 맥주가 아니라고.”난 웃으면서 장난스레 얘기했다.안리영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날도 추워지고 곧 눈도 올 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래?”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나는 피식 웃으면서 얘기했다.“걱정하지 않아도 돼. 겨울이 되면 알 테니까 말이야.”조시언은 이미 겨울을 대비한 공사를 오늘 저녁부터 시작하게 했다. 카페는 주민 구역과 조금 떨어져 있었기에 밤에 공사를 해도 괜찮았다.“조시언 씨는 그래도 널 좋아하고 있어.”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안리영은 가볍게 코웃음 치고 얘기했다.“그러면서 여자 친구를 사귄 거야? 쓰레기네.”“너 정말 바보야? 조시언 씨가 아무리 널 좋아해도 넌 싫어했잖아. 그러니 조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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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혹시 남자 친구?”안리영이 물었다.그러자 나도 그 생각이 들었다.진소영은 이제 성인이다. 대학에서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것쯤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진소영은 고개를 들어 안리영을 쳐다보았다. 나는 약간 당황한 듯한 진소영의 눈을 보면서 웃으며 얘기했다.“그 나이에 남자 친구를 사귀는 건 지극히 정상이야. 정우 씨도 뭐라고 하지 않을 거야.”말이 끝나자마자 진정우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생과일주스와 커피를 들고 와서 내 앞에 생과일주스를 놓고 진소영 앞에 커피를 놓았다.“안 그래도 우리가 너희 학교에 가보려고 했는데.”진정우는 진소영을 애지중지 키웠다. 그래서 진소영의 일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곧 방학인데, 어떻게 하려고?”진정우가 자리에 앉아서 물었다.“해외로 가고 싶어요.”그 말에 다들 놀랐다.진정우도 생각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소영은 심장이 좋지 않아 멀리 나가지 않던 사람이다.“여행 가려고?”진정우가 차근차근 물었다.진소영은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그런 셈이기도 해요. 하지만 중요한 건 해외로 나가서 학교를 알아보려고요. 유학 가고 싶거든요.”그 말에 나는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진소영이 대학에 가든지, 혹은 해외로 여행을 가든지, 그건 진소영이 원해서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하지만 나는 이미 지금의 현 상황에 안주하여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진정우는 크게 놀라지 않고 대답했다.“좋은 생각이네. 혼자서 가려고?”“...응.”진소영이 약간 멈칫하다가 대답했다.나는 진정우를 쳐다보았다. 진정우는 진소영을 뚫어질 듯 쳐다보면서 얘기했다.“혼자는 위험하니까 안돼. 해외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데.”진정우는 아주 깔끔하게 진소영의 요구를 거절해버렸다. 진소영은 고개를 쳐들었다.“내가 뭐 위험한 나라에 가는 것도 아니고 그저...”진소영의 목소리는 너무 낮아서, 나는 진소영이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 제대로 듣지 못했다. 안리영은 약간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거기에 아는 친구라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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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지금 진소영은 사춘기와 같았다. 만약 그런 진소영을 압박한다면 진소영은 더욱 반항하면서 몰래 도망가버릴지도 몰랐다.“그래, 알겠어. 언제 갈 건지만 알려줘.”진정우는 내 눈빛을 보고 진소영에게 긍정의 답을 내놓았다.진소영은 마음을 놓았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방학하면 갈 거야.”“언제 방학인데?”진정우가 물었다.“...다음 주 금요일.”진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그럼 금요일에 공항까지 데려다줄게.”“싫어.”진소영이 바로 거절했다.진정우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그 표정을 본 내가 바로 말을 이었다.“같이 가는 사람이라도 있어?”“응... 학교 선배 한 명이 있어...”진소영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나는 그 선배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내가 테이블 아래로 진정우를 발로 툭 차자 진정우가 얘기했다.“그럼 여행할 때 쓸 돈을 보내줄게. 거기 가서 잘 지내. 매일 생존 신고하는 거 잊지 말고. 그리고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바로 나한테 알려줘.”진소영은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우는 진소영더러 남아서 같이 저녁을 먹으라고 했지만 진소영은 시험 준비로 바쁘다고 떠나버렸다.진소영이 떠난 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안리영이었다.“정말 구안석이랑 사귄다고 해도 나쁠 건 없잖아?”나는 진정우를 쳐다보았다. 진정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안리영은 나를 툭 치면서 물었다.“아버지가 딸을 시집보내는 기분이라서 저러는 걸까?”“아무래도. 동생을 딸처럼 키웠으니까.”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진정우에게는 다른 걱정도 있을 것이다. 구안석과 안리영이 사귄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설마 구안석이 나랑 사귀었었어서, 소영 씨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안리영도 멍청한 것은 아니었다.나는 안리영에게 솔직하게 얘기했다.“그럴 수도 있지.”“흥.”안리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고 얘기했다.“걱정하지 말라고 해.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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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운전해서 돌아가는 길. 하늘은 이미 어두워졌고 도로 위에는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가득했다.업무 때문이 아닌, 얼른 가족을 만나러 집으로 가는 모습이었다.안리영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문득 조시언과 함께 살던 날을 떠올렸다.안리영이 그의 집에 갈 때마다 조시언은 소파에 앉아서 신문이나 텔레비젼을 보고 있지 않으면 주방에서 요리했다. 안리영은 그걸 보면서 별다른 기분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떠올리니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것 같았다.그 감정도 잠시, 안리영은 정신을 차렸다. 어쩌면 이제는 정말 적당한 사람을 찾아서 결혼해야 할지도 모른다. 매일 퇴근하고 돌아와서 같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사람 말이다.그 생각이 깊어질수록, 안리영은 춥고 외로운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졌다. 집 아래에 도착한 안리영은 어두운 창문을 보면서 그대로 차에 앉아있었다.하지만 집에 가지 않으면 어디에 갈 수 있을까?할아버지 집?차에 앉은 안리영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곧 눈이 온대! 너무 기대되지 않아?”“그러게 말이야. 큰눈이라던데, 내일 내가 데려다줄게. 위험하잖아.”“좋아. 내일 눈 오면 일찍 깨워줘. 같이 눈사람 만들자.”젊은 커플이 안리영 옆을 지나갔다. 손깍지를 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안리영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안리영은 고개를 꺾어 창밖의 밤하늘을 쳐다보았다.하늘엔 정말 별이 보이지 않았다. 정말 내일 눈이 올 것 같았다.안리영은 차에서 내렸다. 더 오래 앉아있다가는 이상한 생각을 할 것만 같아서였다.차에서 내린 안리영은 아파트 단지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바에 갔다.직업 특성상 술을 잘 마시지는 않지만 오늘은 왠지 사람 많은 곳에서 술 한잔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전에는 왜 사람들이 바에 가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쩐지 이해할 수 있었다.요즘 들어 일에 집중하다 보니 인생이 너무 무미건조했던 것 같다. 안리영은 상사가 본인의 업무를 덜어준 것에 고맙게 생각했다.안리영은 일단 가볍게 술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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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쨍그랑.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얼굴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옆에서 지나가던 여자는 그 모습을 보고 새된 비명을 질렀다. 이윽고 남자의 동행이 와서 그 장면을 목격하고 바로 안리영에게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다.안리영은 전혀 놀라지 않고 술병을 든 채 말했다.“덤벼봐, 어디 한번.”혼자였지만 그 기세만큼은 천군만마 같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바의 매니저는 그 상황을 보고 얼른 경찰에 신고했다. 안리영은 그대로 경찰서로 끌려갔다.다행인 것은 바에 CCTV가 있어서 남자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하지만 불행이라면 아마 안리영이 너무 과격하게 대응했다는 점, 그리고 상대방이 꽤 돈 있는 집안이라는 점이었다.“이 정도면 과잉방위입니다.”경찰이 결론을 내렸다.안리영은 의사였지만 법을 아예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피식 웃음을 흘리고 얘기했다.“술병도 과잉방위면 애초에 칼로 할 걸 그랬어요.”경찰은 안리영의 말을 듣고 표정을 구기더니 바로 안리영을 구속하려고 했다.“법적으로 해결해야죠. 만약 오늘날 구속한다면 내일 바로 인터넷에 당신들을 폭로할 거예요. 어디 한 번 끝까지 해봐요.”안리영이 이를 꽉 깨물고 얘기했다.인터넷으로 소식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는지 아는 경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안리영한테서 남다른 기세를 느꼈다.아무리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재벌과 거지를 구분하는 건 쉬웠으니까 말이다.경찰은 남자 쪽에서 들어오는 압박에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리영의 집안을 떠보고자 말했다.“가족한테 전화해서 여기로 오라고 해요. 그렇지 않으면 구속될 테니까.”“전 이미 성인이에요.”“부를 거예요, 안 부를 거예요?”경찰은 압수했던 핸드폰을 돌려주면서 물었다.예전에 이런 일이 생겼다면 안리영은 바로 조시언을 찾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그렇다고 가족에게 전화할 수도 없었다. 괜히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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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조시언은 안리영을 데리고 떠났다. 안리영은 조시언의 뒤를 따라 걸으며 어깨 위의 커다란 외투를 매만졌다.옷에서는 조시언의 향기가 느껴졌다. 안리영은 저도 모르게 그 옷에 코를 파묻었다.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걷는 것도 쉽지 않았고 시야 속의 조시언도 자꾸만 흔들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밖에서 찬 바람을 맞으니 그 순간 정신이 들었다.외투를 꽉 껴입은 안리영은 그제야 조시언이 얇은 셔츠 한 장만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삼촌.”조시언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걸어갔다.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듣지 못한 것인지, 조시언은 그저 묵묵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잘못한 아이가 부모님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것 같았다. 따라잡을 수도, 멀리 떨어질 수도 없는 사이 말이다.날씨가 추워졌기에 이렇게 가다가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안리영은 외투를 돌려주려고 총총 뛰어가다가 그만 앞으로 넘어져 버리고 말았다.무릎 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안리영이 고통을 참으면서 겨우 숨을 돌렸을 때 커다란 그림자가 안리영을 덮었다. 익숙한 손이 안리영의 발목을 움켜잡았다.조시언은 차가운 눈빛으로 상처가 난 부위를 보더니 또 안리영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발목을 움직여보았다.아프긴 했지만 움직일 수는 있었다.“뼈는 괜찮아.”안리영은 의사기에 알 수 있었다. 조시언도 고개를 끄덕였다.조시언이 일어나려고 하는데 안리영이 갑자기 조시언의 셔츠 자락을 붙잡았다.“삼촌.”허리를 굽힌 채 서 있는 조시언은 바닥에 앉아 고개를 쳐들고 있는 안리영과 눈을 마주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조용히 서로 대치했다.“삼촌, 나 좀 부축해줘. 못 일어나겠어.”뼈가 부러진 건 아니지만 아픈 건 아픈 것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술기운 때문에 정신이 몽롱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마실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락가락할 정도였다.두 잔만 마셔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탕 마시고 바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른다.조시언은 이를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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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삼촌.”안리영이 낮은 소리로 그를 불렀다. 조시언은 못 들은 척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안리영은 미간을 찌푸렸다.‘청력이 안 좋은 건가?’안리영은 손을 들어 조시언의 귀를 만지며 말했다.“귀는 장식이야? 내가 불렀잖아, 삼촌.”조시언은 그대로 멈추어 서버린 채 굳어버렸다.귀는 민감한 부위였다.“손 떼.”조시언이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왜 날 무시하는 거야? 귀에 문제라도 생겼어?”안리영은 그렇게 얘기하면서 조시언의 귓불을 만지작거렸다.두껍고 말랑한 게 마치 미니 스트레스 볼 같기도 했다.조시언은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안리영은 장난스레 잡고 놓지 않았다. 조시언이 안리영을 떼어내려고 할수록 안리영은 더욱 끈질기게 따라붙었다.결국 먼저 포기한 건 조시언 쪽이었다.“삼촌 귓불은 엄청 두껍네. 복귀인가 봐.”안리영은 술기운에 머리가 핑했다. 말로만 삼촌이라고 부를 뿐, 거의 친구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조시언은 그저 안리영을 안고 앞으로 걸어갔다.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발걸음은 느긋한 걸 보아하니 어쩌면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예쁘게 생겨서 뭐해. 쓸모도 없는데.”안리영은 조시언이 본인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입술을 비죽 내밀고 얘기했다.이때 마침 커플이 지나갔다. 그들은 조시언과 안리영을 힐긋 쳐다보더니 얘기했다.“나 돌아가서 다이어트 할 거야.”남자는 웃으면서 얘기했다.“다이어트 안 해도 돼. 내가 운동하면 되니까.”안리영은 멀어져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남자는 마른 체형이었고 여자는 약간 살집이 있었다. 만약 남자가 여자를 안아 들려면 남자는 근육을 키워야 하고 여자는 살을 빼야 했다.“삼촌, 만약 내가 저 여자처럼 살이 찌면... 혹은 나중에 임신해서 배가 나오면, 그래도 날 안아 들어줄 수 있어?”당연히 가능했다.하지만 조시언은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안리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됐어, 안을 수 있다고 해도 안 안아줄 거잖아. 여자 친구가 있으니까.”그 생각에 안리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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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조시언은 안리영의 허락만 기다리고 있는데, 성공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조시언은 쉽게 대답해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안리영이 이렇게 물을 수 있는 것은 술기운 때문이다. 내일 술이 깨면 안리영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안리영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애초부터 마음이 없었던 게 아니라 그저 걱정되어서 용기를 내지 못했던 것뿐인 것 같았다.“너 취했어. 난 네 삼촌이야.”조시언은 일부러 딱딱하게 굴면서 얘기했다.안리영은 피식 웃었다.“이제야 삼촌이라고 하는 거야? 날 좋아한다고 할 때는 그 생각을 못 한 거야?”조시언은 안리영이 취해서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떠보는 것인지 몰랐다.하지만 어느 쪽이든지 쉽게 대답해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안리영은 쉽게 조시언을 포기할 것이니까 말이다.“이제는 알았어. 그래서 반성하는 중이야.”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이 멍해졌다.알았다니?그럼 원래 안 좋아했다는 건가? 그저 일시적인 충동이었다는 건가?그래서 지금 새로운 여자 친구를 찾은 건가?“그럼 내가 아무리 들이대도 성공하지 못할 거라는 뜻이네?”안리영은 약간 억울하고 아쉬운 듯 얘기했다.조시언은 시선을 내리고 멍해진 안리영의 표정을 보면서 얘기했다.“너 취했어.”“안 취했어.”안리영은 갑자기 반항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아니, 넌 맨정신에 그런 말을 하지 않아. 내가 고백했을 때는 놀라서 바로 도망갔으면서.”조시언이 중얼거렸다.“놀란 게 아니거든. 난 그저... 그저...”안리영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안리영은 조시언을 뚫어지라 쳐다보다가 물었다.“정말 한지은 씨를 좋아해?”“지은 씨는 좋은 여자야. 적극적이고 용감하지.”조시언은 애매하게 대답했다.안리영은 그동안 조시언이 다른 여자를 칭찬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지은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니 조시언이 얼마나 한지은을 좋아하는지 알 것만 같았다.안리영도 한지은을 인정할 정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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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그럴 리가 없었다. 아무리 마음이 좋지 않다고 해도 울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이때 지나가는 누군가가 얘기했다.“눈 온다.”안리영은 그 말을 듣고 얼른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서는 하얀 눈송이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삼촌, 눈 와!”첫눈을 본 안리영은 순식간에 기뻐했다.조시언은 작게 대답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첫눈이야.”안리영은 조시언의 팔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삼촌, 첫눈에 소원 빌면 이루어진대.”알콜에 취한 안리영은 고등학생이 된 듯 천진난만하게 얘기했다.“그럼 소원 빌어.”조시언은 그런 안리영을 보면서 얘기했다.안리영은 조시언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같이 빌자. 같이...”같이 뭘 빌면 좋을까?안리영은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생각하지 못했다.“삼촌이 한지은 씨와 결혼하지 않게 해달라고 빌어야겠어.”안리영이 갑자기 얘기했다.“뭐라고?”조시언이 안리영을 쳐다보았다. “내가 한지은 씨한테서 삼촌을 뺏지 못할 거라면서. 그럼 난 신한테 빌어야지. 그렇게라도 두 사람을 떼어놓을 수 있게.”“왜 갑자기 날 빼앗으려는 건데?”조시언이 물었다.예쁘게 꾸민 안리영의 입술 위로 눈꽃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체온에 녹아 그대로 물방울이 되어 안리영의 입술을 적셔주었다.조시언은 마른침을 삼켰다. 아무 대답도 없는 안리영을 보면서 조시언이 캐물었다.“응?”차가운 눈꽃에 피부에 닿아 녹아버리자 안리영은 약간 간지럽다고 생각하고 혀로 입술을 핥았다.그 모습을 보면서 조시언은 더욱 열이 올랐다.안리영은 내려오는 눈꽃을 손에 담았다.“삼촌, 봐. 큰눈이 내려...”안리영은 대답하지 않고 조시언도 더 묻지 않았다. 그저 하늘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눈이 더욱 세게 내리는 것 같았다.조시언은 안리영을 안고 차에 타려고 했지만 안리영이 조시언을 가볍게 치고 얘기했다.“싫어, 눈 맞을 거야.”안리영은 춥지 않았지만 조시언은 셔츠 한 장만 입은 터였다.그래도 안리영이 좋아하니 조시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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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눈은 두 사람의 마음도 모르고 계속 펑펑 내렸다.조시언은 천천히 안리영은 내려놓았다. 하지만 손은 여전히 안리영의 허리에 있었다.붉어진 얼굴로, 조시언이 물었다.“그럼 나랑 사귈래?”안리영은 고개를 쳐들었다. 목이 약간 뻐근했고 눈꽃이 차가워서 신경 쓰였다.‘삼촌이 깔창을 깔았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키가 커 보이지?”“그러고 싶지만 못하겠어.”안리영은 솔직하게 대답했다.조시언은 심장이 더욱 거세게 뛰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안리영의 솔직한 반응을 이끌어냈으니까 말이다.조시언은 안리영이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았다. 어둠이 묻은 눈으로, 조시언이 물었다.“네가 걱정하는 모든 것은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해줄게. 넌 그저 나랑 같이 가면 돼.”안리영은 순진무구한 눈으로 조시언을 쳐다보았다. 안리영에게 있어서 조시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이었다.전에 구안석과 사귄 적이 있다고 해도, 조시언은 불변의 1위였다.눈꽃이 조시언의 눈썹과 콧대, 그리고 입술 위에 내려앉았다.가로등이 조시언을 비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조시언은 용기를 내달라고 얘기한다.하지만 안리영이 어떻게 해야 용기를 내는 것일까.안리영은 조시언의 입술을 빤히 쳐다보다가 뒤꿈치를 들고 바로 키스를 했다.두 입술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안리영은 쑥스러움에 숨고 싶었지만 그 순간 허리를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눈 내리는 조용한 밤, 두 사람에게는 서로의 심장 소리만 들렸다.눈꽃이 내려와 안리영의 이마에서 녹아내렸다.그 차가운 감각에 안리영은 본인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삼촌한테 키스하다니. 미친 거 아니야?’정신이 들자 안리영은 제자리에 서서 아무렇지 않은 척 얘기했다.“이 정도면 돼?”용기를 낸 것은 맞지만 오히려 다시 한 걸음 멀어진 기분이었다.조시언은 그런 안리영을 쳐다보면서 놓아주기로 했다. 이 기회에 더욱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혼을 내면서 말이다.“장난도 참, 너 정말 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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