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선물을 챙겨주는 상사라니, 나였어도 받들어 모실 것이다.“우리는 일단 집에서 명절을 보낼 생각이에요.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시 오려고요.”진정우도 조시언에게 얘기했다. 조시언은 나와 진정우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조시언의 차량이 병원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진정우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왜 웃어?”“선물을 나눠준다는 걸 보니까 곧 안리영이랑 만날 거 같아서.”그러다가 내가 물었다.“정우 씨, 조시언 씨가 이 병원에 잘해주는 거, 설마 리영이 때문일까?”“잘 모르겠는데?”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진정우를 쳐다보았다.“정말 모르겠어요?”진정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다른 사람들은 임신하면 멍청해진다더니, 우리 지원이는 총명해지는 것 같네.”내 예상이 맞았다.조시언이 나타나기 전까지, 안리영은 다른 의사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안리영의 옆에는 심장외과의 젊은 남자 교수가 앉아 있었는데 짙은 얼굴선이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은 재미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의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원장이 나서서 얘기했다.“다들 조운 그룹의 조시언 회장님을 열렬한 박수로 맞아주시길 바랍니다.”안리영은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고개를 들어 조시언의 시선을 마주한 안리영은, 조시언의 눈동자에서 불쾌함을 읽어냈다.‘누가 또 조시언을 건드린 거야.’그리고 또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할 일이 없으면 부모님이나 챙겨드릴 것이지, 왜 내 직장까지 찾아온 거람.’안리영 옆의 남자 교수가 안리영을 툭 쳤다.“박수 쳐요.”회의실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안리영을 제외하고 말이다.안리영이 박수 치려고 했을 때, 조시언이 얘기했다.“환영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돼요. 여러분이 그동안 얼마나 수고했는지 잘 아니까요. 그러니 힘을 아껴 써야죠.”조시언의 말에 다른 교수들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남자 교수는 안리영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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