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991 - Chapter 1000

1013 Chapters

제991화

지금 조시언한테는 조씨 가문 사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안리영의 삼촌이니, 조시언은 안리영을 따끔히 혼내야 했다.두 사람은 그저 그 상태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위에 붉어진 안리영의 얼굴을 보면서 조시언이 먼저 굽혔다. 더 대치하다가는 얼굴이 얼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말이다.조시언은 다시 안리영을 안고 차에 앉혔다. 평소였다면 안리영은 조수석에 앉았을 테지만 오늘은 뒷좌석에 앉았다.이제 조시언의 조수석은 다른 여자의 것이니까 말이다.술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그런 것인지, 안리영은 저도 모르게 무릎에 얼굴을 묻어버렸다.조시언은 그런 안리영을 쳐다보면서 안리영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눈치챘다. 그래서 같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조시언이 강하게 나가야 안리영이 용기를 낼 수 있었기에 조시언은 방법이 없었다.조시언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안리영은 이미 잠에 든 상태였다. 조시언은 조심스레 안리영을 품에 안았다. 그러면서 안리영의 눈가가 촉촉히 젖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바보야.”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조시언이 안리영의 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안리영은 꿈 한 번 꾸지 않고 깊게 잠에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눈도 그친지 오래였다. 주변을 돌아본 안리영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그리고 바로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조시언은 정말 차갑고 매정한 남자다.침대에서 일어난 안리영은 창가에 쌓인 눈을 보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렸다.나는 그 인스타를 보자마자 안리영에게 연락했다.[외롭고 쓸쓸해 보이는데?][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던데... 난 남자도 없고...]나는 일부러 안리영을 자극하고자 진정우와의 셀카를 찍어 보냈다. 진정우는 아침 일찍부터 나를 위해 눈사람을 만들어주었다. 나는 그때 찍은 셀카를 안리영에게 보냈다.[우리 절교해.]안리영은 우는 이모티콘을 보내면서 얘기했다.[넌 삼촌이 있잖아.]내가 얘기했다.안리영은 더 얘기하지 않았다. 마당에 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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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큰일이야!’그냥 조용히 갈 것이지, 왜 다시 온 걸까?안리영은 얼른 숨으려고 했다. 하지만 침실까지 돌아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안리영은 가장 가까운 커튼 뒤로 숨어버렸다. 안리영이 커튼 뒤로 몸을 숨기자마자 조시언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공기 중에 남아있는 바디워시 향기와 여자의 체향을 발견했다. 아주 옅었지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조시언은 그 커튼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시언 씨, 인테리어 스타일이 제가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르네요?”한지은의 목소리에 커튼 뒤의 안리영이 깜짝 놀랐다.‘한지은을 데리고 온 거야?’홀로 사는 집에 여자 친구를 데려온 것이 무슨 뜻인지, 안리영은 아주 잘 알았다.어제 조시언의 반응을 떠올린 안리영은 이제 철저히 절망했다. 조시언은 정말 한지은과 결혼할 생각인 것 같았다.안리영은 어색함에 벽지를 긁어 뜯기 직전이었다.사람이란 그런 생물이다. 갖고 있을 때는 소중함을 모르다가 잃고 나서야 알게 되는. 안리영은 그런 사람이 가장 싫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이 그런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싫으면 다시 인테리어하고 옮겨도 돼.”조시언이 얘기했다.“아니요, 괜찮아요. 꽤 마음에 들거든요.”한지은이 약간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얘기했다.안리영은 커튼 뒤에 숨어서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한지은이 이사를 오고 두 사람이 동거한다니.아무리 생각해도 진도가 너무 빠른 것 같았다.안리영은 심장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일단 앉아. 뭐 마실래. 커피?”조시언이 물었다.“네. 커피요.”조시언은 커피 머신 옆으로 가서 안리영이 내려놓은 컵을 발견하고는 자연스레 옆으로 비켜놓은 뒤 한지은을 위해 커피를 내려주었다.“뜨거우니까 조심해.”조시언이 한지은에게 커피를 건네주면서 얘기했다.이건 모두 안리영에게 해주던 행동이다. 하지만 지금 그 상대는 안리영이 아닌 한지은이 되었다.안리영은 긴장되어서 손톱으로 벽을 긁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톱이 안리영의 심장을 긁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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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안리영이 한숨을 돌릴 때, 조시언이 얘기했다.“괜찮아. 내가 할게.”“...”“시언 씨, 여기 있는 화분 좀 봐도 돼요?”한지은은 그렇게 물으면서 이미 커튼 쪽으로 걸어가고 싶었다.화분 뒤에 바로 커튼이 있었다. 게다가 밖이 아주 밝았기에 자칫하면 안리영을 발견할 수도 있었다.‘여기에 숨지 말걸...’하지만 숨을만한 곳이 정말 없었다.조시언은 깔끔한 성격이라 테이블에 아무것도 두지 않는 편이다. 모든 것은 다 서랍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하여튼, 조시언은 이곳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한다.안리영은 숨도 쉬지 못하고 굳어버렸다. 그저 한지은이 대충 보고 지나가기를 바랬다.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욱 드라마틱했다.한지은은 열심히 화분을 보면서 조시언에게 얘기했다.“시언 씨, 여기 잎에 검은색 점이 생긴 걸 보니까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아마도 영양과다인 것 같은데... 얼른 처리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검은 점이 더 많이 퍼질 테니까요.”안리영은 그제야 한지은이 생물학 석사라는 것이 떠올랐다.“어떻게 하면 되는데?”“저한테 맡겨요. 지금 처리해줄게요.”한지은은 말을 마치자마자 소매를 걷고 일을 시작했다.안리영은 그저 눈을 감고 가만히 서 있었다. 한지은이 오전 내내 이곳에 있는다면 안리영도 오전 내내 서 있어야 할 텐데 말이다.“오늘은 됐고, 다음에 해.”조시언이 거절했다.안리영은 그 순간 조시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안리영이 한숨 돌리려는 순간 한지은이 갑자기 물었다.“이 커튼, 이탈리아 GC 거예요?”그렇게 말하면서 한지은은 커튼 앞까지 걸어왔다. 안리영은 한지은의 숨결이 커튼에 닿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았다.‘왜 이렇게 아는 게 많아?’“맞아. 알아볼 줄은 몰랐네.”조시언도 다가와서 얘기했다.커튼 앞에 서 있는 두 사람, 그리고 그 뒤에 숨어있는 한 사람. 정말 긴장감 넘치는 장면이었다.안리영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조시언의 행동이 고의적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한지은은 안리영이 여기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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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커튼이 펄럭였다. 안리영은 차가운 공기가 본인의 몸을 훑는 것을 느꼈다. 안리영은 저도 모르게 또 벽을 긁었다.조시언은 안리영이 커튼 뒤에 숨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다.조시언의 셔츠를 입고 있는 안리영을 보고 있자니...“시언 씨.”한지은은 조시언이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조시언을 불렀다.조시언은 커튼을 원상 복귀 시킨 후 막아서면서 얘기했다.“갑자기 생각난 일이 있어. 다음에 보여줄게. 이제 가자. 데려다줄게.”한지은은 약간 갑작스럽다고 생각했지만 약간 이상해 보이는 조시언을 보면서 커튼을 슥 쳐다본 뒤 떠나버렸다.안리영은 자동차 엔진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들은 후에야 커튼 뒤에서 나왔다. 너무 긴장해서 등 뒤에 땀이 송골송골 나 있었다.흰 셔츠는 그녀의 땀으로 약간 젖어있었다.눈을 뜨진 않았지만 조시언이 안리영을 쳐다보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안리영은 지금 이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었다.하지만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안리영은 건조기 쪽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은 후 떠났다.그러다 커피 머신을 지나치면서 그녀의 커피를 발견했다.조시언은 그때부터 이미 안리영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 뜻인즉슨 조시언의 모든 행동은 안리영의 긴장을 유발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삼촌이 이런 사람이라니...’짜증스레 옷을 갈아입은 안리영은 도망치듯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어제 큰 눈이 내렸었기에 택시를 잡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안리영은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만약 조시언이 돌아와서 마주친다면 얼마나 어색할까.안리영은 얼른 허진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은 허진호를 찾아가는 게 가장 좋을 듯했다. 진정우를 부를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그제야 안리영은 본인에게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무리 가짜 남자 친구라고 하지만 그래도 왜 어제 오지 않은 것인지 물어봐야 하지 않겠는가?허진호는 안리영이 부르자마자 불평불만 없이 바로 운전해서 도착했다.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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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길이 조금 미끄러운 것만 빼면 풍경은 너무 아름다웠다.“아침 안 먹었죠?”허진호는 그렇게 물으면서 봉투 하나를 건넸다.안리영은 그저 허진호를 바라보았고 허진호는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얘기했다.“좋아하는 호떡 사 왔어요.”안리영은 봉투를 열어보고 약간 놀라서 물었다.“내가 이 호떡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남자 친구니까요.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면 장모님이 뭐라고 생각하시겠어요.”허진호는 웃으면서 얘기했다.많이 웃으면 복이 들어온다더니, 허진호를 보면 그 말이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안리영이 차 안에서 아침을 다 먹었을 때 차가 병원에 도착했다. 환자인지 의료진인지 모를 사람들이 병원 앞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세상에는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이 눈사람들 좀 봐요.”허진호의 눈에서 세상은 온통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투성이였다.“사진 찍어줄게요. 얼른 이 아름다운 세상을 사진으로 남겨요.”허진호가 그렇게 얘기하면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이곳은 병원이고 익숙한 동료들이 많았기에 안리영은 사진 촬영을 거절했다.“됐어요.”“그럼 저를 찍어줘요.”허진호는 마치 아이처럼 얘기했다.허진호한테서 아침도 먹고, 허진호의 차도 탄 안리영은 그 부탁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허진호에게 사진을 몇 장 찍어주었다.이제는 떠나도 되겠다고 생각할 때, 허진호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달려가 핸드폰을 쥐여주면서 얘기했다.“사진 촬영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말을 마친 후 허진호는 다시 안리영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눈사람 앞에 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이거 봐요, 너무 예뻐요.”허진호가 핸드폰을 안리영에게 보여주면서 얘기했다.사진을 찍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허진호의 말처럼 예쁘기는 했다.“인스타에 올려야겠어요. 여자 친구와의 첫눈이라고.”허진호의 말에 안리영은 또 어젯밤의 일이 떠올랐다. 조시언에게 뽀뽀했다가 혼난 일 말이다.안리영은 피식 웃으며 허진호를 내버려 둔 채 떠났다.하지만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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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소아청소년과에서 온 간호사야. VIP 병실 담당이지.”나는 안리영의 설명을 듣고 바로 이해했다.“지원아, 네가 그 남자한테 빠진 후로 자주 오지 않았잖아. 그 사이에 의사랑 간호사 인사 변동이 있었어. 그래서 네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안리영의 말이 맞았다. 세상은 매일 변하고 있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었다.내가 카페 사장이 된 것처럼 말이다.출산일이 아직 멀었지만 진정우는 긴장해서 내 곁을 떠나지 않았다.음력설 전날까지도 내 배는 미동도 없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정우 씨, 나 돌아가고 싶어. 카페에서 맞는 첫 음력설이잖아.”나는 음력설을 카페에서 보내고 싶었다.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사방에 예쁜 무드등을 켜놓고 창에 예쁜 스티커를 붙여두고 맛있는 과일을 준비해서 다과회를 가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안리영 씨한테 물어봐. 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하잖아.”진정우는 긴장한 말투로 얘기했다. 하지만 내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었다.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고, 기회를 놓치면 언제 올지 모르니까 말이다.안리영은 간단하게 검사를 해주고 얘기했다.“아직 출산 정황은 보이지 않아. 하지만 출산은 예정대로 찾아오는 게 아니니까... 여기서 멀쩡해도 집에 가면 다를 수 있어.”나는 그렇게 말하는 안리영을 보면서 장난스레 안리영을 툭 쳤다.“음력설 이후에 낳을 거라고 빈말이라도 해주지.”안리영은 피식 웃었다.“그게 내가 정할 수 있는 거야? 네 뱃속의 아이한테 물어봐야지. 그렇지, 아가야?”안리영은 내 배를 어루만지면서 얘기했다.안리영의 동의를 받은 나는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퇴원할 때, 안리영이 진정우에게 얘기했다.“무슨 일 일어나면 얼른 얘기해요.”진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돈봉투를 꺼내주면서 얘기했다.“새해 복 많이 받아요.”안리영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얘기했다.“병원에서 이런 거 받는 거 위법이에요.”“새해 인사예요. 어차피 우리는 가족 같은 사이잖아요.”진정우가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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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명절마다 선물을 챙겨주는 상사라니, 나였어도 받들어 모실 것이다.“우리는 일단 집에서 명절을 보낼 생각이에요. 상황을 지켜보다가 다시 오려고요.”진정우도 조시언에게 얘기했다. 조시언은 나와 진정우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서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았다.조시언의 차량이 병원으로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나는 피식 웃었다. 진정우가 나를 보면서 물었다.“왜 웃어?”“선물을 나눠준다는 걸 보니까 곧 안리영이랑 만날 거 같아서.”그러다가 내가 물었다.“정우 씨, 조시언 씨가 이 병원에 잘해주는 거, 설마 리영이 때문일까?”“잘 모르겠는데?”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진정우를 쳐다보았다.“정말 모르겠어요?”진정우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얘기했다.“다른 사람들은 임신하면 멍청해진다더니, 우리 지원이는 총명해지는 것 같네.”내 예상이 맞았다.조시언이 나타나기 전까지, 안리영은 다른 의사들과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안리영의 옆에는 심장외과의 젊은 남자 교수가 앉아 있었는데 짙은 얼굴선이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은 재미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회의실로 들어오는 사람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원장이 나서서 얘기했다.“다들 조운 그룹의 조시언 회장님을 열렬한 박수로 맞아주시길 바랍니다.”안리영은 그대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고개를 들어 조시언의 시선을 마주한 안리영은, 조시언의 눈동자에서 불쾌함을 읽어냈다.‘누가 또 조시언을 건드린 거야.’그리고 또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할 일이 없으면 부모님이나 챙겨드릴 것이지, 왜 내 직장까지 찾아온 거람.’안리영 옆의 남자 교수가 안리영을 툭 쳤다.“박수 쳐요.”회의실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안리영을 제외하고 말이다.안리영이 박수 치려고 했을 때, 조시언이 얘기했다.“환영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돼요. 여러분이 그동안 얼마나 수고했는지 잘 아니까요. 그러니 힘을 아껴 써야죠.”조시언의 말에 다른 교수들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남자 교수는 안리영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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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나와 진정우는 카페로 돌아왔다. 차에서 내리자 명절 분위기가 흠씬 느껴졌다. 카페의 대문과 마당에는 무드등이 가득 늘어져 있었다.“거의 다 준비해 두긴 했지만 다 끝내지는 않았어, 아무래도 이곳의 주인은 당신이니까.”진정우가 나를 보면서 얘기했다.배가 불러왔으니 직접 이걸 다 꾸미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는 아쉬운 나의 마음을 귀신같이 알아차린 것이다.진정우는 정말 점점 좋은 남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진정우는 나를 부축하여 안으로 들어갔다. 명절이지만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것도 거의 다 혼자 온 손님이었다.그들은 자리에 앉아서 멍을 때리거나, 책을 보거나,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가족끼리 모이는 명절에 카페로 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그들이 왜 이곳으로 도망 온 것인지 알 것만 같았다.“손님들한테 디저트 하나씩 내어드려.”내가 진정우에게 얘기했다.진정우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안에서 디저트를 가져와 손님들에게 나눠드렸다.그리고 내 몫도 가져와서 얘기했다.“일단 먹고 있어. 이따가 일하게.”나는 마당을 둘러보며 아늑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테이블 위에 새로운 화분도 생겨서 더욱 싱싱해 보였다.“당신이 다 준비했잖아. 내가 할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은데?”나는 한 바퀴 둘러본 다음 진정우를 향해 얘기했다.그러자 진정우가 웃었다.“당연히 있지. 우리는 그저 당신이 손 대기 힘든 곳을 꾸몄을 뿐이야.”진정우의 말이 맞았다.나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진정우의 부축을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가게를 지키던 직원이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너도. 얼른 정리하고 집에 돌아가.”나랑 진정우가 있으니 웬만한 일은 다 할 수 있었다.직원은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사장님.”“이건 보너스.”나는 진정우 손에서 돈봉투를 가져와 직원에게 건네주었다.직원은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감사합니다, 사장님. 번창하세요!”직원이 떠나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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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진정우는 종이를 깔아주었고 나는 먹을 갈았다. 진정우는 또 옆에서 카메라를 세팅하고 내 영상을 찍어주었다.“뭐라고 쓸까?”눈앞의 종이를 보면서, 내가 진정우에게 물었다.“네가 쓰고 싶은 것으로 써. 아무거나.”진정우는 내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것처럼 얘기했다.나는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한 구절이 떠올랐다.[너와 내가 함께라면 언제나 따뜻한 이곳.][같이 맞는 봄.]글을 다 쓴 뒤 진정우를 쳐다보자 진정우는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진정우를 향해 얘기했다.“웃지 마.”“아니, 너무 잘 써서 그래. 우리 아내한테 시인의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네.”그렇게 얘기하면서 진정우는 내 손에서 붓을 가져갔다.“붓글씨도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어.”그 말에 나는 바로 부모님을 떠올렸다. 두 분이 살아계실 때, 나는 여러 학원에 다니면서 재능을 키워나갔다. 그러다가 우씨 가문으로 온 뒤, 부모님은 여전히 더 배우고 싶냐고 물었었다.그때의 나는 빌붙어 사는 입장이라 눈치가 보이기도 했고 대다수 학원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포기하곤 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배움은 무시할 수 없었다.그래서 지금 붓을 다시 들어도 예전의 감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서예가처럼 멋지게 쓸 수는 없었지만 봐줄 만했다.진정우는 나를 자리에 앉히고 카메라를 보여주었다.카메라 속에는 카페를 꾸민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었다.“아쉬워할까 봐.”진정우는 역시 나를 너무 잘 알았다.종이가 마르자 나와 진정우는 문에 붙일 준비를 했다. 카페 안의 손님들은 배가 나온 내가 일하는 게 신경 쓰인 것인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우려고 했다.나와 진정우가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손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어 더욱 재미있고 빠르게 끝났다.그중 한 여자아이는 종이로 꽃을 접을 수 있다고 했다. 진정우가 가위를 가져다주자 여자아이는 바로 종이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작은 손으로 또 나와 진정우의 모습까지 만들어주었다.나는 너무 기뻐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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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설에 가장 즐거운 것은 세배 시간이다.조수민이 가장 먼저 안리영과 안리영 아버지를 끌고 나와 두 어르신 앞에서 세배를 했다.두 어르신은 바로 세뱃돈을 건네주었다. 아무리 어른이라고 해도 조씨 가문에서는 세배만 하면 세뱃돈은 받을 수 있었다.돈이 모자란 나이는 아니지만, 조수민 부부는 세뱃돈을 받고 아이처럼 기뻐했다.그다음은 바로 조시언이었다. 안리영은 조시언이 어디서 무릎을 꿇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해외에서 명절을 보냈으니까 말이다.조시언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세배를 올렸다. 다른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동작이었지만 조시언의 분위기 때문인지,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마치 왕자가 즉위 의식을 앞두고 한쪽 무릎을 꿇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안리영은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했다.“삼촌 세배는 불합격이야.”안리영의 말에 모든 사람이 안리영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조수민이 가장 먼저 안리영을 쏘아보면서 장난 그만하라는 시선을 보냈다.“이마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야지. 근데 우리 집 바닥은 너무 단단하니까, 내가 도와줄게.”그렇게 웃으면서 말을 마친 안리영은 주방으로 가서 그릇 하나를 가져왔다.안리영이 그릇을 바닥에 놓으려는데 조수민이 안리영을 붙잡고 당장이라도 때릴듯한 기세로 얘기했다.“너 이젠 어른이야. 이런 거로 장난칠 나이 아니라고! 얼른 되돌려놔.”“아직 아이지. 시언이랑 같아. 어릴 때 두 사람은 이렇게 세배를 했잖아. 그럼 리영이가 하라는 대로 해.”할머니는 안리영의 생각이 마음에 든 듯 얘기했다.“그래, 너희 어릴 때 추억도 생각나고, 좋네. 두 사람이 같이 세배를 올리면 되겠어.”평소에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안리영의 아버지도 나서서 얘기했다.그러면서 안리영 아버지는 주방으로 가 그릇 하나를 가져와 안리영 옆에 놓고 안리영의 어깨를 꾹 눌렀다.“세배 잘하면 삼촌보다 세뱃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야.”이런 분위기가 되자 안리영은 어쩔 수 없이 세배를 해야했다. 안리영은 입술을 비죽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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