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수는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다가왔다. 눈가에 감격이 어려 있었고 목소리까지 살짝 떨렸다.“도련님이 오늘 오신다고 해서 아침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설마 진짜 오실 줄은 몰랐네요.”강현우는 그녀를 향해 잠시 시선을 주더니 담담하게 짧게 대답했다.“그래.”홍미수는 그가 기억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차가운 태도에 잠시 멈칫했지만 곧 다시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는 옆에 서 있는 윤하경을 바라봤다.“이분이 사모님이죠? 정말 고우세요. 꼭 배우 같으시네.”진심 어린 칭찬과 따뜻한 미소를 마주하자, 윤하경도 굳이 차갑게 굴 수는 없었다.윤하경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물었다.“저희는 어디서 묵으면 될까요?”그제야 홍미수가 손뼉을 치듯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내가 정신이 없었네. 어서 들어오세요. 주인채는 다 준비해 놓았답니다.”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줄지어 서 있던 하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도련님, 사모님, 환영합니다!”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윤하경은 놀라서 본능적으로 귀를 막았다.강현우는 잠시 미간을 좁혔고 홍미수는 재빨리 눈치를 채며 웃음 띤 얼굴로 사람들을 흩어지게 했다.“어서 점심 준비해라. 도련님이랑 사모님 먼 길 오시느라 시장하실 거다.”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홍미수가 두 사람을 안내해 산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산장은 규모가 상당했다. 경성의 강씨 가문 저택 못지않은 위세를 풍겼고 전체가 고풍스러운 한옥 양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정자와 누각, 작은 다리와 연못까지 자리 잡고 있었는데 자욱한 안개와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 같았다.윤하경은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늦추며 둘러봤다. 수많은 풍경을 보아왔지만 이렇게 고즈넉하고도 아련한 분위기는 처음이었다.주인채는 삼합원 구조였다. 응접실과 침실, 서재, 다실까지 다 갖춰져 있었고 마당 한가운데 자리한 연못에서는 값비싼 비단잉어가 유유히 헤엄쳤고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오길 잘했네.’윤하경은 잠시나마 그런 생각이 스쳤다.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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