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네. 가끔은 정말 현우 형이 부러워. 자기 아이가 크는 걸 옆에서 천천히 지켜볼 수 있잖아. 그런데 난 이제 그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유호천의 말이 어딘가 힘이 빠져 있어서, 윤하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는 괜히 비꼬는 말투로 받아쳤다.“그런 소리 하지 마. 지연이가 아이 못 보게 한다고 해도, 주아연의 배 속에는 네 아이가 또 있잖아?”유호천은 그 말에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윤하경을 향해 힘없이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유호천의 뒷모습이 빗속으로 사라지는 걸 보자, 윤하경도 끝까지 모른 척하기는 어려웠다. 윤하경은 가사도우미 한 명을 불러 유호천에게 우산을 가져다주게 했다.그 뒤로는 윤하민을 데리고 올라가 씻기고, 재우려고 했다.윤하민을 씻긴 다음, 윤하경은 문득 아까 유호천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그때였다.“우르릉...”문밖에서 둔탁한 천둥소리가 울렸다.‘이미 늦가을인데, 이 시기에 천둥이 친다고?’윤하경의 가슴 한쪽이 이유 없이 서늘해졌고 불길한 예감이 더 짙어졌다.윤하경은 윤하민의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꼼꼼히 닦아 주고, 볼에 살짝 입을 맞췄다.“하민아, 먼저 자. 엄마가 전화 한 통만 하고 올게. 알겠지?”윤하민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다리로 침대 위로 올라갔다.윤하경은 곧장 서재로 가서 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하경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을 때, 강현우는 저택 안의 헬스장에서 운동 중이었다. 밖은 비가 억수로 내리고 있었지만, 강현우 몸에서는 땀이 굵게 흘러내렸다. 낮에 입던 정장 차림이 아니니, 강현우에게서 평소보다 더 거칠고 야성적인 분위기가 묻어났다.옆에 둔 휴대폰이 진동하자 강현우는 화면을 힐끗 보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러닝머신을 멈춘 뒤,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왜, 무슨 일 있어?”운동 직후라 강현우의 숨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거칠었다. 그 숨결을 듣자마자 윤하경은 시간을 확인했고, 약간 비꼬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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