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661 - Chapter 1670

1816 Chapters

제1661화

윤하경은 이미 할 말은 다 했고, 더 돌려 말할 것도 없이 충분히 선을 그었다고 생각했다.그런데도 문세호는 특유의 온화한 말투로, 윤하경의 말을 슬쩍 비틀어 받아쳤다.그러니 윤하경도 마음껏 화를 낼 수 없었다. 괜히 목소리를 높이기라도 하면 자신이 너무 매정한 것처럼 보일 게 뻔했다.윤하경은 가볍게 이를 악물고, 한동안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결국 의자를 밀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음대로 하세요.”어차피 얼마 지나지 않아 유러인으로 다시 떠날 예정이었다.그때까지 굳이 버티겠다는데 윤하경은 말릴 이유도, 막을 이유도 없었다.‘설마 문세호가 유러인까지 따라오겠어?’‘그때가 되면 적어도 지금처럼 일상이 뒤흔들리지는 않을 거겠지.’막 돌아서려는 순간, 뒤에서 문세호의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콜록, 콜록... 하경아, 난...”윤하경은 한 번도 멈추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그런데 두어 걸음 떼기도 전에, 옆에서 이정한의 다급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회장님, 괜찮으세요?”윤하경은 속으로 또 저런 식으로 자신을 붙잡으려는구나 싶어 발걸음을 살짝 멈추긴 했지만, 끝내 뒤돌아보지는 않았다.그러자 이정한이 다급히 외쳤다.“아가씨, 그냥 가시면 안 됩니다. 제발 구급차부터 불러 주세요!”윤하경은 그제야 돌아서며 말했다.“저를 그만 속이세요. 문세호 씨는 분명...”연기하는 거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하경의 시선이 문세호의 입가에 멈췄다.입술 가장자리에 붉은 피가 번져 있었다.윤하경은 더 이상 모른 척하고 돌아설 수 없었다.몇 걸음 만에 성큼 다가가 문세호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미 의식을 잃었고 입가에 맺힌 피 역시 꾸며낸 흔적이 아니었다.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가슴속에서 훅 치밀어 올랐다.윤하경은 이정한을 올려다보며 물었다.“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그러자 이정한이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아가씨, 일단 구급차부터 부르죠. 다른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윤하경은 잠시 문세호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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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2화

이 말을 들은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그래서 대체 어떻게 된 건데요?”윤하경이 일부러 화제를 돌리듯 이정한을 바라봤다.이정한이 깊게 한숨을 쉬었다.“사실 회장님이 이번에 돌아오신 건, 처음에는 부인님을 찾기 위해서였어요.”이정한은 잠깐 말을 멈추고 윤하경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더니 바로 말끝을 바꾸었다.“그러니까... 비록 먼저 떠난 건 회장님 쪽이었지만, 회장님은 그 선택을 평생 후회하면서 사셨어요. 다시 돌아오셨을 때는, 부인님이 이미 윤씨 가문과 완전히 등을 지고 집을 나가셨다는 소식만 들을 수 있었어요.”“그때서야 윤씨 가문이 아가씨를 찾았다는 얘기를 들으셨죠. 그리고 그걸 통해서야 비로소 부인님께서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어요.”이정한은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그날 밤, 회장님은 그 소식을 들으시고는 피를 토하셨어요. 원래도 건강이 좋지 않으셨는데, 그 뒤로 몸이 더 급격히 안 좋아지셨죠.”윤하경은 고개를 숙였고 속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 여자에게 그렇게 오래 미련을 두는 남자라니, 세상에 드문 사람이긴 하네.’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쪽에서는 이상하게 기쁨 같은 감정은 조금도 올라오지 않았다.기특하다기보다 그저 안쓰럽고도 어이없다는 생각뿐이었다.너무 늦게 찾아온 사랑은 차라리 오지 않는 편이 나았다.윤하경은 마음속으로 쓸쓸하게 되뇌었다.‘엄마가 저세상 어딘가에서 문세호 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있다면, 과연 감동할까. 아니면 비웃고 말까.’옆에 서 있던 이정한은 윤하경의 속마음을 알 리 없었다. 화제를 돌리듯 조금 미소를 지었다.“그러다가... 뜻밖의 소식을 하나 더 들었죠. 하경 씨가 회장님의 친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요. 그래서 바로 사람을 시켜 알아보셨어요. 나중에 조사 결과를 보고서야 정말 친부모 관계라는 걸 확신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하경 씨가 또 사라져 버린 뒤였죠.”이정한이 안타까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우리 회장님의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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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3화

윤하경은 의료진이랑 이정한과 함께 문세호를 병원 맨 위층 VIP 병실까지 옮겨 놓고 나서, 손목을 들어 시계를 한 번 내려다봤다.마치 약속해 둔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처럼 말이다.문세호는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고, 시선은 내내 윤하경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윤하경이 시계를 보는 걸 보고, 문세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윤하경이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물었다.“왜 웃어요?”문세호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아까 많이 놀라지는 않았나 해서.”문세호가 엉뚱한 소리만 하자, 윤하경은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문세호의 시선을 피하듯 눈을 돌렸다.이상하게도 윤하경은 문세호가 자신을 바라볼 때의 그런 다정한 눈빛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외할아버지도 생전에는 늘 그런 눈으로 자신을 바라봤지만, 그때는 한 번도 불편하다고 느껴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문세호에게서는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슬그머니 치밀어 올랐다.결국 마음 한편에서는,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문세호를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위급한 순간에 영웅처럼 나타나 자신과 엄마를 구해 준 것도 아니면서, 모든 일이 다 끝난 뒤에야 느닷없이 돌아와 제대로 자리 잡아 가던 자신의 삶을 다시 흔들어 놓았다.‘조금이라도 더 일찍 돌아왔다면... 엄마는 죽지 않아도 됐을까?’그 생각이 떠오르는 순간, 윤하경은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이런 생각이 어처구니없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까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문세호는 그런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정한을 향해 손짓했다.“정한아, 잠깐 나가 있어. 하경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이정한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병실 밖으로 나가면서도, 문 앞에서 완전히 멀어지지 않고 언제든 안쪽 기척을 들을 수 있는 거리에 서 있었다.“하경아, 여기 와서 앉으렴.”문세호가 옆의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젖혔다.“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 전 서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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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4화

윤하경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더니 이정한을 향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아저씨, 왜 자꾸 저를 따라오세요?”그러자 이정한은 입술을 잠깐 달싹였다가,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아가씨께서 마음이 많이 상해 계신 건 잘 압니다. 그렇지만... 회장님께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실 안에서 문세호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정한, 당장 들어와.”문세호가 말을 딱 잘라 이정한을 꾸짖는 어투였다. 아까 한 말이 못마땅하다는 게 뻔히 느껴졌다.이정한은 잠시 멈칫하더니,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윤하경은 그 자리에 한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문세호가 이정한을 나무라는 낮은 목소리가 어렴풋이 새어 나왔다.얼마나 서 있었는지 모를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야, 윤하경은 천천히 몸을 돌려 병원을 떠났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윤하민이 달려 나왔다.“엄마, 그 할아버지는 괜찮아요?”윤하민은 바닥에서 쪼르르 기어 올라와 소파에 앉더니, 윤하경의 무릎 위에 폭 안겨 애교를 부렸다.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이제 웬만한 일들은 다 알고 있는 눈치였다.오늘 식당 앞에서 엄마가 문세호를 부축해 나오는 장면을 차 안에서 그대로 본 것이다.“응.”윤하경은 짧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다행히 큰일은 아니래.”잠시 말이 끊기더니, 윤하경이 윤하민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말했다.“사실 그 할아버지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다음에 또 만나면...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돼.”윤하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이빨을 다 드러내며 웃었다.“원래부터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엄마가 나쁜 사람을 병원에 데려갈 리가 없잖아요.”윤하경은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고, 손가락으로 윤하민의 이마를 톡 튕겼다.“꽤 똑똑한데?”“그럼요!”윤하민은 괜히 고개를 번쩍 들고 잘난 척을 했다. 세상 누구보다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그 모습에 윤하경은 조금 전까지 가슴 한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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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5화

윤하민이 신나게 목청을 높였다.“지유 이모, 안녕하세요!”백지유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윤하경 씨, 얘는 진짜 엄마랑 판박이네요. 이렇게 예쁘게 크면, 나중에 잘생긴 남자들은 정말 애간장이 타겠네요.”백지유가 환하게 웃으면서 윤하민의 뽀얀 볼을 꼬집듯 살짝 집었다.윤하민은 그 말이 자기를 칭찬하는 거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기에 순식간에 볼이 발그레해졌다.두 시간이 흘렀다.완전히 해가 져서 하늘은 어둑어둑해졌고, 마당에는 이미 바비큐 준비가 다 끝난 상태였다.윤하경은 정자에 앉아,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민진혁과 백지유를 바라보고 있었다.윤하민은 그 옆에서 이것저것 손을 대며 신이 나 있었고, 윤하경은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오랜만에 참 평온한 느낌을 맛보고 있었다.그러다 뒤에서 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문 회장님이 경성까지 오셨다면서?”윤하경은 방금 전까지도 그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강현우가 그 이야기를 꺼내자, 윤하경은 담담하게 한마디만 내뱉었다.“네. 병원에 있어요.”달빛 아래 정원 풍경은 고요하고도 단정했다.어디선가 바람 한 줄기가 스쳐 지나가더니, 만개한 계수나무 향이 한꺼번에 흘러들었다.달큰한 향기가 실린 바람이 정자 안까지 스며들었다.강현우가 윤하경의 옆에 와서 아무렇지 않은 듯 앉았다.앉은 자세는 정말 느긋했다.“기분 안 좋아?”윤하경은 흘겨보듯 강현우를 쳐다봤다.자기가 그렇게 티를 내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기분이 나쁜 건 아니고요.”윤하경이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보며 말했다.“어차피 강 대표님한테 털어놓을 생각도 없어요.”윤하경은 강현우와 단둘이 앉아 있는 것조차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윤하경은 잠깐 망설이다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백지유와 민진혁 쪽으로 걸어갔다.“도와줄 거 있어요?”그러자 백지유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이미 손질해 둔 대형 새우 꼬치를 하나 내밀었다.“자, 이거요. 이건 쉬워요. 기름만 잘 발라서 구우면 돼요.”윤하경은 새우 꼬치를 받아 들고 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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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6화

문 쪽에서 가사도우미가 알렸다.“사모님, 주승엽 씨가 오셨습니다.”그 말을 듣자 윤하경은 잠깐 멍해졌다.바비큐를 굽고 있던 강현우의 손도 그대로 멈췄다.방금까지만 해도 입가에 걸려 있던 웃음은 싹 사라지고, 눈동자에는 묵직한 어둠이 스며들었다.“안으로 모셔요.”윤하경이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그렇게 말해 놓고도 마음이 걸려, 직접 거실로 나가 보기로 했다.그 모습을 본 강현우는 민진혁과 백지유를 돌아보며 윤하민을 잘 보라고 일러 둔 뒤, 손에 들고 있던 꼬치를 내려놓고 윤하경을 따라 거실로 향했다.거실에 들어서자, 윤하경은 눈앞에 서 있는 주승엽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하경 씨...”주승엽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요.”윤하경은 무슨 일인지 더 궁금해졌다.“무슨 일이에요?”마치 큰 충격을 받은 사람처럼, 주승엽은 갑자기 다가오더니 윤하경을 꽉 끌어안았다.너무 갑작스러워서 윤하경은 반응할 틈조차 없었다.그 뒤를 따라 들어온 강현우는 그 장면을 보고 무슨 말을 하려다가 문득 지금 두 사람은 약혼한 사이라는 사실이 생각났다.이 상황에서, 정작 아무 말할 자격이 없는 쪽은 자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강현우의 기분은 더더욱 씁쓸해졌다.윤하경은 손을 들어 주승엽을 밀어냈다.“왜 이래요? 무슨 일인지 말로 하라니까요.”하지만 아무리 밀어도 주승엽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키도 크고 체격도 좋은 주승엽에 비하면, 윤하경은 훨씬 왜소했기에 애초에 밀어낼 수가 없었다.결국 윤하경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일단 좀 놓아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등 뒤에서 낮고 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제가 여기 있는게 좀 방해가 되는 모양이네요.”주승엽은 그제야 강현우의 목소리를 듣고, 마침내 윤하경을 놓아 주듯 팔을 풀었다.그리고 뒤돌아서며 말했다.“강 대표님도 계셨군요.”어쩐지 남자의 자존심이 발동한 듯, 아까 들어왔을 때의 초라한 기색은 어느 정도 감춰지고, 주승엽은 애써 정신을 차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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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7화

윤하경이 눈살을 찌푸렸다.“강현우 씨, 진짜 아무 짓도 하지 마세요.”윤하경은 처음 강현우를 만난 날부터 알고 있었다.강현우라는 사람은, 한마디로 말해, 조금은 미쳐 있는 사람에 가까웠다.그래서 윤하경은 결국 못 참고 경고부터 했다.강현우는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강현우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원래도 큰 체구에서 뿜어나오던 압박감이 더 짙어졌다.윤하경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강현우는 일부러 놓아주지 않겠다는 사람처럼 계속 다가와, 결국 윤하경을 벽 모서리까지 몰아붙였다.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어지자, 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강현우 씨, 대체 뭐 할 건데요?”“하고 싶은 건 많지.”강현우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깊어져 가는 늦가을의 공기까지 강현우의 말에 스며든 차가운 기운을 더해 주는 듯했다.들으면 들을수록 어딘가 심상치 않은 말투였다.윤하경은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어 몸을 돌리려 했지만, 강현우가 먼저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윤하경, 나... 언젠가는 정말 미쳐버릴지도 몰라.”“그러니까 아무 짓도 하지 말라니까요.”윤하경은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하지만 강현우의 거센 기세에 눌린 탓인지, 그 말은 전혀 위협적으로 들리지 않았다.강현우는 비웃듯 짧게 웃었다.“누가 알아.”아까 윤하경이 주승엽을 이 집에 재워 두자고 말했을 때, 강현우는 지금 당장이라도 주승엽을 갈가리 찢어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너무 잘 알고 있었다.다른 수를, 더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강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손을 들어 윤하경의 옷깃을 살짝 정리해 줬다.그러고는 바로 표정을 바꾸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도 걱정하지 마. 어떤 일이 있어도, 내가 너한테 막 대하는 일은 없을 거니까.”말을 하고 나서도 어딘가 아쉬운 듯, 강현우는 몸을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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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8화

강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던 일만 느긋하게 계속했다.윤하민은 주승엽의 목소리가 들리자 참지 못하고 달려가 그의 품에 쏙 안겼다.“승엽 아저씨, 오셨어요?”유러인에 있을 때부터 주승엽은 줄곧 윤하민에게 잘해 줬다.그래서 윤하민도 주승엽에게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주승엽도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여 윤하민을 안아 올렸다.잠깐 아이를 품에 안고 숨을 고르자, 주승엽은 아까 거실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처럼 그렇게까지 초라해 보이지도 않았다.윤하경이 윤하민을 다시 받아 안으며 말했다.“승엽 아저씨 귀찮게 하지 마. 방금 도착하셔서 피곤하실 거야.”애초에 별 뜻 없이 한 말이었지만, 강현우 귀에는 영 다른 의미로 들렸다.정작 윤하경은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주승엽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오느라 고생하셨죠. 일단 뭐라도 좀 드세요.”강현우가 주승엽을 힐끗 보더니 무심한 척 말했다.“해성 쪽 음식은 원래 담백한 편이잖아요. 주 대표님은 어릴 때부터 그쪽에서 자라셨으니까, 이런 건 잘 못 드실지도 모르겠네요.”말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 깔린 속뜻은 바보가 아니라면 다 알아들을 만했다.주승엽은 강현우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웃었다.“강 대표님은 괜한 걱정을 하시는군요. 저는 원래 이런저런 음식 가리는 편이 아니라서요.”그러고는 슬쩍 윤하경 쪽으로 눈길을 보내더니, 어딘가 의미심장한 어조로 덧붙였다.“게다가 하경 씨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지 다 해 볼 생각입니다.”말을 마치고는 강현우 손에서 꼬치 하나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맛있네요.”주승엽은 짧게 칭찬한 뒤, 다시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역시 강 대표님이랑 저는 취향이 비슷한가 봅니다.”“게다가 보시다시피, 타이밍만 잘 맞으면... 강 대표님이 먼저 구워 놓은 것도 결국 제 뱃속으로 들어가게 되잖아요.”이 대화를 듣고 있자니, 누가 들어도 말끝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백지유와 민진혁은 또다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거의 동시에 강현우 쪽으로 고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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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9화

강현우는 그런 시선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입꼬리를 득의양양하게 끌어올렸다.윤하경은 말없이 강현우를 바라보다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진짜...열 받게 하네.’역시 강현우는 타고난 여우 같이 교활한 사람이었다.‘결국 하민이까지 자기 편으로 만들어 버렸네.’윤하경은 단호하게 거절하려고 입을 열었다가도, 윤하민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얼굴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연신 고개를 흔들어 대는 바람에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윤하경이 선뜻 대답을 못 하고 있자, 방숙희가 슬쩍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집에 방도 많은데... 강 대표님은 오늘 하루쯤 묵고 가시라고 하시죠.”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윤하경의 눈빛이 번뜩이더니 날카로운 시선이 그대로 방숙희에게 꽂혔다.방숙희는 기침 한 번을 하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그러더니 슬그머니 뒤로 물러나면서, 강현우 쪽으로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을 던졌다.“엄마, 엄마, 안 돼요? 네?”윤하민은 여전히 포기할 기색이 없었다.윤하경의 치맛자락을 꼭 잡고 이리저리 흔들며 치달렸다.한참을 버티던 윤하경은 결국 눈을 감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가,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알겠어. 이제 됐지?”그리고 바로 지시를 내렸다.“아주머니, 승엽 씨의 방 옆에 있는 방 하나 정리해 주세요. 조금 있다가 하민이는 자기 방에서 자게 하고, 강 대표님이 동화책 다 읽어 주고 나면 하민이 방에 가서 같이 있어 주세요.”윤하경도 바보는 아니었다.강현우가 주승엽과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정도는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었다.문제는 주승엽 역시 지기 싫어하는 쪽이라는 점이었다.두 남자는 멀찍이 떨어져 있으면서도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그 사이에서 금방이라도 불꽃이 튈 것만 같았다.윤하경은 그런 기류를 못 본 척하기로 했다.그냥 등을 돌려 2층으로 올라가 자기 방으로 향했다.‘안 보면 마음도 덜 복잡하겠지.’2층에 올라오자, 공기까지 한결 산뜻해진 기분이었다.어차피 오늘 밤은 아이도 맡아 줄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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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0화

윤하경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휴대폰 화면을 눌러 알림을 열었다.뉴스 알림창을 터치해 기사로 들어가 보니, 역시나 기사 속 주승엽이 바로 자신 앞에 있는 본인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동명이인인데다가 공교롭게도 해성의 주씨 가문 사람이라니, 그런 우연이 두 번 겹칠 리가 없었다.기사를 끝까지 훑어 내려가던 윤하경은 어느새 눈살을 더 세게 찌푸리고 있었다.뉴스에는 주 회장이 사망했고, 외아들 주승엽은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 의문으로 남았고, 주 회장의 죽음에 주승엽이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식으로 적혀 있었다.윤하경은 주승엽이 그런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윤하경은 결국 휴대폰을 주승엽 쪽으로 내밀었다.“방금 뜬 뉴스예요. 한 번 봐요.”주승엽이 화면을 힐끗 내려다보는 순간, 윤하경은 그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보았다.그와 동시에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이 힘없이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주승엽은 거의 본능처럼 몸을 돌려 바깥으로 뛰쳐나가려 했다.윤하경이 재빨리 팔을 붙잡았다.“잠깐만요. 기사에 당신 때문에 돌아가셨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써 놨어요. 지금 무턱대고 돌아가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생각은 해 봤어요?”“제가 어떻게 아버지 죽음에 관련이 있겠어요?”주승엽의 목소리는 거의 무너지기 직전이었다.“제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멀쩡히 계셨다고요. 제가 여기 온 것도 고작 하루 조금 넘었을 뿐인데...”이런 대가문들 사이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윤하경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예전에 강현우 곁에 붙어 다니며, 강씨 가문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었다.거기에 자기 집안, 외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을 때의 일까지 떠올리자 더더욱 선명했다.대부분 집안의 우두머리가 사라지는 순간, 피 튀기는 내분이 시작되곤 했다.이만한 재산과 권력을, 기꺼이 남에게 내놓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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