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501 - Chapter 510

650 Chapters

제501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윤하경은 시큰둥한 얼굴로 침대에 드러눕더니 민진혁을 향해 말했다.“민진혁 씨, 현우 씨가 평소 이런 사람들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죠? 그대로 하세요. 전 좀 피곤해서요. 잠깐 쉬고 싶어요.”민진혁은 멍하니 서 있다가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지금 윤하경 말투, 딱 강현우 같았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강현우를 바라봤고 강현우는 가볍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민진혁은 눈치껏 윤하연을 다시 끌고 나갔고 윤하연은 순간 얼이 빠졌다.다시 민진혁에게 팔을 잡혀 끌려 나가는 그 순간, 다리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밀려와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문밖.민진혁은 그녀를 바닥에 내던졌고 윤하연은 고통에 찬 얼굴로 흙빛이 되었다.그가 허리춤에서 작고 날카로운 칼을 꺼내는 걸 본 순간, 윤하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오, 오지 마세요...”그녀는 온몸으로 뒷걸음질 치며 떨기 시작했고 민진혁은 무표정하게 몸을 숙였다.“괜찮아요. 저 솜씨 좋아요. 정신 멀쩡할 때 이 하나씩 뽑는 건 자신 있어요. 안 아파요. 진짜예요.”그의 미소는 말끔하고 온화했지만 윤하연의 눈엔 완전한 악마로만 보였다.“안 돼요... 제발요. 뭐든지 할게요. 살려만 주세요...”윤하연은 울먹이며 옷을 벗기 시작했다.“보세요, 저도 괜찮잖아요. 마음에 들게 해드릴게요... 제발요...”민진혁은 당황한 듯 시선을 돌렸다.“옷 입으세요.”하지만 윤하연은 말을 들은 척도 않고 그에게 달라붙어 껴안으려 하며 입을 맞추려 들었다. 민진혁은 지금껏 강현우 곁에서 온갖 진귀한 장면을 다 겪었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덤벼드는 여자는 처음이었다.순식간에 얼굴이 시뻘게진 그는 도망치듯 문을 닫고는 다시 강현우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강현우는 소파에 앉아 윤하경을 바라보다, 급하게 들어오는 민진혁을 보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뭐야, 왜 그렇게 부산스러워?”민진혁은 우물쭈물하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대표님... 혹시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안 될까요?”강현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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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2화

윤하경은 살짝 웃었고 표정에 장난기 어린 기색이 떠올랐다.“그걸 어찌 ‘수작’이라 하시겠어요?”그녀는 몸을 일으켜 강현우 옆에 조심스레 앉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현우 씨, 저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지금 그녀에겐 믿고 쓸 사람이 없고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도, 강현우뿐이었다.이번 일로 크게 당한 뒤라, 더는 무턱대고 나섰다가 또다시 팔려 가는 일이 생기면 정말 되돌릴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차라리 처음부터 강현우에게 부탁하는 편이 나았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입꼬리에 살짝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렸다.“이제 와서 부탁? 그럼 한번 들어보자. 어떻게 부탁할 건데?”그 말에 윤하경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의 눈빛을 보니 분명히 뭔가 꿍꿍이가 섞여 있었다.무례하거나 곤란한 요구일 가능성도 컸고 그렇다면 차라리 다른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윤하경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침대로 돌아가려 했지만 강현우는 한 손으로 그녀를 잡아끌었다. 순간 중심을 잃은 윤하경의 몸은 그대로 그의 무릎 위로 떨어졌다.이건 분명, 고의였다.몸을 빼내려는 순간, 그녀는 강현우의 깊고 눈동자와 마주쳤다.“이게 지금 부탁하러 온 사람의 태도야?”강현우는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정말이지, 눈곱만큼도 성의가 없네.”그는 윤하경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손가락에 감으며 천천히 굴렸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그의 조금 거친 손끝에 감기는 모습은 왠지 모르게 묘하게 관능적이었다.“자, 말해봐. 이번처럼 말 안 듣는 사람은 어떻게 벌을 줘야 할까?”강현우는 나른하게 중얼거렸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을 윤하경은 알아챘다. 슬슬 이쯤이면 화도 풀렸겠거니 했는데 괜히 먼저 다가가서 불쏘시개가 된 셈이었다.속으론 후회했지만 겉으로는 억울한 표정으로 변명했다.“그땐 정말 급해서요...”윤하경은 강현우가 왜 화난 건지 알았다.그는 통제력과 주도권을 놓는 걸 싫어하는데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제멋대로 움직였다.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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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3화

강현우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윤하경은 방금 전까지 축 처져 있던 얼굴이 단번에 밝아졌다.“현우 씨, 혹시... 임수연 아줌마를 찾아주실 수 있으세요? 전... 반드시 그 사람을 찾아야 해요.”강현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못 해줄 것도 없지.”이 말은, 조건이 있다는 뜻이었다.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결심하듯 말했다.“조건이 뭐든... 임수연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면 전부 다 받아들이겠어요.”강현우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묘하게 짙은 장난기가 떠올랐고 입꼬리도 살짝 올라갔다.“그래? 정말이지?”윤하경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에요.”임수연을 반드시 잡아 엄마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고 그것만 이룰 수 있다면 다른 건 다 감수할 수 있었다.그리고 강현우란 사람은 겉으로 보기엔 늘 위험하고 차갑지만 지금껏 그녀에게 해코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그가 설마 자기 목숨을 노리거나 자신을 어디에 팔아넘길 리는 없다고 그녀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그렇게 생각하자, 강현우와 조건을 두고 거래하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그녀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며 웃음을 감추지 않고 입꼬리를 더욱 올렸다.“좋아. 나중에 딴말 없기야.”그 순간, 왠지 모르게 윤하경의 등골에 싸한 느낌이 스쳤다.그의 말투는 분명 가볍지만 그 속엔 분명 무언가 꿍꿍이가 섞여 있었고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강현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가볍게 잡아, 무릎 위에서 내려놓자 그녀는 마치 가벼운 인형처럼 휙 들어 올려졌다.어디로 가는지 묻고 싶었지만 결국 꾹 참고 입을 다물었다.강현우가 방을 나가며 문을 닫자, 윤하경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침대에 다시 앉았다.몸은 지쳐 있었지만 막상 누워도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고 눈을 감는 순간, 머릿속에는 오늘 강현우가 눈가리개를 걷어주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그 찰나의 순간, 세상이 밝아졌고 강현우가 마치,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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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4화

윤하경은 목을 움찔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아, 아니에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강현우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뒤에야, 윤하경은 비로소 한숨을 길게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강현우가 무표정으로 화난 얼굴을 하고 있을 때는 정말이지, 사람을 얼어붙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이제야 안전한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온몸의 긴장이 풀려 내렸고 잠깐이라도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려던 참에 민진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윤하경 씨, 윤하연은 어떻게 처리할까요?”그제야 윤하경은 중요한 일을 깜빡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귀찮게 해서 미안한데 경찰서에 넘겨줘요.”지난번 회사 회계 건은 이미 신고가 접수됐고 경찰도 수사에 들어간 상태였다.그동안 윤하연이 종적을 감췄기에 지금 넘기기엔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네, 알겠습니다.”민진혁은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한편, 강현우는 아침에 나간 이후 밤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윤하경은 다리에 상처가 있어 서서 씻지 못한 그녀는 욕조에 앉아 목욕하고 있었고 장시간의 긴 여정 탓인지 온몸이 꿉꿉하고 불편했다.뜨뜻한 물 안에서 몸을 맡기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졸음이 밀려왔다.침대보다 오히려 더 편안한 기분이 들 정도였고 결국 그녀는 그 안에서 깊이 잠들고 말았다.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기분에 윤하경은 화들짝 눈을 떴 바로 그 앞에는 강현우의 짙은 눈빛이 있었다.“꺅...!”분명 얼굴은 익숙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겁은 이렇게 많으면서 대체 어쩌자고 혼자서 남강까지 갔던 거야?”윤하경은 입술을 꾹 다물고 옆 선반에 걸려 있던 수건을 잽싸게 감았다.“언제 오신 거예요?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요?”강현우는 윤하경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대답했다.“꽤 오래전부터 있었지. 심지어 네가 꿈에서 뭐라 말하는 것도 들었는데?”“그럴 리 없어요!” 윤하경은 발끈해 말을 끊었다.“저, 저 그런 말 안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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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5화

그날 밤, 윤하경은 오늘은 정말 피하지 못하겠구나 싶어 눈을 꼭 감고 있었는데 그 순간, 강현우가 갑자기 피식 웃더니 몸을 일으켰다.윤하경은 눈을 뜨고 강현우를 바라봤다.그의 눈동자에는 장난스러운 웃음기가 서려 있었고 그걸 보는 순간 윤하경은 깨달았다.방금 전까지의 모든 긴장과 설렘이 그저 장난이었다는 걸.“지금 저 놀린 거예요?”윤하경은 괜히 발끈해서 입을 삐죽였고 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며 대꾸했다.“그렇게 실망한 거 보니 계속해 줄까?”그가 다시 몸을 숙이자, 윤하경은 깜짝 놀라 재빨리 이불을 끌어안고 외쳤다.“아니에요! 그만 하세요!”지금처럼 몸에 상처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강현우가 본격적으로 덤벼들기라도 하면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그의 눈썹이 가볍게 움직였다가, 이내 표정이 다시 차분해졌다.“얼른 자.”“네.”윤하경은 작게 대답하며 그가 욕실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다.그런데 샤워를 마치고 나왔음에도 그는 침대로 오지 않았고 가운을 입은 채 조용히 문을 열고는 서재 쪽으로 사라졌으며 문이 닫히고 나서야, 침실은 다시 고요해졌다.그날 밤, 강현우는 끝내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하경은 얕은 잠을 뒤척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잠에 들 수 있었다.그리고 다음 날, 아직 해도 뜨기 전인데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눈을 떴다.반쯤 감긴 눈으로 침대 옆 테이블에서 휴대폰을 집어 들고 발신자를 확인할 새도 없이 전화를 받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여보세요.”그러나 다음 순간, 전화기 너머에서 터져 나온 건 다름 아닌 윤수철의 고함이었다.“윤하경! 너 대체 어디서 뭐 하는 거야?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윤하경은 천천히 하품을 하며 태연하게 대꾸했다.“왜요, 일은 이미 다 맡겨놓고 왔어요. 며칠 후엔 들어갈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녀의 무심한 말투가 오히려 윤수철을 더 자극했고 그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지금 당장, 당장 돌아와!”“죄송한데 지금은 좀 바빠서요.”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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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6화

윤하경은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강현우가 자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건 결국 윤하연을 봐달라는 얘기겠지.가볍게 단장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강현우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움직임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깼어?”“아침 먹어.”윤하경은 잠깐 걸음을 멈췄다가 천천히 걸어가며 말했다.“잠깐 집에 다녀와야 해요. 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할 얘기가 있다고 하시네요.”강현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눈썹을 들었다.“그래.”윤하경은 작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문을 나섰다.그녀가 떠나자마자, 강현우는 손을 들어 가볍게 손짓했고 그와 동시에 민진혁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강현우는 커피잔을 입에 대며 손에 든 경제지를 넘기고 있었다.“따라가.”민진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따라나섰다.30분 후, 윤씨 저택.현관을 들어서는 순간, 윤하경은 집 안 공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다는 걸 직감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윤수철이 소파에 앉아 얼굴을 굳힌 채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유 집사도, 다른 가사 도우미들도 보이지 않았다. 쫓겨났든, 눈치를 봐서 물러났든, 이 분위기에서 가까이 오긴 힘들었을 것이다.윤하경은 입술을 다물고 조용히 걸어가 소파 맞은편에 앉았다.“그래서 저를 부른 이유가 뭐예요?”윤수철은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윤하연, 감방에 못 넣어.”그의 말은 짧고 단호했다.윤하경은 살짝 눈썹을 올렸다가 곧 비웃는 듯 시선을 내리더니 입가에 엷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범죄를 저질렀으면 법의 심판을 받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아버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그 말투가 오히려 윤수철을 더 자극했다.“그리고요, 저를 불러봐야 의미 없어요. 아버지가 못하는 걸 제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 거예요?”솔직히 말하면 윤수철이라면 진작 로비든 뭐든 해봤을 게 뻔했다. 지금도 그게 안 통하니까 자신을 부른 거겠지.윤하경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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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7화

윤하경은 입꼬리를 살짝 비틀어 올리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윤하연이 그 짓 당했을 땐 그렇게 분노하시지도 않더니요? 설마... 진짜 딸이라도 되는 거예요?”장난으로 던진 말에 윤수철의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고 잠시 눈빛이 흔들리더니 곧 이성을 잃은 듯 고함쳤다.“무슨 헛소리야, 네가 지금!”“헛소리?”윤하경은 비웃듯 웃으며 말했다.“지금 아버지 표정 보세요. 꼭 꼬리를 밟힌 고양이 같잖아요.”윤수철은 말문이 막혀 이를 악물며 분노만 삭일 뿐이었다. 그러다 뭔가 생각났는지 다시 억지로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하경아, 하연이는 아직 어리잖니. 실수할 수도 있지. 한 번의 기회쯤은 줘야 하지 않겠냐. 그래도 오랜 시간 함께 지낸 자매인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겠어?”그는 어딘가 감정이 담긴 듯 말했지만 윤하경의 차가운 시선을 외면한 채 억지로 말을 이었다.“우리 둘 다 세상 떠나고 나면 결국 남는 건 너희 자매뿐이야. 이런 걸로 평생 원수로 남는 건, 너무 안타깝잖니. 하연이는 이제 막 인생을 시작했는데 네가 이러면 걔 인생은 어떻게 되겠어?”진심을 담은 척하는 말들이 이어졌지만 윤하경은 결국 참지 못하고 터진 듯 웃어버렸다.“푸하하...”입을 손으로 가리며 웃긴 했지만 그 웃음 속엔 조롱과 냉소가 섞여 있어 윤수철조차 민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더니 헛기침을 하며 코를 만지작거렸다.윤하경은 웃음을 멈추고 이제야 진지한 눈으로 윤수철을 바라봤다.“그래서요? 제가 어떻게 하라는 건데요?”그 말을 들은 윤수철은 하경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 줄 알고 얼굴에 희미하게 희망을 띄웠다.“하경아, 혹시 강현우에게 한마디만 해줄 수 있겠어? 그 사람이 도와준다면 가능하지 않겠나 해서..”“...”지금까지 같이 살면서, 자신의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이란 걸 왜 몰랐을까 싶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길 향해 ‘남자한테 몸을 팔았다’고 쏘아붙이더니 이제는 그 상대에게 가서 부탁 좀 해달라니.“하하하하...”윤하경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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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정말 우연이네요.”윤하경은 정신을 다잡고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거절했다.“하지만 제가 일이 좀 있어서요. 귀한 시간 뺏지 않겠습니다.”오건우는 가볍게 웃었다.“무슨 시간 낭비입니까. 우리 협력 관계잖아요. 같이 타시죠, 마침 협력 얘기도 좀 나눌 수 있겠고요.”윤하경은 눈에 띄지 않게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예전에 오건우와 마주쳤을 때 강현우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를 떠올리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괜찮아요, 사람 오기로 했어요.”그냥 거짓말이었지만 그 말을 하자마자, 옆에 검은 벤츠 한 대가 멈춰 섰고 운전석 창문이 열리더니 용천수의 얼굴이 나타났다.“하경 씨, 강 대표님께서 제가 모시러 오라고 하셨습니다.”그 말과 함께, 그는 오건우를 힐끔 도발하듯 바라봤고 험상궂은 얼굴에 살짝 웃음기까지 섞인 눈빛이었다.윤하경은 그가 나타난 게 의외였는지 잠깐 멈칫했지만, 결국 오건우에게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보시다시피, 정말 일이 생겼네요. 다음에 다시 연락드릴게요.”협력 관계인 만큼, 괜히 틀어질 필요도 없었다. 윤하경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오건우 옆을 지나 용천수의 차에 탔다.차에 오르자마자 용천수는 액셀을 밟아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고 오건우는 멀어지는 차량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감시가 아주 철저하군.”그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며 차를 돌렸다.차 안.윤하경은 뒷좌석에 앉아 표정이 꽤 차가웠다.“왜 당신이죠?”용천수에 대한 인상은 좋을 수가 없었다. 어깨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그 모든 시작이 바로 이 남자였고 얼굴에 드러나지 않게 하려 했지만, 불쾌감은 숨기기 어려웠다.운전대를 쥔 용천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없이 손에 힘을 주며 한마디 했다.“고마워요.”“뭐라고요?”목소리가 낮아 처음엔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그는 다시, 이번엔 더 또렷하게 말했다.“고맙다고요. 당신 아니었으면 난 죽었을 테니까.”윤하경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입을 꾹 다물었다.“무슨 소리예요. 저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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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9화

“너무 많아... 하나도 감당이 안 되는데 왜 이렇게 많아...”윤하경은 고개를 들며 휘청거리다시피 일어서려 했고 강현우는 그런 그녀를 내려다보며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감당 안 돼? 뭐가 그렇게 감당이 안 되는데?”윤하경은 그의 셔츠 자락을 붙잡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지만 술기운에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고 눈앞의 강현우조차 흐릿하게 느껴져 마치 꿈속 같았다.윤하경은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툭툭 건드리며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아, 진짜네. 현우 씨 맞구나.”술이 겁 많은 사람도 용감하게 만든다더니 지금의 윤하경은 평소 강현우 앞에서 보이던 위축된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오히려 장난스럽게 손을 뻗어 그의 턱을 꼬집고 뺨을 살짝 잡아당기기도 했다.“근데 왜 이렇게 여러 명이지...”윤하경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고개를 더 가까이 가져갔다. 그녀의 말과 함께 흐르는 달큼한 숨결이 강현우의 목덜미에 닿자, 그의 목젖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조금씩 다가오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며 강현우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고그 순간, 주저 없이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윤하경의 머릿속은 잠시 정지된 듯 멍해졌고 강현우는 그녀를 벽에 밀착시키고는 얕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그래서 뭐가 그렇게 감당이 안 된다는 건데?”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고 술에 취한 그녀는 지금 누구보다도 순하고 약해 보였다.“모르겠어...”그녀의 대답에 강현우는 코끝으로 그녀의 코를 슬쩍 스치듯 웃었다.“그럼 제대로 느껴보면 알겠네.”그의 입술이 다시 한번 그녀를 덮쳤고 키스는 점점 깊어지고 지배적으로 변해갔다.평소에도 강현우에게 한 번도 제대로 저항해 본 적 없던 그녀였다. 지금처럼 술에 취한 상태라면 더더욱 그에게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생각은 흐릿해졌고 몸은 이미 그가 이끄는 감각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술기운에 부끄러움조차 사라진 그녀는 점점 더 나른하게 무너져갔다.“응...”작은 신음이 그녀 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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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0화

“자. 자자.”강현우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고 어딘가 명령 같아 윤하경은 잠시 멈칫했다.그의 체온은 마치 그 성격처럼 강렬하고 압도적이었다. 가까이 있을수록 숨이 막힐 듯한 뜨거움에, 윤하경은 몸을 조금 떼어내고 싶었지만 강현우가 허리에 둔 팔은 단단히 그녀를 감고 있었다.“저, 우리... 그게 어떻게 된 건지...”윤하경은 겨우 말을 꺼냈다. 어젯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 이후의 기억이 아예 비어 있었다. 술을 마신 것까지만 기억나고 그다음은 통째로 사라졌다.그 말에 강현우는 눈을 뜨고 비웃듯 웃었다.“왜? 어제는 그렇게 덮치더니 끝나니까 모르는 척이야?”그 조롱 가득한 말에 윤하경은 화들짝 돌아보며 외쳤다.“그럴 리가요!”‘설마 내가 먼저?’하지만 어젯밤의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게 더 불안했지만 다행히 방 안은 어둑했고 강현우는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강현우는 다시 코웃음 쳤다.“어제 그렇게 들이대 놓고 지금 와서 모른 척? 기억 안 나면 내가 하나하나 다시 얘기해줄까? 네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현우의 손이 그녀의 아랫배를 따라 위로 천천히 움직였다. 의도가 뻔히 느껴지는 그 손길에 윤하경은 다급히 그의 손을 막았다.몸은 이미 온통 쑤시고 아팠고 지금 또 한 번 겪을 자신은 없었다.“저... 저 배고파요.”윤하경은 작은 목소리로 애교 섞인 말투를 꺼내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고 술만 들이켰으니 속이 허기질 만도 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고 아슬아슬하게 멈춘 손을 거두며 이불 밖으로 나갔다.그가 조명을 켜고 옷을 챙겨 입는 사이, 윤하경은 침대 속에 몸을 꼭 숨긴 채 눈치만 살폈다. 그러다 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한마디 했다.“배고프다며.”“아, 네!”윤하경은 잽싸게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걸치고 욕실로 향했다.얼굴을 씻고 나왔을 때, 강현우는 이미 깔끔하게 옷을 갈아입고 있었고 회색 반팔 티셔츠 하나만 입었는데도, 다부진 어깨와 선명한 팔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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