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제 위치를 아주 정확히 알고 있어요.”윤하경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지만 입꼬리에 맺힌 쓴웃음은 감추기 어려웠다.아무리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힘든, 그런 씁쓸한 미소였다.“강 대표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면 이제 약혼하실 거라면 저도 그만 놓아주세요. 이쯤에서 깔끔하게 정리하고 끝내죠.”그 말은 단호했고 동시에 진심이었다.이 얼마간 강현우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그의 말 한마디, 시선 하나에도 반응하는 자신을 느꼈다.강현우 같은 남자는, 어느 여자라도 쉽게 마음을 지키기 어려운 사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항상 자신을 단속하며 살아왔다.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기에, 자신과 강현우는 애초에 시작조차 허락되지 않은 사이임을 잘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가 약혼을 앞두고 있다면 더는 이 관계를 이어갈 이유도, 명분도 없었다.오히려 지금이, 서로에게 가장 덜 상처 줄 수 있는 시점이었다.자신이 그런 말을 꺼내는 순간, 강현우의 눈빛이 얼마나 짙게 가라앉았는지 윤하경은 몰랐다.“정리하고 끝내자고?”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고 아까까지 가라앉았던 냉기가, 다시금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방 안의 어둑한 조명 아래, 윤하경은 그 말투에 본능적으로 움찔했지만 애써 고개를 들고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네, 정리하고 끝내요.”말끝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강현우가 손을 뻗어 그녀를 밀쳤다. 그녀는 그대로 침대 위에 쓰러졌고 몸이 이불에 파묻히기도 전, 강현우는 그대로 그녀 위로 몸을 덮쳤다.그의 숨결은 뜨겁고도 날카로웠고 숨 쉴 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윤하경은 본능적으로 그를 밀쳐내려 했지만 강현우는 양손으로 그녀의 손목을 머리 위로 고정해 버렸다.입고 있던 얇은 재킷은 흘러내렸고 속의 슬립 원피스는 그녀의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그녀 입장에서 바라본 강현우의 얼굴은 위압적일 만큼 가까웠고 그 상황 자체가 모욕적이었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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