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บทที่ 731 - บทที่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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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1화

아직 남아 있는 마지막 이성 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치열하게 부딪혔다.하나는 살아남으려면 강현우에게 지금 당장 빌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번 무릎 꿇으면 앞으로는 영영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경고였다.머릿속이 터질 듯 어지러웠고 윤하경은 고개를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그녀 눈 속에 일렁이는 갈등과 망설임을, 강현우는 그대로 읽어냈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이를 살짝 깨물자 단단히 다문 턱선이 분노를 고스란히 드러났다.윤하경의 그토록 눈치 없는 태도에 화가 난 것이 분명했다.“그래. 결정은 된 거구나.”강현우의 목소리는 한겨울 칼바람처럼 싸늘했다. 순간 강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입꼬리에 비웃음 같은 미소가 번졌다.“그럼 잘 놀아. 오늘 밤, 즐겁게 보내.”그는 문고리를 잡고 문을 열며 옆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유민수를 흘깃 쳐다봤다.“유 대표, 오늘 밤 마음껏 즐겨.”유민수는 얼굴이 굳었다. 지금 상황에서 도대체 뭘 즐기란 말인가. 하지만 상대가 강현우라 아무 말도 못 했고 결국 그는 문이 닫히기 직전 황급히 앞으로 나서더니 얼굴 가득 억지웃음을 띠며 말했다.“강, 강 대표님. 그럼 제가 먼저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요? 윤하경 씨는 대표님이랑...”그 말에는 분명히 ‘두 분만의 시간을 드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누가 봐도 윤하경과 강현우의 관계는 평범하지 않았고 그녀를 건드릴 수 없는 이유는 그 한마디면 충분했지만 강현우의 표정이 순간 싸늘하게 굳었다.“유 대표가 오늘 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일 계약이 누구한테 갈지는 나도 모르겠어.”유민수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어정쩡하게 걸쳐져 있던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 말은 윤하경도 분명히 들었다. 그러자 이미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마음이 또다시 무너져 내렸고 심장 끝이 아린 듯, 조용히 쑤셔왔다.이건 분명한 복수였다. 강현우는 윤하경을 지옥으로 밀어 넣기 위해 이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고 그 지옥에서 빠져나올 유일한 길은 강현우 자신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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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오랜 시간 피해 다녔지만 결국 윤하경은 다시 강현우 손바닥 안에 갇히고 말았다.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네, 제가... 살려달라고 했어요.”몸속에 퍼진 약기운 때문인지, 그 짧은 말조차 숨이 막히듯 나왔고 가까이서 듣지 않으면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민수는 안도한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바로 그때, 강현우의 서늘한 눈빛이 유민수 쪽으로 스치며 지나갔다.“아직 할 일 남았어?”말투는 딱히 날카롭지 않았지만 묘하게 등골이 서늘해졌다.유민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하더니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한발 물러섰다.“아... 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대표님.”그는 빠르게 방을 나서며 문을 닫았다. 하지만 문이 완전히 닫히자마자, 방금 전까지 비굴하게 웃고 있던 얼굴은 금세 일그러졌다.“망할 놈... 날 완전히 갖고 놀았네.”“유 대표님.”말이 끝나기도 전에 등 뒤에서 누군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유민수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문가에 민진혁이 서 있었다.“혹시... 우리 대표님한테 뭐 불만 있으세요?”순간 유민수는 방금 너무 급하게 나온 탓에 민진혁이 문 근처에 있는 것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단 걸 깨달았다. 그는 황급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 아니요. 전혀요. 강 대표님께 불만이라니요.”그러고는 급하게 재킷 안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민진혁에게 건넸다.“민 비서님, 별건 아니고요. 그냥 마음이에요.”민진혁은 시계를 흘끗 살펴봤더니 고급 스위스 브랜드였다. 그는 살짝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거절하지 않고 받았다.“감사합니다, 유 대표님.”유민수는 간신히 숨을 돌리고 말했다.“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프로젝트 관련해서는... 대표님께 잘 말씀 좀 부탁드릴게요.”그 말을 남기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민진혁은 유민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는 손에 쥔 시계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방 안.강현우는 느릿하게 걸음을 옮겨 윤하경이 누워 있는 침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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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지금 강현우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윤하경은 단박에 알아차렸다.무언가 말하려는 찰나, 강현우가 이미 몸을 숙여 그녀에게 다가왔다. 익숙한, 차가운 우드 향이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스며 나왔고 그 향기에 휩싸인 순간 윤하경의 온몸에 힘이 빠져버렸다.그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그 순간, 머릿속에는 터무니없이 예전의 장면들이 하나씩 스쳐 갔다.그와 함께했던 수많은 밤, 잊고 싶었던 장면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났고 잊고 싶어도 뇌는 도무지 그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감각 하나하나가 그와의 기억을 되살리며 무자비하게 되감기고 있었다.“읏...”떨리는 입술로 그만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작고 나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강현우는 입꼬리를 비틀듯이 올리며 물었다.“하고 싶어?”그 한마디는 직설적이면서도 잔인하게 들렸다. 윤하경은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몸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마치 어디에 텅 빈 곳이 있어 무언가로 채워야만 할 것처럼, 강한 욕구가 가슴 아래를 끓게 했다.그녀의 눈은 그렁그렁했고 조금만 더하면 눈물이 흘러내릴 듯했다.“저...”겨우 한 음절을 뱉었지만 그 소리는 부끄러움을 삼킨 목소리로 바뀌었다.입을 열면 더는 감당하지 못할 말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강현우의 눈빛에서 서늘함이 조금 사그라졌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아래로 천천히 내려갔다.“하지 마...”윤하경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저지했다. 지금은 절대 지금은 그와 그런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저항은 오히려 강현우를 자극한 듯했다.그는 고개를 숙인 채 말한다.“약이 부족했나 보네.”윤하경은 눈을 크게 뜨고 숨을 몰아쉬며 필사적으로 말했다.“부탁이에요... 119에 전화 좀 해주세요.”“응급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익숙한 조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나?”그러고는 손을 미끄러트려, 그녀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그는 윤하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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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강현우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낮고도 깊은 울림이 있었지만 윤하경에게 그 말은 맑은 하늘을 가르며 내리친 천둥 같았다.지금 그녀는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 몸을 지배하고 있었고 오직 억눌러온 감각만이 터질 듯 살아났다. 강현우의 말은 마치 막 목이 말라 쓰러지려는 사람을 사막 한가운데 내던져버린 듯했다.윤하경은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붙잡았다.“부탁드려요... 제발.”그 말이 옳은지 그른지, 그녀도 몰랐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자신에게는 감정을 쏟아낼 곳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만약 강현우가 이대로 떠나버린다면 정말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고 이건 더 이상 이성이 아니라 몸이 먼저 내린 판단이었다.강현우는 그녀의 말에 움직이던 손을 멈췄고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더니 조용히 물었다.“네가 지금 무슨 말 하는 건 지는 알고 하는 소리야?”윤하경은 알지 못했지만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강현우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네가 자조한 일이야, 윤하경.”그 말에 윤하경은 잠깐 멍해졌지만 곧 강현우가 몸을 숙여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예상치 못한 움직임에 윤하경은 본능적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았고 숨을 고르듯 조용히 물었다.“어디로 가는 거예요?”강현우는 대답 대신 짧게 한마디 내뱉었다.“더러워.”그 한마디에 윤하경의 가슴이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강현우는 그녀를 안은 채 그대로 욕실로 들어갔고 샤워기에서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사이, 온몸에 힘이 풀린 윤하경은 물끄러미 그 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강현우는 말없이 그녀를 욕조 안으로 던지듯 내려놓았다. 욕조 안의 물은 아마도 아까 유민수가 받아놓았던 것이겠지만 미처 쓰이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물은 따뜻했지만 윤하경의 맥 빠진 몸을 되살리기에는 부족했다. 힘 하나 없이 가라앉은 그녀는 그대로 욕조 바닥으로 가라앉았고 숨이 차오르며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그 순간 물 위로 그림자 하나가 짙게 드리웠다.입술에 닿는 뜨거운 감촉, 그리고 이내 전달된 숨결.죽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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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가볍게 기침을 한 번 하고 나서야, 윤하경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젯밤 강현우와 있었던 일은 너무도 격렬했고 그 탓에 목소리가 다 쉬어버려 자신도 놀랄 만큼 허스키하게 들렸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작게 기침을 하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를 내보려 애썼다.“여보세요, 할아버지.”“지금 어디 있는 거냐?”하병철의 목소리에는 다소 단호한 기운이 묻어 있었다.“방금 하인한테 너 좀 부르라고 했는데 방에 없다고 하더구나.”목소리에는 분명한 꾸짖음이 섞여 있었고 윤하경은 다시 한번 조용히 기침을 했다.하병철의 질문 앞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그녀는 어젯밤 나설 때만 해도 금방 돌아올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전 열 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할아버지, 죄송해요. 어제 친구가 모처럼 모성에 왔거든요. 제가 요즘 기분이 좀 안 좋아서... 같이 바람도 쐬고 싶다고 해서 나갔는데 그만 잠깐 눈 붙인다는 게...”거짓말을 잘 못하는 그녀는 말을 할수록 목소리가 작아졌고 그 탓에 변명을 듣는 하병철의 귀에는 마치 혼날까 두려워하는 듯한 기색으로 들렸다.하병철은 잠시 한숨을 쉬더니 더는 묻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다음부턴 나가게 되면 꼭 말하고 나가. 세상이 흉흉하니까 사람이라도 데리고 다니고. 괜히 주변 사람 걱정시키지 말고.”그 말에 윤하경은 괜히 미안해졌다.“지금 어디 있어? 사람 보내서 데려오게 할까?”이번에는 목소리에 이전과는 다른 따뜻함이 묻어 있었다. 윤하경은 하병철의 진심이 느껴져 괜히 가슴이 먹먹해졌고 괜한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에 눈가까지 붉어졌다.“괜찮아요, 조금만 쉬다 혼자 돌아갈게요.”“그래. 그럼 열두 시까지는 꼭 들어와라. 집에 일이 좀 있어.”“네...”윤하경은 전화를 끊고 난 뒤, 꺼진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욕실 안에는 강현우가 없었고 윤하경은 그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그녀는 거울 앞에 선 채 칫솔을 들다 말고 거울 속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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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임주영은 겉으론 딸을 꾸짖는 말투였지만 실제로는 하지안의 말에 동조하고 있다는 걸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진심으로 꾸짖었다면 하지안이 다 말하고 난 뒤에야 입을 열진 않았을 테니까.윤하경은 두 사람을 차분히 바라보며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외숙모, 지안아. 죄송해요.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늦었어요.”그녀는 여유 있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고 곧장 하병철을 바라보며 다시 정중히 말했다.“할아버지, 정말 죄송해요.”윤하경은 이 집안의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말 많은 집안 식구들과 정면으로 맞설 이유는 없었다. 괜히 나섰다가는 하병철에게 부담만 될 테니까.그는 지금껏 계속 자신을 감싸주고 있었고 그럴수록 다른 사람들의 불만은 점점 더 커질 수 있었다.하지만 그런 그녀의 태도를 보고도 하지안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봐, 역시 작은 집에서 커서 그런가, 기세도 없네.”임주영은 이번에는 하지안의 팔을 꽉 잡아당기며 제대로 눈을 흘겼다.“됐어. 그 입 좀 다물어. 네가 하경이 반만큼만 생각하고 살았으면 네 할아버지가 널 이렇게까지 미워하진 않았어.”하지안은 기분이 상한 듯 입술을 삐죽이며 하병철 쪽을 힐끔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하병철은 윤하경을 향해 손짓하며 부드럽게 말했다.“괜찮아. 이제 막 돌아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모를 수도 있지. 오늘은 네 외할머니 기일이야.”윤하경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 한편이 철렁 내려앉았고 입술을 꾹 다문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하병철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하경아, 이리 오너라.”윤하경은 조용히 대답하며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오늘이 네가 처음으로 외할머니께 인사드리는 날이니 나랑 같이 서 있자꾸나.”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팔을 조심스럽게 부축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제사 장소로 향했다.뒤에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에는 눈에 띄는 불만이 담겨 있었다.“할아버지, 너무 하경이만 챙기시는 거 아니야?”“외손녀면 다야? 우리도 손녀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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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하병철은 마지막 말을 마칠 즈음, 감정이 복받친 듯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곁에 서 있던 하인이 조용히 다가와 향을 피워 건넸고 윤하경도 앞으로 나가 공손히 향에 불을 붙였다.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앞으로 나와 제를 올리기 시작했고 조금 전까지 웅성거리던 분위기는 어느새 숙연해졌다.윤하경은 향을 들고 하병철 옆에 막 서려던 찰나 누군가가 갑자기 그녀 등을 툭 밀었다.순간 중심을 잃은 그녀는 바닥에 그대로 넘어졌다. 몸에는 큰 이상이 없었지만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눈에 띄는 순간이었다.하병철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표정에는 눈에 띄게 불쾌한 기색이 떠올랐다.“왜 그래?”윤하경은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외할머니께 처음 인사드리는 날이잖아요. 정식으로 큰절 올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요.”그녀는 바르게 무릎을 꿇고 앉아, 표정도 자세도 흐트러짐 없이 조용히 절을 올렸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병철은 굳어 있던 얼굴을 풀고 고개를 끄덕이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뒤에서 일부러 밀었던 하지안은 그 순간 멍해졌다. 분명 창피를 줄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분위기를 반전시켜 버렸다.하지안은 입술을 꾹 깨물며 바닥을 툭 밟고 분을 삭였고 임주영이 재빠르게 하지안의 붙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가만히 있어.”그러고는 날카롭게 눈을 흘기며 단호하게 덧붙였다.“쓸데없는 짓 하지 마.”하지안은 씩 내뱉듯 말했다.“그냥 꼴 보기 싫어요.”그러자 임주영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이런 자리에서까지 사고 치고 싶어? 지난번 하희연 일로 한바탕 소란 겪고도 정신 못 차렸니?”그 목소리는 생각보다 커서 근처에 있던 하희연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윤하경은 절을 마친 뒤 조용히 몸을 일으켜 향을 향로에 꽂았다. 그 순간, 어머니가 생전에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내가 이생에서 가장 미안한 사람은 너희 외할머니였어.’윤하경은 눈을 감고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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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강현우의 얼굴이 보이는 순간, 윤하경은 숨 쉬는 것조차 잊은 듯, 그대로 굳어버렸다.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강현우가 날카롭고 냉정한 눈매로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며 시선을 마주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경 씨.”그가 던진 인사는 정중했지만 그 말투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느껴졌다.윤하경은 모호하게 대답을 흘리듯 했지만 속은 조용할 틈 없이 뒤집히고 있었다.강현우가 혹시 외할아버지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걱정이 밀려들었고 조심스럽게 하병철을 향해 물었다.“외할아버지, 절 부르신 이유가 있으세요?”하병철은 부드럽게 손짓하며 그녀를 불렀다.“하경아, 이리 와보렴.”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다가갔고 강현우를 의식하면서도 정면으로 보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는 시선을 피했지만 옆으로 슬쩍 보이는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강현우는 긴 손가락으로 찻잔을 가볍게 쥐고 있었고 그 움직임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로워 보였다.하병철은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이분은 강현우 대표님이시다. 경성에서 오셨어. 너희, 예전에 본 적 있지 않니?”그 말에 윤하경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성에서 있었던 일 중 일부는 하병철에게 얘기했지만 강현우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꺼낸 적이 없었다.그녀는 순간 강현우를 바라봤고 그의 눈빛에서 뚜렷한 조소가 엿보였다.윤하경은 빠르게 시선을 돌리며 태연한 척 말했다.“예전에 몇 번 공식 자리에서 멀리서 뵌 적은 있어요.”사실 반은 진실이고 반은 회피였다.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입가에 묘한 웃음을 띠며 윤하경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하경 씨, 기억력이 꽤 나쁘신가 봐요. 어제 우리 분명히...”그 말이 이어지기도 전에, 윤하경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쿵 내려앉았다.그가 혹시 어젯밤 일을 꺼내려는 건 아닐까 싶어, 그녀는 급히 말을 잘랐다.“강 대표님이 뭔가 착각하신 것 같아요. 어제 저희, 뵙지 않았죠.”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빠르고 단호했으며 그 반응에 강현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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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윤하경은 하병철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하병철은 그녀가 하성 그룹에 들어가 단단해지길 바라고 있었지만 윤하경은 문득 시선을 돌려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강현우는 결코 이유 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 성격의 그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와 하병철에게 사업 제안을 꺼낸 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거라 생각됐다.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병철은 윤하경에게 말한 뒤 강현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강 대표, 방금까지는 이야기할 거 거의 다 했지요. 남은 건 이제 나 몰라요. 앞으로는 우리 외손녀와 직접 이야기하세요. 혹시 불편한 점 있으면 잘 좀 봐주시면 좋겠네요.”강현우는 찻잔을 들어 가볍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염려하지 마십시오. 제가 윤하경 씨를 잘 ‘보살피겠습니다.”그는 ‘보살피겠습니다’라는 말을 유독 또렷하게 발음했지만 그 말이 하병철에게는 믿음직한 다짐처럼 들린 반면 윤하경에게는 묘한 불쾌함으로 다가왔다.윤하경은 무릎 위에 가지런히 두고 있던 손을 순간적으로 꽉 움켜쥐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그 순간 하병철이 피곤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하경아, 나는 좀 피곤하구나. 네가 강 대표 배웅 좀 해드려라.”윤하경은 하병철을 바라보며 잠깐 머뭇거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거절하면 오히려 더 눈에 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모셔다드릴게요.”어젯밤 그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자신이 맞는지조차 의심될 만큼, 태도에는 아무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강현우는 미간을 살짝 올리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부탁드리죠.”강현우가 일어서자 키 큰 그의 체격은 자연스레 사람을 압도하는 기운을 풍겼다.“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표면적으로는 공손했지만 말끝에는 알 수 없는 비아냥이 얹혀 있었다.윤하경은 입가에 힘주어 미소를 지으며 하병철을 향해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그럼 강 대표님 배웅하고 돌아갈게요.”하병철은 요 며칠 몸이 좋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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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윤하경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숨을 들이켰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여긴 밤도 아니고 사람 오가는 하인들도 많은데 누가 보기라도 하면 그 얘기가 하병철 귀에라도 들어간다면 그가 얼마나 분노할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하지만 강현우는 그녀의 분노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냉소를 띤 채 내려다봤다.“계속 연기해. 안 친하다고 하더니 왜 멈췄어?”그와 거리가 너무 가까워, 윤하경은 그에게서 풍기는 익숙한 향을 느낄 수 있었다.그 향기는 과거의 그와 다르지 않았지만 강현우와 자신은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는 지금 당장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이유가, 아직 자신을 어떻게 벌할지 결정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었다.혹은 사냥꾼이 사냥감을 손에 넣은 뒤,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마지막에 끝장내듯, 지금은 그저 유희의 시간일지도 모른다.윤하경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뭐든 저한테 하라고요.”“너한테?”강현우는 기다렸다는 듯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거칠게 들어 올렸고 윤하경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말해봐. 내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네게 ‘직접’ 한 게 되는 건데?”윤하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은 오히려 강현우를 자극했다.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더니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갔다.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오자, 윤하경은 억지로 신음을 참았다.그때, 강현우의 낮고 압박감 가득한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응? 말해봐. 내가 어떻게 해야... 그 아이를 되돌릴 수 있는데?”윤하경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이번이 재회 이후, 강현우가 두 번째로 ‘그 아이’를 입에 올린 순간이었다.그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 그녀는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다 입꼬리를 비튼 채 씁쓸하게 웃었다.“아이요?”윤하경은 힘없이 웃었다.“현우 씨가 무슨 자격으로 그 아이 얘기를 해요?”지금 강현우의 태도를 보면 당시 유산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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