บททั้งหมดของ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บทที่ 711 - บทที่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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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1화

윤하경은 원래 하희연의 초대로 따라온 자리였기에, 공연 자체에는 큰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무대 조명이 켜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어느새 눈빛이 반짝이며 무대를 바라보게 되었다.그동안 일이 바빠 이런 공연장을 찾을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하희연 말대로 정말 스타들이 총출동한 무대였다. 윤하경이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연예인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잠시 후, 한 인기 보이그룹이 등장해 노래와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하희연이 슬쩍 그녀의 어깨를 치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어때? 괜찮지?”윤하경은 시선을 잠깐 돌려 그녀를 보며 담담히 대답했다.“잘생겼네.”연예계는 얼굴로 먹고사는 곳이다. 그룹 멤버들 모두 어려 보이긴 했지만 하나같이 외모나 체형이 눈에 띄게 좋았다.하희연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속삭이듯 말했다.“그럼 이따 끝나고 불러볼까?”윤하경은 황급히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지만 하희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바로 근처 스태프를 불렀다. 그의 귓가에 몇 마디 조용히 속삭이자, 스태프는 금세 상황을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그 모습을 본 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괜히 말을 꺼낸 것 같아 마음이 복잡해졌고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조금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그런데 바로 그때, 무대 위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몸이 순간 굳었고 무대 위의 여가수에게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렸다.눈앞에 선명하게 드러난 그 얼굴, 모연이였다.윤하경의 심장은 단번에 쿵 내려앉았다.며칠 전, 강현우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모연을 이용했던 일이 떠올랐다.그 일을 통해 이미 그녀는 강현우가 모연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모의는 과거 자신이 직접 강현우에게 소개한 인물이기도 했다.그런 점을 생각하면 둘 사이에 단순한 소속 연예인 이상의 관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윤하경은 혹시라도 모연이 자신을 알아보진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그 긴장감을 눈치챈 하희연은 오해한 듯,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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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실례지만 8번 방이 어디죠?”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윤하경은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하희연의 팔을 얼른 잡고는 도망치듯 앞으로 성큼 걸었다.‘모연의 목소리인데...’조금 전 공연장에서 봤던 그녀를 여기서 또 마주치고 싶진 않았다.하희연은 윤하경이 갑자기 걸음을 재촉하는 걸 보고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왜 이렇게 급해? 아까 마음에 든 그 꼬마들 도망가기라도 해?”윤하경은 말없이 속으로만 탄식했다. 겉보기에는 얌전한 이미지였던 하희연이, 막상 말하는 걸 보면 이토록 거침없을 줄은 몰랐다.그녀는 쿨하게 기침을 한 번 하며 코끝을 쓱 문질렀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핑계를 댔다.“속이 좀 안 좋아서... 화장실 좀 다녀올게.”“그래.”하희연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하고는 곧장 근처 방 하나의 문을 열었다.하지만 윤하경은 그 문 위에 적힌 ‘9’이라는 숫자를 보지 못한 채 그저 뒤따랐다.문이 열리자, 아까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췄던 보이그룹 멤버들이 일제히 일어나 반갑게 인사했다.“누나들, 안녕하세요!”맑고 힘찬 인사 소리에 귀가 얼얼할 정도였고 윤하경은 민망한 듯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먼저들 노세요.”그 말을 남기고는 재빨리 화장실로 들어갔고 문을 닫은 뒤에야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요즘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에게 강현우를 잊으리라고 다짐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단지 강현우와 관련된 사람을 봤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흐트러진 자신을 보고 있자니 어이없기도 했다.윤하경은 입꼬리를 씁쓸하게 끌어올리며 거울을 향해 낮게 중얼거렸다.“윤하경, 너 정말 한심하다...”잠시 눈을 감았다가, 찬물을 얼굴에 두어 번 끼얹은 뒤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고 나왔다.한편, 바로 옆방.모연은 조심스럽게 8번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리고 소파 정중앙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는 순간, 단박에 그가 이 자리를 지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말없이 앉아 있기만 해도 단숨에 시선을 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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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자리가 마무리되자 강현우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나머지 세부 조율은 내일 제 사람을 유 대표님 회사로 보내겠습니다.”유 대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현우와 그의 옆에 앉아 있는 모연을 번갈아 바라봤다.그 눈빛에는 이미 모든 걸 짐작하고 있다는 듯한 농담이 섞여 있었다.“하하하, 그렇죠. 귀한 시간인데 제가 괜히 좋은 분위기 방해하긴 그렇죠. 대표님,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그 말에 모연은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슬쩍 강현우를 바라보더니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사실 그녀는 강현우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고 만약 그가 진심으로 다가온다면 자신에게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조금 전 콘서트장에서 분명 봤다.‘무대 아래 VIP석에 앉아 있던 그 여자 이름이 아마 윤하경...?’얼마 전 강현우 곁에 있던 여자로 기억하고 있었고 그 사실이 순간 머릿속을 스쳤다.유 대표 일행이 자리를 비우고 방에는 이제 강현우, 모연, 그리고 민진혁만 남았다.강현우는 가볍게 숨을 내쉬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고 잠깐 드러난 표정에는 피곤함이 묻어났다. 모연은 조심스럽게 입술을 눌러 다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그럼 전 먼저 일어날게요, 대표님. 괜히 조금 있다가 윤하경 씨라도 마주치면 오해 생길 수 있으니까요.”그녀는 단지 배려해서 말한 것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막 눈을 감으려던 강현우가 눈을 번쩍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그 눈빛은 싸늘하고 날카로웠고 마치 공기를 가를 듯한 기세에 모연은 본능적으로 움찔했다.자신이 뭔가 잘못 말했나 싶어 반사적으로 사과하려던 찰나 강현우의 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날아왔다.“지금 뭐라고 했지?”모연은 당황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네?”강현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물었다.“방금 네가 한 말, 다시 한번 말해봐.”그의 시선이 점점 매서워졌고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은 듯했다. 모연은 어깨를 움츠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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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모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우는 문을 벌컥 열고 나가 버렸다.문이 ‘쾅’ 하고 닫히는 소리에 모연은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민진혁은 멈칫하며 모연을 한 번 돌아봤고 그녀가 겁에 질린 얼굴로 얼어 있는 걸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이번에는 오히려 잘했어요.”그 말을 남기고 그도 뒤따라 나갔고 문 앞에는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강현우가 있었다. 그의 얼굴은 먹구름처럼 짙게 드리워져 있었고 온몸에서 짙은 분노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봐 온 민진혁은 그 표정 하나만으로도 지금 그가 어떤 상태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대표님, 모성이라는 도시가 넓은 것 같아도 막상 좁은 곳입니다. 사람만 이 근처에 있다는 게 확실하다면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지금 바로 사람들 풀겠습니다.”그 말에 강현우는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봤다. 악물린 턱 아래로 단단한 턱선이 도드라졌고 차가운 기운이 얼굴에 선명히 드러났다.“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찾아.”단호한 목소리에 망설임은 전혀 없었고 민진혁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오늘 밤은... 경성으로 바로 돌아가지 않으시겠다는 거죠? 아까 신인아 씨가 또 연락했는데...”“안 돌아가.”강현우는 짧게 말을 끊고는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민진혁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빠르게 무언가를 입력하며 발걸음을 옮겼다.같은 시각, 윤하경은 여전히 회식 분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고 겨우 하희연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빠져나온 그녀는 곧장 택시를 타러 밖으로 나섰다.그런데 대문을 나선 순간, 눈에 익은 실루엣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차에 기대 담배를 피우고 있는 남자.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담배를 들고 있었고 그 모습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쓸쓸함이 스며 있었으며 윤하경의 심장은 그 순간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윤하경은 반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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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윤하경이 전화를 받자, 전화기 너머로 하병철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어디야?”윤하경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조용히 대답했다.“하석호랑 같이 있어요.”아직 ‘사촌 오빠’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아, 그녀는 이름을 곧장 불렀다.하병철의 목소리가 짧은 정적 끝에 더 낮아졌다.“지금 당장, 둘이 함께 돌아오너라.”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단호함에 윤하경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그녀는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그제야 하석호가 차를 세운 것을 눈치챘다.“왜 멈췄어? 안 가?”하석호는 냉소를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이젠 갈 필요 없어. 너 이제 막 우리 집에 들어온 참이니까, 잘 봐둬. 이 집안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무례를 부리는지.”그 말과 함께 하석호는 곧바로 차를 돌려 하가 본가로 향했다. 윤하경은 사태를 전부 이해하진 못했지만 하병철의 반응과 하석호의 말투를 통해 어렴풋이 감을 잡았다.윤하경은 잠시 조용히 있다가 물었다.“나... 때문이야?”하석호는 비웃듯 콧소리를 내고 그러다 그녀를 힐끗 돌아보며 말했다.“별일 아니야.”그렇게 말했지만 윤하경의 불안한 예감은 점점 더 짙어져 갔다.차가 본가에 도착하자, 둘이 막 대문 안으로 들어섰을 때 하인 몇 명이 모여 수군대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윤하경을 보며 뭔가 알 듯한 눈빛을 주고받았고 시선에는 의미심장함이 담겨 있었다.윤하경은 그저 가볍게 눈썹만 들고 여느 때처럼 차분하게 하석호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복도를 따라 거실 쪽으로 향하던 중, 안에서부터 시끄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버지, 이게 왜 희연이 때문이예요? 윤하경이 강제로 데리고 나간 거라고요!”윤하경은 발걸음을 멈췄고 머릿속에는 의문이 가득 차올랐고 하석호는 그녀를 한 번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그 말은 묘하게 안정감을 주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거실 안으로 들어섰다.이미 거실에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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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하희연은 마음이 불편해졌는지 점점 말소리가 작아졌고 마지막쯤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그녀가 말을 마치자 윤하경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곧장 하병철을 향해 말했다.“할아버지, 희연이가 말한 그대로예요.”그 말이 떨어지자, 거실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누구도 윤하경이 그렇게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인정해 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하석호가 눈썹을 치켜들며 그녀를 슬쩍 바라봤다.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하병철의 음성이 낮고 분노 섞인 톤으로 이어졌다.“말이 정말이냐?”윤하경은 평온한 눈빛으로 하병철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제가 희연이보다 나이가 많아요. 희연이가 말한 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전 언니로서 대신 책임질 수 있어요.”결국 이게 하희연이 준비한 수라면 생각보다 단순했다. 윤하경은 별일 아닌 듯 고개를 돌려 잠시 침묵했고 이내 살짝 웃으며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계모와 함께 동생이 집에 들어왔을 때부터 전 이런 억울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어요. 이젠 익숙해졌어요. 벌주시려면 주세요.”그 말과 함께 그녀는 말없이 무릎을 꿇었다. 자세는 단정하고 기품 있었고 고개를 약간 들고 있는 모습은 아름답고도 고집스러웠다.이런 문제는 증거도 뚜렷하지 않고 말로 따지기에는 애매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괜히 언성을 높이며 억울하다고 항변하기보다, 차라리 물러나면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편이 더 현명했다.윤하경은 당당하게 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자신은 누명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빼놓지 않았다.그 말에 하병철 역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그 자리에 있던 하희연과 주소윤 모녀는 윤하경의 예상 밖 대응에 완전히 당황해 버렸다. 그저 자신들의 말에 분노하거나 억울해하길 기대했건만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하석호만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슬쩍 미간을 풀고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무릎 꿇고 있는 윤하경의 모습이 어쩐지 눈을 떼기 힘들 정도였다.하희연은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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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윤하경은 자신이 하씨 가문으로 돌아온 이상, 누군가는 반길 것이고 누군가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비록 욕심 하나 없는 삶을 살고 있지만 세상에는 그런 사람조차 스스로의 상상으로 위협이라 단정 짓는 이들이 존재했다. 특히 요즘처럼 외할아버지인 하병철이 자신에게 유달리 호의를 보이는 상황에서는 더욱 말이다.하지만 설마, 첫 번째로 받는 모함이 이렇게 유치할 줄은 몰랐고 예전에 윤하연이 벌였던 난리보다도 못할 지경이었다.그녀의 말에 하석호는 고개를 돌려 말없이 걷기 시작했고 그녀를 자신의 별장까지 데려다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애초에 너한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 아니었어. 이 집안 애들, 늘 저래. 그게 다 네 반응을 보기 위한 게 아니라, 외할아버지의 반응을 떠보는 거지.”그 말은 윤하경에겐 다소 새로웠다.하석호는 이어서 설명했다.“할아버지는 원래 엄격한 분이야. 특히 집안사람들이 밖에서 물의 일으키는 걸 몹시 싫어하셔. 남녀 관계에 대해서도 아주 보수적이시고 연애든 결혼이든 다 부모 뜻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거든.”그는 말하다 잠시 멈추고는 윤하경을 슬쩍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간단히 말해서 삶의 태도가 문란한 사람은 절대 용납 못 하시는 분이야. 그래서 얘네가 오늘 그딴 걸 문제 삼은 거고. 이해돼?”그 말을 들은 윤하경은 잠시 조용해졌다. 하씨 가문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그녀는 하병철의 보수적인 성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문득, 과거 자신과 강현우 사이의 일이 머리를 스쳤다. 그 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어땠을까.그녀는 고개를 젓고 정신을 다잡았다.이미 강현우와는 다시 마주할 일 없을 테니까, 과거는 그저 스쳐 간 구름처럼 흘려보내기로 마음먹었다.그런데 문득, 아까 하석호가 하여진 이야기를 꺼냈던 게 떠올라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윤하경은 하석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까... 내 엄마 얘기했잖아. 그게 혹시, 엄마가 나간 거랑 관련 있어?”하석호는 입술을 다물었다가, 가볍게 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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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뭐라고?”강현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고 민진혁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듣기로는 모성에 있는 하씨 가문에서 최근... 실종됐던 외손녀를 다시 찾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 모성 명사들을 초대해서 외손녀의 귀환을 알리는 연회를 연다고 하네요.”강현우의 미간이 서서히 좁아졌고 민진혁은 멈추지 않고 덧붙였다.“제가 그분이 모성에 온 시점을 알아봤는데요. 하경 씨가 사라진 시기와 정확히 겹칩니다. 물론 아직 시간이 너무 짧아서 하씨 가문 내부에서 정확한 정보를 캐오진 못했고 그 여자의 이름조차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강현우의 눈매가 날카롭게 가늘어졌다.“하씨 가문? 외손녀?”그의 입에서 또렷하게 새어 나온 단어들, 한 자 한 자 이를 악물고 짜내듯 말하는 그 표정에 민진혁도 순간 숨을 삼켰다.강현우의 눈빛은 점점 위험한 색으로 물들어 갔다. 그 말투만으로도, 민진혁은 괜히 윤하경이 걱정되어 마음이 불편해졌다.이틀 뒤.늘 조용하던 하씨 저택은 아침부터 분주했다. 하인들이 분주히 움직이며 연회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거실은 어느새 넓은 연회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중앙에는 정성스럽게 준비된 다과와 와인, 고급스러운 장식들이 놓여 있었다.윤하경은 고급 맞춤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자마자 단숨에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곧장 하병철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부드럽게 부여잡으며 조용히 인사했다.그 모습은 지나치게 얌전하고 단정해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 충분했다.요즘 들어 몸 상태가 좋아진 하병철은 휠체어 없이도 움직일 수 있을 만큼 회복된 상태였다. 그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손님들에게 선언하듯 말했다.“이 아이가 바로, 내 외손녀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혹시라도 대접이 부족했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그 말에 손님들은 일제히 입에 꿀이라도 바른 듯했다.“축하합니다, 하 회장님. 손녀분께서 참 곱고 단아하시네요. 모성의 대표 미녀라 해도 손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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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그 남자의 입꼬리는 분명 웃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윤하경은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스며드는 걸 느꼈다.문턱을 넘으며 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강현우였다.잘 재단된 맞춤 슈트가 그의 넓은 어깨와 균형 잡힌 체형을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다.거기에 날렵한 이목구비까지 더해져, 그가 걸어 들어오는 순간 연회장에 있던 여성 중 몇몇은 그저 숨을 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저 사람 누구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누군가가 속삭였지만 그 작은 소리조차 강현우의 귀에는 모두 들렸다.하지만 그는 단 한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었다.오늘의 윤하경은 분명히 아름다웠다. 블랙 머메이드 드레스는 그녀의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냈고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 위로 흘러내린 긴 머리는 그녀를 더욱 눈부시게 만들어주고 있었다.그 모습은 예전에 입기로 했던 웨딩드레스를 떠오르게 했다.다만 그때는 순백의 드레스였고 지금은 칠흑 같은 검정이었다. 단숨에 그녀 앞까지 걸어온 강현우는 하병철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하 회장님, 축하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작은 정성이지만 선물을 준비해 왔습니다.”그가 고개를 돌려 민진혁을 슬쩍 바라보자,민진혁은 미리 준비해 둔 고급스러운 선물 상자를 열었고 그 안에는 정교한 벼루와 고급 인장의 인주가 들어 있었다.한눈에 봐도 값이 상당히 나가는 물건들이었고 무엇보다도 하병철이 평소 서예를 좋아한다는 걸 고려하면 그의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선물이었다.하병철은 그것을 흘깃 바라보더니 선뜻 받지는 않고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살폈다.“이런 후덕한 젊은이는 처음 보네. 혹시, 어디 집 자손이신가?”“강현우입니다. 서울 강씨, 강한 그룹 강 대표라고 하면 더 익숙하시겠지요.”하병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름은 들어본 적 있네.”강현우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갖췄지만 그 모습과는 다르게 그는 분명한 목적을 품고 이 자리에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건우는 눈매를 가늘게 뜨며 강현우를 다시 살폈고 곧 시선을 윤하경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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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아!”윤하경은 놀라 짧게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바로 눈앞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목소리가 뚝 끊겼고 숨조차 고르기 어려웠다.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자신이 한 발짝 물러날 때마다 강현우는 그만큼 한 걸음씩 더 다가왔다.결국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설 곳 없이 벽에 등을 바짝 붙이게 되었고 그의 그림자 아래서 윤하경의 눈가에는 천천히 눈물이 고여갔고 두려움에 떨리는 눈으로 그를 조심스레 바라봤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 방은 복도 끝 작은 창고 같은 공간으로, 평소에는 하인들만 드나드는 곳이었다.하지만 하인들에게조차 지금 이 장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하병철이 만약 이 모습을 보면 화병이 날 수도 있을 테니까.강현우는 이가 갈릴 듯한 미소를 띤 채 낮고도 느긋한 목소리로 되물었다.“뭐 하냐고?”그의 말투와 표정은 겉보기에는 부드러웠지만 윤하경이 보기에는 그것은 마치 사신이 웃으며 다가오는 듯한 공포였다.그녀는 입술을 눌러 담으며 목을 살짝 들었다.“여긴 모성이에요. 하씨 저택이라고요. 경성이 아니라.”그 말은 경고였지만 강현우는 그 말에 오히려 비웃음 섞인 한숨을 뱉었다.“그래서? 여기가 모성이면 내가 널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해?”그는 말을 마치며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고 곧 손끝으로 그녀의 목선 위 쇄골을 스치듯 덮었다.“도망치는 거, 재밌었어? 응?”그 손끝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닿는 순간마다 오히려 전기가 흐르듯 몸이 떨렸다.강현우 주위의 공기는 점점 서늘하게 가라앉았고 윤하경은 그 자리가 꺼져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몸을 숨기고 싶을 만큼 두려웠다.강현우가 설마 모성까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의 긴 속눈썹이 떨리기 시작했고 떨리는 숨결 사이로 가까이 다가오는 강현우의 향기가 진동했다. 어떻게든 평정을 되찾으려 했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오늘 같은 날, 이 방에서 현우 씨랑 같이 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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