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721 - Bab 730

748 Bab

제721화

“죽고 싶어?”강현우의 숨결이 거칠게 다가왔고 평소처럼, 한 치의 여유도 없이 들이닥치는 위압적인 기세였다.윤하경의 속눈썹이 바르르 떨리더니 마침내 눈을 뜨고 그를 바라봤다.강현우는 냉소를 흘리며 손을 거두었다. 입가에는 희미한 웃음이 걸려 있었지만 그 표정은 조금 전 분노를 터뜨리던 얼굴보다도 더 섬뜩했다.“하지만 죽는 건, 너한텐 너무 쉬운 벌이야.”마침내 그의 손이 풀어지자, 쉴 틈 없이 밀려든 공기에 윤하경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고 숨을 몰아쉬며 크게 기침을 터뜨렸다.“컥, 컥...!”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허겁지겁 숨을 들이켰다.창백했던 얼굴은 산소 부족 탓에 붉게 달아올랐고 몸은 강현우의 시선 아래 본능적으로 움츠러들며 조금이라도 멀어지고 싶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현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지만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오늘 밤 열 시. 기다릴게. 안 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지?”그는 그 한마디만 남긴 채 등을 돌려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고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자, 윤하경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고 겨우 벽을 짚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열 시.그 말이 뇌리를 스치자 그녀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가지 않으면 강현우는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간다고 해도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데 문가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리웠다.“하경 씨, 괜찮아요?”귀에 익은 목소리에 윤하경은 반사적으로 놀라 고개를 들었다. 오건우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머금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윤하경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잠시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문밖을 내다보았다.다행히도, 바깥에는 오건우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고 그는 마치 그녀의 생각을 꿰뚫듯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방금 밖에는 저 하나뿐이었습니다.”윤하경은 입술을 꾹 눌렀다. 오건우의 웃음에는 뭔가 불쾌한 기색이 스며 있었고 그 눈빛조차도 믿음이 가지 않아 윤하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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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오건우는 그 말에 별다른 감정 없이 슬쩍 웃으며 입을 열었다.“제가 보기에는, 하경 씨도 더는 강현우랑 얽히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이던데요? 맞죠?”그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윤하경을 바라봤다.그러자 윤하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요?”“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강현우한테서 벗어날 방법이 있거든요.”“하.”윤하경은 코웃음을 흘렸다.“오 대표님은 남 얘기 엿듣는 것도 좋아하지만 남의 일 참견하는 취미도 있나 보네요. 저랑 현우 씨 일은 당신이 끼어들 일 아니죠.”그녀는 불쾌하게 미간을 찌푸리며 손목을 가리켰다.“이제 손 좀 놔주시죠. 안 그러면 소리 지를 거예요. 성추행이라고.”하지만 그런 말은 오건우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았고 그는 여전히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제 말 안 들어보실 거예요? 아마 이게, 하경 씨가 강현우한테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텐데요?”그는 마지막 말의 끝을 길게 늘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윤하경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이대로 두면 이 사람, 말 다 하기 전에는 절대 안 놓아줄 게 뻔했다.“그래요. 말씀해 보시죠.”그제야 오건우는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렸다.“사실 방법은 간단해요. 하경 씨가 강현우한테서 벗어나고 싶다면 다른 남자를 이용하면 돼요.”그는 윤하경을 내려다보며 자신만만한 눈빛을 띠었다.“그 남자와 약혼하거나, 결혼해 버리는 거죠. 강현우 같은 성격에 그런 상황을 두고 가만있을 수 있을까요?”윤하경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하... 오 대표님, 현우 씨를 잘 안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그 말이야말로 그 사람을 전혀 모른다는 증거네요. 그 사람이랑 엮였던 과거를 알고도, 누가 감히 저랑 약혼이나 결혼을 하겠어요?”오건우는 입술 끝을 슬쩍 들어 올리더니 윤하경을 향해 천천히 웃었다.그 표정을 보는 순간, 윤하경은 단박에 알아차렸다.“설마, 그 ‘다른 남자’라는 게 오 대표님 본인이라는 얘기예요?”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젖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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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오건우란 사람은 어째서인지 상대가 까다롭고 쉽지 않을수록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윤하경이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멀찍이서 강현우가 하병철과 나란히 서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무의식중에 걸음을 옮기려다, 강현우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고 손끝이 서서히 말려들고 심장이 불편한 고동을 시작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눈동자는 그의 입술에 가 닿아 움직임을 좇았다.‘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설마 아까 그 일?’하병철의 표정이 어딘가 단단히 굳어 있는 듯 보였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순간, 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방에서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이며 차가운 시선을 내비치던 그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말끔하고 고상한 모습이었고 겉으로는 완벽하게 매너 좋은 젠틀맨이었다.윤하경조차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저 사람이 정말 아까 그 강현우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그는 잔을 살짝 들어 보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누가 봐도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로 보일 수 있었지만 윤하경은 그 눈빛에 분명하게 담겨 있던 경고의 기색을 알아차렸다.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무의식적으로 떨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떠나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 뒷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윤하경은 다시금 숨을 가다듬고 하병철에게 다가갔다.“할아버지.”차분하게 인사를 건네자, 딱딱했던 여운이 담긴 얼굴이 금세 부드럽게 풀어졌고 그 반응에 윤하경은 비로소 안심했다. 다행히, 강현우가 이상한 소리를 꺼내진 않은 것 같았다.“아까는 어디 다녀왔니?”“잠깐, 바람 좀 쐬고 왔어요.”웃으며 말하자 하병철은 고개를 끄덕였다.“괜히 돌아다니지 마라. 이따가 케이크 자를 시간이니까.”하병철의 그윽한 눈빛에, 윤하경은 그가 자신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까,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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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밤 아홉 시가 조금 지나, 손님들이 모두 떠난 뒤 윤하경은 하병철에게 인사하고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시계를 확인하니 어느덧 9시 40분. 강현우가 지정한 10시까지는 이제 20분도 채 남지 않았고 윤하경은 잠시 입술을 눌러 물며 고민하다 옷장을 열고 옷을 갈아입었다. 강현우가 또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최대한 몸을 가리는 단정한 옷차림을 골랐다.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얇은 트렌치코트의 허리끈까지 단정히 묶은 뒤 방을 나섰다.이미 밤이 깊어 여름 별장은 무척 고요했다. 원래도 넓은 대저택이지만 오늘 하루 종일 사람들이 앞마당에서 분주히 움직인 탓에 뒷마당 쪽은 유난히 더 한적했다. 하인들도 모두 정리 중인지, 걸어가는 내내 마주치는 사람 하나 없었다.뒷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가자, 어둠 속 나무 그늘 아래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달도 흐릿한 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그 자리에서 그 차는 마치 그림자처럼 숨겨져 있었다.윤하경은 문 앞에 멈춰 섰다. 차 안은 어두워서 안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강현우가 그 안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그녀는 가슴을 한번 깊게 고르고는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조용히 손을 뻗어 문을 열었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머릿속에서 수없이 되뇌었던 말들이 순식간에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왜?”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얼마 안 봤다고 다리라도 다친 거야?”말투는 무심했지만 그 속에 실린 분노는 쉽게 감춰지지 않았다.“아니면... 네가 직접 차에 타지 않겠다면 내가 여기서 안아 올려줘야겠어?”윤하경은 대답 대신 바로 조용히 차에 올랐다. 강현우라는 사람은 위협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면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었다.차가운 우드 향, 그리고 희미한 담배 냄새, 차 안은 온통 그의 향기로 가득했다. 윤하경은 긴장한 듯 입술을 꾹 다문 채 말했다.“무슨 말씀이든 하세요. 오늘은 왜 부르신 건데요.”강현우는 코웃음을 쳤다.“정말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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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차 안은 담배 연기와 긴장감으로 뿌옇게 흐려져 강현우의 표정조차 제대로 읽히지 않았다.윤하경은 손끝이 저절로 말려들 만큼 긴장한 채, 억지로 말을 꺼냈다.“절 부르신 게 담배 피우는 거 보여주시려는 건 아니시겠죠? 다 끝났으면... 이젠 집에 데려다주실 수 있을까요?”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속에 담긴 뉘앙스는 뻔히 도발적이었다.그 말이 끝나자, 강현우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빛은 매서웠고 다음 순간 그의 손이 다시 윤하경의 목을 움켜쥐었다.“지금 네가 하씨 집안 외손녀쯤 되는 신분이라서 내가 널 함부로 못 건드릴 거라 생각했어?”심지어 차 안에는 따뜻한 난방이 켜져 있었지만 윤하경의 등줄기는 서늘하게 식어갔고 식은땀이 이마를 타고 흘렀다. 몸이 떨릴 정도로 긴장한 그녀는 이를 악물고 최대한 담담해 보이려 애썼다.“말씀대로예요. 지금 저는 하씨 집안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여기가 모성이란 것도 잘 알고 계시겠죠.”하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강현우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그는 그녀의 떨리는 입술을 잠시 바라보다가, 문득 비웃듯 웃었다. 그 웃음은 차라리 지옥에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섬뜩했다.그가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자, 윤하경의 시야에는 그의 얼굴밖에 들어오지 않았다.“모성이라?”강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기댈 곳 생기더니 배짱도 커졌네.”그의 말은 칼날 같았다.“내가 하병철한테 네 과거 전부 들춰내면 과연 널 여전히 외손녀로 받아줄까?”그 말에 윤하경은 손가락을 더욱 세게 쥐며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고 붉던 입술까지 창백해졌다.그녀는 눈을 감았다. 강현우가 이곳에 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단 걸, 그제야 완전히 실감했다. 그는 이미 하씨 집안의 사정까지 파악한 상태였다.“왜 말이 없어?”강현우가 조용히, 하지만 날카롭게 물었다.윤하경은 조용히 이를 악문 뒤, 입술을 눌러 담고서야 겨우 말했다.“이미 지난 일이에요. 그냥... 저를 놔주세요, 현우 씨.”그녀의 목소리는 맑았지만 떨렸고 그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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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윤하경은 늘 강현우 앞에선 한없이 조심스러웠다. 이렇게 대놓고 맞서 본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강현우조차 처 윤하경을 만났을 땐, 이 여자가 마치 발톱을 숨긴 길들지 않은 고양이 같았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지금 그녀가 온몸에 긴장으로 소름을 돋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눈빛을 하고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강현우의 시선이 어두워졌다.“좋아, 아주 좋아.”말과는 다르게, 그의 입꼬리는 느리게 휘어 올랐다.강현우는 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끓어오르던 분노는 순식간에 가라앉았고 어느새 그는 다시 평소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가 있었다.그는 느릿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널 놔줄 수도 있지..”그의 말투는 나른했고 마치 흥미를 잃은 듯 차 뒷좌석 깊숙이 몸을 기댔다.“살 방법도 없는 것은 아니고.”윤하경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지만 차오른 기대는 금세 가라앉았다. 강현우는 절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란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윤하경을 쳐다보았고 민진혁은 조용히 차를 출발시켰다. 몇 분 뒤, 차는 도심 외곽의 고급 회원제 클럽 앞에 멈춰 섰고 민진혁이 돌아보며 말했다.“대표님, 도착했습니다.”윤하경은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 간판을 힐끔 보더니 클러치를 쥐고 있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내려.”강현우가 문을 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차 문을 열자, 밤공기가 칼처럼 차가운 바람을 실어와 차 안으로 스며들었다.윤하경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지만 잠시 멈칫하다가 조용히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이미 강현우는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희미한 조명 아래 그의 실루엣은 늘 그렇듯 반듯하고도 날카로웠다.윤하경이 그에게 다가가자, 강현우가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살고 싶다면 내 말대로 해. 내가 만족하면 넌 자유야.”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그는 먼저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윤하경은 한참을 문 앞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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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룸 안, 누구도 윤하경의 핏기 없는 얼굴빛을 알아채지 못했다.강현우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긴 다리를 천천히 뻗으며 소파 한가운데에 앉았고 다리를 겹쳐 앉은 그의 몸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인 아우라가 흘러나왔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봤지만 강현우의 표정은 알 수 없는 웃음이 떠 있는 채로 무심하기만 했다.원래부터 잘생긴 강현우였기에, 가장 가까이 있던 여자 하나가 설레는 얼굴로 잽싸게 다가왔다. 그녀는 트레이에서 고급 시가 하나를 골라 공손하게 내밀었다.“강 대표님, 여기요.”강현우는 그 여자를 옆눈으로 슬쩍 보더니 흥미 없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도 그 눈빛에는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눈치 하나는 있네.”그 말은 크지 않았지만 윤하경에게는 똑똑히 들렸다.‘노골적으로 누굴 겨냥하는 거야...’여자의 손에서 시가를 받아 문 강현우는 연기를 내뿜으며 윤하경을 바라봤다.“유 대표, 멍하니 뭐 하고 있어?”그는 긴 팔로 옆에 있던 여자를 품에 끌어안으며 한껏 느긋하고 가벼운 남자처럼 보였다. 그 여자는 얼굴을 붉히며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더니 조심스레 몸을 기댔다.그제야 유민수도 상황을 눈치챘다.‘아, 오늘은 이 여자 그냥 마음껏 써도 된다는 뜻이구나.’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윤하경에게 다가와 손목을 잡아끌었다.“같이 놀자, 재밌게.”그의 손길이 거칠게 손목을 훑자, 강현우의 시선이 그 손목에 정확히 꽂혔다. 눈빛에 한 줄기 날이 스치듯 차가운 기운이 번졌지만 금세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표정을 지웠다.“강 대표님, 술 한 잔 더 받으세요.”품에 안긴 여자가 적극적으로 술을 따르며 어떻게든 그에게 잘 보이려 애썼다. 강현우 같은 남자와 하룻밤이라도 함께할 수 있다면 룸 안의 누구보다 값진 일이라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강현우는 그녀가 따라주는 술을 거절하지 않았지만 시선은 줄곧 멀찍이 떨어진 윤하경에게서 떼지 않았다.윤하경은 오늘따라 더 눈에 띄었다. 단정한 옷차림인데도 어딘가 청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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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어디까지나 강현우가 데리고 온 여자였다. 괜히 먼저 손댔다간 강현우의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이제 강현우가 직접 허락했으니 유민수 입장에선 더는 눈치 볼 것도 없었다.유민수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럼 강 대표님, 전 그럼...”강현우는 천천히 시가 한 모금 빨고는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마음대로 해.”유민수는 입꼬리가 귀에 닿을 듯 환히 웃었고 룸 안 조명이 흐려 강현우의 눈빛 속에 스친 살기를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어차피 비즈니스 판에서는 여자를 주고받는 일도 드문 게 아니었고 게다가 강현우가 막 모성에 들어온 새 인물이라는 것도 있으니 여자를 데려온 게 선물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게다가 이렇게 괜찮은 여자는 드물었다. 그는 슬며시 다가가, 마치 배려라도 하듯 윤하경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하경 씨, 괜찮아?”윤하경은 자신이 얼마나 마신 건지조차 가늠이 안 됐다. 단지 계속 누군가가 잔을 채워왔고 강현우가 그만 마시라 하지 않는 한 그녀는 멈출 수 없었다.그 따뜻한 물 한 잔이 술에 짓이겨진 목을 겨우 진정시켰다.“감사합니다.”목소리는 쉰 듯 잠겨 있었지만 그녀는 정중히 말했다.그러자 유민수가 웃으며 말했다.“하경 씨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 위에 방이 있으니 올라가서 좀 쉴래? 내가 도와줄게.”언뜻 보면 그는 얌전하고 순해 보였지만 윤하경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그런 얼굴을 결코 믿지 않았다. 술기운에 머릿속이 흐릿해진 그녀는 두 눈에 겹쳐 보이는 유민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괜찮아요.”윤하경이 손을 휘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유민수가 급히 잡았고 윤하경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내쳤다.“건드리지 마세요.”유민수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고 입술을 꾹 다물며 체면상 억지로 웃음을 되찾았다.“왜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해? 그냥... 걱정돼서 그런 거야.”윤하경은 비틀거리며 서 있었지만 눈을 치켜올리고 차갑게 웃었다.“걱정은 무슨. 날 그냥 놔두는 게 진짜 걱정이에요.”술기운이 오르자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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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윤하경은 강현우가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 거란 건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망신을 줄 줄은 몰랐다.멍하니 있는 사이, 유민수가 성큼 다가왔다.“그럼 강 대표님, 제가 먼저 데리고 올라가서 좀 쉬게 하겠습니다.”강현우는 느긋하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는 윤하경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게으른 듯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악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그는 낮게, 오직 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라도 나한테 빌면 살 수 있지 않을까?”‘빌라고?’윤하경은 씁쓸하게 웃었다.강현우가 말하는 ‘빌기’란, 결국 또 다른 방식의 굴욕일 뿐이었기에 윤하경은 대꾸하지 않았다.그 순간 유민수가 그녀를 끌어당기듯 일으켰고 윤하경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반항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힘없이 끌려가듯 그는 그녀를 위층 방까지 데려갔고 머릿속에는 강현우의 그 싸늘한 얼굴이 계속 떠올랐다.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지듯 밀쳐졌을 때,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유민수가 옷을 벗기 시작하자 윤하경은 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러지 마세요.”유민수는 그녀를 힐끔 보더니 낄낄 웃었다.“뭐래. 내가 뭘 어쨌다고. 나, 원래 여자한텐 되게 다정한 사람이거든.”그의 몸에서 풍기는 지나치게 강한 향수 냄새에 윤하경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그녀는 몸을 뒤로 물리며 경고했다.“진심으로 충고드리는 겁니다. 저... 저 하씨 집안 사람이에요.”알코올에 얼룩진 정신을 간신히 붙잡은 그녀는 최대한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려 애썼다. 지금 강현우의 보호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니 유일한 방패는 ‘하씨 집안’뿐이었다.“하씨 집안?”유민수는 멈칫했지만 곧 실실 웃으며 말했다.“하씨네 집안 사람들 내가 다 아는데 그쪽 같은 사람은 본 적도 없어. 설마 날 속이겠다는 건 아니겠지? 게다가 진짜 하씨 집안 여자라면 이런 데 남자랑 나오지도 않았을걸?”그 말에 윤하경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더 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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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윤하경은 단번에 알아챘다. 방금 유민수가 건넸던 그 ‘따뜻한 물’에 뭔가가 들어 있었던 거였다.“꺼져... 살려줘요, 제발...!”그녀는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이 방 안에서 그런 비명은 오히려 우스운 소음처럼 들렸고 약기운이 퍼지면서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가늘고 흐려졌다.그 모습을 보며 유민수는 아예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이런 거 좋아하는 타입이구나? 나도 마침 딱 이런 거 좋아해.”그는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다시 손을 뻗어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다. 몸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팔다리는 축 늘어져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멍하니 눈앞에서 천천히 벗겨져 가는 자기 옷과 드러나는 하얀 피부를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비켜... 꺼지라고...”몸은 멀어지고 싶어 안간힘을 썼지만 나오는 목소리는 도리어 기묘하게 부드럽고 유혹적이었다. 그 애매한 음성이 유민수의 귀에 닿자, 그는 더욱 들뜬 기색으로 그녀 위에 몸을 기울였다.입술을 가져가려던 순간, 무거운 소리와 함께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그러자 유민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X발, 누가 눈치 없이...”그러나 돌아본 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 문가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강현우였다.“강, 강 대표님... 왜, 여길...?”유민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강현우는 그저 조용히 문가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먹구름처럼 어두운 눈빛으로 유민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윤하경은 정신이 혼미했지만 지금 자신의 유일한 구원자가 나타났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그녀는 침대 위에서 입을 벌려 간신히 소리를 냈다.“현우 씨... 제발, 날... 도와줘요...”목소리는 숨이 끊길 듯 미약했지만 은근한 절박함이 깃들어 있었다.팬티 하나만 걸친 유민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움직이자니 눈치 보이고 안 움직이자니 우스웠다.먼저 침묵을 깬 건 강현우였다.“빌어.”그의 차가운 눈빛이 윤하경을 향했고 그 차가운 말투에 윤하경은 숨이 턱 막혔고 심장이 커다란 손에 짓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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