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우란 사람은 어째서인지 상대가 까다롭고 쉽지 않을수록 더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윤하경이 연회장으로 돌아왔을 때, 멀찍이서 강현우가 하병철과 나란히 서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그녀는 무의식중에 걸음을 옮기려다, 강현우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고 손끝이 서서히 말려들고 심장이 불편한 고동을 시작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눈동자는 그의 입술에 가 닿아 움직임을 좇았다.‘무슨 얘기를 하는 거지... 설마 아까 그 일?’하병철의 표정이 어딘가 단단히 굳어 있는 듯 보였다. 불길한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던 순간, 강현우가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바라봤다.방에서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이며 차가운 시선을 내비치던 그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말끔하고 고상한 모습이었고 겉으로는 완벽하게 매너 좋은 젠틀맨이었다.윤하경조차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저 사람이 정말 아까 그 강현우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그는 잔을 살짝 들어 보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누가 봐도 가볍게 인사하는 정도로 보일 수 있었지만 윤하경은 그 눈빛에 분명하게 담겨 있던 경고의 기색을 알아차렸다.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무의식적으로 떨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자리를 떠나는 모습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 뒷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윤하경은 다시금 숨을 가다듬고 하병철에게 다가갔다.“할아버지.”차분하게 인사를 건네자, 딱딱했던 여운이 담긴 얼굴이 금세 부드럽게 풀어졌고 그 반응에 윤하경은 비로소 안심했다. 다행히, 강현우가 이상한 소리를 꺼내진 않은 것 같았다.“아까는 어디 다녀왔니?”“잠깐, 바람 좀 쐬고 왔어요.”웃으며 말하자 하병철은 고개를 끄덕였다.“괜히 돌아다니지 마라. 이따가 케이크 자를 시간이니까.”하병철의 그윽한 눈빛에, 윤하경은 그가 자신을 통해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까, 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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