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차 안에는 잠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차는 조용히 달려가다가, 결국 한 고급스러운 저택 앞에 멈춰 섰다.윤하경은 차창 밖에 보이는 저택을 보자 자연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이 집이 언제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예전에 강현우가 이런 집을 마련했다면 상관없지만 최근에 산 거라면 혹시 이 도시에 머물 계획인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원래는 강현우가 늘 바쁘고 강한 그룹의 본거지는 결국 경성에 있으니까 조만간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면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차가 멈추자, 강현우는 눈을 감고 있다가 조용히 눈을 떴다. 술기운이 덜 깬 상태에서도, 특유의 날카로운 기운이 여전했다.민진혁이 눈치껏 먼저 내려서 강현우 쪽 문을 열어줬고 강현우는 일어나 내리면서 습관처럼 슈트 재켓의 단추를 채웠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윤하경은 차 안에 한동안 앉아 있었고 잠시 망설이다가, 민진혁이 고개를 조금 숙여 말했다.“하경 씨, 내리시죠.”민진혁의 눈빛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윤하경은 그 표정을 이해할 수 없어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결심을 다지고 차에서 내렸고 막 내린 순간, 민진혁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하경 씨, 강현우 대표님께서... 정말 하경 씨를 신경 쓰십니다. 조금만 더 맞춰주시면 아마도... 괜찮아질 겁니다.”윤하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신경을 쓴다면 왜 늘 이렇게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여기저기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일들이 자꾸 떠올랐다. 여태까지 '신경 쓴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그래도 민진혁의 의도는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윤하경은 조용히 고맙다고 답했다.그리고 조심스럽게, 강현우가 사라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된 이상, 오늘 오건우 일에 대해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집안은 고요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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