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751 - Chapter 760

769 Chapters

제751화

하지안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너 만약 나 안 데려가면 내가 그냥 외할아버지한테 너 남자 있는 거 다 이른다? 그리고 네 목에 남은 그 자국, 딱 봐도 핑계 못 댈걸?”윤하경은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윤하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 혹시 강현우 좋아하냐?”질문이 너무 직설적이어서 하지안이 잠깐 당황한 듯 웃음을 머금었다.“좋아한다고 하긴 뭐하고 근데 걔 그 잘난 척하는 태도 있잖아, 괜히 한번쯤 콧대를 꺾어보고 싶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나랑 밥 한번 안 먹겠다는 건지. 어디까지 버티나 한번 볼 거야!”하지안의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짜증이 섞여 있었고 윤하경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에도 강현우 앞에서 하지안이 또 한 번 무안한 일을 겪은 모양이었다.“알겠어.”윤하경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말했다.“근데 오해하지 마. 내가 뭔가 찔려서 그러는 건 아니야. 너 말대로, 나도 네 도움이 좀 필요하긴 해. 우리 회사에 대해 더 잘 알 필요가 있거든.”하지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댔다.“됐어! 그럼 나중에 강현우 만나게 되면 꼭 나도 불러. 약속이야!”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하지안은 드디어 만족한 표정으로 힐을 신은 채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섰고 윤하경은 그런 하진안의 뒷모습을 보며 살짝 한숨을 쉬었다. 사실 하지안이 곁에 있으면 강현우의 시선을 분산시킬 수도 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지금 당장은 강현우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뾰족한 방법이 없었으니까.하지안이 나가자마자 이번에는 하석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문밖을 한번 힐끔 살펴본 뒤, 조용히 물었다.“하지안이 또 괴롭혔냐?”윤하경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아니 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이번에 우리 회사랑 사장님이랑 하는 미팅에 끼고 싶대.”하석호가 피식 웃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녀석 또 강현우 오빠한테 꽂힌 거 아니야?”윤하
Read more

제752화

기분이 뒤숭숭할 땐, 괜히 먹는 걸로라도 마음을 달래고 싶어졌다.그래서 윤하경은 퇴근하고 곧장 집으로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근처에 괜찮은 맛집 골목을 찾아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모성의 먹자골목은 특별히 화려하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개성이 넘쳤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골목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덕분에 왠지 모르게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졌다.윤하경은 자신의 작은 몸을 북적이는 인파 속에 묻으며 잠시나마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일단 진한 밀크티 한 잔을 들고 빨대로 크게 들이켠 뒤, 근처 마라탕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점심 내내 술만 마시고 제대로 먹질 못해서 이 시간쯤 되니 배도 몹시 고팠다.주문한 마라탕이 나오자, 얼큰한 향이 코를 찔렀다.윤하경은 잠깐 코끝을 찡긋거리며 문득 현실감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괜히 친구 소지연이 생각났다. 예전 학창 시절, 둘이서 이렇게 허름한 골목길 분식집에서 함께 음식 먹던 기억이 떠올랐다. 딱히 건강에 좋은 음식은 아니었지만 정말 맛있게 먹었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다.매운 국물에 코끝이 얼얼해져서 윤하경은 휴대폰을 꺼내 소지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핸드폰은 바뀌었지만 그녀의 번호는 아직도 외울 정도로 익숙했다.원래는 새로운 환경에 좀 적응한 다음 연락하려고 했지만 이미 강현우가 자신을 찾아냈으니 더 이상 숨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문자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지연에게서 바로 전화가 걸려 왔다.윤하경은 핸드폰을 잠깐 바라보다가, 이내 전화를 받았다.“윤하경, 너 도대체 그동안 어디 있었던 거야?”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소지연의 목소리는 어딘가 짜증이 섞여 있었지만 윤하경은 그게 다 걱정에서 비롯된 거란 걸 알았다.그래서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나 지금 모성에 있어.”“모성? 거기까지 간 거야? 진짜 너 대단하다, 도망가는 건 그렇다 쳐도 나한텐 왜 얘기 안 했어? 유호천 말로는 강현우가 너 찾으러 여기저기 난리라던데 너 잡히면 어떡하려고...”이쯤에서 소지연의 목소
Read more

제753화

“사장님, 저도 이분이랑 같은 걸로 주세요.”주문을 마친 오건우의 목소리에 윤하경은 젓가락을 쥔 손을 멈췄고 그를 잠깐 올려다봤다. 그러고는 조용히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저 이제 다 먹었으니까 오 대표님은 천천히 드세요.”이미 강현우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지쳐 있었기에, 더는 오건우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윤하경은 가방을 챙겨 조용히 일어나 자리를 떴지만 오건우는 금세 그녀를 따라 나왔다.“제가 무슨 늑대라도 된 것처럼 그렇게 피할 필요 있어요?”윤하경이 뒤를 돌아보자, 오늘따라 운동복 차림에 훨씬 부드러워 보이는 오건우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서 있었다. 평소에는 슈트 차림에 차가운 이미지였지만 이렇게 편한 복장으로 있으니 오히려 또렷하게 시선이 갔다.“오 대표님, 오늘 한가해 보이네요?”오건우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받아쳤다.“그래도 강현우만큼 한가하진 않죠.”그 한마디에 윤하경은 굳이 더 말을 잇고 싶지 않아 고개만 돌린 채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걸음을 서둘렀다.길을 건너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그녀를 향해 달려왔고 그 짧은 찰나 윤하경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은 채 멈칫했다. 바로 그때, 누군가 그녀의 몸을 세게 뒤로 끌어당겼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윤하경은 어느새 오건우의 품에 안긴 채 바닥에 넘어져 있었다.바닥에 함께 넘어진 탓에, 아래에서 남자의 낮은 신음이 들려왔고 윤하경은 놀라서 황급히 그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오 대표님, 괜찮아요?”오건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한 번 바라보다가, 이번에는 왠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손을 다친 것 같네요.”담담하게 말했지만 윤하경은 그의 표정에서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알아챘다. 입술을 다물고 사고를 낸 차를 찾으려고 주위를 둘러봤지만 이미 그 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윤하경은 속으로 욕을 내뱉으면서 곧 오건우를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그런데 막 그를 일으키자 오건우는 고통을 참는
Read more

제754화

의사가 처방전을 작성해 주며 다시 한번 당부했다.“당분간 가족분께서 식단 관리를 잘 해주셔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고 되도록 담백하게 드세요.”윤하경이 곧바로 가족 아니라고 해명하려는 찰나, 옆에 있던 오건우가 먼저 웃으며 말을 받았다.“걱정하지 마세요, 이분은 원래 살뜰하게 잘 챙기는 사람이에요.”그러고는 장난스럽게 윤하경을 바라보며 윙크까지 해 보였고 이런 오건우의 모습에 윤하경은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 예전에는 전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점잖고 차가운 이미지였던 그가 왜 이렇게 농담을 잘하게 됐는지 알 수가 없었다.의사가 처방전을 건네주며 석고를 쓰기 위해 X-ray와 치료실로 안내했다.윤하경은 하는 수 없이 오건우를 이끌고 여기저기 검사를 돌며 절차를 마쳤다.오건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니 벌써 밤 열 시가 훌쩍 넘었다. 도심 한복판에 있는 그의 집은 탁 트인 통창으로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거실까지 부축해 소파에 앉히자, 윤하경은 서둘러 가려고 했다.“이제 저 갈게요. 오늘은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하지만 오건우가 바로 그녀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자, 오건우가 붕대로 감긴 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아직 저녁을 다 못 먹었어요. 지금 손 때문에 혼자 할 수가 없어서요.”사실상 저녁 식사를 차려달라는 이야기였다.윤하경은 잠깐 인상을 찌푸리며 거실을 둘러봤다.“집에 가사도우미 없어요?”오건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윤 대표님처럼 누가 뭐든 다 챙겨주는 그런 집에서 자란 사람이 아니라서요. 원래는 뭐든 혼자 다 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손이 이래서 어쩔 수 없네요.”왠지 불쌍한 척하는 그 태도에 윤하경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래도, 자기 때문에 다친 것도 있고 해서 냉정하게 거절할 수 없었다.“뭐 드시고 싶으세요?”“아무거나 괜찮아요. 냉장고에 이것저것 있으니까 알아서 해주시면 돼요.”오건우가 부엌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원래는 시켜 먹으려던 윤하경이었지만 잠시 고민하
Read more

제755화

오건우가 살짝 미간을 올리며 윤하경을 바라봤다.“무슨 일 있으세요? 저는 그냥 포크 하나만 부탁드리려던 건데 그렇게 놀라실 일인가요?”윤하경은 잠시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생각을 정리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습니다.”그러고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포크를 챙겨와 오건우 앞에 내밀었다.“이제 드세요. 저는 볼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보겠습니다.”윤하경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오건우가 다시 한번 그녀를 불렀다.“잠깐만요.”윤하경이 돌아보자, 오건우는 식탁에 앉은 채 천장에서 쏟아지는 조명 아래서 또렷한 이목구비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윤하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있으세요?”오건우는 장난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다쳐 있는 상태고 이곳에서는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나 기사, 도와줄 사람도 없잖아요. 이럴 땐 윤하경 씨께서 조금 신경 써주시는 게 맞지 않을까요?”윤하경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오늘 일만 아니었으면 이렇게까지 미안해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자신 때문에 다친 거라 쉽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한참을 망설인 끝에, 윤하경이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면 기사나 도우미분을 불러드릴까요?”오건우는 그 말에 바로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를 뭐로 보시는 거예요? 아무한테나 제 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윤하경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드릴까요?”오건우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바라는 거요? 별거 아니에요. 그냥 윤하경 씨께서 직접 챙겨주시면 됩니다.”순간 윤하경은 아까 그 국수에 독이라도 타야 했나 싶은 생각이 스쳤다.‘집요하네...’그녀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저도 내일 출근해야 해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혹시 보상을 원하시는 건가요?”오건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제가 돈이 부족할 것 같으세요?”그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기울이며 바라보자, 윤하경은 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사실 내일은 시간이 안 돼요. 출장을 가야 하거든
Read more

제756화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이 가방을 들고 오건우의 아파트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민진혁이 룸미러로 강현우를 바라봤다.“대표님, 윤하경 씨가 나왔습니다.”강현우는 휴대폰 화면을 꺼두고 깊은 시선으로 윤하경이 나오는 방향을 바라봤다.윤하경은 이제 막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려고 고개를 돌리던 참이었다.그때 자동차 경적 소리가 조용한 밤거리를 울렸다.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본 윤하경은 차 문에 기대 서 있는 강현우를 발견하자 심장이 순간적으로 쿵 하고 내려앉았다.어둠 때문에 강현우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 서 있는 그의 모습만으로도 윤하경은 멀리서부터 느껴질 정도로 강현우의 압도적인 기운을 느꼈다.도망치고 싶었지만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은 잘못한 게 없는데도, 강현우가 이곳에 나타나자 괜스레 마음이 불안해졌다.한참의 침묵 끝에, 강현우가 입을 열었다.“이리 와.”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낮았다. 특히 이렇게 깊은 밤에 들으니 더 서늘하게 느껴졌지만 윤하경은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어둠에 가려진 강현우의 눈매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표정은 더 날카로워졌고 강현우의 목소리는 특별히 높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윤하경의 마음을 움켜쥐는 힘이 있었다.“두 번 말하게 만들지 마.”윤하경은 결국 조용히 발을 옮겨 그의 쪽으로 다가갔다.강현우는 이미 차에 먼저 타 있었고 조수석 문만 살짝 열어둔 채 기다리고 있었다.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깨물고 조심스럽게 차 안을 들여다봤다. 강현우의 얼굴이 절반쯤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지만 표정만큼은 굳어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정말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지만 윤하경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조심스럽게 차에 올랐다. 문이 닫히자, 차 안은 금세 고요해졌고 민진혁은 알아서 뒷좌석과 운전석 사이의 칸막이를 올려주었다. 이제 뒷좌석에는 윤하경과 강현우, 둘만 남았다.윤하경은 숨 쉬는 소리조차 크게 들릴 만큼 긴장해서 자기 숨소리만 크게
Read more

제757화

“아까 오건우가 널 건드리기라도 한 거야? 네 몸에 남은 이 자국들, 그 사람은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네.”“우린 정말 현우 씨가 생각하는 그런 사이 아니에요.”윤하경은 강현우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뒤늦게 그에게서 은은하게 풍기는 술 냄새를 알아챘다. 술기운에 남성적인 차가운 향이 뒤섞여 묘하게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윤하경은 조심스럽게 시선을 들어 강현우와 마주쳤다. 긴 속눈썹이 살짝 떨렸고 불안한 마음에 살짝 몸을 뒤로 뺐다.“지금... 술 드신 거죠?”혹시라도 그가 또 갑자기 감정을 주체 못 하고 무슨 짓이라도 할까 두려웠다.“술 좀 깨면 그때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요?”본래부터 곱상한 얼굴에, 이렇게 약간 울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니 더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이미 최대한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했는데 강현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차가운 숨을 내쉬며 짧게 냉소했다. 그의 숨결이 얼굴에 닿아, 한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다.“아까도 오건우 앞에서 이런 눈빛으로 봤냐? 윤하경, 네가 오건우만 믿으면 나한테 맞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착각하지 마.”말투에는 특유의 오만함과 집착,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질투가 서려 있었다.윤하경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이 사람, 정말 술에 많이 취했구나.’분명 누군가가 뒷말이라도 한 건지, 강현우의 감정은 완전히 격앙돼 있었다.이럴 때일수록 더더욱 맞서선 안 된다는 걸 윤하경은 잘 알고 있었고 괜히 감정적으로 대들었다가 더 곤란해질 건 뻔했다.강현우의 눈가가 평소보다 더 붉어 보였다.처음에는 분노 때문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술기운도 한몫하는 듯했다.한참 망설이다가, 윤하경은 조심스럽게 강현우의 목에 팔을 감았다.“지금은 술이 많이 취하신 것 같으니까, 일단 집에 가서 쉬세요. 네?”윤하경의 말투는 한없이 조용하고 부드러웠고 이렇게까지 달래며 얘기하니 잠시 강현우도 당황한 눈빛을 보였다.그의 두 눈이 더욱 붉게 변하더니 길고 단단한 손으로 윤하경의 목덜미를 잡고
Read more

제758화

그 뒤로 차 안에는 잠시 아무 말도 오가지 않았다. 차는 조용히 달려가다가, 결국 한 고급스러운 저택 앞에 멈춰 섰다.윤하경은 차창 밖에 보이는 저택을 보자 자연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이 집이 언제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 예전에 강현우가 이런 집을 마련했다면 상관없지만 최근에 산 거라면 혹시 이 도시에 머물 계획인 건가? 이런 생각이 들자, 입술을 살짝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원래는 강현우가 늘 바쁘고 강한 그룹의 본거지는 결국 경성에 있으니까 조만간 돌아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면 생각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차가 멈추자, 강현우는 눈을 감고 있다가 조용히 눈을 떴다. 술기운이 덜 깬 상태에서도, 특유의 날카로운 기운이 여전했다.민진혁이 눈치껏 먼저 내려서 강현우 쪽 문을 열어줬고 강현우는 일어나 내리면서 습관처럼 슈트 재켓의 단추를 채웠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곧장 집 안으로 들어갔다.윤하경은 차 안에 한동안 앉아 있었고 잠시 망설이다가, 민진혁이 고개를 조금 숙여 말했다.“하경 씨, 내리시죠.”민진혁의 눈빛에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었다. 윤하경은 그 표정을 이해할 수 없어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결심을 다지고 차에서 내렸고 막 내린 순간, 민진혁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하경 씨, 강현우 대표님께서... 정말 하경 씨를 신경 쓰십니다. 조금만 더 맞춰주시면 아마도... 괜찮아질 겁니다.”윤하경은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신경을 쓴다면 왜 늘 이렇게 곤란하게 만드는 걸까.여기저기서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일들이 자꾸 떠올랐다. 여태까지 '신경 쓴다'는 말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그래도 민진혁의 의도는 진심이라는 걸 알기에, 윤하경은 조용히 고맙다고 답했다.그리고 조심스럽게, 강현우가 사라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된 이상, 오늘 오건우 일에 대해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저택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나 집안은 고요했고
Read more

제759화

“아직도 핑곗거리 생각 중이야?”강현우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른다. 윤하경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어차피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실 거라면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강현우는 코웃음을 쳤다.“이제는 말도 잘하네?”말투에는 어김없이 비꼬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윤하경은 고개를 조금 떨궜고 잠깐 생각에 잠긴 끝에, 조용히 물었다.“현우 씨, 도대체... 저한테 어떻게 하고 싶은 거예요?”그녀의 정말 지쳤다는 듯한, 힘이 빠진 목소리였다.경성에서 이 먼 곳까지 도망을 왔지만 결국 강현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이 모든 건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일 뿐. 그리고 자신은 늘 잡혀 흔들리는 쪽이라는 걸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떻게 하고 싶냐고?”강현우가 비죽 웃으며 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했다.“이리 와봐. 직접 알려줄게.”윤하경은 한 번 그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다가갔다.바로 그 순간, 강현우는 윤하경을 힘껏 당겨 소파에 앉혔고 이내 거대한 몸집으로 그녀를 눌렀다.키가 거의 190cm에 가까운 강현우의 몸은 윤하경에게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겁게 느껴졌다.“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힘든가 봐?”강현우의 말장난에, 윤하경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현우 씨, 왜... 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요?”속상하고 서러운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왔고 맑던 얼굴에 금세 눈물이 맺혀 작고 예쁜 얼굴이 한층 더 가엾어 보였다.하지만 강현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턱을 꽉 잡고 억지로 시선을 마주치게 했다.“그보다, 내가 더 궁금한 건... 네가 왜 도망쳤는지 그 이유야.”그 눈빛은 서늘하고도 예리했고 오래 눌러왔던 의문과 분노가 그대로 드러났다.윤하경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결국 이 질문이 나오고야 말았구나.’“저는...”“변명하기 전에 잘 생각해. 내가 들을 만한, 정말 말이 되는 이유여야 해.
Read more

제760화

강현우는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네 말이 맞아. 하지만 분명히 알아둬, 이 게임에서 끝내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항상 나 하나뿐이라는 거.”이 말은 강현우가 예전에도 여러 번 했던 말이었다.그의 독단적이고 지배적인 성격은 누구도 그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게 했다.그래서 윤하경은 두려웠고 그래서 도망치려 했던 거였다. 지금 또다시 그 말을 들으니 윤하경은 입꼬리에 냉소 섞인 미소를 떠올렸고 입술을 꽉 깨물고 강현우를 똑바로 바라봤다.그 눈빛은 분명히 굴하지 않으면서도 어딘가 냉소적인 기색이 깃들어 있었지만 그런데도 강현우의 눈에 마치 궁지에 몰린 작은 토끼처럼 보였을 뿐이었다.그런 윤하경의 모습이 오히려 강현우에게는 묘한 쾌감을 주는 듯했다. 그는 여유롭게 한쪽 눈썹을 들어 올리더니 긴 손가락으로 윤하경의 턱끝에서부터 천천히 손길을 아래로 내렸다.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았고 얼굴에는 굴욕감이 어렸다. 마치 사형장에 끌려가는 죄수처럼, 마지막 용기를 내서 눈을 감아버렸다.강현우는 잠깐 시선을 내리더니 윤하경의 떨리는 속눈썹과 불규칙하게 오르내리는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더니 입꼬리에 서늘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때, 갑자기 어색하게 휴대폰 진동 소리가 적막하고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깨트렸다.강현우의 동작이 멈췄다. 그는 윤하경의 가방 쪽을 보다가 이내 몸을 뗐다.뜻밖의 자유에 윤하경은 안도하며 숨을 내쉬었고 강현우는 느긋하게 테이블 위의 담배를 집어 들고 불을 붙였다. 얇은 입술 사이로 흰 연기를 내뿜으며 윤하경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올렸다.“받아.”윤하경은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하경 씨.”상대의 목소리는 나름 부드러웠지만 윤하경에게는 썩 달갑지 않았다.그녀는 전화를 쥔 채, 담담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시죠, 오건우 씨?”오건우가 낮게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경계해요? 그냥 내일은 저녁에 담백한 농어찜이랑
Read more
PREV
1
...
727374757677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