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761 - Chapter 770

1466 Chapters

제761화

강현우가 윤하경에게 바짝 다가와 낮게 속삭였고 따뜻하고 습한 숨결이 윤하경의 귓가를 간질였다.“자, 오건우한테 지금 누구랑 있는지 말해봐.”윤하경은 잠시 머뭇거리며 강현우를 올려다봤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고 강현우는 그녀의 붉어진 입술을 비웃듯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말하기 싫어? 아니면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내가 직접 들려줄까?”그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와 함께, 강현우의 손끝이 윤하경의 머리카락을 스쳤다.윤하경은 심장이 다시 한번 두근거리는 걸 느꼈고 곧이어 강현우의 손이 자연스럽게 윤하경의 옷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언제나처럼 윤하경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윤하경의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퍼졌다. 모든 상황을 만든 사람이 강현우라는 걸 잘 알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강현우의 손길이 더 아래로 내려가려 하자, 윤하경은 얼른 그의 손을 붙잡았다.“말할게요.”윤하경은 이를 악물고 결국 강현우에게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강현우는 또 한 번 의미심장하게 눈썹을 올리고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말하기만을 기다렸다.윤하경은 짧게 숨을 내쉬고 천천히 전화를 향해 말했다.“저 정말 괜찮아요.”하지만 오건우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정말 괜찮으신 거 맞아요? 필요하면 바로 신고해도 되고 아니면 제가 지금 갈까요?”진심이 느껴지는 그 말에, 평소 같았으면 윤하경이 조금 감동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조차 없이, 오히려 그 말들이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다.윤하경은 옆에 앉아 있는 강현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더니 황급히 말했다.“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강현우 씨랑 같이 있습니다.”이 말에 전화기 너머 오건우가 잠시 말을 멈췄다.강현우는 마치 오건우의 반응을 즐기고 있는 듯 담배를 꺼내며 느긋하게 웃었다. 잠시 후, 오건우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그래요? 별일 없으면 다행이네요. 하지만 우리 약속 잊으시면 안 됩니다. 내일 집에서 기다릴게요.”그렇게 말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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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강현우는 눈길을 들어 윤하경을 바라봤다. 그의 길고 좁은 눈매는 깊은 어둠을 머금고 있어서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윤하경은 그 시선을 받으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해졌고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강현우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시선을 테이블 위 휴대폰으로 옮겼다.윤하경도 그의 시선을 따라 휴대폰 화면을 보았고 화면에는 '신인아'라는 이름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실내조명이 그리 밝지 않아 휴대폰 화면의 빛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강현우는 이를 꽉 물고 윤하경을 힐끔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이제 가 봐.”그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윤하경은 잠시 입술을 깨물었지만 더 말하지 않고 하이힐 소리를 내며 조용히 등을 돌려 방을 나섰다.두 걸음쯤 나갔을 때, 강현우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왔다.“여보세요.”그의 목소리는 원래 듣기 좋았지만 신인아와 통화할 때는 윤하경에게 할 때와는 전혀 다른, 훨씬 부드럽고 따뜻한 톤이었다. 윤하경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별장을 빠져나와 어두운 도로에 선 윤하경은 손에 든 가방을 꼭 쥐었다. 아직 본격적인 겨울은 아니었지만 이곳의 밤공기는 이미 매서웠다.오늘따라 옷을 두껍게 입고 나왔는데도, 이 밤길에 혼자 서 있으니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이게 진짜로 추워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자신도 잘 몰랐다.노란 가로등 불빛 아래서 윤하경은 옷깃을 여미고 잠시 멈춘 채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오랜만에 피우는 담배는 목을 싸하게 스쳤고 그만 참지 못하고 기침이 나왔다.몸을 굽히고 연신 기침을 하고 있는데 검은색 차 한 대가 천천히 그녀 앞에 멈췄고 창문이 내려가자, 민진혁의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윤하경 씨.”민진혁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윤하경은 민진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억지로 기침을 멈춘 채, 대꾸도 하지 않고 조용히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민진혁이 강현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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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옆에 있던 민진혁은 윤하경의 표정을 못 본 척,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얼굴로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하경 씨,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여기서 하씨 저택까지 차로 가면 한 시간 정도 걸려요. 만약 걸어서 가신다면...”민진혁은 시선을 내려 윤하경의 하이힐을 한번 보고 이어서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아마 지금부터 출발해도, 내일 아침쯤 돼야 도착하실 거예요.”윤하경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이쯤 되면 민진혁도 강현우 못지않게 만만치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역시 강현우 씨 사람답네요. 일하는 방식도 참 똑같아요.”하지만 민진혁은 그 말에 기분이 상한 기색도 없이, 오히려 입가에 미묘한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하지만 강 대표님은 언제나 윤하경 씨를 생각해서 그런 거죠.”민진혁의 말투도 진지했지만 윤하경이 듣기에는, 이런 말도 다 우스울 뿐이었다.윤하경은 짧게 냉소를 흘리고는 잠깐 옆에 세워진 차를 훑어보다가 이내 마음을 정한 듯 차로 걸어갔다. 오늘은 어차피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걸 잘 알았다.민진혁은 그녀의 선택을 보자마자 서둘러 앞으로 가 차 문을 열어주었고 윤하경은 망설임 없이 차에 올랐다.깊어져 가는 가을의 밤공기는 차창을 살짝만 열어도 서늘한 바람이 밀려왔다. 윤하경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강현우가 오늘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선택을 하는지, 자신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평소 같으면 벌써 화를 냈을 텐데 오늘따라 오히려 민진혁을 시켜 집에 바래다주다니.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냥 순순히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차는 어느새 여주댁 앞에 도착해 조용히 멈췄다.윤하경이 손을 뻗어 차 문을 열려고 할 때, 그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던 민진혁이 갑자기 조용히 입을 열었다.“윤하경 씨.”윤하경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왜요?”민진혁은 이번에는 조금 진지한 표정이었다.“사실... 혹시 강 대표님께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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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여전히 강현우에 대해 신경을 쓰는 듯한 하희연의 태도에 윤하경은 마음이 묘하게 뒤섞였고 분명히 말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었다.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다물며 말했다.“아니 현우 씨가 아니라 그분 운전기사분이 데려다줬어.”이 말을 듣고 하희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내가 그럴 줄 알았어. 강현우 씨가 네 일에 직접 나설 리가 없지.”그러고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 미간을 찌푸렸다.“그런데... 아까 강현우 씨랑 무슨 일 있었어? 왜 같이 있었던 거야?”윤하경은 순간 할 말이 막혀, 하희연을 한 번 바라봤다. 하희연이 요즘 강현우에게 몹시 집착하고 있다는 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자기 것인 양 말할 줄은 몰랐다. 둘 사이 대화도 얼마 없었지만 하희연의 말투에는 이미 강현우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그러자 윤하경은 애매하게 웃으며 답했다.“별거 아니야. 그냥 얘기 좀 했어.”잠시 망설이던 윤하경은 끝내 참지 못하고 조심스레 말했다.“하희연, 강현우 씨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한 사람이 아니야. 만약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거라면 그 생각은 지금 접는 게 나을 거야.”이 말은 사실,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본 윤하경만이 할 수 있는 솔직한 충고였다. 강현우라는 사람은 그저 멋있기만 한 남자가 아니었다. 윤하경 자신도 오랜 시간 그에게 휘둘리며 너무 잘 알고 있었지만 하희연의 귀에는 이 충고가 다르게 들렸다.하희연은 윤하경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노골적으로 물었다.“설마... 너도 강현우한테 관심 있어? 나랑 경쟁이라도 하겠다는 거야?”윤하경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아니 네가 뭔가 오해하는 것 같아. 난 정말 관심 없어. 내일 출장이 있어서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더 이상 말을 섞기 싫어진 윤하경은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몇 걸음 걷기도 전에 하희연이 쫓아와서 낮게 경고했다.“윤하경, 내가 갖고 싶은 건 어떻게든 손에 넣을 거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상관없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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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윤하경은 2층 방에서 가벼운 차림으로 아래로 내려왔다. 거실 한가운데선 하희연이 이미 단정하게 꾸민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윤하경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미소를 지었다.윤하경이 이렇게 별다른 꾸밈없이 내려오니 오히려 자신이 더 돋보인다고 느끼는 듯했다. 하희연은 명품 투피스를 입고 소파에서 일어나며 살짝 투덜거렸다.“언니 나 진짜 오래 기다렸잖아. 어떻게 그렇게 늦잠을 잘 수 있어?”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는 손목시계를 슬쩍 확인했다.“아직 7시밖에 안 됐어. 약속 시간은 아홉 시야.”그러자 하희연은 입을 살짝 삐죽 내밀며 불만스러운 듯 말했다.“그래도 같이 협력하는 입장이잖아. 우리도 조금 일찍 가서 기다려야 성의 있어 보이지. 자꾸 남들만 기다리게 하면 안 되잖아.”하희연이 굳이 이렇게까지 서두르는 건, 일이 중요한 것보다는 오늘 강현우를 의식하고 있다는 걸 윤하경은 이미 알고 있었다.오늘 현장이 산속이라, 이런 정장에 하이힐은 분명히 불편할 텐데도 굳이 이렇게 차려입은 이유를 윤하경은 더 묻지 않았다. 괜히 충고했다가는 질투로 오해받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일단 가자.”그래서 윤하경은 짧게 말하며 먼저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직 강한 그룹 쪽 담당자는 오지 않았다. 하희연은 어디선가 강현우의 커피 취향을 알아내서 비서에게 직접 커피를 주문하도록 지시했다.“여기, 막 내린 커피에 시럽 한 스푼만 넣고 다른 건 아무것도 넣지 마. 이거 강현우 씨 드릴 거니까 꼭 실수하지 말고.”하희연이 유난히 신경 쓰는 모습을 본 윤하경은 속으로 슬며시 웃었다. 이렇게까지 챙기는 걸 보면 정말 강현우에게 진심인 게 분명했다.윤하경은 그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들여다보았고 채팅창에는 오건우의 메시지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었다.[윤하경 씨가 소개해 주신 도우미분, 음식 솜씨가 영 아니네요. 윤하경 씨가 해준 음식만 못해요. 아침도 엉망이던데 나중에 오시면 보상해 주셔야겠어요.]윤하경은 한숨을 내쉬며 답장을 보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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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하희연의 손이 허공에 어색하게 멈춰 있었다. 강현우가 끝내 받지 않자, 하희연의 입가에 머금었던 미소도 더는 버틸 수 없는 듯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순간, 분위기가 한층 더 어색해졌다. 하희연이 손을 거두려고 할 때가 되어서야, 강현우가 마침내 마지못해 손을 들어,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하희연이 내민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고마워요.”원래부터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 낮고 부드러운 음성이 하희연의 귓가에 울리자, 조금 전까지 내려갔던 입꼬리가 다시금 환하게 올라갔다.“별말씀을요.”강현우는 가볍게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리고 손에 든 커피잔을 한번 바라보더니 들어 올려 한 모금 가볍게 마셨다. 그가 커피를 마시는 걸 보자, 하희연의 얼굴에는 더 환한 미소가 번졌다.“이제 슬슬 시간도 된 것 같으니 우리 출발할까요?”하희연은 강현우 쪽으로 조금 더 다가섰고 강현우가 자신의 호의를 받아준 걸 확인하자, 자연스레 그와 가까워졌다.강현우는 잠깐 시선을 돌려 윤하경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하희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언제나 그렇듯, 그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딱 한 마디뿐이었지만 적어도 태도만큼은 나쁘지 않아 보였고 하희연은 이런 모습이 꽤 마음에 드는 듯했다.이번 목적지는 외진 곳이라, 우선 전용기를 타고 산 아래까지 가야 했고 산 아래서 다시 현장까지 이동해야 했다. 비행기는 이미 공항에 대기 중이었고 여기가 모성이었기에 전용기도 하씨 집안에서 준비한 것이었다.비행기에 오르자마자, 하희연은 자연스럽게 강현우 옆자리에 앉았고 윤하경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창가 쪽 혼자 자리에 앉았다.애초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지만 귀에 자꾸 하희연의 수다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은 평소에 취미가 뭐예요?”강현우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여전히 냉담하고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일.”하희연은 그 말을 듣고는 웃으며 말했다.“어머, 저도 그래요. 신기하네요.”“...”기억이 맞다면 어제 하희연은 밑에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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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이미 서로 다 성인이었기에 누구도 감정을 숨기거나 빙빙 돌리지 않았다. 하희연은 강현우 같은 남자에게 질질 끄는 고백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이런 남자는 뭐든지 효율과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는 스타일이니까.게다가 자신의 배경이라면 강현우와 어울려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생각도 있었다.하희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강현우를 바라보다가, 맑은 눈빛으로 솔직하게 물었다.“그럼 대표님은 제가 어떤 것 같으세요?”옆에 윤하경이 있다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마치 평범한 대화라도 나누듯 자연스럽게 건넸다. 사랑 고백이라기보다,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담담했지만 그 속에는 진심이 느껴졌다.강현우는 잠깐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꼬리에 아주 옅은 미소를 띠고는 말했다.“미안하지만 하희연 씨는 제 스타일이 아니네요.”하희연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다가온 것처럼, 강현우의 거절도 아주 단호했다.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하경은 공항에 갑자기 어색한 정적이 감도는 걸 느꼈다.아마 하희연이 상처받았겠지만 윤하경은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평소 하희연을 보면 자기 약한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윤하경은 괜히 분위기만 더 어색해질까 싶어 자리를 살짝 고쳐 앉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용했던 분위기를 깨듯 하희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대표님, 앞으로 우리 자주 볼 테니까요.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말투에는 전혀 불편함이 묻어나지 않았고 여전히 포기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윤하경은 속으로 살짝 웃으며 진짜로 잠이 들어버렸다.얼마 후, 누군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윤 대표님, 이제 도착했습니다.”도연지가 부드럽게 말했다. 이번 출장에는 각자 비서를 데리고 왔지만 모두 흩어져 앉아 있었던 터라 서로의 얼굴을 볼 일은 거의 없었다.윤하경이 눈을 뜨니 기내에는 어느새 강현우와 하희연이 보이지 않았다.“두 사람은?”윤하경이 잠결에 물었다.“강 대표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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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원래 이번 목적지 자체가 깊은 산골이었기에, 화물 운송 차량 외에는 거의 다니는 차가 없었다. 그러니 길도 험하고 차는 산길을 덜컹거리며 겨우겨우 올라가고 있었다.계속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길에, 윤하경은 점점 속이 울렁거렸고 아침부터 굶은 데다 멀미까지 겹쳐, 머릿속이 멍해질 정도였다.그렇게 몽롱한 상태로 가고 있던 어느 순간, 갑자기 쿵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차가 급정거했다.“뭐야?”윤하경은 정신이 번쩍 들어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차창 너머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치는 앞길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에요?”운전기사의 목소리에는 아직 놀란 기색이 가시지 않았다.“아마 산사태가 난 것 같습니다. 방금 차 앞으로 커다란 바위가 굴러내렸어요. 제가 바로 브레이크 밟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죠.”그 뒤로 운전기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윤하경도 방금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단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윤하경은 잠깐 심호흡을 한 뒤, 차에서 내려 직접 앞길을 살폈다. 역시나, 산길 위에는 크고 작은 돌들이 잔뜩 흩어져 있었고 운전기사도 나와서 현장을 살피며 말했다.“아마 며칠 전 비가 와서 산이 무너진 것 같아요.”그러더니 다소 난감한 얼굴로 윤하경을 바라보았다.“이제 어떻게 하죠? 돌아가기에는 기름이 부족해서 광산 쪽으로 가서야 다시 주유를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도 꽤 거리가 남았고 이 밤중에 더 이상 차도 못 부르니...”잠시 고민하던 윤하경이 조용히 물었다.“여기서 광산까지 걸어서 가면 얼마나 걸릴까요?”운전기사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두 시간쯤 걸릴 것 같아요.”윤하경은 곧장 결정했다.“그럼 걸어가죠.”운전기사와 도연지가 서로를 바라봤고 도연지는 살짝 망설이듯 말했다.“저랑 기사님은 괜찮은데... 대표님께서 그 먼 산길을 걷기는 좀...”윤하경은 도연지의 마음을 읽고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이러다간 오늘 밤을 여기서 꼬박 새야 할 수도 있잖아. 산길이 위험하니까, 차에 있는 호신용 장비도 챙기고. 두 시간쯤 걷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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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강현우가 가볍게 기침을 하며 대답하려던 찰나, 밖에서 다급한 소리가 들려왔다.“큰일 났어요! 누가 다쳤대요!”순식간에 밖은 소란스러워졌다. 강현우가 창밖을 바라보자, 민진혁이 재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려고 밖으로 나갔다.“누가 다쳤어요? 무슨 일입니까?”누군가 급히 대답했다.“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여자분인데 꽤 예쁘장하게 생겼더라고요. 아마 오늘 현장 점검 온 윗분인 것 같아요.”민진혁과 몇 마디를 주고받던 그 사람은 바삐 뛰어가 버렸다.“이런 얘기 길게 할 때가 아니죠. 먼저 의사부터 불러야겠어요.”민진혁은 멀뚱히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렸고 강현우의 서늘한 눈빛과 딱 마주쳤다.방금 나눈 대화가 전부 들린 듯했다.“대표님...”조심스럽게 불러봤지만 강현우는 이미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말없이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민진혁도 급히 손전등을 챙겨 따라나섰지만 강현우의 걸음이 워낙 빨라 바짝 쫓아가기 바빴다. 깊은 밤 산길을 20분 넘게 걸었을 무렵, 멀리서 작은 불빛이 어른거렸다.“대표님, 저쪽에 윤 대표님 일행이 보입니다.”하지만 강현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발걸음만 더 재촉했다.이윽고 불빛 가까이에 도착했을 때, 강현우는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윤하경을 발견했다. 창백한 얼굴에 숨이 가쁘게 몰려 있는 모습이 멀쩡해 보이지 않았다.도연지는 힘겹게 윤하경을 일으켜 근처 남자에게 업히게 하려는 참이었다.강현우가 다가오자 도연지가 깜짝 놀라 움직임이 굳어버렸다.“대, 대표님...”강현우는 차가운 시선으로 윤하경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업으려던 남자까지 한 번 훑어봤다. 처음 보는 강현우의 서늘한 표정에 도연지는 순간 얼어붙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하지만 강현우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곧장 앞으로 나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윤하경을 번쩍 안아 들었다. 마치 인형 하나를 들어 올리는 것처럼 힘 하나 들이지 않는 동작이었다.그리고 그대로 말도 없이 자리를 떠나 윤하경을 안은 채 산길을 내려갔다.도연지는 입이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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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의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도연지는 여전히 화난 얼굴로 민진혁을 노려봤다.“아니 대체 왜 그러신 거예요? 우리 윤 대표님, 지금 얼마나 힘든지 안 보이세요? 곁에서 돌봐드려야죠!”민진혁은 입술을 꾹 다물고 조용히 대답했다.“우리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도연지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뭔가 더 따지려다 문득 눈이 커졌다.“설마... 그 말은... 혹시 강 대표님이...”도연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민진혁을 쳐다봤다.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대기업에서 임원 비서로 일할 만큼 눈치는 빠른 편이었다. 이내 모든 상황을 알아차린 듯했지만 여전히 믿기 힘든 표정이었다.도연지는 더 이상 윤하경 곁에 붙어 있겠다고 우기지는 않았고 대신 살짝 긴장된 목소리로 민진혁에게 물었다.“근데... 윤 대표님이랑 강 대표님... 아무래도 하 대표님이 강 대표님한테 관심 있는 건 다들 눈치챘을 텐데 대표님도 이번 내내 거절하는 것 같지는 않았잖아요. 이러다 하 대표님이 이 사실 알게 되면 우리 윤 대표님... 곤란해지는 거 아니에요?”생각해 보니 하희연은 원래 성격도 강하고 쉽사리 넘길 사람이 아니었다.윤하경이 회사에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됐는데 괜히 강현우 때문에 하희연을 건드려서 괜히 미운털 박히는 건 아닐지 도연지는 내심 걱정이 앞섰다.하지만 민진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대표님이 아무한테나 마음 주는 분 아니거든요.”도연지는 뭐라 말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민진혁이 다시 한마디 덧붙였다.“여기서 이렇게 서 있을 게 아니라, 아까 의사 선생님도 윤 대표님 얼른 뭐라도 드셔야 한다고 했잖아요. 빨리 음식 좀 가져와요.”“아, 맞다! 금방 갔다 올게요.”도연지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 부랴부랴 음식을 가지러 갔다. 민진혁은 드디어 조용해진 귀를 쓸어내리며 의무실 쪽을 힐끗 바라봤다.그 시각, 윤하경은 느릿하게 정신을 차리며 눈을 떴다. 천장에 박혀 있는 밝은 등이 눈부셔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다시 한번 눈을 깜빡이고 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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