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경은 놀라 허둥지둥 휴대폰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로 낮고 깊은 강현우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윤하경은 살짝 입술을 다물고 대답했다.“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나 지금 밖이야. 데리러 왔어, 집에 가자.”그가 ‘집’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순간, 윤하경의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스쳤다. 술기운이 살짝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그 말투는 이상하리만치 다정하게 느껴졌다.‘집이라니.’지금 이 상황에서 그 말이 얼마나 생소하게 들리는지, 윤하경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가 말하는 ‘집’이란, 이제 막 혼인신고를 한 그 ‘신혼집’을 의미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낯설고 어딘가 불안했다. 마치 그 집이라는 단어가, 자신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함정처럼 느껴졌다.윤하경이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 강현우는 마치 그녀의 속마음을 다 읽기라도 한 듯,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안 나올 거면 내가 직접 들어갈 수도 있는데 괜찮아?”그 말에 깜짝 놀란 윤하경은 하병철 앞에서 그와 마주칠까 봐 순간 식은땀이 났다. 잠시 고민한 끝에, 결국 조용히 대답했다.“잠깐만 기다려줘요. 곧 나갈게요.”전화를 끊고 침대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방을 나섰다.밖에 나서자 이미 밤이 깊었고 눈발도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얇은 트렌치코트만 걸친 채, 윤하경은 조심스레 마당을 건너 별장 대문 앞으로 나섰다. 문을 열자, 조금 떨어진 곳에 강현우의 차가 비상등을 켠 채 서 있었다.이렇게 눈이 쏟아지는데도, 강현우는 차에서 내려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며 서 있었다.길고 검은 코트 자락에 소복이 쌓인 눈, 그 아래로 은은하게 번지는 담배 불빛까지, 묘하게 분위기 있는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윤하경의 심장이 괜히 쿵 내려앉았다가 이내 조용히 뛰기 시작했다.강현우는 추운 밤공기 속에서도 기품 있게,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의 날카로움은 옅어지고 어딘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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