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811 - Chapter 820

1471 Chapters

제811화

‘뭐라고? 꿈도 꾸지 말라고?’윤하경은 순간 얼이 빠진 듯 강현우를 멍하니 바라봤다. 강현우는 고개를 숙여 윤하경을 내려다보며 그녀의 긴 속눈썹이 살짝 떨리는 걸 보았고 마치 자기한테 겁을 먹은 것 같았다.그는 잠깐 미간을 좁히다가, 이내 생각난 듯 모든 날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윤하경의 차가워진 뺨을 아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긴장해서인지, 원래 따스했을 그녀의 얼굴이 온통 차갑게 식어 있었다.“미안. 아까는 내가 좀 심했네.”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 전혀 다르게, 한없이 부드러웠다.이렇게 갑자기 달라지는 모습에 윤하경은 당황해서 바로 반응하지 못했다.강현우는 언제나 냉정하고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람이었고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그런 그가 이렇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자, 윤하경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 멍해지며 말없이 강현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차 안은 한동안 정적이 흘렀고 창밖에서 들려오는 눈보라 소리만이 그 적막을 채웠다.그때, 운전석에 있던 민진혁이 조용히 말했다.“도착했습니다.”그제야 강현우가 윤하경을 놓아주었다.“내리자.”그렇게 말하고는 자연스럽게 윤하경의 손목을 잡아 차에서 내렸다.아까까지 마음이 복잡해 바깥 풍경을 볼 여유도 없었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곳이 별장의 지하 차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복도를 따라 들어가니 눈앞에 펼쳐진 곳이 바로 강현우가 말했던 ‘신혼집’이었다.윤하경은 갑자기 마음이 이상해졌다. 이 집의 인테리어가 어떻게 이렇게 자신의 취향과 똑같을 수 있는지, 솔직히 조금 놀라울 정도였다.세련된 크림색 프렌치 스타일은 분명 강현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였다.속으로 잠깐 망설이다가, 윤하경은 강현우를 힐끔 바라봤고 키 큰 강현우가 옆에서 슬쩍 미소를 머금고 묻는다.“어때? 마음에 들어? 내가 준비한 서프라이즈야.”‘서프라이즈라니?’며칠 전 그가 말했던 깜짝선물이 바로 이거였나 싶었다.솔직히 설렘보단 당황스러움이 더 컸지만
Read more

제812화

“사모님, 이제 정말 늦었으니 쉬어야지.”강현우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윤하경은 잠깐 멈칫했지만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현우가 그녀에게 쏟아지는 듯한 키스를 퍼부었다.따뜻한 입술이 망설임 없이 그녀의 숨결을 훔치며 점점 더 과감하게 다가왔고 놀란 윤하경이 손으로 그를 밀었다.“안 돼요.”강현우는 그녀를 놓아주고 아래를 내려다봤으며 눈빛에는 감춰지지 않는 욕망이 가득했다.윤하경은 순간 당황해서 헛기침하며 애써 둘러대듯 말했다.“저기... 아직 다 낫지 않았잖아요. 오늘 밤은 좀...”강현우가 살짝 웃으며 물었다.“내 능력을 의심하는 거야?”“그런 게 아니라, 의사 선생님도 쉬라고 하셨잖아요...”“내가 다친 건 손이지, 다른 데는 멀쩡한데?”강현우가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살며시 올렸다. 마지막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윤하경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고 머뭇거리며 저항해 보았지만 이미 마음이 복잡하게 흔들리고 있었다.“근데...”그녀는 오늘 밤 이곳에 머무는 게 내키지 않았다. 아침에 하병철이 자신을 못 보면 변명할 방법도 마땅치 않았다.하지만 다음 순간, 강현우가 다시 손끝으로 그녀의 턱을 올리고 곧장 입술을 막았다.분명 얼마 전만 해도 크게 아팠던 그였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은 듯 윤하경을 품에 안았다.한순간에 두 사람은 가까워졌고 윤하경은 자신만 속옷 차림이 된 채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걸 깨달았다.반면 강현우는 여전히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고 그 차이가 오히려 윤하경을 더 부끄럽게 만들었다.윤하경이 조심스레 말했다.“그럼, 나 먼저 샤워 좀...”하지만 끝까지 말하지도 못한 채, 강현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 침대 위에 눕혔다.그가 다친 곳이 또 터지지 않을까 걱정할 틈도 없이, 강현우는 곧장 윤하경을 품 안에 가뒀다.“오늘은 우리 결혼 첫날밤이잖아.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낮게 깔린 그의 목소리에는 감추지 못한 욕망이 묻어 있었다.곧이어 두 사람은 다시 말문이
Read more

제813화

“사모님, 대표님께서 아침 식사 하시러 내려오시라고 하셨어요.”윤하경은 침대에 앉아 있다가, 막상 뭐라 답해야 할지 잠시 말문이 막혔다.‘사모님’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영 어색하게만 느껴졌다.밖에서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다 말고 다시 한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사모님? 사모님?”계속 반복되는 그 부름에 윤하경은 괜히 머리가 아파져 오는 기분이었다.“네, 알겠어요.”목소리가 크진 않았지만 바깥에서는 벌써 들었는지 집사가 다시 물었다.“사모님, 혹시 필요하신 게 더 있으세요?”윤하경은 잠깐 멈칫했지만 곧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40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 여성이 다정한 미소로 서 있었다.“사모님.”그 부름에 다시 한번 머리가 띵해지는 느낌이었고 윤하경은 머쓱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까... 혹시 필요하신 거 있냐고 하셨죠? 그럼 부탁이 하나 있는데 앞으로는 저를 ‘사모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그녀의 말에 집사는 잠깐 멍하니 섰다가 되물었다.“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윤하경은 망설이다가 대답했다.“그냥 ‘윤하경 씨’라고 불러주세요.”마침 그 말을 하려던 찰나, 복도 끝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다가왔다. 키가 크고 날렵한 실루엣, 차가운 인상에 한 번에 시선이 쏠렸고 집사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대표님.”강현우가 무심하게 대답했다.“가 봐.”집사는 바로 입을 다물고 자리를 떴다.이제 복도에는 두 사람만 남았고 강현우는 별다른 표정 없이 윤하경을 바라봤다.윤하경은 혹시 방금 집사와 나눈 말을 들었을까 걱정됐다. 괜히 그가 기분이 상했을까 봐 불안한 마음에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저... 오늘 아침은 여기서 못 먹을 것 같아요. 외할아버지께 가봐야 해서요. 오늘 안에 모성으로 내려가야 하거든요.”윤하경은 살짝 변명처럼 자신의 일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강현우는 날카롭게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밥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아니 괜찮아요. 저 혼자 가면...”
Read more

제814화

집사로 막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강현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집사였지만 대표님의 성격이 까다롭다는 소문과, 그만큼 급여가 높다는 이야기만 들었다.그래서인지, 지금 강현우가 차갑게 노려보는 것만으로도 집사는 어쩐지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다.“저, 저...”강현우의 카리스마에 집사는 말을 꺼내다가 머뭇거릴 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그 모습을 본 윤하경이 얼른 집사를 감쌌다.“제가 그렇게 부르라고 했어요.”강현우의 시선이 곧장 집사에서 윤하경에게로 옮겨졌다.차가운 눈빛에는 불쾌함이 스쳤다.“그렇게까지 내 아내가 되는 게 싫어?”그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묻어 있었다. 윤하경은 분위기를 더 나쁘게 만들기 싫어 잠시 머뭇거리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요.”비록 혼인신고까지 마쳤고 강현우의 아내가 되었지만 ‘사모님’이라는 호칭은 여전히 멀고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런 역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잠깐의 침묵 끝에, 강현우는 조용히 신문을 내려놓더니 고개를 숙여 앞에 놓인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잘못 불렀잖아. 다시 불러.”집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윤하경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불렀다.“사모님...”강현우는 자른 스테이크 한 조각을 윤하경의 접시에 올려주고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이제 좀 익숙해졌어?”윤하경은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됐어.”강현우는 다시 집사에게 말했다.“그래. 다음에는 헷갈리지 마.”집사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떴고 마치 강현우가 무서운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태도였다.강현우는 한쪽 눈썹을 올리고 윤하경을 바라볼 때는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자, 얼른 먹어.”윤하경은 한동안 가만히 스테이크만 바라보다가, 이내 조용히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봤다.“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강현우는 식사 도중이었지만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봤다.
Read more

제815화

윤하경은 집사의 말에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렸다.‘강현우가 여긴 왜 온 거지?’오건우는 바둑돌을 들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고 윤하경을 힐끗 바라보더니 다시 집사를 향해 냉랭하게 말했다.“그래? 강 대표가 왔다고? 바쁘다고 전해.”오건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긴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섰다.“바쁘시다니 아쉽군요, 오 대표님.”강현우는 입꼬리에 희미한 웃음을 띠며 오건우를 흘겨보았다.“하지만 오늘 제가 찾아온 건 하병철 어르신을 뵈러 온 거라서요.”윤하경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긴장한 눈빛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 혹시라도 강현우가 그 자리에서 모든 걸 털어놓진 않을지 두려웠다.오건우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복잡한 감정을 감추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강현우는 윤하경의 불안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스러운 걸음으로 하병철에게 다가가 공손히 인사했다.“어르신, 안녕하십니까.”평소 도도하고 제멋대로인 강현우였기에 이렇게 겸손한 태도를 보이는 일은 드물었다.하병철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보고는 다시 바둑판에 돌을 두며 담담하게 말했다.“강 대표, 이렇게까지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네. 우리가 그렇게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 않나? 그저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강 대표 생각은 어떤가?”그의 목소리는 강현우에게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겠다는 듯 단호했다.강현우는 잠시 입술 끝을 살짝 들어 올리고는 가볍게 웃었다.“어르신께서 농담도 잘하시네요. 경성에 오신 어르신께 제가 이렇게까지 찾아왔는데 빈손으로 올 순 없지요. 작게나마 선물을 준비해 왔습니다.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그 말과 함께 강현우가 가볍게 손짓하자, 민진혁이 묵직한 상자를 들고 걸어왔다.하병철이 눈길을 들자, 민진혁이 정중히 상자를 열며 말했다.“회장님, 대표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선물입니다. 왕희지의 친필 서첩입니다.”거절의 말을 이미 준비해 놓고 있던 하병철의 눈빛이 순간 환해졌다.“뭐? 왕희지의 친필이라고? 어
Read more

제816화

하병철은 예상치 못한 제안에 잠시 당황한 듯했고 강현우는 그런 하병철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저도 마침 오늘 모성에 갈 일이 있어서요. 가능하면 함께 가도 괜찮으시겠습니까?”강현우는 큰 키에 곧게 뻗은 자세로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존재였고 별다른 말이 없는데도 특유의 압도감은 여전했다.윤하경은 그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강현우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은근한 경고가 담겨 있었고 강현우가 왜 오늘 갑자기 찾아왔는지 알 것만 같았다. 평소에는 두려움에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지금만큼은 용기를 내어 눈짓으로 조용히 해달라고 신호를 보냈다.하지만 강현우는 윤하경을 완벽히 무시하고 그녀와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했다.하병철은 뜻밖의 제안에 망설였지만 방금 받은 선물 때문인지 마지못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뭐, 그러게. 마침 가는 길이 같다면 함께 가.”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왠지 꺼림칙한 기색이 묻어났고 강현우는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감사히 함께 가겠습니다.”그 모든 상황 속에서 윤하경은 입을 다물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오건우는 이를 악물며 묘한 미소를 지으며 강현우를 바라보았다.“강 대표님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들었는데요. 이번 모성 방문의 목적도 꽤 궁금하군요.”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강현우와 시선을 마주쳤고 두 남자의 시선이 공중에서 팽팽하게 부딪히며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흘렀다.강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오건우를 똑바로 응시하며 싸늘하게 웃었다.“오 대표님이 아직 절 잘 모르시나 보네요.”그는 여유로운 말투였지만 경고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제 목적이 만약 오 대표님과 겹친다면 그때는 지금보다 저를 훨씬 더 잘 알게 되시겠죠.”그의 말에는 분명한 경고와 도발이 섞여 있었다. 하병철은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며 상황을 짐작하고는 가볍게 헛기침하며 윤하경에게 말했다.“하경아, 이제 곧 떠나야 하니까 얼른 짐 챙겨오렴.”윤하경은 그제야 정
Read more

제817화

“현우 씨, 오늘 제게 한 달 시간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잖아요. 이 일은 제가 따로 적당한 기회를 봐서 외할아버지께 말씀드릴 테니 그때까지는 제발 아무 말도 하지 말아 주세요.”윤하경은 조심스럽게 입술을 깨물며 간절한 눈빛으로 강현우를 바라봤다. 하병철에게 이 일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그녀는 도무지 자신이 없었다.그녀의 말을 듣던 강현우는 가볍게 눈썹을 들어 올리며 윤하경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윤하경은 순간 멈칫했다. 강현우의 눈빛에는 그녀를 어루만지는 듯한 부드러운 애정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그런 그녀를 보며 강현우는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네 눈에는 내가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사람으로 보이기에 그렇게까지 걱정하는 거야? 혹시 나에 대해 무슨 오해라도 있는 거 아니야?”평소의 차갑고 위압적인 태도와 달리 지금의 그는 따뜻하고 다정했다. 특히 낮게 울리는 그 목소리에는 사람을 무장 해제시키는 매력이 있었다.윤하경은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에게 강현우는 언제나 강압적이고 냉정하며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처럼 다정한 모습으로 다가오자 순간 혼란스러웠고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라 입술만 살짝 달싹였다.그때 강현우는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살짝 막으며 짓궂게 말했다.“이러고 있으면 곧 외할아버지께 들키겠는데? 빨리 자리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그의 시선은 윤하경 너머 화장실 쪽을 향하고 있었다. 정말로 그곳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들리자 윤하경은 황급히 자리로 돌아갔다.자리에 앉자마자 뒤에서 강현우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윤하경은 얼굴이 붉어진 채 살짝 돌아서 그를 원망스럽게 한 번 쏘아보았지만 그 순간 하병철이 화장실에서 나오자 윤하경은 다시 바른 자세로 앉아 최대한 얌전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강현우는 입술 끝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모성에 도착한 건 저녁 무렵이었고 모성의 눈발은 서울보다 훨씬 거셌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하병철은 강현우에게 고개를 돌렸다.“강 대표, 다음에 시간 나
Read more

제818화

윤하경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하병철의 말을 기다렸다.그러자 하병철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바로 네 외할머니와 너희 엄마다.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이 되면 하고 싶지 않은 선택도 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너무 많단다. 하경아, 난 강현우 그 친구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어. 네 마음도 알고 있고. 하지만 현우 그 녀석은 절대로 좋은 배우자감이 아니야.”하병철의 말에는 손녀를 염려하는 진심이 깊이 담겨 있었다.그의 노련하고 깊은 눈빛이 윤하경의 마음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고 윤하경은 그 시선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아까까지만 해도 하병철이 강현우를 칭찬하는 것을 들으며 모든 사실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런 마음조차 사라지고 말았다.“할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현우 씨랑 그런 관계가...”그녀가 조심스레 말을 꺼내자, 하병철은 조용히 말을 끊었다.“굳이 부정할 필요 없어. 나도 한때는 젊었단다.”그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먼 기억을 떠올리는 듯 표정이 부드러워졌다가, 이내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하경아, 내 말 명심하거라. 네가 현우 그 녀석에게 어떤 마음을 가졌든, 지금 당장 끊어내야 해.”윤하경은 속으로 뜨끔했다. 가방 안에 들어 있는 혼인신고서가 생각나 더욱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그녀가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자 하병철은 다시 진중하게 덧붙였다.“네 외할아버지인 내가 너에게 나쁜 길을 가라고 하겠니? 다 널 위해 하는 말이다. 강현우 같은 사람과 얽혀봤자, 결국 상처받는 건 너뿐이야.”하병철의 예리한 눈빛은 윤하경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고 있었다.그 순간만큼은 윤하경 역시 짧은 침묵 끝에 고개를 떨구며 작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할아버지.”그제야 하병철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시각, 마침 차에 오른 강현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배지훈이었다.[어때, 내 말대로 다정하게 밀어붙였더니 효과 있지?, 윤하경 완전 넘어왔지? 하경이 외할아버지도 너희 사이 허락하셨
Read more

제819화

하병철은 윤하경의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오늘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얼른 들어가 쉬거라.”윤하경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려는 순간 하병철이 다시 한번 말을 꺼냈다.“하경아, 아까 차에서 한 말 잊지 않았겠지?”부드러운 말투였지만 분명한 경고였다. 윤하경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대답하려 했으나, 하병철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손을 가볍게 흔들며 자신의 별채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윤하경은 잠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자신이 묵는 별채로 향했다.휴대폰 화면에는 아직 강현우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 답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정신없이 걷던 윤하경은 앞에 다가오는 사람을 미처 보지 못한 채 그대로 부딪히고 말았다.“아!”부딪힌 사람은 다름 아닌 하희연이었다. 하희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날카롭게 비난했다.“뭐야, 눈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거야!”그러나 윤하경인 것을 확인하자 하희연은 곧바로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아, 이거 윤 대표 아니야? 앞을 좀 보고 다니지 그래?”비꼬듯 한껏 비아냥대는 말투였고 윤하경은 침착하게 휴대폰을 내려놓고 덤덤한 표정으로 답했다.“미안해. 내가 제대로 못 봤네.”짧게 사과를 마치고 지나가려는 순간, 하희연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멈춰 세웠다.“잠깐만!”윤하경은 뒤돌아보며 짧게 말했다.“무슨 일이야?”목소리에는 하희연을 향한 인내심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지난번 이유 없이 트집 잡던 일을 떠올리자, 하희연과 더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하희연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래도 지금 우리 집에서 얹혀사는 주제에 태도가 너무한 거 아냐?”윤하경은 잠시 입술을 깨물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런가? 그럼 할아버지께 가서 날 쫓아내라고 해.”하희연은 윤하경이 하병철을 언급하자 얼굴이 붉어지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어릴 적부터 자신은 할아버지 곁에서 자랐지만 늘 사랑받지 못했다. 하석호를 편애하는 것은 참을 수 있었지만 중간에 나타난 윤하경마저
Read more

제820화

전화를 끊은 하희연은 입술을 깨물며 윤하경이 사라진 방향을 매섭게 노려봤다.“윤하경, 네가 진짜 그렇게 깨끗한지 두고 볼 테니까.”그녀는 문득 생각난 듯 다시 휴대폰을 꺼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당분간 윤하경 주변을 철저히 감시해.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 있으면 바로 나한테 보고해.”한편, 이런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한 윤하경은 방으로 돌아온 뒤 힘없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켜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모든 게 한순간에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 버렸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강현우와의 관계를 어떻게든 끝내고 싶었는데 바로 다음 날 자신이 그와 부부가 되어 있을 줄이야.이렇게 되니 모든 것을 피해 멀리까지 왔던 자신의 결정이 마치 웃음거리가 된 듯했다.윤하경은 씁쓸하게 입술을 깨물었고 침대 위에서 뒤척거리던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화면을 보니 소지연이 아직 경성에 있냐고 물어온 것이었다.윤하경은 간단히 답장을 보냈다.[아니 벌써 모성으로 돌아왔어.]답장을 보내자마자 소지연의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한숨을 쉬며 전화를 받자, 화면 속에는 소지연의 호기심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하경아, 내가 호천이한테 들었는데 어젯밤에 강현우랑 같이 있었다며?”윤하경은 잠시 당황했지만 대답하지 않았고 소지연은 눈을 반짝이며 다시 물었다.“너희 둘 다시 잘된 거야?”윤하경은 짧게 입술을 깨물었다.“다시 잘됐다기에는 좀 애매한 관계랄까?”소지연은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걔 말로는 강현우가 조만간 큰 사건을 터트릴 것 같다고 하던데?”“무슨 사건?”소지연은 궁금해서 참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유호천은 강현우의 허락 없이는 민감한 정보를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을 것이었다. 강현우가 움직이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윤하경 역시 그가 무슨 일을 말하는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한동안 말없이 고민하던 윤하경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Read more
PREV
1
...
8081828384
...
14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