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우는 비웃음이 절로 나왔다.마치 그 무리가 뭐 대단하기라도 하냐는 듯이, 눈길조차 아까워하는 태도였다.그때, 민진혁이 살짝 긴장한 채 눈썹을 들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문 너머로 털코트를 걸친 남자가 느긋하게 들어오더니 코트를 소파 위에 툭 던졌다.“강 대표, 여기서 이렇게 한가하게 있을 줄이야. 분위기 꽤 괜찮은데? 여기 여자들도 괜찮다던데 몇 명 부를까?”고수현은 마치 세상 근심 다 내려놓은 듯, 담배를 물고 연기를 천천히 내뿜었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장난스럽게 묻는 모습이 꽤 익숙했다.강현우는 짧게 쳐다보고 툭 내뱉었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나 좀 도와줘.”“와, 만나자마자 부탁부터 하냐?”고수현은 다리를 탁자에 올리고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돌렸다.“그래, 뭔데? 말해봐. 일단 들어는 줄게.”고수현은 강현우 앞에서 유난히 거리낌 없는 친구였다.강현우 역시 그런 고수현을 못마땅해하지 않았다. 강현우는 몸을 살짝 뒤로 젖히며 소파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다 고수현을 힐끔 바라봤다.“네 할아버지 하 회장님이랑 꽤 친하다지?”고수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와인 한 잔을 따랐다.“응, 나름 가까운 사이지. 왜?”그는 잔을 슬쩍 흔들며 물었다.“너 혹시 하씨 집안이랑 사업이라도 할 생각이야? 근데 우리 할아버지, 이미 손 놓은 지 오래라서 사업 얘긴 더 안 하시는데.”강현우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저었다.“사업이면 굳이 널 찾겠어? 내가 못 하는 사업 봤냐?”고수현은 피식 웃었다.“그건 인정. 그럼 대체 뭔데?”강현우가 코끝을 살짝 만지며 말했다.“중매 좀 서달라고.”“중매... 하하하, 뭐라고?”방금 마신 와인이 고수현 입에서 그대로 뿜어져 나왔다. 그는 황당하다는 듯, 강현우 쪽으로 바짝 다가와 되물었다.“다시 한번 말해봐. 진짜 중매 부탁한다고?”강현우는 무심하게 대꾸했다.“귀가 잘 안 들리면 이비인후과 소개해 줄까?”고수현은 한동안 와인잔을 들고 멍하니 바라보다가, 기가 막혀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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