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381 - Chapter 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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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1화 내가 먹여 줄까

‘민여진, 박진성 앞에 멀쩡하게 나설 생각 꿈에도 하지 마. 내가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민여진은 잠에서 힘겹게 눈을 떴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르게 깜빡 잠이든 모양이었다.그녀는 더듬더듬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임재윤, 너 거기 있어?”책을 덮는 소리가 들린 뒤, 잠시 후 휴대전화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깼어?”“응.”민여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나 얼마나 잤어?”“오래 안 잤어. 십 분 정도.”그렇다면 다행이었다. 민여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과했다.“미안. 너를 돌봐주려고 온 건데 오히려 내가 잠들어 버렸네.”“나 혼자 있어도 괜찮아. 오히려 요즘 네가 더 피곤했잖아. 그러니까 푹 쉬어.”민여진은 미소를 지으며 신발을 찾아 신었다.“잠깐만 기다려. 간호사한테 식사를 언제 가져오는지 물어보고 올게.”“이미 왔어.”임재윤이 말했다.“3분 전에. 네 앞에 있는 탁자에 놔뒀어.”민여진은 손을 뻗어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을 확인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뚜껑을 열다가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재윤아, 너 혹시 뭐 먹기 불편하지 않아?”임재윤은 침대에 반듯하게 누워있어야 했고 한쪽 팔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 음식을 먹기에는 매우 불편했다.“조금 있다가 빵이나 좀 먹으면 돼. 죽은 아무래도 먹기 좀 불편하니까.”민여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내가 먹여 줄까?”임재윤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괜찮아. 내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먹어. 간호사가 빵도 놔뒀으니까, 나중에 먹으면 돼.”“알았어.”민여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럽게 음식을 먹었다. 숟가락을 짧게 잡고, 흘리지 않도록 신경 쓰며 조심스럽게 음식을 떠먹었다.민여진은 임재윤이 음식을 먹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물 좀 마실래?”“아니.”임재윤의 거절에 민여진은 당황하며 말했다.“재윤아, 너 하루 종일 물 한 모금도 안 마셨잖아. 목 안 말라? 그리고 내가 널 돌보기 위해 여기 있는 건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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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2화 나는 안 보여

민여진은 탁자를 정리한 뒤 다시 침대에 누웠다. 할 일이 없으니, 그녀는 자연스레 그 남자가 왜 자신을 노렸는지 생각에 잠겼다.점점 졸음이 밀려오던 차에, 옆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밝았던 민여진은 바로 벌떡 일어났다.“임재윤, 왜 그래?”임재윤은 잠시 버둥거리다가 대답했다.“아무 일도 아냐.”“아무 일도 없는데 왜 움직여?”민여진은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혹시 일어나려는 거야?”임재윤이 숨소리로 대답하자, 그제야 민여진은 얼굴을 찡그리며 급히 일어났다.“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라니까. 나 옆에 있잖아. 수술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움직이다가 다시 벌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임재윤은 잠시 침묵하더니 답했다.“네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야.”“내가 왜 못 도와? 비록 눈은 안 보이지만, 물건을 가져오는 정도는 네가 방향만 알려주면 할 수 있어. 안되면 간호사를 불러올 수도 있고.”“여진아, 나 화장실 가고 싶어.”임재윤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민여진은 순간 온몸이 달아오르며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화장실이라면 볼일 보러 가야 한다는 거지?”“응.”민여진은 긴장한 듯 손가락을 움켜쥐었다.“그동안은 어떻게 해결했어?”“전에 진시우가 있을 땐 그가...”병원용 요강이라는 단어를 차마 입력할 수 없었던 임재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적었다.“도구를 썼어.”임재윤이 말한 ‘도구’가 뭔지 민여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그, 그럼 다른 사람은? 아니면 간호사에게 부탁할까?”임재윤이 물었다.“모르는 사람한테 보여주는 게 좋아? 죽는 한이 있어도 그건 싫어.”민여진은 고개를 숙였다. 남자의 자존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녀는 꽤 오랜 고민 끝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도와줄까?”임재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민여진은 오해라도 생길까 봐 재빨리 설명했다.“나는 어차피 앞이 안 보이잖아. 그러니까 네가 부끄러워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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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3화 손으로 잡아줘

“잠깐만.”민여진을 불러세운 임재윤은 온몸이 화끈거렸다.“이렇게 하면 반 시간이 지나도 못 할 거야. 게다가 병 입구가 거칠어서 만약 다치면 더 큰 일 나잖아.”임재윤의 말에 민여진은 그제야 뭔가 깨달은 듯했다. 안 그래도 거동이 불편한 몸인데 만약 그 부위까지 다치면...“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민여진은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정말로 그걸 손으로 잡아 줘야 한다는 건가?’다행히 임재윤은 그녀에게 그저 가만히 있으라 했고, 자신이 힘겹게 움직여 극도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볼일을 해결했다.화장실에서 손을 씻던 민여진이 자신의 볼을 만져보니 불에 덴 듯한 열기가 전해졌다.조금 전에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까 손이 닿았던 감각이 다시 떠오르자, 그녀는 찬물에 세수하며 정신을 가다듬었다.‘앞이 안 보여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어쩔뻔했어.”한참 뒤 어색한 기분으로 다시 침대로 다가가자, 임재윤은 잠들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여진은 침대에 누워 자신을 스스로 달랬다.‘민여진, 정신 차려. 임재윤도 신경 안 쓰는데 네가 왜 신경 쓰고 그래.’그렇게 자신을 스스로 달래다 겨우 잠에 들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진시우가 이미 병실에 와 있었다.세수하러 화장실에 들어간 민여진의 귀에는 진시우가 임재윤을 향해 묻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화장실 갔어?”“갔어.”“갔다고?”진시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네가 그렇게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던 보배를 간호사가 만지게 했다는 거야? 누구도 못 다치게 할 것처럼 굴더니? 내가 다치는 것도 싫어했잖아.”임재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화장실 쪽을 힐끗 쳐다보던 진시우는 뭔가 눈치를 챈 듯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어제 내가 안 오고 민여진 씨를 네 옆에 있게 한 게 잘한 일이네.”“할 일 없으면 나가.”임재윤이 내쫓으려 하자, 그제야 진시우는 화제를 바꾸며 자리에 앉았다.민여진은 한참을 더 화장실에 있다가 나왔다. 진시우가 아침을 가져왔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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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4화 나한테 대답했던 거 기억나

“미안하다고요? 이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날 일이에요? 눈이 안 보이면 분수에 맞게 행동하세요. 최소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는 말아야죠.”표정이 확 어두워진 임재윤은 눈썹을 찡그리며 휴대전화를 두드렸다.“내가 먹여 달라고 한 거예요. 그쪽이랑 무슨 상관입니까?”그의 말에는 인채림과 아무 상관 없으니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잠시 굳은 표정을 하던 인채림은 이내 당당하게 말했다.“임재윤 씨, 저는 간호사예요. 누구보다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요. 무엇보다 임재윤 씨를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요. 민여진 씨는 앞이 보이지 않으니 만약, 정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때 발견할 수도 없잖아요.”“내가 여진이한테 부탁한 일이에요. 안 좋은 결과가 생긴다고 해도 내가 감당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는데 만약을 들먹이며 이러는 건 무슨 속셈이죠?”그의 말에 인채림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진정된 민여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재윤아, 괜찮아. 내가 잘못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행동한 게 맞아. 간호사님 말처럼 만약 내가 실수라도 했다면 오히려 네게 해를 끼치는 거잖아.”이어서 민여진은 인채림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말씀해 주셔서 고마워요.”웃은 얼굴에 침을 뱉을 수는 없었는지 인채림은 마음속으로는 언짢고 불편했지만, 민여진의 미소 앞에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제 뜻을 알고 이해해 주신다니 다행이네요. 우리 간호사들은 별의별 일들을 다 하다 보니 가끔 급한 마음에 말투가 거칠어질 때도 있어요. 악의는 없으니, 마음에 넣지는 말아주세요.”“알아요.”카트를 끌고 오던 인채림은 옆에 놓여 있는 침대를 보고 표정이 확 굳어졌다.‘둘이 같은 방에서 자고 있다고? 임재윤 씨는 조용한 걸 좋아하고, 방해받는 걸 싫어한다고 들었는데?’“임재윤 씨, 상처를 확인하고 약을 바르도록 할게요.”더 이상 표정을 억제할 수 없었던 인채림은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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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5화 여자 친구 있어요

밀려난 민여진은 어쩔 새 없이 머리를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인채림의 비명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네? 피가 난다고요? 어디서요?”인채림은 이를 악물며 민여진을 노려보았다.“도대체 민여진 씨는 임재윤 씨를 어떻게 돌보는 거예요? 간병인으로서 상처가 벌어진 것도 몰랐어요?”민여진은 머릿속이 하얘졌다.‘상처가 벌어졌다고? 임재윤은 침대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상처에 왜 문제가 생긴 거지?'그 순간, 어젯밤 임재윤이 화장실을 가려 했던 일이 떠올랐다. 민여진이 앞을 보지 못해 임재윤은 결국 혼자 힘으로 움직였고 그때 살짝 그의 신음을 들은 것 같았다.‘설마 그때 그럼...’민여진은 두려움과 후회가 밀려와 눈가가 순식간에 붉어졌다.그때, 차가운 손가락이 그녀의 손을 스치며 부드럽게 감쌌다. 손바닥은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지만, 민여진의 긴장과 불안을 순간적으로 달래주었다.임재윤은 그제야 휴대전화를 두드리며 물었다.“괜찮아?”“뭐가?”“너 방금 머리 부딪혔잖아. 안 아파?”임재윤의 말에 인채림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상처에서 피가 나고, 심하면 다음 수술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이런 상황에서 임재윤은 오직 민여진만 신경 쓰고 있었다.‘미친 거 아니야?’민여진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저 조금 부딪힌 것뿐이었고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 임재윤은 본인 상처에는 관심도 없고 오히려 민여진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는 있는 힘껏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아. 빨리 의사를 불러서 네 상처부터 확인해 보자.”인채림이 의사를 부르러 나가자, 임재윤은 민여진에게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민여진은 코가 시큰거렸다.“재윤아, 어제 내가 제대로 도와주지 못해서 그런 거지? 다음부터는 제대로 할게...”임재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자, 민여진은 조급해하며 물었다.“지금 웃음이 나와? 만약 상처가 심각하면 어떡해?”“안심해. 내 몸은 내가 잘 알아. 문제없어.”민여진은 고개를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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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6화 홀린 것 같아

의사와 인채림이 모두 나간 뒤 병실 문이 닫히자, 임재윤은 민여진에게 사과했다.“미안해. 네 이름을 빌려서 다른 사람을 거절했어. 불편했겠다.”민여진은 아직 멍해 있던 참이었는데, 임재윤의 정중한 태도에 오히려 더 당황스러웠다.“괜찮아.”그녀는 말을 이었다.“뭐 피해 보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너, 간병인도 없는데 간호사까지 거절하면 몸은 어떻게 할 거야?”임재윤은 잠시 멈추었다가 물었다.“네가 해주면 안 돼?”“뭘?”“내 몸을 닦아주는 거.”임재윤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던 민여진은 곧바로 하얗게 질리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니... 그건 아무래도 안될 거 같아. 어제도 내가 널 도우려다가 오히려 널 더 해친 게 됐잖아. 이번에도 널 다치게 하면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그럴 리 없어.”임재윤은 단호했다.“여진아, 네가 닦아주는 게 제일 안심돼. 어제 다친 건 내가 무리했기 때문이었고, 오늘은 그렇지 않을 거야. 아니면, 내가 그 간호사에게 몸을 다 보여주길 바라는 거야?”민여진은 당연히 그러길 바라지 않았다. 그녀는 고민 끝에 보상 차원에서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일어나 따뜻한 물을 받아온 뒤 임재윤의 옷을 풀기 시작했다.이번에는 함부로 막 다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물었다.“상처가 어느 쪽에 있어? 닦을 때 최대한 피해야 하니까.”“가슴 쪽에. 하지만 몸에는 붕대를 많이 감았으니까, 팔과 하체만 닦아주면 돼.”휴대전화 음성으로 들려오는 대답에 민여진은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올랐다.‘하체? 기계음으로 정확하게 말하니까 왜 더 이상하게 들리지?’“왜 그래?”“아니야. 팔을 내밀어봐. 닦아줄게.”임재윤의 바지를 풀려는 순간, 민여진의 손이 무심코 복부에 닿았다. 어쩐 일인지 거기에도 붕대가 감겨 있었다.선천성 심장병은 대부분 가슴 쪽을 수술하는 건데 복부에 왜 붕대가 감겨 있는 건지 의문스러웠던 민여진은 잠시 멈칫했다.그녀의 의아함을 알아차린 듯 임재윤이 설명했다.“의사가 상처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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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7화 아이가 놀라서 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인채림은 정말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만약 자기 라이벌이 누구나 인정할 만큼 빼어난 외모라면 아무리 화가 나도 수긍했을 텐데 민여진은 아니었다.그녀는 도대체 임재윤은 민여진의 어디를 보고 사귀는 건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진짜 이해가 안 돼. 저렇게 못생긴 여자를 임재윤은 도대체 어디가 좋다는 건지. 보기도 싫을 것 같은데. 게다가 어젯밤에는 같은 병실에서 잤대. 비록 한 침대는 아니라지만 한밤중에 눈 떴을 때 그 여자 얼굴 보면 무섭지도 않나? 나 같으면 기절했을 거야!”고개를 숙인 민여진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손끝이 닿는 곳마다 울퉁불퉁한 흉터 자국이 만져졌다.비록 그녀도 자신이 못난 건 알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기절할 정도로 최악인 건가 싶었다.“임재윤은 그 얼굴을 보면 구역질도 안 나나? 심리적으로 문제 있는 거 아니야? 그리고 아무리 임재윤이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민여진 본인이 자각해야지. 둘이 같이 있으면 완전 미남과 괴물이잖아. 임재윤이 나중에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당하는 게 걱정되지도 않나 봐.”두 사람의 독설은 칼날처럼 민여진의 마음을 할퀴었다.원래 이런 조롱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임재윤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당할 거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먹먹해졌다.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에는 실망과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그래. 나 같은 사람은 친구 하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연인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임재윤 같은 사람의 여자 친구라면 당당히 내세울 수 있는 재벌가 따님이나 연예인일 거야. 나 같은 건 어림도 없지.’뒤돌아서던 민여진은 진시우와 마주쳤다.“여진 씨, 여기서 뭐 하세요? 임재윤이 여진 씨가 나간 지 한참 됐다고 하길래 길이라도 잃은 줄 알았잖아요.”진시우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던 인채림과 그녀의 친구는 민여진을 보자마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민여진 씨, 왜 뒤에서 우리 말을 몰래 듣고 있어요? 귀신도 아니고 갑자기 나타나서는...”제 발 저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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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8화 넌 아무 잘못도 없어

아무리 달래도 아이는 완전히 겁에 질렸는지 도무지 울음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러자 아이의 엄마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뭐 이런 괴물 같은 게! 그런 얼굴로 집에 숨어 있지 뭐 하러 나와서 우리 애까지 놀라게 하고 그래요? 아이가 놀라서 병이라도 생기면 그쪽이 배상할 거예요?”민여진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지만 내색도 못 한 채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하지만 여자는 사과를 받아들이기는커녕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당장 나가요! 그쪽 얼굴 때문에 우리 애가 악몽이라도 꾸면 어떡할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진시우가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이 병원이 당신 거예요? 여기에 당신 이름이라도 써 놨나? 그쪽이 뭔데 우리보고 나가라 마라예요?”여자는 더욱 흥분했다.“저런 무서운 얼굴을 하고 다니는 그것 자체가 잘못이죠! 거리에서 나체로 돌아다니면 불법인 거랑 다를 게 뭐가 있어요? 저런 얼굴로 나다니는 것들은 전부 잡아서 처벌해야 해!”“처벌이요? 큰소리는 잘 치시네. 어느 법에 그런 조항이 있는데요? 어떤 경찰이 감히 잡아가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볼까요?”여자는 당황하며 소리를 질렀다.“뭐라고요? 지금 여자와 어린애를 상대로 협박이라도 하는 거예요? 남자로서 부끄럽지도 않아요?”아이의 울음소리와 여자의 고함이 뒤섞였다.민여진은 숨이 막힐 것 같은 상황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갑갑한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진시우 씨.”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가요. 나... 나가고 싶어요.”진시우는 비록 화가 풀리지는 않았지만 계속 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빨아야 할 옷들을 다시 들고 민여진을 데리고 나왔다.밖으로 나오자, 민여진은 고개를 숙이며 쓴웃음을 지었다.“시우 씨, 미안해요. 저 때문에 괜히 곤란해졌네요. 시우 씨 혼자 왔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진시우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여진 씨가 사과를 왜 해요? 무슨 잘못이 있다고?”“잘못이 있어요.”민여진의 목소리는 아득히 가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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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나를 뭐라고 불렀어

타자를 하는 임재윤의 손가락이 떨렸다.“방금 나를 뭐라고 부른 거야?”민여진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임재윤 씨.”임재윤은 간신히 숨을 가다듬었다.“시우야, 너 잠깐 나가 있어.”진시우는 두 사람 사이의 일에 끼어들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재빨리 문을 닫고 나갔다.“여진아, 내가 뭘 잘못했어?”임재윤의 말에 울컥해 난 민여진은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잘못? 네가 무슨 잘못이 있어. 오히려 잘못은 내가 했지. 내 주제도 모르고 처지를 망각한 채, 너와의 선을 넘으려 했지.’“아니. 그냥 앞으로는 우리 둘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할 것 같아서...”민여진의 말이 끝나자,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더니 뒤이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깜짝 놀란 민여진은 황급히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달려갔다.“임재윤! 재윤아, 움직이지 마! 상처가 또 벌어진다고.”“나는 네가 내 생사엔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민여진은 가슴이 아려왔다.“여진아, 너랑 거리를 두느니 그냥 죽는 게 더 속 시원할 것 같아.”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민여진은 필사적으로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임재윤은 그녀가 도망치기라도 할까 봐 한 손으로 민여진을 꽉 잡은 채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잡았다.“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솔직하게 말해줘. 이렇게 이유도 모를 사형선고를 내리지 말고.”임재윤의 말에 감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자, 혀끝에서는 떫은 철분 맛이 느껴졌다.“너는 얼마든지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그건 예전에도 했던 변명이잖아. 지금도 그걸로 넘어가려고?”민여진은 고개를 숙였다.“임재윤, 나를 몰아붙이지 마. 나라는 사람은 결국 이래. 이렇게 엉망진창이야. 이제는 누군가를 다시 좋아할 용기도 없고 너한테 관심받을 만한 가치도 없어. 네가 진심인 건 알지만 생각해 보니까... 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네 존재 자체가 나에겐 부담이야.”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임재윤은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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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0화 무슨 말을 한 거야

‘이 얼굴이 아이들을 울릴 정도로 무서운가? 보지 않아도 형편없겠지.’자신을 스스로 비웃던 민여진은 갑자기 임재윤이 떠오르자,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임재윤은 내 얼굴이 정말로 끔찍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전 여자 친구에 대한 연민 때문에 내가 어떤 모습이든 괜찮은 걸까?’후자라면 민여진은 스스로가 한없이 비참해질 것 같았다.4년 전에는 문채연의 얼굴을 빌려 박진성의 아내가 됐고, 4년 후에는 앞을 못 본다는 이유로 임재윤의 동정을 받는다니.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던 민여진은 그런대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민여진의 전화를 받지 못한 진시우는 호텔 직원한테 그녀를 잘 보살펴 달라고 당부하고는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을 열자, 임재윤은 한눈에 봐도 밤을 새운 것 같은 모습으로 진시우의 뒤를 확인했다.“그만 봐. 여진 씨는 오늘 안 와.”임재윤이 시선을 거두고 한숨을 내쉬자, 진시우가 다가서며 살폈다.“밤새 못 잔 거야?”“잠이 안 와.”임재윤의 시선은 맞은편 침대로 향했다. 이미 정리된 침대였지만, 왠지 여전히 그녀의 기운이 남아 있는 듯했다. 안도감과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려왔다.어제 낮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는데, 민여진이 옷을 가지고 나간 후부터 달라진 그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임재윤 씨, 약 드리러 왔어요. 어제 상처는 괜찮던가요?”그때 인채림이 병실 문을 두드리더니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어디서 본 듯한 여자의 얼굴에 진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시우를 발견한 인채림도 순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침대에 누워있던 임재윤이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자, 마음이 불안해진 인채림은 민여진이 뒤에서 자신의 험담을 듣고 고자질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즉시 변명했다.“임재윤 씨, 민여진 씨가 무슨 말 했나요? 그녀 말만 믿지 마세요! 저는 그냥 친구랑 잡담을 한껏 뿐이에요. 누가 몰래 듣고 있는 줄 알았겠어요? 알았더라면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예요.”임재윤은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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