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얼굴이 아이들을 울릴 정도로 무서운가? 보지 않아도 형편없겠지.’자신을 스스로 비웃던 민여진은 갑자기 임재윤이 떠오르자,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임재윤은 내 얼굴이 정말로 끔찍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전 여자 친구에 대한 연민 때문에 내가 어떤 모습이든 괜찮은 걸까?’후자라면 민여진은 스스로가 한없이 비참해질 것 같았다.4년 전에는 문채연의 얼굴을 빌려 박진성의 아내가 됐고, 4년 후에는 앞을 못 본다는 이유로 임재윤의 동정을 받는다니.눈가가 촉촉이 젖어 있던 민여진은 그런대로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민여진의 전화를 받지 못한 진시우는 호텔 직원한테 그녀를 잘 보살펴 달라고 당부하고는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을 열자, 임재윤은 한눈에 봐도 밤을 새운 것 같은 모습으로 진시우의 뒤를 확인했다.“그만 봐. 여진 씨는 오늘 안 와.”임재윤이 시선을 거두고 한숨을 내쉬자, 진시우가 다가서며 살폈다.“밤새 못 잔 거야?”“잠이 안 와.”임재윤의 시선은 맞은편 침대로 향했다. 이미 정리된 침대였지만, 왠지 여전히 그녀의 기운이 남아 있는 듯했다. 안도감과 동시에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아려왔다.어제 낮까지만 해도 아무 일 없었는데, 민여진이 옷을 가지고 나간 후부터 달라진 그녀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임재윤 씨, 약 드리러 왔어요. 어제 상처는 괜찮던가요?”그때 인채림이 병실 문을 두드리더니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어디서 본 듯한 여자의 얼굴에 진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진시우를 발견한 인채림도 순간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침대에 누워있던 임재윤이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응시하자, 마음이 불안해진 인채림은 민여진이 뒤에서 자신의 험담을 듣고 고자질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며 즉시 변명했다.“임재윤 씨, 민여진 씨가 무슨 말 했나요? 그녀 말만 믿지 마세요! 저는 그냥 친구랑 잡담을 한껏 뿐이에요. 누가 몰래 듣고 있는 줄 알았겠어요? 알았더라면 그런 말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예요.”임재윤은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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