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Bab 391 - Bab 400

434 Bab

제391화 그녀의 자괴감

인채림은 허둥지둥 변명했다.“게다가! 게다가 제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민여진 씨가 뒤에 있을 줄은 전혀 몰랐다고요! 그냥 친구랑 뒤에서 잡담한 거예요. 만약 민여진 씨가 뒤에 있었다는 걸 알았더라면 당연히 입도 안 떼었을 거예요!”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화가 치밀었던 임재윤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눈을 감은 채 어제 민여진의 말을 떠올렸다.‘엉망진창이라며 관심받을 가치도 없다는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가슴이 터질 듯한 분노에 임재윤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저런 말을 들었을 민여진이 얼마나 상처받았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쓰라렸다.천천히 눈을 뜬 임재윤의 눈동자에는 혐오만이 가득했고 인채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마치 지독히 더러운 쓰레기를 보는 듯했다.“타인의 외모를 마음대로 공격하고 모욕해 놓고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인 간호사, 당신에겐 양심이라는 게 전혀 없나?”얼굴이 하얗게 질린 인채림은 억울하다는 듯 반박했다.“민여진 씨 외모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게다가 제가 직접 대놓고 말한 것도 아니고.”임재윤은 최대한 화를 억눌렀다.“나가!”그는 이런 부류의 인간과는 더 이상 말을 섞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이 병원에서 쫓아내기만 한다면 앞으로 살면서 혼내줄 사람은 많을 테니.인채림은 분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처지가 불리함을 알고 입술을 깨물고 돌아서 나갔다.문을 닫으러 나가던 진시우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그러고 보니 당신 외모는 꽤 괜찮네요. 생긴 건 그럴싸해요.”인채림은 진시우가 보는 눈이 있다고 속으로 기뻐했다. 고맙다고 말하려는 순간, 진시우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그런데 추악한 그 마음이 이렇게 좋은 외모까지 다 가리고 악취를 풍겨대서 문제네요. 사람이 못생기면 성형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마음이 추악한 건 방법이 없더라고. 인채림 씨 같은 사람은 간호사라는 고귀한 직업에 어울리지 않은 사람이니까 최대한 빨리 먹고 살 방법을 찾아보세요.”닫힌 문밖에 서 있던 인채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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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네 얼굴을 회복시켜 줄게

어제 그녀가 했던 말은 분명히 임재윤한테 상처를 남겼을 거로 생각한 민여진은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막막했다.하지만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어차피 가능성도 없는 일이라면 단칼에 자르고 빨리 정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십여 분을 멍하니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 너머로 흘러나온 번호는 너무도 익숙한 임재윤의 번호였다. 그녀는 망설이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여진아, 나야.”민여진은 잠시 멈칫했다.“응. 알아.”“오늘 올 거야?”임재윤은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너랑 상의할 게 하나 있어.”“무슨 일인데?”“일단 와. 오면 말해줄게.”전화가 끊긴 뒤에도 민여진은 여전히 멍한 상태였다. 평소와 달리 엄숙하게 느껴지는 임재윤의 말투에 무슨 일인지 마음이 복잡했다.‘혹시 나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안진 마을로 돌려보내려는 건가?’이 생각이 떠오르자, 민여진은 왠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졌지만 어쩌면 그것도 좋은 일일 거로 생각했다.미리 짐을 싸둔 뒤, 민여진은 호텔 직원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병실 문 앞까지 도착한 그녀는 몇 번이고 심호흡했다. 문을 열자, 병실에는 임재윤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는 게 느껴졌다.‘진시우인가? 진시우라면 직접 마중을 나왔을 텐데?’모르는 사람의 인기척에 민여진은 이유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그때 그 남자가 웃으며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민여진 씨,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하자면, 저는 이 병원의 외과 의사 엄기준입니다.”‘외과 의사?’민여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긴장한 채 주먹을 쥐자, 엄기준은 개의치 않고 손을 거두며 말했다.“민여진 씨는 앞을 못 보시죠? 괜찮으니까,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제가 얼굴을 한번 보겠습니다.”얼굴을 본다는 말에 민여진은 흠칫하더니 무미건조하게 물었다.“왜요?”‘내 얼굴이 뭐가 볼 게 있다고 보겠다는 거지?’엄기준이 당황하자, 임재윤이 설명했다.“여진아, 엄 선생님은 성형 방면에서 실력 좋기로 이름있는 분이야. 그러니까 네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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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그녀의 트라우마

민여진이 뻣뻣하게 그의 곁으로 다가가자, 임재윤은 휴지로 그녀의 얼굴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 주었다.“무서워할 거 없어.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억지로 시키지는 않을 거야. 고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얼어붙은 마음이 그제야 조금 녹아 내린 듯 민여진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고마워.”하지만 여전히 멍한 민여진의 눈빛에 임재윤은 차가워진 그녀의 손가락을 꼭 잡고 온기를 전하려 애썼다.“여진아, 혹시 마음속에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민여진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임재윤이 다시 물었다.“말해줄 수 있을까? 왜 고치길 거부하는지? 이 얼굴이 과거에 너한테 뭘 안겨줬는지?”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간 민여진은 임재윤의 손도 함께 꽉 쥐더니 한참 뒤에야 진정된 듯 대답 대신 물었다.“재윤아, 너는 왜 갑자기 내 얼굴을 고치자고 한 건데?”민여진은 아려오는 가슴을 억누르며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네가 보기에도 내 얼굴이 무서워?”그게 아니라면 갑작스럽게 얼굴을 고치자는 말을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하자, 민여진은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임재윤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민여진은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손을 빼려는 순간 그가 다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조금만 더 가까이 와 봐.”“왜?”민여진은 임재윤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의 힘에 이끌려 무의식중에 고개를 숙였다.순간 임재윤은 그녀의 가장 흉측한 흉터 위에 아주 가볍지만, 소중하다는 듯 입을 맞추었다.“이제 됐어?”입술의 촉감은 이내 사라졌지만, 그 온기는 그녀의 몸을 타고 올라 심장을 울렸다.민여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이래도 내가 네 얼굴을 무서워한다고 생각할 거야?”민여진은 말문이 막혔다.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임재윤의 입맞춤이 얼마나 조심스러웠는지는 느낄 수 있었다.‘모든 사람이 흉측하다고 말하는 얼굴을 임재윤은 어떻게 이토록 보물 대하듯 하는 걸까.’“여진아, 나는 네 외모를 전혀 개의치 않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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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얼굴은 칼에 베인 건가요

임재윤의 말이 맞았다. 민여진은 문채연처럼 남의 얼굴을 빌려 자신의 이익을 얻지는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부모님이 주신, 진짜 그녀의 얼굴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고통스러운 과거 때문에, 자기 얼굴을 증오하고 있었다. 민여진은 스스로가 너무 우습게 느껴졌다.민여진은 만약 민영미가 천국에서 자신의 이 모습을 본다면 분명 마음 아파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예쁜 딸이, 이제는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용기조차 없게 되었다니.민여진은 고개를 숙인 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임재윤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아 주며 달랬다.“여진아, 아무도 너를 강요하지 않아. 이건 네 얼굴이야. 모든 결정은 네가 해야 해. 만약 고치기 싫다면 안 해도 돼. 어차피 너를 잘 아는 사람들은 외모를 떠나 진심으로 네 내면을 좋아하는 거니까.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이 너의 외모를 평가하는 말들도 신경 쓰지 마. 그런 사람들은 그저 네 인생의 걸림돌일 뿐이야. 두 번 다시 걸려 넘어지는 일은 없어.”임재윤의 말에 민여진은 울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제야 그녀의 마음도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좋아.”민여진의 맑은 눈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해졌다. 그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결정했어. 재윤아, 나 얼굴 고치고 싶어.”다른 이유는 제쳐두고 민영미를 위해서라도 고치고 싶었다. 이건 그녀의 얼굴이었고 박진성과 문채연은 이미 과거의 사람일 뿐이었다.그녀는 이미 박진성 때문에 두 눈을 잃었고 아이까지 잃었다. 이제 부모님이 주신 얼굴까지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박진성은 그럴만한 가치도 자격도 없는 사람이었다.임재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녀의 손을 잡아 가볍게 입맞춤했다.연락을 받은 엄기준이 다시 병실로 돌아오자, 민여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엄 선생님, 죄송해요. 번거롭게 두 번이나 오시게 했네요.”“아니에요. 민여진 씨, 신경 쓰지 마세요. 어차피 같은 병원이라 멀지도 않아요. 게다가 요즘 휴가 중이었는데 임재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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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온 힘을 다해 널 지켜줄게

엄기준의 물음에 민여진은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모든 걸 예상했음에도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민여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엄기준이 다시 물었다.“상처가 난 후에 제대로 치료를 못 하신 건가요? 분명히 고름이 차고 붓기도 했을 텐데, 다음에 감염으로 인해 피부가 괴사한듯하네요. 몇 개의 흉터만으로도 얼굴 전체가 망가질 수밖에 없었겠어요.”숨 막히는 과거가 다시 떠올라 민여진은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그녀가 감옥에 들어갔을 때 혼자 독방에 갇혔었는데 그곳은 습할 뿐만 아니라 악취까지 나는 더러운 곳이었다.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의 얼굴은 가렵기 시작했고 염증으로 인해 점점 망가졌다.너무 견디기 힘든 고통에 도움도 청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교도관들의 짜증 섞인 호통뿐이었다.“며칠 전에 금방 의무실에서 돌아왔으면서 또 가겠다는 거야?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지난번 치료비도 지금 안 들어왔어! 너니 가족들이 돈 낼 때까지 기다려. 그때 다시 데려다줄 테니까.”그녀의 가족이라고는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민영미뿐이었다. 박진성이라 하면 절대 그녀를 위해 감옥에 돈을 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렇게 시간이 지나 그녀의 얼굴은 점점 엉망으로 변해갔다. 민여진은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회복할 수 있을까요?”엄기준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지금은 의학이 발달했으니까 가능해요. 다만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예요.”“그건 괜찮아요.”민여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많은 것이 바로 시간이었다.“알겠어요. 그럼, 제가 일단 치료 계획을 세워 보도록 할게요. 가능한 한 예전 모습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네, 수고하세요.”엄기준을 보낸 뒤, 문을 닫던 민여진은 멍하니 서서 생각에 빠졌다.‘박진성이 아니라 임재윤을 먼저 만났다면 이렇게까지 고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여진아.”임재윤의 목소리에 민여진은 정신을 차렸다.“왜?”임재윤은 몇 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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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네 옆에 있을게

마침, 병실로 들어오던 진시우는 임재윤의 말을 듣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깨 볶는 냄새가 밖에까지 전해진다. 닭살 돋아서 살겠냐?”민여진은 어색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이불 끝을 만지작거렸다. 임재윤이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 있어?”“원래는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어떻게 얼굴빛 하나 안 변하고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건지 가르쳐 달라고 하고 싶다.”진시우가 놀리듯 말했다.“휴대전화로 하니까 부끄러움이 덜한 거야?”임재윤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네 마음만 진심이라면 내뱉는 모든 말은 낯간지러운 말이 아니라 진심을 전하는 말이 될 거야.”진시우는 항복하듯 손을 들었다.“그래, 너 잘났다. 여진 씨 얼굴은 뭐래요? 엄 선생님이 고칠 수 있다고 했어요?”민여진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네. 조금 어렵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회복할 수는 있을 거래요.”“그럼 됐어요. 그는 이 분야에서 꽤 유명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얼굴 치료에 집중해요. 임재윤이랑 같이 요양하면 되겠네요.”“네.”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제 얼굴 때문에 이렇게 신경 써 줘서 고마워요.”“고맙긴요.”진시우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이제 다 한집 식구와 마찬가지인데.”그렇게 진시우는 잠깐 병실에 머물다 다시 일 보러 나갔고 민여진은 자연스럽게 임재윤의 병실에 머물렀다.저녁때가 되면 임재윤의 몸을 닦아주는 것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처음처럼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중요한 부위는 피했다.일주일 후, 엄기준의 수술 일정에 따라 수술대에 누운 민여진은 옆에 있어 주겠다던 임재윤의 말을 떠올리며 스르르 눈을 감았다.마취에서 깬 민여진이 화끈거리는 얼굴 통증에 무의식중으로 얼굴에 손을 가져가던 찰나 엄기준이 급하게 말렸다.“만지지 마세요. 수술은 성공적으로 잘 됐어요. 하지만 아직은 경과를 두고 봐야 해요. 만약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수술을 한 번 더 해야 할 수도 있어요.”민여진은 손을 내리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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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안목 있는 사람

민여진은 옆에 있어 주겠다던 임재윤의 말이 그저 병실에서 기다려주겠다는 뜻인 줄만 알았는데, 그는 말 그대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있어 줬다.그녀는 걱정이 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져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음부턴 이러지 마. 혹시 네 몸이 더 안 좋아지기라도 하면 더 큰 일이잖아.”“알았어. 다음부턴 안 그럴게.”민여진의 표정은 한결 부드러워졌다.“내가 부축해 줄게.”임재윤은 다리가 불편했고 민여진은 앞이 보이지 않아,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병실에 도착했을 땐 두 사람 모두 약간 땀에 젖어 있었다.뭔가를 생각하던 임재윤이 피식 웃음소리를 내자, 민여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왜 웃어?”“아무것도 아니야.”임재윤은 웃음을 참으며 휴대전화를 두드렸다.“방금 우리 모습이 마치 늙어서 서로 의지하며 걷는 노부부같이 느껴져서.”그의 말에 민여진은 멍하니 생각에 빠졌다.‘노부부? 그렇게까지 먼 미래를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우리가 함께 늙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이런 생각이 떠오르자, 민여진은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더니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고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타오르는 듯했다.민여진은 미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죽음을 생각할 때가 더 많았다.그녀의 인생은 항상 너무 고달팠고 민영미를 위해 잘살아 보기로 결심은 했지만, 그마저도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이었다.그런데 임재윤은 두 사람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늙어가는 모습을 그려보는 그의 모습에 민여진은 손끝이 떨려왔다.그녀의 이상한 모습에 임재윤이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민여진은 표정을 감추려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솔직히 말하면 민여진도 자신이 왜 이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날 오후, 진시우는 특별히 민여진의 수술 결과를 보러 병원에 들렀다.“아직 정확히 모르겠어요. 보름 정도 지나서 붕대를 풀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대요.”“별문제 없을 거예요. 엄 선생님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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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작업 걸기

“엄 선생님, 왜 그래요?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예요?”엄기준의 이상한 낌새에 민여진이 긴장하던 찰나, 간호사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서류를 엄기준에게 건네주며 물었다.“민여진 씨는 아직 안 오신 거예요? 오늘 봉합을 제거하는 날 아닌가요?”엄기준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민여진 씨 바로 여기 있잖아요.”간호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민여진을 바라보았다. 마스크로 가려진 반쪽 얼굴 위에는 사슴처럼 맑고 아름다운 눈이 빛나고 있었다. 얼핏 봐도 눈에 띄는 외모였다.“이...이분이 민여진 씨라고요?”간호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지난날의 민여진은 눈 주변이 흉터로 덮여 있어 아무리 아름다운 눈이라도 두 번 다시 쳐다보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하지만 지금은 눈 주변에 있는 피부가 완벽하게 회복되어 자연스럽게 그녀의 예쁜 외모가 드러나고 있었다.멍하니 민여진의 얼굴을 바라보던 간호사는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위쪽 얼굴만 이렇게 회복됐는데도 예쁜 미모가 확 눈에 띄네요. 아래쪽까지 다 회복되면 연예인보다 더 예쁘겠는데요?”과찬이라는 건 알지만 민여진은 그래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는 손을 들어 이마를 어루만졌다. 한때 흉터로 뒤덮였던 피부는 이제 매끈하고 부드러워, 18살 소녀의 피부처럼 탄력이 느껴졌다.‘임재윤은... 이 모습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민여진은 긴장감에 두 손을 꽉 맞잡았다. 원래 임재윤도 같이 오기로 했지만, 그녀는 그의 상처가 걱정되기도 하고 자신의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 두려워 병실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빨리 가서 자기 얼굴을 임재윤한테 보여주고 싶었다.“엄 선생님, 저 이제 가봐도 될까요?”“임재윤 씨한테 보여주고 싶으세요?”놀리는 듯한 엄기준의 말에 민여진이 당황하자, 그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가봐요. 다음 주에 다시 와서 약만 바르면 됩니다.”“고마워요.”벽을 짚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는 민여진은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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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질투하고 있어

남자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아쉬운 듯 말했다.“아... 정말 안타깝네요. 그렇게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계신 데.”그러곤 다시 말을 이었다.“어디로 가세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가실 곳까지 모셔다드릴게요.”“괜찮아요.”민여진은 잠시 생각해 본 후 거절했다.“이젠 익숙해져서 혼자 다닐 수 있어요.”“그래도 제가 도와드릴게요. 병원은 사람도 많고, 혹시 부딪히기라도 하면 방향을 잃으실 수도 있잖아요.”민여진이 다시 거절하려는 순간 갑자기 앞에서 기계음이 들려왔다.“여진아.”임재윤이었다. 민여진이 고개를 드는 순간, 그녀는 어느새 임재윤의 품에 안겨 있었고 단단히 조인 팔이 그녀를 보호하듯 앞으로 감싸안았다.임재윤은 노골적으로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연락처를 묻던 남자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사이, 임재윤은 휴대전화로 또박또박 말을 전했다.“왜 혼자 돌아온 거야? 가자. 데려다줄게.”임재윤은 마치 자신의 주권을 선언하듯 당당하게 굴었다. 남자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임재윤의 얼굴을 보고는 슬쩍 물러났다.남자가 떠나자, 팔을 푼 임재윤은 여전히 잔잔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민여진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재윤아, 화났어?”“왜 그렇게 생각해?”민여진은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자연스럽게 느껴져서 물었을 뿐이었다.“왠지...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 무슨 일 있었어? 방금 그 남자 때문에 그래?”임재윤은 잠시 침묵하더니 글을 입력했다.“한번 맞춰봐. 내가 왜 기분이 안 좋은지.”민여진이 입술을 깨물며 고민하자, 임재윤이 말했다.“질투 나서 그래.”민여진은 가슴이 뜨끔함과 동시에 얼굴까지 후끈 달아올랐다.‘질투? 다른 남자와 얘기를 나눴다고 질투한다고?’임재윤은 계속해서 글을 이어갔다.“내가 너무 쪼잔한 거지? 우리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닌데. 누군가 너한테 작업을 거니까 나도 모르게 화가 나더라. 나 같은 사람을 이기적이라고 말하겠지.”“뭐 그렇게까지 자기 비하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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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내 생각이 신경 쓰여

병실에 돌아온 후에야 민여진은 마음이 답답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임재윤은 그녀의 달라진 얼굴에 대해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비록 윗부분만 회복되었지만, 예전의 흉터투성이 얼굴에 비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놀랄 만한 변화일 텐데 임재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했다.민여진은 그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다. 병실에서 한참을 보낸 뒤에야 임재윤은 뭔가 발견한 듯 물었다.“근데 넌 왜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민여진은 작은 목소리로 설명했다.“윗부분은 괜찮아졌지만, 뺨은 아직 흉터가 많이 남아 있어. 엄 선생님 말씀으로는 2주 정도 꾸준히 약을 바르다 보면 나아질 거라던데, 천천히 회복되겠지 뭐.”“그래.”‘그래? 그게 전부야?’민여진의 눈에는 실망이 어렸다.“재윤아, 안진 마을에는 이미 측량팀을 보냈고 오후에...”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진시우는 민여진을 보더니 말을 멈췄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진시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역시 엄 선생님 실력이 대단하네요. 여진 씨,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아요. 길에서 마주쳤으면 못 알아볼 뻔했어요.”그의 칭찬에 민여진은 수줍음이 밀려왔지만 동시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진시우도 이렇게 놀라는데 임재윤은 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여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시우 씨, 너무 과장하지 마세요.”“아니요. 전혀 과장이 아니에요. 전에는 여진 씨의 눈을 제대로 못 봐서 몰랐는데 이렇게 예쁠 줄이야. 재윤이가 혹시 처음부터 여진 씨의 미모를 알아보고 좋아했던 거 아니에요?”농담조로 말하는 진시우의 말에 임재윤은 그를 흘겨보았다.“네 수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마.”“그래. 내가 속물이지.”진시우는 임재윤과 업무 이야기를 나눈 뒤 병실을 나가려다 문득 물었다.“여진 씨, 얼굴 상처가 바람에 노출되어도 괜찮아요?”민여진은 마스크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왜요?”진시우는 주머니에서 입장권 두 장을 꺼냈다.“방금 생각났는데, 오늘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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