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분명 행복해야 할 터였다. 하지만, 민여진의 마음속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심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다.그때, 옆문이 갑자기 열리며 진시우가 외투를 벗으며 들어섰다. 우아한 몸짓과 함께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었다.“둘이 꽤 호사스럽네. 이런 큰 룸에서 맛있는 거 다 시켜놓고.”뜻밖의 등장에 민여진은 눈을 크게 떴고, 임재윤이 곧장 변명하듯 말했다.“자기가 꼭 오겠다고 해서...”“그럼~ 당연하지. 우리 형제잖아. 민여진 씨 때문에 나 혼자 밖에서 찬밥 신세 될 순 없지. 둘이 데이트는 어차피 앞으로 평생 할 수 있는 거잖아?”진시우는 자연스럽게 의자에 앉더니 종업원을 불러 그릇과 젓가락을 더 달라고 했다.민여진은 웃으며 맞장구쳤다.“잘됐네요. 음식이 너무 많아서 다 못 먹을까 봐 걱정했거든요.”진시우는 식탁 위를 쭉 훑어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어? 이거, 나물? 누가 시킨 거야?”그 말에 민여진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손바닥이 축축해질 정도로 긴장감이 밀려왔다.“제가요... 왜요?”“아, 그냥요. 난 또 재윤이가 시킨 줄 알았죠.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 나랑 첫 끼 먹으면서 이 나물을 얼마나 게걸스럽게 먹던지. 한 접시 뚝딱 다 비우더라고. 무슨 나물 귀신이 빙의한 줄 알았다니까요.”그 말에 민여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재윤이가 나물을 그렇게 좋아해요?”“그러니까 시켰겠죠. 안 그랬으면 굳이...”진시우는 가볍게 웃으며 넘겼지만, 민여진의 머릿속은 아찔하게 휘돌기 시작했다.박진성. 그 사람은 나물을 가장 싫어했었다.그가 편식하지 않도록, 일부러 조리법을 바꿔가며 나물 반찬을 해줬던 기억.달래고, 부탁하고, 어르고, 때로는 속이면서 겨우 한입 먹였던 나날들. 그리고...“민여진, 너는 이 나물 같아. 어떻게 무슨 짓을 해도 맛도 없고, 새롭지도 않아. 그러니까 그만해. 너도 알잖아, 네가 착각하고 있다는 거.”나물을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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