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도 전부 젖어버렸고 손도 꽁꽁 얼어붙었다. 추위로 몸에도 감각이 없는 지경이었지만 민여진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첫 마디를 던졌다. “괜찮으셔서 다행이에요.”민여진은 그 일로 생색을 내지도, 불쌍한 척하지도 않았다. 자신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한 일이 당연하다는 듯, 그녀는 이정화를 업고 눈길을 달린 일은 단 한 마디도 박진성 앞에서 꺼내지 않았다. 그때가 되어서야 이정화는 민여진을 자기 며느리로 받아들였다. 그 일 년 동안, 이정화는 딸을 대하듯 민여진을 아꼈고 박진성보다 민여진에게 더 정성을 쏟았다. 하지만 지금은 결국... 이런 사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더는 할 말이 없었던 민여진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고 병실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여진아...”떨리는 이정화의 목소리가 들렸다.민여진이 자리에 멈추어 서자 이정화가 끓어오르는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그때, 진성이가 널 먼저 만났다면 좋았을 텐데.”“...”문고리를 잡은 민여진의 손끝이 떨렸다. 찬바람에 찔리기라도 하듯, 심장이 고통으로 잔뜩 조여왔다. 이정화의 말뜻은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만약 박진성이 민여진을 먼저 마주쳤다면... 그랬다면 빅진성은 민여진을 사랑하게 되었을 테고 그러면 문채연과 관련된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정화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박진성을 먼저 만난 사람은 문채연이 아닌 민여진이었다. 그러니 두 사람은 관계는 타이밍의 문제가 아니었다. 인연이 아닌 사람은 결국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었다. 민여진은 한마디 말도 없이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병실로 들어가 문을 닫는 순간,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얼굴의 상처가 따끔거려 민여진이 다급히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하지만 그 통증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칼처럼 민여진을 후벼팠다. 얼굴뿐만 아니라 그녀의 마음까지도 아프게. 민여진은 그렇게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몸이 뻣뻣해질 때쯤,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들어왔다. “
Baca selengkapnya